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네우스 노박(Ireneusz Nowak) 폴란드 공군 준장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보자면 폴란드 공군 제2전술비행단의 지휘관이자 2020년 도입이 확정된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를 조종할 수 있도록 미국에서 훈련 받은 파일럿들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폴란드 공군 파일럿들 중에서도 엘리트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커리어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죠.
노박 준장이 1년 반 전인 2021년 3월 폴스카 즈브로이나와 인터뷰했던 내용을 살펴 보면 M-346으로 훈련한 파일럿들 중에서 최고를 뽑아 F-16으로 전환훈련을 실시한 다음 F-35에 탑승시킨다는 폴란드 공군의 계획을 알 수 있습니다. 노박 준장은 이 당시만 해도 미국 보잉의 T-7A 레드호크를 M-346을 대신할 폴란드 공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로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었는데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고 말았습니다. 이제 이레네우스 노박(Ireneusz Nowak) 폴란드 공군 준장은 누구보다도 강력한 목소리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만든 FA-50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가 되었고 2022년 8월 26일 폴란드의 군사전문매체 폴스카 즈브로이나와 실시한 긴 인터뷰를 통해 왜 폴란드가 FA-50을 필요로 하는지, FA-50의 전술적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리고 향후 FA-50 블록 20 사양으로 등장할 FA-50PL이 어떻게 개량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길어서 1, 2부로 나누어 번역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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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분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투 중인 지상군을 지원하려면 반드시 공중 플랫폼이 있어야만 한다. 이 때 한 시간 운용에 3만 달러, 현재 환율로 4천만 원이라는 비용이 들어가는 F-35로 적의 주력전차를 파괴해야만 할까? KAI FA-50은 그런 임무를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수행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공군 위원회 수장이자 공군 감찰관보를 맡고 있는 이레네우스 노박(Ireneusz Nowak) 폴란드 공준 준장은 설명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FA-50을 구매할 것이라는 폴란드 정부 발표 이후 언론과 소셜 네트워크에서 어떤 반응들을 보이고 있는지 혹시 알고 있는가?
이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토론을 보면서 마치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20년 전, 미국으로부터 F-16을 구매했을 때에도 폴란드 각계각층의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맹렬한 비판을 받았었는지를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F-16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끊임없이 반복생산하곤 했다. 예를 들면 폴란드가 미국으로부터 구매하는 F-16은 미국이 아리조나 사막에 폐기해 놓은 폐품에 가까운 고물이라는 내용 등이었다.
2008년 생산된 이후 단지 20시간만 비행한 신형 F-16을 타고 미로슬라비에츠(Miroslawiec)로 비행 임무를 수행하러 간 적이 있었다. 이때 미로슬라비에츠 주민 한 명이 다가와 내가 탔던 F-16을 가리키며 이게 미국 사막에서 가져온 바로 그 ‘쓰레기’냐고 물었다. 물론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며 공장에서 막 만들어져 나온 신형 기체라고 설명했지만 그 주민은 오히려 “거짓말하지 마라. 미국과 폴란드 정부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다는 걸 다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다른 항공 업체들이 로비 활동과 허위정보 활동 등을 통해 FA-50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FA-50을 구매한 것은 너무나도 놀라운 사건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폴란드는 군사용 하드웨어를 구매함에 있어 극동보다는 서방에 더 큰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 아닌가?
가끔은 상식의 틀을 벗어나 주위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폴란드 공군은 매우 진지하고 심각한 이유로 대한민국으로부터 FA-50을 구매한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
FA-50 1차 인도분 12대가 내년이면 폴란드에 도착한다. 대한민국은 자국 공군을 위해 예약되어있던 FA-50 생산분을 폴란드를 위해 양보하는데 동의했다. 이렇게 생산되는 첫 12대의 FA-50은 대한민국 공군 사양으로 제작되어 납품되지만 나머지 36대의 FA-50은 폴란드 공군이 요구한 사양으로 제작될 것이다.
마지막 48번째 기체까지 인도가 끝나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대한민국 공군 사양으로 인도했던 처음 12대도 당연히 FA-50PL 사양으로 개량해주기로 약속되어 있다. 그때까지 FA-50 1차 인도분 12대는 MiG-29와 Su-22의 퇴역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전력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FA-50의 도입으로 폴란드 공군 제1전술비행단은 새로운 세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MiG 전투기들은 어떻게 되는가?
아직 수명 주기가 많이 남은 기체들은 말보크(Malbork)에서 전투임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수명 주기가 얼마 남지 않은 기체들은 어떻게 되나? 우크라이나로 보내지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
그럼 다시 FA-50으로 되돌아가보자. 우리가 FA-50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늘날 공중 작전영역(air domain)은 세 단계로 구분되는데 이는 적의 방공 시스템 구성방식이 일괄적이지 않기 때문이며 각 단계에 맞춘 임무 수행능력이 별도로 요구된다. 따라서 공중 작전영역의 서로 다른 단계에서 운용되는 항공 플랫폼들은 서로 다른 작전 능력을 보여주게 된다.
3단계 공중 작전영역 중 가장 높은 최상부 층은 약 4만 피트, 12~13㎞ 이상 고도에 존재하며 공중우세전투기(Air Superiority Fighter)에게 맡겨져 있는 영역이다. 공중우세전투기들은 빠른 속도로 높은 고도를 비행하며 가능한 한 먼 거리에서 적과 싸우도록 설계된 기체들이다. 미국의 F-15와 F-22, 러시아의 MiG-31, 유럽의 유로파이터 등이 이런 전투기에 속한다. 5세대 전투기가 등장한 이후 최상부 층의 개념이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중요한 것은 폴란드가 구매한 F-35가 상부층과 중간층 사이에서 운용된다는 사실이며 F-35가 운용되는 공중 작전영역은 2만 피트(6㎞)에서 4만 피트(12㎞)까지 다양하다. F-16, F-18, MQ-9 무인 전투기가 활약하는 공중 작전영역이기도 하며 상대적으로 많은 종류의 전투기가 활약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지상에서 2만 피트(6㎞) 높이에서 형성되는 공중 작전영역의 마지막 단계 하부층이 있으며 여기서 지상군을 지원하는 임무가 수행된다.
좋다. 그럼 실제 전쟁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상황은 어떻게 펼쳐질까?
전쟁은 항상 공중 작전영역에서부터 시작된다.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는 F-35같은 공중우세기가 가장 먼저 전장에 투입된다. 공중우세기는 적의 전투기와 폭격기 그리고 대공 방어 시스템들을 무력화시키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분쟁 첫 날에 제공권 장악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고 어쩌면 최대 며칠이 걸릴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참작해 본다면, 많은 병력과 장비의 보유가 반드시 전쟁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경우) 정교한 공격은 보기 힘들며 오히려 운동 에너지를 이용한 공격으로 군부대와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민간인 시설들을 정밀 타격 무기가 아닌 화력 체계로 집중 공격하여 위협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FA-50의 위력이 발휘되는 장면이 나온다. FA-50은 근접항공지원(CAS) 임무와 타격조정및정찰(SCAR)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지상 목표물을 독자적으로 수색하여 제거하는 임무나 적 지상군의 보급로를 끊고 기동을 방해하는 동시에 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공중차단(Air Interdiction)임무 등을 수행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임무들은 F-16에 의해서도 수행되어 왔었다. 그렇다면 F-16을 더 많이 구매하면 될 일이 아닌가?
전투기를 구매하는 과정은 자동차를 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과정이며 몇 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에 반해 우리는 FA-50을 즉시 손에 넣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임무들을 완벽하게 수행해 낼 수 있는 전술 도구이기도 하다. 물론 기자가 지적한 대로 F-16으로 근접항공지원(CAS) 임무를 소화해 낼 수 있지만, FA-50을 사용하는 것보다 3배 이상으로 많은 비용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시간당 운용유지비가 3만 달러, 현재 환율로 4천만 원이 넘는 F-35도 CAS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기계화 보병소대 하나를 타격하기 위해 엄청난 운용유지비가 들어가는 스텔스 전투기 F-35를 운용하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못하다. 시간당 운용유지비 500만원대인 FA-50 한 대면 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데 말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지만 전시가 아닌 평화 시 FA-50은 어떤 임무를 수행할 수 있나?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폴란드 육군이 양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재 4개 사단이 곧 6개 사단으로 확대 편성될 예정인데 이미 지상군이 훈련하는 동안 항공 지원을 해달라는 육군의 요청 일부를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6개 지상군 사단이 창출해 낼 공지 합동 훈련에 대한 수요를 상상해 보면 지원해줄 항공 전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폴란드의 군사적 야망 수준이다. 오늘날 폴란드는 안보 환경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중유럽과 동유럽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이웃 나토(NATO) 회원국들은 폴란드를 향해 자신들의 나라에 공중 안보 확보 능력을 투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폴란드에게 발트 해 항공경찰 임무를 맡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한 예로 지적할 수 있다.
다음 PMC 오를릭(Orlik) 임무 수행 기간은 그 어느 때보다 길어지겠지만, 폴란드 F-16 전술기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하고 있다. 폴란드 영공을 지키는 전투 임무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F-16의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존재가 FA-50이다. FA-50은 한계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는 폴란드 F-16의 임무 수행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FA-50으로 비행대대가 구성되는 것인가? 크제신(Krzesin)에 있는 제6전술항공전대처럼 말이다.
양자는 컨셉이 다르다. 최초 12대의 FA-50 전투기는 소위 Operational Conversion Unit (이하 OCU)라고 불리는 실전기 전환훈련부대의 구성 요소가 될 예정인데,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전방 전술기 부대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술과 기술 그리고 절차를 표준화하고 그에 따라 조종사들을 훈련시켜 전방 작전 부대로 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FA-50 덕분에 전방 전술기 부대들은 신규 파일럿들을 추가로 훈련시켜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대한민국으로부터 받은 첫 12대의 전투기를 평화시에 활용하는 방법이며 FA-50 실전기 전환훈련 부대는 제23전술비행기지가 위치한 민스크 마조비에츠키에 배치될 계획이다. 현재 MiG-29를 조종하고 있는 파일럿들이 FA-50 파일럿으로 전환될 예정이며 이들은 2022년 11월부터 한국 국내에서 훈련 받게 된다.
이스라엘 군도 그와 비슷한 실전기 전환훈련부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떤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영국 공군도 비슷한 성격의 제100 비행대대를 보유하고 있다. 어쨌든 폴란드가 나토(NATO)에 가입했을 당시 서방 공군의 기준들과 표준들을 처음으로 접한 폴란드 공군을 위해 영국이 파일럿들을 파견해 주었는데 이 분야 전문가였던 영국 파일럿들은 OPHT(Operational Procedures Harmonization Team)프로그램에 따라 나토(NATO)가 어떻게 공중 임무를 수행하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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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8월 26일 폴란드 군사전문매체 Polska Zbrojna (폴스카 즈브로이나)가 게재한 이레네우스 노박(Ireneusz Nowak) 폴란드 공군 준장과의 인터뷰 전반부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FA-50이 대한민국 공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며 왜 우리 공군이 FA-50의 개량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지 항상 궁금증을 지니고 있었는데요. 오늘 이레네우스 노박(Ireneusz Nowak) 폴란드 공군 준장의 인터뷰는 제 궁금증에 대한 많은 답을 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공군은 F-35와 F-15라는 걸출한 공중우세기를 보유하여 상부층을 장악할 수 있고 중간층에서 사용할 수 있는 KF-16이라는 뛰어난 다목적 전투기를 160대 이상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상에서 고도 2만 피트(6㎞) 구간인 하부층에서 사용되는 공격기 FA-50을 굳이 업그레이드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는 FA-50 블록 20가 등장한다면 KF-16을 대신해야 할 KF-21의 도입 대수에 약간이라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F-35A 도입과 F-15K, KF-16 업그레이드에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치 않아서 우선 순위에서 FA-50은 한참 뒤로 밀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도 F-4 팬텀이 엔진 고장으로 추락했고 잊을만하면 F-5 전투기 추락 사고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KF-16도 F-16V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지만 30년 이상 더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KF-16 이후 공중 작전영역 중간층과 하부층을 동시에 담당해 줄 수 있는 기체 선정에 대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KF-21로 중간층과 하부층까지 맡기자는 의견도 있지만 노박 장군이 지적했듯 폴란드 공군이 운용중인 F-16 C/D의 운용유지비도 FA-50의 3배 이상입니다. F-16 C/D보다 훨씬 더 높은 능력을 지닌 기체이며 쌍발엔진을 탑재한 KF-21의 운용유지비 역시 FA-50의 3배 아니 어쩌면 4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KF-21에게 현재 FA-50의 임무까지 맡긴다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대한민국 공군도 전술기 숫자를 420대로 제한하지 않고 더 늘리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FA-50이 폴란드 등으로 대량 수출되면서 블록 20로의 업그레이드 여건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더 상세한 내용은 2부 포스팅을 통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I4rs_utvG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