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길어지는 전쟁에 사람들의 생활터전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가고 무고한 생명들이 숱하게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총성이 사라지고 무너진 생활터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며 KKMD 396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푸틴이 자랑하던 Su-57 PAK FA나 T-14 아르마타 같은 최첨단 무기는 온데간데 없고 구식 무기들 위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러시아를 보면서 의아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저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미국의 군사 전문지 19fortyfive는 “러시아의 최신예 전차 T-14 아르마타는 왜 우크라이나에 나타나지 않았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3월 18일 게재했는데요.
미국의 재블린 및 영국의 엔로(NLAW)같은 대전차 미사일에 의해 수많은 장갑차와 전차들을 손실 당하고 있는 러시아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자랑해 마지않던 T-14 아르마타를 왜 배치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를 유추해 보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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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최신예 T-14 아르마타 주력전차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크라이나에 없는 것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
러시아군이 자랑해 마지않는 T-14 "아르마타(Armata)" 주력전차는 오랫동안 푸틴 정부에 의해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changer)로 선전되어 왔다. 2015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 기념일 퍼레이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이 주력전차의 진보된 능력들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T-14 아르마타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되지 않았다. 아마도 아르마타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이 우크라이나일 것이 틀림없는 데도 말이다.
T-14 아르마타(Armata), 어떤 전차인가?
아르마타 개발 프로그램은 2010년 러시아 국방부가 "Object(러시아 발음으로 오비옉트)-195" 즉, T-95 프로그램을 종료했을 때 시작되었다. T-95 프로그램은 '혁신적(revolutionary)'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하지만 '진화적(evolutionary)'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너무 앞서간 전차였다. 대신 등장한 신형 아르마타 전차는 소련 시대의 군사 하드웨어 설계에서 진일보한 큰 기술적 도약으로 여겨졌다. 아르마타 전차는 아예 밑바닥부터 옛 소련 혹은 현 러시아 전차 플랫폼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차체 모양부터 어찌 보면 서방 전차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길고 네모나게 생긴 포탑까지 아르마타의 생김새는 과거 소련식 설계에서 두드러지게 벗어나 있다. T-14는 또한 냉전시대 소련과 현대 러시아 주력전차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6개의 보기륜 대신 7개의 보기륜을 장착하고 있다.
또 다른 혁신적인 특징 중 하나는 무인 포탑으로 자동 장전 기능을 갖춘 동시에 원격으로 제어되는 125㎜ 활강포를 탑재하고 있다. 총 45발의 포탄을 장착할 수 있으며 레이저 유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 또한, 2A82 125㎜ 포는 2A83 152㎜ 포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부무장으로 코드(Kord) 12.7㎜ 기관총이나 PKTM 7.62㎜ 기관총을 장착한다.
T-14의 포탑 상부는 기상계측타워(meteorological mast), 위성 통신 장치, 러시아식 GPS인 글로나스(GLONASS), 데이터 링크 및 무선 통신 안테나를 수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T-14 아르마타의 방호력
아르마타는 또한 탑승하는 세 명의 승무원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첫째, T-14는 적의 공격에 대한 노출은 줄이고 승무원의 안전과 생존성은 높일 수 있도록 탐지가 어려운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둘째, 조종수와 포수 그리고 전차장은 차체 앞쪽의 장갑으로 둘러싸인 승무원실에 탑승하여 자동 장전장치와 전차 중앙에 위치한 탄약고로부터 보호받는다.
또한 승무원실 자체가 복합 재료로 만들어져 있으며 다층 장갑으로 보호되도록 설계되었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T-14의 장갑은 현재 존재하는 거의 모든 포탄의 직격탄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전차 전방부도 대전차 유도탄, 로켓, RPG 같은 대전차 포탄을 요격할 수 있는 능동 방어시스템이 장착될 수 있도록 개발됐다.
그 결과 T-14는 STANAG 4569 레벨 5 수준의 방호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전차의 전반부는 반응성 장갑을 활용하도록 개발되었고 반면 후반부에는 RPG와 같은 대전차 무기로부터 추가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철망식 장갑(bar armor)이 장착되었다.
기갑 차량에서 승무원들의 편의성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지만, T-14는 내부 화장실이 설계되었기 때문에 승무원들이 급한 볼일을 해결하기 위해 전차 밖으로 나갈 필요가 사라졌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그럼, 냄새와 소리는 어쩌란 말인가?”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전장에서 그까지 것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요. 역주)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선 보이지 않는 T-14
단순히 생각해 봤을 때, T-14가 우크라이나에 없는 가장 그럴듯한 이유는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아르마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T-14 아르마타 제작업체인 우랄바곤자보트(Uralvagonzavod)는 앞서 최초의 T-14 아르마타 전차들이 2018년이면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2019년 우랄바곤자보트는 T-14 아르마타의 초도 분량 9대가 2019년이면 등장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2019년도 지나간 상황에서 이 회사 대표는 20대의 T-14가 테스트 되고 있으며 2021년 말까지 80대의 T-14가 준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2021년 T-14 아르마타가 2022년부터 양산과정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러시아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이 새로운 최첨단 주력전차는 제아무리 빨리 서둘러도 2023년은 지나야 준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러시아가 T-14를 사용할까?
T-14 아르마타가 우크라이나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알기 쉬운 이유가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T-14 아르마타의 숫자가 너무 적어 효율적인 운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구식 전차들보다 더 빠르고 더 강력한 전투력을 지닌 T-14 아르마타이지만 몇 대 되지 않는 T-14를 실전에 배치할 이유가 없다. 이 최첨단 무기를 그들이 보유한 나머지 구식 전차들과 함께 배치한다면 오히려 T-14의 발목을 잡아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려해봐야 할 또 다른 사안은 현재 러시아 입장에서는 단 한대의 T-14 아르마타도 잃어서는 안될 만큼 (정치적,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이렇게나 격렬하고 효과적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듯 하다. 그래서 러시아 정부에게는 반짝거리며 빛나는 그들의 새로운 장난감을 소위 푸틴이 말하는 “특별 군사 작전(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했다가 부서질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T-14를 우크라이나에 투입하지 않았던 것은 러시아 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행운이었을 수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T-14 대당 가격은 대략 370만 달러, 한화 40억 정도인데 반해 미국이 만든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은 T-14 가격의 1/2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는 재블린의 가격은 대략 17만 5,000 달러로 한화 2억 1천만 원 정도이다.
(T-14 아르마타의 가격이 40억대인 것은 루블화의 가치가 낮았던 것도 큰 원인이었는데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제재로 루블화의 가치가 더 낮아졌으니 아르마타의 가격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방 경제제재로 러시아 산업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으며 러시아가 생산하는 군사 하드웨어에도 현재 러시아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서방에서 만든 초정밀 부품들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서방의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이러한 부품을 손에 넣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소리죠. 그나마 아쉬운 대로 중국제 부품을 쓰는 방법도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역주)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 기갑부대를 상대로 미국산 FGM-148 재블린과 영국이 만든 대전차 미사일 엔로(NLAW)를 사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재블린과 엔로의 효용성이 널리 입증되고 있다.
치명적인 경제제재로 인해 이미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재정적 손실은 우크라이나에게 가해진 물리적 피해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러시아는 이 전쟁을 반드시 이겨야만 하지만 설사 이긴다고 하더라도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얻은 상처뿐인 승리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T-14를 우크라이나에 배치하는 것은 금전적으로도 감수할 가치가 없는 위험일 뿐만 아니라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비밀의 전차로 불리고 있는 T-14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피해야 할 위험에 불과할 것이다.
시리아에서 T-14 아르마타 한 대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을 때 서방 언론들은 이를 보도하기 위해 벌떼같이 달려들었던 적이 있었다. T-14 아르마타를 우크라이나에 배치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는 T-14를 서방세계가 두려워해야 할 잠재력을 지닌 강력한 무기이자 미스터리로 남겨 둘 수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 군이 T-14 아르마타를 한두 대라도 파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파급력 강한 사진 작품이 만들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크렘린궁에 살고 있는 독재자는 어쩌면 단순히 그런 일이 일어나는 꼴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T-14를 우크라이나로 보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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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3월 18일 미국의 군사 전문지 19fortyfive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기사를 읽으며 필자가 이야기한 대로 실제 T-14 아르마타가 우크라이나에 배치되었다면 많은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평소 러시아가 자랑해왔던 첨단 무기나 정밀 타격 무기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거나 높은 불량률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적 통제와는 거리가 먼 권위주의적인 정부 아래에 있는 군대의 전투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손상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강력한 1인 리더십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들의 의사결정이 빠르고 효율적인 것 같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판과 자정 기능이 상실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 결정자가 ‘자기만의 성(城)’에 갇혀 귀를 막아버리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는 것이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보면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역설했던 영국 정치가 존 달버그 액튼(John Dalberg-Acton)의 격언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권과 군(軍) 수뇌부 역시 『비판과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느꼈고요. 어쩌면 눈에 불을 켜고 국방정책과 무기체계 개발을 지켜보고 비판하고 있는 대한민국 밀리터리 매니아들 덕분에 대한민국 군(軍)은 항상 더 긴장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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