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미 예고해 드렸던 대로 미국의 주요 경제전문지 포브즈(Forbes)가 미국 현지시간으로 4월 13일에 게재한 KF-21 기사를 토대로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을 말씀 드리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기사 번역 포스팅(https://kkmd.tistory.com/236)을 먼저 보고 오신다면 이해에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미 주요 경제 전문지 포브즈(Forbes)는 해당 기사에서 KF-21이 F-35 라이트닝 II보다 다소 떨어지는 스텔스 및 네트워크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KF-21 Block I과 Block II 버전은 외부무장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스텔스 성능에는 큰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군사 전문가와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외부무장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며 4.5세대 전투기 KF-21에 대한 혹평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KF-21 출고식을 다룬 KKMD 영상에 “저게(KF-21이) 공중에 뜨기는 하냐”며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단 사람들도 있을 정도죠.
그런데요. 자동차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전문가들은 차체의 구조와 엔진 종류만 알아도 어느 정도의 속력으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대략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전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항공 전문가들은 전투기의 공기역학적 설계와 엔진 종류만 알아도 어느 정도 공력성능 예측이 가능하다고 하죠.
우리 공군이 뜨지도 못할 전투기를 놓고 제281시험비행대대 테스트 파일럿들을 모아서 교육과 훈련을 시킬 리도 없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보다 정확한 시험비행을 진행하기 위해 ‘아이언 버드(Iron Bird)’라는 시뮬레이터까지 만들었을 정도입니다. ‘아이언 버드(Iron Bird)’에는 대상 기종의 모든 데이터가 입력되어 있으며 실제 비행과 가장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한 장치입니다.
미국 유명 경제전문지에 기고할 정도의 항공기 전문가가 “KF-21 보라매의 기체 구조와 F414 엔진이 낼 수 있는 추력 등을 종합해서 감안해 본다면 최소한 F-16C를 가볍게 넘어서는 수준의 공기역학적 성능(공력성능: aerodynamic performance)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는 것은 그만한 근거가 있다는 뜻입니다. KF-21 시제기를 보고 떠들지 말고 공중에 뜨고 나면 뭔가 이야기해라……는 식의 반응을 볼 때 마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당연히 뜨지요. 다만, 예측하지 못한 결함들을 얼마나 많이 발견하고 수정해 나갈 수 있는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여줄 것인가가 문제일 뿐입니다.
포브즈(Forbes) 기사에 따르면 틸(Teal) 그룹 분석가 리차드 아불라피아(Richard Aboulafia)는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 전투기 시장에 있어 가장 유연하면서도 합리적인 성능을 지닌 전투기들 중 하나를 보유한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시에 포브즈는 AESA 레이더와 Meteor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조합으로 KF-21 보라매는 거의 F-35에 가까운 억지력을 창출해 낼 수 있는데, 여기에 보잉 E-737 Peace Eye 공중조기경보통제기까지 가세하게 되면 KF-21 보라매의 억지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포브즈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을 말씀 드리고 싶어서 이 포스팅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인데요. 이 이야기를 좀 더 상세하게 하려면 지난 2019년 2월 27일에 있었던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공중전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아래의 설명들 중 일부는 군사 전문지 밀리터리 리뷰 2021년 4월호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힙니다.
당시 인도 공군은 파키스탄을 공격하기 위해 러시아가 만든 Su-30 MKI 전투기의 엄호 아래 Mirage 2000 전투기 3대를 이끌고 파키스탄 영공으로 침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인도 공군은 Su-30 MKI 전투기를 일종의 공중조기경보기로 활용하는 전법을 구사하고 있었으며 미군과의 합동 훈련에서도 러시아 Su-30 MKI와 MiG-21바이슨을 활용하여 미 공군을 깜짝 놀래 킨 적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파키스탄 공군은 이에 대응해 8대의 F-16을 출격시켰고 프랑스를 통해 구매한 팰컨(Falcon)DA-20 전자전기를 활용해 인도 공군 전투기의 레이더와 데이터 링크를 교란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에서 발진시킨 F-16들은 Su-30MKI와 Mirage 2000 전투기를 향해 AIM-120C5 암람을 다수 발사하였지만 당시 Su-30MKI 역시 탑재되어있던 전자전 포드를 사용해 AIM-120C5를 재밍(Jamming)하는데 성공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파키스탄 측의 팰컨(Falcon)DA-20 전자전기 때문에 레이더와 데이터 링크에 문제가 발생한 Su-30MKI 역시 급히 전장을 이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Su-30MKI와 Mirage 2000을 엄호하기 위해 현장으로 급히 날아온 5대의 인도 공군 MiG-21바이슨을 향해 파키스탄 F-16이 AIM-120C5로 추정되는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했고 파키스탄 공군의 팰컨(Falcon)DA-20 전자전기 때문에 데이터 링크가 마비된 인도 공군은 미처 이에 대한 경고를 해주지 못한 데서 발생했습니다. 결국 5대의 MiG-21 바이슨들 중 1대가 격추되고 말았죠.
파키스탄 공군은 자국의 전자전기가 효과적으로 인도 공군의 데이터 링크를 마비시켰다고 발표했고 인도 공군도 러시아제가 아닌 이스라엘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새로 도입해 1,000여대의 인도 공군기 모두에 장착할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데이터 링크를 재밍 하는데 성공했다는 파키스탄 공군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공대공 미사일을 살펴보면 미국의 AIM-120 암람과 러시아의 R-77 애더(Adder)입니다. KF-21에 미국의 AIM-120 암람이 통합되지 않을 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포브즈 기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별말을 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KF-21의 독자적인 AESA 레이더와 유럽제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Meteor의 조합이 F-35A에 버금가는 억지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포브즈가 왜 그런 말을 했을지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볼까요?
여러분들도 알고 계시다시피 미국의 AIM-120 암람은 전 세계를 향해 어마어마한 숫자로 팔려나갔습니다. 그 결과 어쩔 수 없이 AIM-120 암람의 성능과 운용 패턴, 특히 레이더로 유도되는 공대공 미사일인만큼 집중적인 교란 대상이 되는 레이더 유도 특성 등이 여러 나라에 상세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 AIM-120 암람만큼 전파 교란(Jamming)을 걸기 쉬운 미사일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렸고 실제로도 이번 공중전에서 암람은 너무나도 손쉽게 재밍을 당했던 것입니다.
조금만 더 이야기를 진행시켜 봅시다. 그렇다면 AIM-120 암람을 판매하고 있는 미국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 아닐까요? 당연히 미국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대비책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미국이 한국 등의 동맹국에 판매하는 AIM-120 암람과 자국 공군이 사용하는 암람의 소프트웨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 공군 전투기 레이더에서 방출되는 AIM-120 암람의 유도용 레이더파의 패턴과 암호코드체계는 해외 수출용과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AIM-120 암람의 표적처리 소프트웨어 성능과 기능 면에서도 일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미국 입장이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이를 두고 미국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AIM-120 암람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Meteor 미사일은 암람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보니 사용하는 국가들도 적고 덕분에 유도특성에 대한 비밀엄수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판매사인 MBDA도 유도특성 등을 비밀로 엄수할 법적 책임을 지고 있고요. 물론 Meteor의 유도특성도 운용기간이 길어지면 외부로 알려질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재밍의 위험성이 AIM-120 암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습니다. 비록 Meteor의 공동개발국들 중에 독일이 들어가 있다 보니 수출이 제한되는 국가가 다소 있을 수는 있곘지만 왜 포브즈가 한국형 AESA 레이더와 Meteor 미사일의 조합이 F-35만큼이나 강력한 위력을 지녔다고 언급을 했는지 이해가 되네요.
그런데 (경제성은 나중 문제로 미루고서) 만약 우리가 독자적인 공대공 미사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유롭게 우리 마음대로 유도특성을 바꿀 수 있는 국산 공대공 미사일 말입니다. 국산 공대공 미사일이 있다면 당연히 Meteor보다도 더 강력한 안티재밍(anti-jamming)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그 다음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바로 전자전 능력의 중요성입니다. 사실 인도는 파키스탄과의 공중전이 일어나기 전 이스라엘과 러시아를 통해 전자전 포드를 도입했지만 이 포드들이 전투기에 장착된 레이더와 미사일 경보수신기(RWR)에 간섭을 일으키는 문제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을 해보면 이스라엘에서 도입한 Elta-8222 전자전 포드를 러시아제 전투기 Su-30MKI에 장착하고 가동시켰더니 Su-30MKI에 장착된 X밴드 레이더까지 함께 재밍을 해버리더라는 것이죠. 당연히 인도는 이스라엘 엘타에게 수정을 요구했고 엘타(Elta)사는 Su-30MKI 레이더 데이터를 제공해주면 간섭 현상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러시아가 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AIM-120 암람 재밍 사건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레이더 데이터는 굉장히 중요한 기밀이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어쩔 수 없이 러시아의 SAP-518 전자전 포드를 다시 도입해 Su-30MKI에 장착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요. 문제는 끝이 아니었습니다.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수입하여 면허생산하고 있는 전투기 Su-30MKI에 사용하기 위해 레이더 경보수신기(RWR)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통합시켰지만 이번에는 러시아제 SAP-518 전자전 포드를 가동시킬 때마다 인도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통합시킨 레이더 경보수신기(RWR)를 교란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러시아가 인도에게 레이더 경보수신기(RWR) 기술 데이터를 제공하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인도가 보안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인도는 모든 전자전 장비를 국산화 시키겠다는 결의를 하게 됩니다. 만약 인도가 전자전에 사용하는 플랫폼이 러시아제 30MKI가 아니고 인도에서 만든 기체였다면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을 피할 수 있었겠죠.
인도/파키스탄 공중전에서 파키스탄이 프랑스제 팰컨(Falcon)DA-20 전자전기로 Su-30MKI의 레이더와 데이터 링크를 마비시켰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해드렸습니다만 데이터 링크(Data-Link)도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될 중요한 전략자산입니다. 전투기의 데이터 링크 마비는 사람의 눈과 귀가 마비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불러 일으킵니다. 결국 인도는 데이터 링크 마비로 MiG-21바이슨 1대를 격추당하고 말았죠.
스텔스 전투기에서도 데이터 링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스텔스 기동을 하는 F-35를 예로 들면 장착된 AESA 레이더를 켜는 것은 어둔 밤에서 손전등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나 마찬가지 행위가 됩니다. 금방 위치가 들통나죠. 따라서 기도비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레이더가 아닌 데이터 링크를 통해 후방에 위치한 다른 전투기나 조기경보통제기로부터 전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공중조기경보통제기에는 스텔스 기능이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만약 조기경보기의 데이터 링크가 재밍이 된다면 스텔스 전투기는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요? 어쩔 수 없이 장착된 AESA 레이더를 가동시킬 수 밖에 없고 비록 AESA 레이더가 조향성이 있고 일반 레이더파처럼 위장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는 있지만 스텔스가 와해될 가능성이 극적으로 높아집니다. 실제로 미 해군의 전자전기 EA-18G Growler가 이런 방식으로 미 공군의 F-22 랩터를 찾아내 모의격추 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들은 KKMD 156화를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데이터 링크를 통해 미사일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인도 공군이 라팔(Rafale)을 도입한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데이터 링크로 유도할 수 있는 공대공 미사일 미카(MICA)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번 인도/파키스탄 공중전에서 인도가 사용한 러시아제 R-77 애더 공대공 미사일은 서방에 의해 너무 많이 연구된 미사일이었기 때문에 파키스탄 전자전기에 의해 쉽게 재밍을 당했던 것이죠. 다른 공대공 미사일을 Su-30MKI에 통합하고 싶어도 통합에 필요한 데이터를 러시아가 내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링크를 사용하는 후기형 미카(MICA)의 경우 전투기가 발사만 해주면 적기 사정거리 밖에 있는 다른 라팔(Rafale)이 데이터 링크를 통해 유도할 수가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아직 라팔(Rafale)이 가진 데이터 링크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고요.
제가 지금까지 장황하게 설명해 드린 이야기들이 KF-21과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인도/파키스탄 사례에서 드러난 현대 공중전의 특징은 바로 전자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전자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기 위해서는 첫째. 적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유도특성을 지닌 공대공 미사일이 필요하고 둘째. 독자적인 업그레이드와 프로그램 수정이 가능한 전자전기 및 전자전 포드도 필요하며 셋째. 적이 재밍하기 힘든 데이터 링크의 보유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 번 반복 설명이 되었지만 자국 전투기에 타국 공대공 미사일과 전자전 포드 그리고 데이터 링크 통합을 허락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거죠. 이들을 통합하려면 전투기의 민감한 보안사항들이 모조리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예로 설명한다면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KF-21에 인도네시아가 프랑스제 공대공 미사일을 통합시키겠다며 한화 시스템이 만든 AESA 레이더 핵심 데이터를 알려달라고 요청한다면 과연 우리가 알려 줄 수 있겠느냐는 뜻입니다.
세계에서 12번째로 개발되었으며 현재 생산 가능한 국가가 7개 나라에 불과한(IBK증권자료) AESA 레이더 데이터는 핵심 동맹국에도 알려줄 수 없는 보안사항입니다. 전자전 포드도 데이터 링크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 공군은 미군과의 연합작전 연계성 때문에 Link-16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사용한지 오래되고 보안상 약점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데이터 링크입니다. 이에 대한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199화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제 KF-21이라는 플랫폼의 등장으로 공대공 미사일, 전자전 포드 그리고 데이터 링크를 우리 마음대로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F-16이나 F-15 특히 F-35만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들입니다.
우리 나라는 천궁 Block II 지대공 마사일과 해궁 함대공 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면서 데이터 링크 유도능력을 가진 AIM-120D급 공대공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KF-21 같은 자국 전투기가 없다면 독자적 공대공 미사일 개발은 아예 처음부터 시도가 불가능한 일이 됩니다. 해외에서 도입한 전투기 레이더와 미사일이 통합되기 위해서는 민감한 데이터를 모두 알아야만 하는데 이걸 허용해주는 국가가 있을 리 없기 때문이죠.
전투기에 사용되는 공대공 미사일은 최저 수백 미터에서 최고 15km의 고도를 오르내리게 되는데 이 때 미사일 주변에는 큰 환경변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장에서 운용되는 공대공 미사일은 최악의 운용환경에서도 정상적인 작동을 보장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 환경적응 기술을 지닌 공대공 미사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으며 수많은 비행시험을 반복하면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수정해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KF-21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림의 떡이었다는 뜻이죠.
하지만 틸(Teal) 그룹 분석가 리차드 아불라피아(Richard Aboulafia)가 말했듯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전투기 시장에 있어 가장 유연하면서도 합리적인 성능을 지닌 전투기들 중 하나인 KF-21 보라매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KF-21 보라매가 변화시킬 대한민국 국방의 미래는 가히 상상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미국이라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성능의 무기들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부분을 언급하는 국내 언론 기사를 본 기억이 없으니 이상하면서도 답답하네요.
KF-21 보라매의 스텔스 성능이 어떻고 기체 이음새에 적용된 레이더저감설계(RAS)가 어떻고 레이더 반사면적 RCS가 어떻고는 KF-21이 가진 플랫폼으로써의 가치와 견주어 본다면 정말 미미한 사안들입니다. KF-21의 무장이 부족해서 수출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도 KF-21이 가진 플랫폼으로써의 가치에 견주어 본다면 마찬가지로 미미한 사안들입니다. 중국과 일본은 이제 긴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KF-21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KF-21을 발판 삼아 그들이 알 수 없는 성능을 지닌 무기체계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보라매 KF-21을 백안시했던 분들도 이제 KF-21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 플랫폼인지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셨을까요?
마지막으로 우리 공군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2019년부터 사업화 과정을 밟고 있던 국산 전자전기 개발사업이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소요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백지화된 사건에 관한 질문입니다.
파키스탄이 인도를 향해 사용했던 프랑스제 팰컨(Falcon)DA-20처럼 민간용 비즈니스 제트기를 기반으로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내 기업들이 국산 전자전기 4대를 개발하기로 하고 이 사업에 2조 5천 억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아쉽게도 소요검증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보직 확보와 승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이기에 공군의 사업추구 의지가 부족했고 그 때문에 소요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대한민국은 언젠가는 북한을 넘어 중국과 일본을 반드시 마주 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정학적 운명을 예약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넘어 중국과 일본의 공군력을 상대하자면 강력한 전자전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도/파키스탄 공중전을 통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이 수시로 대한민국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전자전에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하기 위해서인데 과연 우리 공군은 이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혹시 미국이 제공한 F-35A만 믿고 있거나 미국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공군의 명쾌한 설명을 듣고 싶은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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