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300화 특집 영상을 통해 KF-21 보라매가 5.5세대 전투기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해 봤습니다.
뛰어난 스텔스 능력과 데이터 융합능력을 지닌 5세대 전투기에 6세대 전투기들의 특징으로 회자되고 있는 일부 기능들, 예를 들면 인공지능과 레이저 무기 혹은 유무인 복합기능 등이 적용된 전투기를 5.5세대 전투기라고 부를 수 있는데요.
KF-21이 5.5세대 전투기가 된다고 단언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럴만한 잠재력을 지닌 전투기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는 해외기사였고 KF-21의 장점뿐만 아니라 KF-21이 지닌 명확한 한계까지도 지적하고 있는 해외기사였기에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내용을 잘 정리해 놓은 기사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 날아보지도 않은 KF-21을 두고 5.5세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국뽕의 진수’라는 반응과 함께 ‘실망했다. 이래서는 KKMD에 무슨 제대로 된 국가전략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실망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저는 국가전략까지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럴 능력이 되지도 않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옳고 그름에 제가 관여할 자격도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결과로 자신이 알고 싶었던 답이 나올 뿐이겠죠.
지난 달 중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인도네시아에 6대의 T-50i 추가 수출계약을 맺었고 30일에는 태국과 2대의 T-50TH를 추가로 수출하는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이로써 T-50계열은 △태국 14대 △인도네시아 22대 △필리핀 12대 △이라크 24대 등 총 72대의 수출실적을 쌓게 되었죠. T-50계열의 100대 수출실적이 가시권 안에 들어온 셈입니다.
6대? 2대? 뭐 그 정도 가지고 호들갑이냐고 타박할 분도 있을 것 같아 말씀 드리자면 T-50의 강력한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탈리아 M-346의 경우 개발국인 이탈리아와 다른 국가를 포함해도 현재 운용되고 있는 숫자는 70여 대에 불과합니다.
그에 비해 KAI T-50 계열은 개발국인 대한민국을 포함하면 거의 200대 가까이 생산되었죠. 이는 규모의 경제에서 M-346이 T-50의 상대가 될 수 없으며 동시에 가격 경쟁력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는 사실로 연결됩니다. 즉, T-50 계열들이 “고성능이지만 훈련기로는 가격이 비싸다”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뜻이죠.
게다가 인도네시아와 태국 모두다 2년째 접어들고 있는 바이러스 사태 때문에 원래 계획보다 축소된 규모로 T-50을 다시 구매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방에 신경을 쓰기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규모를 축소할지언정 T-50 도입계획을 포기하지 않은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은 내년 5월 첫 비행이 예정되어 있는 KF-21 보라매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오늘 영상은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씩 짚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러시아의 수호이(Sukhoi)가 최근에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Su-75 체크메이트가 떠오르는데요.
아직 비행 테스트도 거치지 못한 KF-21이라며 성공을 장담하지 말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중에 이제 겨우 컨셉만 내놓은 체크메이트의 개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심의 시선도 보내지 않고 마치 이미 완성되어 KF-21을 위협하고 있는 듯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재정이 여의치 않은 러시아 정부가 Su-75 체크메이트에 투자할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러시아 공군이 전통적으로 Su-35같은 대형 쌍발 전투기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 Su-75 체크메이트에 자금을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곳은 러시아 정부가 아니라 바로 아랍에미리트 UAE라고 동아일보는 전하고 있는데요.
이 동아일보 기사를 읽어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7월 20일 모스크바 항공우주박람회(MAKS 2021)에서 전격 공개된 Su-75 체크메이트를 마치 실물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실물 크기 모형인 ‘목업’(mock up)일 뿐이라고 미국의 군사전문지 19fortyfive.com이 밝힌 적이 있죠.
Su-75 체크메이트는 컨셉만 제시된 설계도 위에서만 존재하는 페이퍼 전투기로그야말로 구상 단계에 있을 뿐인데도 마치 개발이 완료된 것처럼 동아일보는 서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잠깐 동아일보 8월 1일 기사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심지어 체크메이트를 생산한 수호이와 미그, 일류신 같은 메이커를 산하에 둔 러시아 통합항공기제작사(UAC)는 엄청난 적자를 안고 있다. UAC의 채무는 5300억 루블(약 8조3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여러 항공기 메이커를 인수 합병하는 과정에서 부채 덩어리 미그사를 끌어들인 것이 주된 원인. 경영난에 빠진 UAC가 신형 전투기 개발을 무사히 진행한 것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오일머니 덕이었다.』
제가 읽기에는 마치 체크메이트의 개발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참 애매하게 써놨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Su-75 체크메이트는 컨셉 단계에 있는 전투기일 뿐입니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있을지 예상이 안 된다는 뜻이죠.
가장 큰 변수는 Su-75 체크메이트를 개발국가인 러시아가 투자하지 않는다는 부분입니다. 즉, 러시아 공군이 Su-75 체크메이트를 운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는 뜻입니다.
다시 이야기를 대한민국의 검독수리 T-50으로 돌려보면 T-50이 200대 가까이 생산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대한민국 공군이었습니다.
“자국 공군이 운용하지 않는 전투기는 사지 않는 것이 좋다” 라는 것이 전투기 도입국가들의 불문율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어려워 가격 상승 요인이 높고 운용 및 유지 측면에서의 사후관리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국 공군이 운용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개량사업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T-50은 기본형인 고등훈련기 외에도 무장 운용이 가능한 전술입문 훈련기 TA-50과 경전투기 FA-50 등의 다양한 파생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파생형 기체들은 Su-75 체크메이트처럼 개념상으로만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라 실제로 각 나라 공군에 의해서 운용이 되고 있죠.
필리핀에 수출된 FA-50PH의 경우에는 실전에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까지 가졌습니다. 이라크에 수출된 T-50IQ의 경우도 미국에서 도입한 F-16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지 않은 관계로 F-16의 임무를 대신해 실전을 경험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T-50에서 파생된 경전투기인 FA-50의 경우 스나이퍼 타게팅 포드, 공중급유 기능뿐만 아니라 AGM-65 매버릭(Maverick) 공대지 미사일과 제이담(JDAM)과 같은 정밀유도무기까지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급 최강의 지상 공격 능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공군은 FA-50이 지닌 출중한 지상 공격 능력에 시너지 효과를 주기 위해 시계 외 공중전(BVR)이 가능한 중거리 공대공 교전능력 확보와 작전반경 확대를 위한 추가연료탱크의 부착 등이 구현되는 FA-50 Block 20 업그레이드를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습니다.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예산상의 어려움 때문에 우리 공군의 구체적인 행보가 눈에 띄지 않아 안타깝기는 하지만 FA-50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고 수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머지 않은 미래에 꼭 실현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국 공군과 해외 타 국가 공군들에 의해 다양하게 운용이 되면서 T-50 계열들이 지닌 강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그 때문에 다시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KF-21 보라매의 경우에도 이런 선순환이 똑같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T-50과 파생형인 FA-50이 동남아에서 얻어 놓은 신뢰가 큰 밑바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KF-21은 Su-75 체크메이트와는 달리 자국 공군에 의해 최소 120대 이상 도입될 예정이며 KF-16과 F-15K가 언젠가는 노후화 될 것이고 그 대체를 위해 생산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FA-50을 통해 얻은 신뢰에 자국 공군이 많은 숫자로 운용하는 기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는다면 FA-50이 일구어 낸 성공을 답습할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제가 300회 특집을 통해 KF-21의 5.5세대 진화 가능성과 우리 공군이 6세대 전투기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해 드렸지만 앞으로 상당 시간이 흘러도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지역 국가들에게 있어 5.5세대 혹은 6세대 전투기들이란 그야말로 “꿈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초고도 기술이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방산분야에 있어 선진국과 중/후진국과의 격차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벌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6세대 전투기 NGAD가 날아다니는 때가 와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아프리카 내전 등에서는 프롭 전투기 슈퍼 투카노가 활약을 펼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입니다.
이는 전면전보다는 국지전과 대 테러전이 보편화된 현대 전장의 특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며 더욱 더 다변화된 틈새 시장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FA-50과 KF-21의 시장을 좀 더 넓게, 멀리 보고 가성비를 위주로 하는 버전과 가성비보다 성능을 우선시하는 하이엔드급 버전 이렇게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여 개량에 개량을 거듭해 간다면 앞으로 10년 아니 20년 후라도 FA-50과 KF-21의 수출 소식을 KKMD를 통해 전달해 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튜브로 내용 보기 https://youtu.be/QgKZNEB36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