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일 한 중앙일보는 “한국형전투기 KF-21 미스터리. 文 본 뒤 도로 분해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지금까지 누누이 강조해왔지만 KF-21은 아직 개발 중인 전투기이며 대한민국이 자체적인 힘으로 전투기를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하며 세계 그 어느 나라도 그런 과정 없이 신형 전투기를 개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KF-21 보라매의 개발을 응원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말씀도 드렸고요.
사실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FA-50 개발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달프고 험난한 살얼음판 위를 걸어가는 기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KF-21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은 돌다리가 닳아 없어질 정도로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출고식 한 달 만인 지난달 초 시제기에서 쌍발 엔진을 들어내면서 지상에서의 성능 시험 등 각종 점검과 평가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일간지는 계속해서 “출고식 당시 위장색으로 도색까지 마쳤던 1호기는 동체의 뼈대가 고스란히 보일 정도로 전면적인 분해 작업이 진행되었고 공중 급유 장치는 물론 전투기 조종에서 핵심적인 장비들도 뜯어냈다. 또 ‘캐노피’로 불리는 조종석 덮개는 내부 점검을 위해 아예 분리했다. 항공기 바퀴인 랜딩기어도 탈거해 전투기 스스로 설 수 없는 상태”라고도 전했습니다.
그 외에도 설계도상 계획과 달리 KF-21 기체의 ‘전반적인 무게중심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면 분해’를 한 것이며 대통령이 참석하는 출고식 일정에 맞춰 서둘러 조립한 것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는 결론을 내 놓았습니다.
만약 KF-21 기체의 ‘전반적인 무게중심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로 확인되면 굉장히 우려되는 문제점들이 수반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보도해야 할 내용이며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따를 수 있는 내용입니다. 방위사업청도 즉각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전반적인 무게중심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보도내용에 반박했습니다. 예외적이라고 할 정도로 빠른 반응이었고 이는 방위사업청의 강한 불쾌감을 에둘러 표현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상식적인 의문이 하나 떠 올랐습니다. 이 기사를 작성한 모 일간지 3명의 기자들의 시각대로 KF-21이 엉망인 상태라면 방위사업청은 무슨 배짱으로 기자들에게 취재 허가를 내주었을까? 라는 의문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KF-21이 분해된 상태로 있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다면 아예 처음부터 접근을 원천봉쇄 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고 상식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KF-21은 국가 기밀사업으로 높은 보안을 요구하는 취재대상입니다. 방위사업청이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취재를 제한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이 일간지와는 다른 입장을 지닌 쪽의 이야기도 들어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방위사업청이 일간지 기사 게재 후 공개한 입장자료를 살펴보았습니다.
방위사업청은 먼저 KF-21 시제 1호기는 현재 개발시험 중에 있으며 기사 내용처럼 기체의 해체 수준까지 분해를 하였다거나, 무게중심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당 언론매체의 취재 요청 당시 개발시험을 위한 점검 등을 위해 엔진을 탈거하고 각종 점검창을 열어서 점검을 하고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해체 수준으로 분해했던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개발시험 시 일부 장비 및 부품을 탈거하거나 분해하는 것은 개발시험의 하나의 과정이며, 해외의 경우도 동일하다고 설명하고 있죠.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의 전화를 통해 좀 더 세부적인 설명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신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경우 지상 주행 및 비행 시험을 위해 제일 먼저 거쳐야 할 과정은 바로 『연료계통의 점검』이라고 합니다. 공간이 협소한 전투기의 구조상 내부 연료탱크는 전투기 기체 여러 곳에 흩어져서 장착되는데 KF-21은 총 6개의 내부 연료탱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덩치 큰 것이 조종석 캐노피 아래에 장착되어 있다고 합니다.
마치 핏줄처럼 뻗어 있는 연료 송출관이 막혀있지는 않은지, 연료 유출은 없는지,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확인하려면 엔진을 탈거한 후 연료탱크에 가압장치로 압력을 가해 연료를 기체 전체에 순환시켜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것이죠.
이 때 좀 더 확실하게 체크하기 위해 특정 장치를 분해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조종석에 가장 큰 연료탱크가 있기 때문에 캐노피와 일부 항전장치도 분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물론 6개의 연료 탱크가 있는 부분이라면 다 분해가 되었겠죠. 기체의 안전성이 확인된 후라면 간단하게 눈으로도 체크할 수 있지만 개발단계이기 때문에 최대한의 신중을 요구하기 위해 분해를 했다는 것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항공역학이나 관련산업 전문가라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이야기를 취재 기자들에게 해주지 않았냐고 물어봤더니 이미 설명을 해줬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기사가 나온 것은 자기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내심 짐작 가는 부분은 있다고 짚어주는데 공개적으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제가 말씀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기자들의 어떤 질문에도 반박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듣고 제가 생각한 것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을 먼저 본다는 격언이었습니다. “통상 시제기 공개는 최종 지상 시험과 시험 비행을 앞두고 하는 행사”라고 기사에 코멘트를 한 공군 예비역 장성과 일간지 기자들의 시각은 최종 지상시험이나 비행 테스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놓고 출고식을 해야 그게 정상적이고 제대로 된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출고식을 하고 뜯어놓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반대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나 방위사업청의 시각은 2020년 4월에 시제기를 출고하고 1년간 지상 시험과 각종 테스트를 거쳐 내년 5월에 최종 지상테스트를 마치고 비행시험까지 하기로 미리 발표를 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올해 4월에 시제기를 만들고 연이어 바로 비행 테스트를 하겠다고 발표했다면 지금 상황이 문제가 되겠지만 방위사업청이나 KAI는 자신들이 예정한 일정(2021년 4월 출고, 2022년 5월 비행 테스트)대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분해사건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 거죠.
정말 중요한 것은 내년 5월에 계획된 비행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출고식이 끝나고 KF-21이 다시 분해가 되었느냐가 아니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KF-21 보라매는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 논리를 벗어나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할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동북아의 지정학적 소용돌이 속에서 자주국방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군사 동맹국이 되기 위해서라도 KF-21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힘 없는 동맹이 어떤 운명을 겪었는지는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KKMD를 시청하고 계신 한 시청자께서 출고식 날 등장한 KF-21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을 댓글로 올려 주셨을 때 저도 함께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떠나 낯선 외국 땅에 뿌리 내리며 살다 보면 내 민족 내 나라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보수와 진보를 따지는 것도 내 나라 내 조국이 먼저 존재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이런 기사들이 종종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가진 정보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시청자 여러분들께 동전 뒷면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알려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많은 시간이 흘러 KF-21의 엔진 런(run)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단계까지 왔습니다. 다음 달(7월) 하순 경에 최초 비행을 시작할 예정인데요. 이 시제기 분해 사건에 대해 최근에 새로이 써 놓은 글이 있어 함께 붙여 놓습니다.
「 중국 언론들 중 일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출고식에 선보인 시제기를 해체했다는 사실보다 한 달 만에 다시 원래대로 조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거의 두 달 만에 시제기를 일정 수준으로 해체했다가 다시 조립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인데 전투기 생산 및 정비 분야에서 그 정도 기술력을 가진 나라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었다.
전투기는 30만개가 넘는 초정밀 부품과 민감한 전자 제품들로 구성되는 가장 높은 난이도의 생산 라인과 숙련된 인원들을 요구하는 물건이다. 중앙일보 기자들의 주장대로 KF-21 시제 1호기가 높은 수준으로 분해가 되었다면 한 달 만에 멀쩡하게 복구가 되기가 어려운 일이고 만에 하나 높은 수준으로 분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두 달 안에 전투기를 해체했다가 다시 멀쩡하게 조립해 놓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서 KAI 엔지니어들의 숙련도와 생산 라인의 수준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y75KJiJu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