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장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나라의 군사 전략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질문이며 이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얻기 위해서 막대한 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명백한 답을 내놓은 사람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공군과 해군을 제외한 육군 전력만 생각해 봤을 때 21세기 전장은 몇 가지 특징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내다 보고 있습니다. 대규모 전면전보다는 반군들이나 테러 집단을 상대하는 국지전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며 인공 지능을 활용한 병기의 무인화와 드론의 활용이 전략의 핵심에 위치할 것이라는 사실 등이죠.
지난 2020년 2월 27일, 내전이 한창 진행 중인 시리아 이들립(Idlib) 지역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으며 1970년대부터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는 알 아사드의 시리아 정부군과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터키군 사이에 충돌이 있었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들립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100여 대에 이르는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포병 차량을 동원하여 공격을 시작했고 이에 터키가 반격을 개시했습니다.
터키 군은 먼저 바이락타르(Bayraktar)-TB2 및 Anka-S 무인기를 동원하여 시리아의 기계화 부대를 공격해 혼란을 유도한 후 무인기가 보내준 위치 정보를 활용해 K9 자주포의 터키판인 T-155 프르트나 자주포를 내세워 정밀 포격 작전을 감행했습니다. 터키는 시리아의 대규모 기계화 부대가 괴멸적인 타격을 받았으며 100대 이상의 기갑 차량이 파괴됨과 동시에 수백 명의 시리아 정부군이 전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숫자는 확인된 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사진들은 시리아 기계화 부대가 실제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고 투입된 장갑차량의 최소한 절반 이상이 파괴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죠. 이렇게 터키는 전투용 무인 항공기와 K9 자주포의 파생형을 통해 상당한 전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인 Forbes는 2020년 2월 27일에 있었던 이들립(Idlib) 전투를 상세하게 다루는 기사를 2020년 3월 2일에 게재했는데요. 이 기사를 함께 살펴 본 뒤 간단한 사견과 함께 영상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기사 내용 중 터키와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게 된 배경을 다루는 부분은 지나치게 방대하기도 하지만 복잡한 정치적 관점을 내포할 수도 있어 무인 드론과 자주포 조합전술의 군사적 의미를 언급하고 있는 부분만 번역했다는 사실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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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군의 새로운 공세는 무인 드론에서 발사되는 미사일과 이 무인 드론을 관측 수단으로 활용한 자주포들의 정밀 포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드론과 정밀 포격이 가능한 자주포 같은 무기들은 대규모로 배치된 재래식 군부대나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는 반군 목표물에 대항하여 사용될 때 확실히 더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드론이 촬영한 영상으로 미루어 봤을 때 시리아 군이 보유한 T-55, T-62 및 T-72 주력전차 수십 대와 BMP-1 보병전투장갑차, 판치르(Pantsir)-S1 및 ZSU-23 실카(Shilka) 단거리 방공시스템과 2S1, 2S3 자주포 등이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전투용 무인항공기(UCAV) 제조 분야에 있어 터키는 중국과 함께 세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나라지만 미국의 전투용 무인항공기(UCAV)와는 달리 지휘중계 링크의 거리제한으로 인해 터기 UCAV 대부분은 160km 이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러시아는 이와 유사한 형태로 실전배치 된 전투용 무인항공기(UCAV)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상태이다.
터키가 운용하고 있는 바이락타르(Bayraktar)-TB와 앙카(Anka)-S 두 드론 시스템은 시리아 상공에서 광범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바이락타르는 터키가 개입하고 있는 리비아 내전에서도 역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더 크고 무거운 앙카-S는 시리아 전투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바이락타르 무장 탑재량의 거의 3배에 달하는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
이 전투용 무인항공기들은 레이저로 유도되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직경 70㎜에 무게 6.4kg 로켓탄인 MAM-C와 직경 160㎜에 무게 22kg 로켓탄인 MAM-L '마이크로탄'을 각각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로켓탄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드론에도 장착이 가능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고 고폭(high explosive) 탄두 및 장갑관통형(armor-penetrating) 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MAM-L형이라면 열압력(thermobaric) 탄두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직경이 더 큰 MAM-L은 GPS 또는 관성항법장치를 통해 사정거리를 8km에서 14km까지 확장할 수 있다.
드론은 또한 멀리 떨어져 있는 포병부대에게 적의 정확한 위치를 전달, 정밀 포격을 요청할 수 있어 느린 속도로 비행하는 유인 관측기가 수행하던 위험한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 터키는 급속 사격이 가능한 대한민국 K9 썬더 자주포의 기술을 이전 받아 제작한 K9의 파생형 T-155 프르트나(Firtina) 자주포와 T-122 사카리아(Sakarya), KS-300 다연장 로켓포를 이들립(Idlib) 전투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알 아사드의 시리아 정부군은 이 지역에 단거리 방공 시스템을 배치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존재가 바로 판치르-S(Pantsir-S)이다. 러시아 판치르와 토르 시스템은 과거 반군이 운용하는 드론을 상대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시리아 정부군이 운용하고 있는 판치르는 이스라엘 자폭드론 방어에 있어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시리아 방공망은 지난 2월 터키 앙카-S 무인기를 최소 3대 이상 최대 6대 정도 격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앙카-S 무인기가 더 크고 최신형이기 때문에 이들을 잃은 것은 터키에게 뼈아픈 손실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유인 전투기를 잃는 것에 비한다면 명백히 가벼운 손실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터키 무인기들은 어떻게 그들이 올린 전과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최소한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경미한 손실로 피해를 제한할 수 있었을까?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터키는 그 동안 시리아 방공망이 보유한 레이더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아셀산(Aselsan)이 만든 코랄(Koral) 전파교란 시스템을 사용해 왔다고 한다.
거의 200km의 유효 사거리를 지니고 있는 코랄(Koral) 재밍 시스템은 해당 지역에서 작동하는 다른 시스템들을 감지하고 분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지원 센서들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적의 센서를 교란, 기만, 과부하 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전자전 공격 시스템도 함께 탑재하고 있다.
터키 군이 자주포의 장거리 정밀 포격능력과 무인드론의 공습 및 정찰 능력을 조합하며 보여준 엄청난 파괴력은 오늘날의 군대가 21세기 전장에서도 살아남으려면 무인 드론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전자전 체계와 우수한 단거리 방공망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극적인 증거라고 할 것이다.
이는 또한 보다 보편화된 무인 감시 자산이 21세기 군사 작전에 있어 다양한 형태의 원거리 포병을 새롭게 부각시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터키가 직접 포와 포를 맞대는 근접 포격 전을 피하면서 이 정도로 많은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터키 군은 직접적인 교전을 선택하는 대신 무인기나 간접적 정밀 포격에 의존해 적군을 응징한 뒤 남겨진 물자나 지역들을 반군들이 확보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쿠르드족 전사들을 활용해 이슬람 국가(ISIS)에 대항하던 전략과 매우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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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의 주요 언론 Forbes가 2020년 3월 2일에 게재했던 “Why have Turkish drones and artillery been so devastating in Idlib? (이들립에서 터키의 무인 드론과 포병들은 왜 그렇게 파괴적이었을까?)” 라는 제목의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터키는 중국과 더불어 무인기 분야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나라입니다.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주국방 분야에 대한 투자 집념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요. KF-21과는 달리 엔진조차 구하지를 못해서 난항에 빠진 터키의 TF-X에 관한 해외기사를 번역하면서 저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으로 터키의 국방기술력을 한 수 아래로 평가하는 경솔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전체적으로 터키의 국방 기술력이 우리보다 뒤쳐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분야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발전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터키는 F-16 전투기의 소스 코드까지 확보할 수 있었고 그 때문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전투기 항전장치 분야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태국 등지에 합작투자 법인을 세우는 등 국방기술 확보에 있어 상당히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사실 수리온 헬기의 부품 중 일부는 절충교역(Offset)조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터키제를 사용해야 하는 것들도 있는데 신뢰성이 떨어지는 부품들이 많아 곤혹스러운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기에 쓰이는 터키제 항전 부품들 중 일부는 의외로 우수한 품질을 보이고 있는 것들도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터키는 무인 항공기 분야에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터키는 그들이 건조한 헬리콥터 항모 아나돌루(Anadolu)급에 드론 제조업체 베이카르(Baykar)가 만든 바이락타르(Bayraktar)TB-3, 일명 아킨치(Akinci)를 약 30대에서 50대 정도 함재기로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원래는 미국으로부터 F-35B를 구매할 예정이었지만 미국과의 사이가 틀어지고 F-35 계획에서 퇴출된 이후 계획을 변경한 것이죠.
이러한 터키의 무인기 드론에 장밋빛 미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리아 이들립 전투에서 무인 항공기(UAV)와 장거리 급속사격이 가능한 자주포의 조합은 분명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현재 터키의 무인드론들이 가진 한계 또한 명확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O7sESEdOBO4
먼저 터키의 드론은 160km 이내에서 운용이 가능하다는 단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의 MQ-9 리퍼(Reaper)는 운용거리에 제한이 없죠. 미국은 촘촘하게 배치된 인공위성을 통해 시각의 지평선 너머에서도 무인 드론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터키도 위성으로 드론을 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충분한 인공위성의 숫자를 확보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점에서 명확한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 단점으로는 무인 드론들은 유인 전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고 스텔스 기능 또한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포착되는 즉시 격추되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9년 5월 예멘의 후티 반군에 의해 미 공군이 운용 중이던 RQ-1 프레데터(Predator)가 격추되었고 이어서 6월과 8월에 연달아서 2대의 MQ-9 리퍼(Reaper)가 격추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미 공군은 2020년 3월에 MQ-9 도입 숫자를 363대에서 337대로 축소시키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고야 말았죠.
미국에서 생산되는 MQ-9 리퍼의 경우 기체 6대와 지상장비 3대를 합쳐 대략 2,330억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터키 앙카(Anka)-S의 경우에도 기체 6대와 지상장비 3대, 기술이전 비용까지 모두 합쳐 2,880억 정도에 튀니지로 수출되었죠. 단순하게 계산해도 대당 가격이 400억을 넘나든다는 뜻입니다. FA-50 한대 가격이 400억대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손실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무인 드론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드론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결국 어떤 방법으로 생존성을 높일 수 있을지 아니면 생존성은 둘째치고 얼마나 저렴하게 대체할 수 있을지에 따라 무인 드론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MQ-9 리퍼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는 무인 드론의 생존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스텔스 성능을 갖춘 프레데터-C 어벤저(Avenger)이며 현재 미 공군에 제안하고 있는 기종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대량 생산을 통해 대당 가격을 6억 원 수준까지 떨어트려 쉽게 대체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터키의 바이락타르(Bayraktar) TB-2인데요. 전투용 드론 시장에서 중국을 가격 경쟁력으로 이길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어떻게 차별화 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무인 드론은 어디까지 왔을까?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는데요. 대한민국에서 높은 수준의 무인 드론 기술을 인정받는 곳은 의외로 대한항공입니다.
미국의 MQ-9 리퍼(Reaper)와 같은 등급의 중고도 장거리(MALE) 무인기 KUS-FS를 개발했으며 미국 X-47B와 동급인 스텔스 무인 공격기 KUS-FC도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더 상세한 내용은 KKMD 163화.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아시아 1,2위를 다투고 있는 대한민국의 무인기(UAV) 기술수준!』 편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K9 썬더는 기존 보유수량이 A2버전으로 개량이 끝나는 2020년대 후반 혹은 2030년대 접어드는 시기부터 K9A3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A3버전 업그레이드의 핵심 내용으로는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무인화 시스템 외에 사정거리가 100km에 이르는 활공탄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찬찬히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 기사 원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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