원래 기사 제목은 “Only 5 Nations Can Hit Any Place on Earth With a Missile. For Now.”입니다. 번역해 보면 “오로지 5개 나라들만이 지구상 그 어디라도 미사일 타격이 가능하다. 지금은 말이다.” 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기사를 읽어보면 지구상 그 어디라도 탄도 미사일로 타격이 가능한 나라들이 주인공이 아닙니다. 이 기사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와 같은 한민족이지만 지난 70년 동안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온 곳,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테크놀로지에 대한 미국 뉴욕 타임즈의 기사를 읽고 있으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보입니다. 경이로움. 당혹감. 분노. 어처구니 없음 등등의 감정 말입니다.
1980년대 이집트로부터 구 소비에트 연방(소련)에서 만든 스커드B 미사일을 입수한 북한은 이를 역설계 하면서 미사일 기술을 터득했고 지금은 오히려 미사일과 미사일 관련 기술을 제3 세계에 전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세계 평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매우 위험한 행동으로써 국가가 아닌 민병대나 테러 집단들도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그럼 뉴욕 타임즈 기사를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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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북한은 그들이 만든 탄도 미사일 사정거리를 극적으로 늘려왔다. 작년에 있었던 미사일 테스트는 북한이 충분히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북한은 그들의 미사일을 보다 정확하고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무기체계로 만들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온 많은 나라들 중 하나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관한 자료를 취합해 온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의 이언 윌리엄스(Ian Williams) 부소장은 "바야흐로 우리는 미사일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윌리엄스 부소장의 분석에 따르면 미사일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나라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지역간 긴장의 정도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 또한 덩달아 높아졌다고 한다. 그는 자신들의 미사일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들은 무력에 쉽게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국가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미사일들의 상당수가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정확도가 떨어지고 그 결과 타격 목표와는 상관없는 민간인들을 공격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뿐 아니라 이러한 미사일들이 민병대나 테러 집단의 수중에 떨어져 악용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지난 20년 동안 미사일에 많은 투자를 한 많은 나라들은 대부분 아시아와 중동에서 널리 알려진 핫스팟(hotspot)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의 최대 사정거리를 지도에 겹쳐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표에서 볼 수 있는 국가들의 대부분은 역내 적성 국가들을 견제하거나 위협을 물리치기 위한 목적으로 미사일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군비 경쟁의 영향력은 주변 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파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미사일 군비 확장 위험의 직접적인 예로써 북한을 들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의 최대 사정거리는 1990년 745마일 약 11,98km에서 현재 8,000마일 약 12,874km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미국 본토를 포함해 전 세계 절반 가량을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이다. 같은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북한 전역을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이란, 북한, 파키스탄과 같은 나라들은 강력한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개발한 미사일 몇몇이 보여주고 있는 여러 가지 유사성들은 그들이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협력해왔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파키스탄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사일 프로그램 투자에 더 한층 박차를 가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협력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결국 2000년대 중반 무렵 파키스탄은 역내 최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인도의 대부분을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인도 역시 지난 20년 동안 파키스탄과 인도의 또 다른 역내 라이벌인 중국의 대부분을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현재 러시아와 협력해 순항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1990년 이전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은 이란을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란은 이에 대한 반격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란은 북한으로부터 획득한 미사일 기술 덕분에 두 나라 모두에 대한 반격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인도와 북한 모두 적성 국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경우 그에 대한 보복 공격(retaliatory strikes)에 사용할 미사일을 보다 더 은밀하게 숨기기 위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 중인 상황이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국가가 아닌 민병대나 테러단체가 미사일을 입수할 수 있게 되는 경우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예멘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를 직격하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화 되었다. 이 탄도미사일은 레바논에 근거를 두고 있는 무장단체 헤즈볼라(Hezbollah)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시아파 민병대(Shiite militia) 일파인 후티 반군(Houthi rebels)에 의해 발사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후티 반군은 3년 전부터 예멘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사우디 아라비아가 예멘에서 반군을 축출하기 위한 적극적 공세를 펼친 이후 후티 반군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향해 수십 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고 아랍 연맹은 이를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사용된 탄도 미사일은 스커드 미사일의 파생형으로 밝혀졌고 러시아가 만든 스커드 미사일과 그 파생형은 세계에서 가장 흔한 미사일들 중 하나가 되었다. 이 미사일은 원래 러시아가 대량살상무기 탑재를 위해 1950년대에 개발한 것이었다..
이 스커드 미사일은 북한과 이란 같은 나라들의 무기 개발계획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북한이 생산한 스커드 미사일이 만들어 내고 있는 파급 효과를 보고 있자면 미사일의 확산을 막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실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수십 년간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러시아 스커드 미사일에서 습득한 기술을 활용하여 비슷한 탄도 미사일 파생형들을 개발했다. 심지어 이런 스커드 파생형들 중 일부는 해외로 수출되기까지 했다.
북한은 어떻게 그 많은 미사일들을 개발했을까?
북한은 1980년경 이집트에서 스커드B 미사일과 지원장비, 관련 기술 등을 소량 도입해 이들에 대한 역설계 작업을 벌였다. 북한은 이란을 포함한 거의 십여 개국에 북한 판 스커드 미사일인 화성-5호 내지는 그 파생형을 이미 수출했거나 앞으로 수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란 역시 독자적인 스커드 미사일 제작 능력을 확보했으며, 관련 기술 일부를 시리아 정부와 예멘의 후티 민병대에 넘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스커드를 통해 얻어낸 기술로 북한은 최대 사정거리가 930마일(1,500km)에 이르는 노동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었고 이 기술은 후에 이란과 파키스탄으로 팔려 나갔다.
몬터레이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에서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East Asia Nonproliferation Program: EANP)을 책임지고 있는 제프리 루이스(Jeffrey Lewis) 소장은 "소련이 만든 (나중에는 북한이 만들게 된) 스커드 미사일은 여러 나라를 미사일 프로그램이라는 마약에 중독시키는 초기 약물의 역할을 하기도 했었지만 지금 그보다 더 중요한 화두는 이 스커드를 기반으로 한 미사일이 다양한 형태로 파생/확산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라고 지적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하여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의 설계를 바탕으로 개발해 낸 다양한 미사일 무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년 만에 스커드에서 ICBM으로
화성 5호, 1986년, 186마일(300km)
북한이 만든 최초의 스커드 파생형.
노동 1호, 1994년, 930마일(1,500km)
보다 더 향상된 스커드 엔진과 설계.
대포동 1호, 1998년, 3,100마일(5,000km)
노동 미사일의 강화 버전 엔진 하나, 스커드엔진 하나 그리고 세 번째 엔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음.
대포동 2호, 2006년, 6,200마일(1만 km) 이상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활용될 수 있는 3단 위성발사체. 처음 두 단계에서는 무려 5개의 노동 엔진을 사용하고 세 번째 단계에서는 역시 제원이 밝혀지지 않은 엔진을 사용.
미사일 기술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은 성공하기 어려운 과정이 될 것 같다. 더구나 로켓의 유도 시스템이나 엔진처럼 크기가 크지 않은 부품들의 국제 무역을 중단시키거나 이 분야 전문가들의 정보 공유를 금지시키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 단 하나의 USB 메모리라도 엄청난 양의 기술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생각 하지도 못한 조그만 실마리 하나가 새로운 돌파구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우연한 기회로 얻게 된 강력한 소련의 미사일 엔진 설계도가 오늘날 미사일 강국 북한을 존재하게 만든 주요 원동력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루이스 박사는 현재 많은 나라들이 로켓 공학의 비밀을 습득하고 있으며 이전보다 더 위협적인 모델을 만드는 방법을 지치지도 않고 학습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인도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들의 거의 절반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미사일과 미사일 제작에 필요한 주요 부품들을 수출하는 35개 나라로 이루어진 단체인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MTCR)은 점점 커지고 있는 미사일 확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이에 대한 새로운 통제 수단을 수립하고자 노력해 왔다. 최근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의 무기 개발 및 무기 이전 방식에 대처하기 위해 자신들이 맡고 있는 역할의 "지대한 중요성"을 성명을 통해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사일 개발 노하우의 공유 금지와 만들어진 미사일의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일부 분석가들은 회의적이다. 루이스 박사는 미사일 제조 기술이 점점 보편화 되면서 미사일 확산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빠르게 사그라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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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뉴욕 타임즈가 2018년 2월 7일에 게재했던 기사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기사 내용을 3줄로 요약해 볼까요?
첫 번째. 북한 등을 통해 미사일 기술이 전파되고 미사일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나라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지역간 긴장의 정도와 전쟁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두 번째.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의 설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미사일들을 개발했으며 심지어 다른 대륙을 타격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까지 개발해 냈다.
세 번째.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등이 미사일 기술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미사일 시대이다.
세계 평화에 돌을 던지고 있는 북한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악당 국가로 단골 출연하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아이언맨 영화에서 아이언맨 수트를 모방해 시험적으로 만들다가 자국 병사를 순직(?)하게 만드는 군사 국가로 북한이 등장하기도 했었죠.
북한과 가까이 위치하고 있고 북한의 실생활을 잘 알고 있는 우리로써는 헐리우드가 그려내고 있는 북한의 모습이 현실과 더할 나위 없이 동떨어져 있는 영화적 창작으로 느껴지지만 북한은 사정거리 1만 5천 킬로미터 이상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는 극소수의 나라로 인정받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수집해 보면 북한이 만든 탄도 미사일에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즈도 지적했듯이 비록 로켓 추진 기술은 뛰어날지 모르지만 유도 기술 등이 낙후되어 정확성이 형편없다는 점 등이 그러한 문제점들이죠. 목표 지점인 군사 시설을 벗어나 엉뚱한 민간인 지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입니다.
포탄이나 미사일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CEP(circular error probability 원형공산오차)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리나라 현무-3 순항 미사일의 경우 CEP가 2~3미터에 불과하지만 사정거리가 1만 5천 킬로미터 이상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대포동 3호의 경우에는 원형공산오차가 무려 수 천 미터 즉 수 킬로미터에 이를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핵을 실어서 미국으로 보낼 건데 목표 지점을 몇 킬로미터 정도 벗어나면 어떠냐? 미국 땅에 떨어지기만 하면 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을 정도죠. 개인적으로는 이 기사의 제목이 곧 북한이 미사일로 전 세계를 타격할 수 있는 6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우리 대한민국의 입장이 애매해질 수 있어 걱정입니다.
대한민국은 현무-3 순항 미사일을 통해 한반도 주변 1,500km의 사정거리는 이미 확보했고 현무-4 미사일을 통해 실질적인 탄도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3천 킬로미터까지 확장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지난 176화 『미국이 포기했던 궁극의 파괴무기 ‘신의 지팡이’로 부활한 현무-4!』 편에서 설명 드렸습니다.
하지만 미사일 개발에 대한 기존 강국들의 제재와 텃세,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미사일기술 통제체제(MTCR)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한미 미사일 사거리에 대한 지침』에 의한 제한까지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엉뚱하게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뜻이죠. 정부의 현명한 외교적, 정책적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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