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2월 15일 미국의 잠수함 전문가 H.I 서튼(Sutton)은 정통한 해군 군사전문지 Naval News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South Korea’s First Nuclear Submarine Looks Closer. (대한민국 최초의 핵추진 잠수함의 등장이 머지 않았다)”
기사 내용을 요약해보면 지난 11월 10일, 대한민국이 원자로를 자체 기술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한 국내 언론들의 기사를 근거로 해외 군사전문가들이 이를 대한민국의 핵추진 잠수함 프로그램과 연계시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디젤-전기 잠수함, 특히 KSS-III 도산 안창호급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우수한 성능을 지닌 잠수함 중 하나라고 소개한 뒤 지금의 대한민국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건조기술 및 원자력 산업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중의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핵추진 잠수함 건조 및 운용 경험이 풍부한 나라와 함께 진행한다면 위험도는 낮추고 결과는 더 빨리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지적하고 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협력국은 미국과 프랑스인데요. 이 기사를 작성한 서튼은 프랑스가 보다 유력한 후보라고 보고 있습니다.
H.I. 서튼은 대한민국을 이미 선진적인 잠수함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며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태계를 점진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는 준비된 나라라는 말로 기사를 마무리 짓습니다. KKMD를 통해 관찰해 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외신들의 태도는 강한 의구심내지는 부정적 입장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충분히 가능한 일’ 이라는 의견을 보여주는 곳이 더 많아졌습니다. 중국 해군의 팽창을 저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데다 호주가 AUKUS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 사건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 번역을 마친 이후 우리 해군에 정통한 군사 전문가와 이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기회를 가져 보았습니다. 해군의 생각은 어떠한지, H.I 서튼이 주장한대로 대한민국이 머지 않은 미래에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요. 우리가 지금까지 주요 논점으로 생각해 왔던 ‘원자로’나 ‘고농축 핵연료’라는 문제만 해결되면 과연 일사천리로 별다른 문제없이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KSS-N이 개발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경항모보다 우호적인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업이지만 경항모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경항모보다 더 험난한 과정을 거쳐가야만 할지도 모르는 사업’이 바로 핵추진 잠수함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기사 번역부터 마치고 이 부분에 대해 설명 드린 뒤 포스팅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더 많은 나라들이 핵추진 잠수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호주 해군은 올해 AUKUS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브라질 해군은 11월 25일 핵추진 잠수함 SN-BR의 건조를 승인했다. 한편, 국방 분석가들은 원자력 잠수함 게임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후보로 대한민국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현지 언론은 대한민국이 원자로를 자체 기술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이 다목적 시스템은 민간 상업용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관측통들은 벌써부터 재빠르게 이를 대한민국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프로그램과 연계시키고 있다. 해군 용어에서 핵 잠수함(nuclear submarine)은 핵무장 잠수함이 아니라 핵추진 잠수함을 뜻한다.
대한민국이 핵잠수함 건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거의 20년 동안 그들은 핵잠수함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을 이어왔었고 AUKUS는 여기에 다시 불을 붙였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잠수함 건조 및 원자력 산업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왜 한국인들은 핵추진 잠수함(KSS-N)을 만들고 싶어하는가?
AUKUS가 가장 눈에 띄는 촉매제일 수도 있지만 이는 한국이 KSS-N(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을 지칭하는 비공식 용어)건조에 관심을 갖는 주된 이유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북한 잠수함으로부터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도 한국과 전쟁 중인 북한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핵무기를 탑재한 재래식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의 잠수함이 훨씬 더 정교하고 우수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현재 디젤-전기 추진방식의 KSS-III 잠수함의 능력으로는 핵추진 잠수함만큼 북한의 핵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핵추진 잠수함은 일반 디젤-전기 잠수함을 능가하는 많은 이점을 제공하는데 그 중 핵심적인 것이 바로 보다 빠른 속도로 훨씬 더 오래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잠수함 내구도의 한계점은 추진 체계의 성능 보다는 탑승한 승무원들의 상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한민국 잠수함 전력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디젤-전기잠수함들은 한 번에 몇 주 동안 작전활동이 가능하지만 기지로 귀환할 때 큰 취약성을 드러낸다. 그에 비해 핵추진 잠수함은 몇 달 동안 작전활동이 가능하며, 훨씬 더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디젤-전기 잠수함들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우수한 성능을 지닌 잠수함 중 하나이다. 이들 중 다수는 독일에서 설계된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공기불요추진체계(이하 AIP)를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의 KSS-III 도산 안창호급은 탄도 미사일용 수직 발사 시스템(이하 VLS)를 장착한 최초의 AIP 잠수함이라는 점에서 꽤 인상 깊다. 하지만 KSS-III 경우 탑재하고 있는 미사일은 (핵미사일이 아닌) 재래식 정밀 타격 미사일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리고 한국의 잠수함 건조업체들은 AIP 시스템을 개량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미래의 대한민국 AIP 시스템에는 더 안전하고 더 가벼운 동시에 더 컴팩트 한 메탄올 리포머가 적용될 것이다. 한편 대한민국은 최신 리튬 기반 배터리를 잠수함에 실전 배치한 최초의 국가들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이며 리튬 전지 시스템 하나를 이미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이러한 진보된 AIP 시스템이나 리튬 전지 같은 디젤-전기 잠수함 관련 기술들이 핵추진 잠수함과의 격차를 줄여주고 자신들만의 전술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전기 잠수함과의 비교를 불허한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은 더 먼 거리를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들은 더 오랫동안 물속에서 버틸 수 있으며 엄청난 발전 능력을 지닌 원자로 덕분에 강력한 성능을 지닌 음파탐지기(Sonar)처럼 많은 전기를 요구하는 다른 장치들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KSS-N) 개발을 도울 수 있는 잠재적 국제 파트너들
대한민국은 100% 독자개발이라는 외로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 건조 및 운용 경험이 풍부한 나라와 함께 일한다면 위험도는 낮추고 더 빠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도움을 얻기 위해 해외 협력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데 그들의 경우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두 나라가 있으니 바로 미국과 프랑스이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강력한 동맹인 미국이 자연스럽게 그 파트너가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AUKUS를 제안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핵추진 기술을 동맹과 공유하는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AUKUS가 발표된 이후에도,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이 문제에 대해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이 미국 원자로를 사용하는 데는 몇 가지 난제가 있다. 미국 원자로는 현재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원자로 기술이전 자체는 그 어떤 조약 사항도 위반하지 않겠지만,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의 우라늄을 한국에게 전달해 주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가 미국을 향한 좋지 않은 여론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핵 잠수함은 너무 거대하면서도 비싸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필요로 하는 이유와 야망을 생각해 본다면 그야말로 과유불급인 셈이다.
미국 외에도 대한민국은 효과적인 국제조달전략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산 잠수함 KSS-III를 건조하기 위해 독일, 영국, 프랑스, 그리고 심지어 러시아로부터 현대적 기술들을 조달 받았다.
만약 대한민국이 KSS-III 도산 안창호급을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KSS-N의 기본 모델로 삼는다면 프랑스가 미국보다 더 확실한 주요 협력국이 될 수 있다. 프랑스 핵추진 잠수함의 원자로는 대부분의 민간 상업용 원자로처럼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한다. 고농축 우라늄보다 교체 주기가 짧기 때문에 운용상 단점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정치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은 크나큰 장점이 될 수 있다.
프랑스는 수십 년 동안 핵잠수함을 건조해 왔고 브라질 핵추진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 역시 돕고 있다. 만약 브라질이 원자로의 설계와 건조를 맡는 경우라면 프랑스는 잠수함을 설계하고 선체에 원자로를 통합시키는 작업을 도울 것이다. 우리(전문가)들은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KSS-N에서 프랑스 원자로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다.
프랑스의 최신예 핵추진 잠수함 쉬프랑급(Suffren)은 KSS-III보다 선체 지름이 약간 더 크다. 핵잠수함의 물리적 크기를 좌우하는 선체 지름은 여기서 가장 중요한 관점이 된다. 어쨌든 선체 지름이 비슷한 KSS-III이기 때문에 쉬프랑급 원자로가 무리 없이 바로 설치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초기에 만들어진 루비급은 쉬프랑급보다 훨씬 작은 잠수함이지만, 핵추진이 물리적으로 큰 잠수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KSS-III는 재래식 잠수함치고는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 프랑스제 원자로는 현재 AIP에 사용되고 있는 선체 구역에 대체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배터리 숫자를 줄이는 작업과 더불어 전반적인 선체 크기를 조금만 늘려 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물론 추진 시스템의 정확한 배치와 추진체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 원자로를 기반으로 한 KSS-III 핵추진 잠수함을 상상하기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며 혹은 반대로 한국형 원자로에 프랑스가 도움을 주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프랑스가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를 도울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양국 모두에 의해 제기되어 왔다. AUKUS와 중국, 일본 같은 아시아 해군 잠수함 부대들의 엄청난 발전상은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보유에 대한 의지를 강화시켜줄 뿐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적인 잠수함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근본적인 측면에서부터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태계를 점진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준비된 나라만이 향유할 수 있는 존재이며 대한민국은 그 준비가 되어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지금까지 2021년 12월 15일 H.I 서튼이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KSS-N이 머지 않은 미래에 등장할 것이라고 Naval News에 게재했던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KKMD를 진행하면서 “경항모를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핵추진 잠수함은 진행시켜야 한다”는 시청자 의견들을 참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북한의 핵 공격능력을 막을 수 있는 궁극의 핵 억지 수단은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싣고 몇 달이라도 심해를 잠항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밀리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SLBM은 이제 개발을 끝냈지만 ‘핵추진’과 ‘핵탄두’는 아직 대한민국과 인연을 맺기에는 너무나도 먼 거리에 있는 존재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나마 ‘핵추진’ 잠수함이 ‘핵탄두’로 무장한 잠수함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H.I 서튼이 이 기사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이미 자체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적, 산업적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AUKUS 이후 국제정치학적 분위기 또한 KSS-N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죠. 하지만 저는 서두에서 ‘경항모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경항모보다 더 험난한 길을 가야 할지도 모르는 사업’이 핵추진 잠수함 프로그램이라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저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해군 사정에 밝은 익명의 군사 전문가는 핵추진 잠수함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들을 수용할 항구와 전용 부두 등의 기반 시설을 확보하는 일 또한 큰 난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운용유지비도 문제가 되지만 핵추진 잠수함을 수용하는 기반 시설 인근에 사는 주민들과의 충돌도 풀기 힘든 숙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죠.
생활의 터전을 바다에 두고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거대한 해군 군사기지가 들어서는 것도 마뜩잖을 텐데 핵추진 잠수함까지 들어온다면 반기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환경 파괴의 우려도 있을 테고 군사지역으로 제한되면 생활의 기반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핵추진’ 잠수함은 핵 물질을 사용하여 에너지를 얻는 무기체계입니다. 일반 전투함들이 사용하는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할 때도 주민들과 부딪치며 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는데 핵추진 잠수함을 수용하는 기반 시설을 건설한다고 하면 더 큰 분노와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해군의 역량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국가 차원에서의 강력한 의지와 추진 노력이 있어야만 해결될 어려운 문제라는 의미가 됩니다. 해당 전문가는 그래서 국가의 장기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가 바로 해군전력건설이라는 부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해외 외신 기사 링크 https://www.navalnews.com/naval-news/2021/12/south-koreas-first-nuclear-submarine-looks-closer/#prettyPhoto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KuYgNyvo87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