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역사상 최고의 어진 임금으로 손꼽히는 세종대왕이 동시에 조선 최고의 밀리터리 덕후(?)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습니다.
역사가이자 역사칼럼니스트이며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를 겸임 중인 백승종 교수가 2020년 12월에 게재한 칼럼을 읽어보면 세종대왕이 뛰어난 화력과 기동성을 지닌 신무기로 무장된 이른바 ‘기계화 부대’를 양성하여 호시탐탐 침략의 기회를 엿보는 북쪽 여진족과 남쪽 왜구들을 격퇴하려 했다는 내용을 접할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사용했던 화약 비축 분의 대부분을 세종과 문종 시대에 마련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세종대왕은 강력한 위력을 지닌 화포 무기야말로 국방의 열쇠라 생각했고 큰 아들인 문종 역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화약을 비축하고 화포 무기 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조선에는 화포 무기에 대한 원천기술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화포 개발은 큰 장애물을 만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명나라로부터 화포 수입 및 화포 기술 이전 요청도 고려했지만 나중에 명나라가 이를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을 염려해 자체 개발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세종대왕은 우수한 품질의 화약과 각종 신무기들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태평성대의 문을 열었죠.
세종대왕의 다사다난했던 화포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KF-21 보라매를 떠올렸다고 말씀 드리면 ‘오버하지 말라’고 핀잔주실지도 모르겠지만 4대 핵심기술을 이전 받지 못하고서도 자주국방을 이룩하겠다는 염원 하나로 무모하다는 반대를 물리치며 여기까지 달려온 KF-21의 개발 과정은 세종대왕 시대와 분명 닮은 모습이 있습니다. 당시 국내 유명 군사전문가 여러 명도 KF-21 보라매 사업이 “일부 특정 업체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 될 수 있으니 그 돈으로 차라리 확실한 성능을 지닌 미국 전투기를 도입해야 한다”고 반대했으며 해외 군사전문가들의 시선도 대부분 회의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F-21 보라매는 보란 듯이 미리 계획했던 일정대로 하늘을 날았고 세계 최고의 항공선진국 미국의 군사 전문지에서 KF-21은 한국인들이 이루어낸 ‘기술적 쾌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KF-21은 F-35같은 5세대 전투기에 미치지 못하는 4.5세대 성능을 지닌 전투기이며 개발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습니다. 가야 할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는 뜻이지만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백승종 교수는 칼럼에서 ‘만약 세종이 세운 무기개발의 전통이 계속 이어졌더라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수치와 굴욕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근대와 현대를 통해 일본의 식민지라는 치욕적인 역사와 동족 상잔의 비극적인 역사까지 겪은 대한민국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혼자 해 봤습니다.
그럼 2022년 7월 22일 미국의 군사 전문지 19fortyfive가 게재한 기사 “Can’t Afford The F-35? Meet The KF-21 ‘Boramae’ Fighter (F-35를 구매할 돈이 없으신가요? KF-21 보라매를 만나 보세요)”를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사 번역 뒤에는 간단히 제 생각을 말씀 드리고 포스팅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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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만든 4.5세대 전투기 KF-21은 단순히 북한을 저지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해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지난 7월 자체적으로 개발한 KF-21 "보라매" 전투기의 초도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여 방어 능력을 강화시킬 방법을 찾고 있던 가운데 대한민국은 KF-21이 초도 비행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KF-21 보라매 초도 비행 성공 스토리가 지니고 있는 보다 중요한 의미는 이 첨단 4.5세대 전투기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방위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냐는 데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대한민국 공군의 노후화된 F-4와 F-5 전투기를 교체하기 위해 시작한 66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하고 있는 KF-21은 미국의 거대 방산기업 록히드 마틴이 만든 F-35 라이트닝 II의 "보다 저렴한" 대안으로 홍보되고 있는 중이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차세대 첨단 전투기 KF-21이 초도 비행에 멋지게 성공했다는 소식은 대한민국이 스스로의 방위산업 역량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국제 분석 회사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에서 국방분야 분석을 맡고 있는 소라프 바닉(Sourabh Banik)은 설명했다.
"대한민국이 지니고 있는 뛰어난 기술적 저력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KF-21을 설계하는 단계에서 초도 비행을 성공시키는 단계까지를 놀랍도록 빠른 페이스로 진행시켰다는 점에서 훨씬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바닉은 덧붙였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중국 다음 두 번째로 자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번 비행 테스트는 KF-21 개발 프로그램에 필요한 비용의 20%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 고도로 발전된 전투기를 미래의 자국 전술 비행단에 도입하고자 하는 인도네시아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계획은 KF-21 블록 1 40대를 1차 양산하여 공대공 무장으로 딜 디펜스의 IRIS-T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미티어(Meteor)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공대지 무장으로는 합동 직격탄 제이담(JDAM)과 레이저 유도장치가 추가된 엘제이담(LJDAM) 그리고 대한민국이 개발한 KGGB 유도 폭탄을 통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KF-21 블록 1은 초도작전능력(IOC) 획득을 위해 완벽한 공대공 전투 능력과 제한된 공대지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완전한 공대지 공격 능력을 제공하는 블록 2 버전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은 2028년부터 블록 2 파생형을 80대 인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때부터 KF-21 보라매는 완전운용능력(FOC)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의 바닉은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와 함께 이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비용의 80%를 지원했기 때문에 다른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수의 KF-21이 대한민국 공군 내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가 작성한 '군용 고정익 항공기 시장규모와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2년부터 2032년 사이 다양한 카테고리의 군용 고정익 항공기를 인수하기 위해 175억 달러, 현재 환율로 22조 9천 억에 달하는 자금을 누적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중에서도 전투기 구매에 이 지출 자금의 82% 정도가 쓰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가 전투기 조달을 위해 이렇게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이유 대부분은 북쪽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 국가로부터의 예기치 못한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전쟁 억지력'을 갖추는데 있다. 최종 단계인 블록 3에서 KF-21 보라매를 스텔스 전투기로 완성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는 많은 비용도 훗날 대한민국이 비슷한 능력을 지닌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하고 싶어하는 우호국들에 KF-21을 판매할 때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라고 설명하며 바닉은 말을 이어 나갔다.
"대한민국 공군은 이미 5세대 전투기인 록히드 마틴의 F-35를 운용하고 있으며 여기서 얻은 경험은 (훗날 5세대 전투기로 개량된) KF-21 (블록 3가) 도입되더라도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보입니다."
KF-21이 비록 매우 진보된 전투기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록히드 마틴의 F-35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주 날개 아래 6개의 하드 포인트와 동체 아래 4개의 반매립형 하드포인트 등 외부에 무장을 탑재하고 있는 KF-21은 내부 무장창을 사용하는 F-35보다 스텔스 능력이 확연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내부에서는 KF-21 블록 3 파생형을 개발하자는 논의가 항상 제기되어 왔다. KF-21 블록 3는 5세대 전투기의 표준적 사양을 갖추게 되는데 우수한 스텔스 성능 및 합동 작전 능력뿐만 아니라 넉넉한 용량의 내부 무장창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진 동체 같은 내용들이 현재 검토되고 있는 중이다.
KF-21 블록 3는 또한 5세대 전투기나 그에 근접한 능력을 지닌 전투기를 운용하고 싶어하지만 그럴만한 재정적 여력이 되지 않아 꿈만 꿔야 하는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에게 F-35를 대신할 수 있는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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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7월 22일 미국의 군사 전문지 19fortyfive의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FA-50과 KF-21 두 국산 전투기로 구성된 해외 공군의 출현을 보는 것이 마냥 상상만은 아니게 될 것 같습니다.
필리핀 관영매체 PNA는 8월 16일 필리핀 공군(PAF)이 추진하고 있는 다목적 전투기(MRF) 도입사업 후보로 KF-21 보라매를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빨라도 2028년 이후가 되어야 도입할 수 있는 KF-21을 필리핀 공군의 다목적 전투기 사업 후보로 언급한 것에 대해 의아함이 생길 수도 있지만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필리핀 공군은 아직 다목적 전투기 도입을 위한 필요 최저 예산조차 할당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KF-21 보라매가 완성될 때까지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나온 언급이겠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공군력 공백을 조금이라도 메워야 할 필요가 있는 필리핀 공군은 본격적인 제공 임무를 맡아줄 다목적 전투기(MRF)를 도입하기 이전에 FA-50 블록 20를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필리핀 공군은 로우 엔드급 전투기로 FA-50 블록 20를, 미들 하이급 전투기로 KF-21 보라매를 도입하여 전력을 구성할 계획을 짜고 있는 것입니다.
필리핀의 군사 매체 Max Defense에 올라와 있는 필리핀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미국 F-16V와 스웨덴 그리펜 C/D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의견들도 보이지만 FA-50 블록 20가 현재 필리핀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의견들도 예전보다 훨씬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록히드마틴 그린빌 공장에서 생산되는 F-16V의 경우 한달 생산량이 4대입니다. 1년 생산량이라고 해도 48대에 불과하다는 뜻이죠. F-16V의 대당 가격도 8천만 달러이고 시간당 운용유지비도 2,600만원 이상이어서 KF-21 보라매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지도 않습니다. 스웨덴 그리펜 구형 C/D 버전도 도입비가 만만치 않은데다 신규 생산 없이 중고 기체만 판매되고 있어 부품 수급이 어렵고 자연스레 유지보수 비용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2,000만원대로 예상되는 쌍발엔진 전투기 KF-21의 시간당 운용유지비와 500만원이 넘지 않는 단발엔진 전투기 FA-50의 시간당 운용유지비에서도 FA-50 블록 20와 KF-21은 서로의 시장을 잠식하는 존재가 아니라 상호 보완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잘 드러납니다. 필리핀의 경제력을 감안해본다면 도입비뿐만 아니라 운용유지비도 큰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고 필리핀 네티즌들 역시 FA-50과 KF-21 사이의 명백한 가격 및 성능 차이를 잘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댓글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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