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좋아하는 아내와 제2차 세계대전 사(史)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들 덕분에 전쟁 관련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방TV 프로그램 『토크멘터리 전쟁史』나 KBS 다큐멘터리가 가족들이 자주 시청하는 방송이 되었고요.
보름 전이었을까요? 아들 녀석이 2010년 6월 6일에 방송되었던 KBS 명작 다큐멘터리 『한국전쟁 10부작』을 유튜브에서 찾아냈고 마침 방학 기간이었던 터라 식사 시간 가족과 함께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혹시 아직 시청할 기회를 가져보지 못했던 분들이 계시다면 ‘강추’하고 싶은 다큐멘터리입니다. CNN Philippines이 게재한 기사를 번역한 KKMD 영상을 시청하시기 전이나 후에 KBS의 『한국전쟁 10부작』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강력하게 추천해 드리고 싶고요.
영화를 봐도 비극적이거나 슬픈 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는 되도록 피하는 제 성격상 한국전쟁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였던 대한민국의 의지는 온데간데 없고 서구 열강들의 이해 관계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이리저리 떠밀려 내려가는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부모님 세대들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 너무나도 마음 아팠기 때문입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쳐 1950년 한국전쟁까지 겪으며 힘 없는 나라, 힘 없는 국민이 얼마나 서러운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통감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마음에 ‘자주국방’의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2022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으로 세계에 비추어지고 있을까요? 조금 시간적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2022년 11월 26일 CNN Philippines가 게재한 기사에 그 해답의 일부가 있습니다. 기사 발견 당시 번역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다른 기사 번역 때문에 정신을 뺏겨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한번에 번역하기에는 기사 분량이 많아서 2번으로 나누어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기사의 2/3 정도를 번역할 예정이오니 미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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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멀게 만드는 눈부신 섬광과 뼛속까지 뒤흔드는 격렬한 진동을 동반하며 등장한 K9썬더 자주포가 방금 공격 헬기에서 발사된 로켓탄에 쑥대밭이 된 언덕에 다시 한번 빗발 같은 포탄들을 작렬시킨다. 이후 등장한 K2흑표 주력전차들 역시 굉음을 내며 주포 사격과 동시에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은 북한과의 접경 지역에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포천 사격장에서 4일간 열린 대한민국 방산 엑스포, DX Korea의 한 장면이다.
24개국 이상에서 날아온 군 관계자들이 포함된 2,000여 명의 군중들에게 선보인 이 화려한 시범 행사는 대한민국이 해외 국가들에게 무기를 판매하는 방법 중 한가지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더 많은 무기들을 수출하고 싶어하는데 현재 추세로 미루어본다면 대한민국의 무기 수출 순위는 지금보다 껑충 뛰어오른 세계 4위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에 진입함으로써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전략적 산업화를 달성할 것이며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방산 강국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세계 4위권 방산 수출국으로의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영국, 이탈리아, 독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7년에서 2021년 기간 동안 해외 수출 시장의 4.6%를 차지한 중국보다 더 많은 방산 제품들을 판매할 수 있어야만 한다.
결코 달성하기 쉬운 목표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대한민국이 세계 방산시장에서 점유하고 있던 몫은 불과 1%에 불과했지만 이후 5년 동안 대한민국의 점유율은 2.8%까지 상승했다. 수출 물량을 무려 두 배 이상 증가시켰는데 이는 세계 상위 25개 무기 수출국들 중 가장 큰 폭의 수출 증가율이었으며 단연 눈에 띄는 성적이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1년에 대한민국은 70억 달러, 현재 환율로 8조 6천억 원어치의 무기를 해외로 수출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체들은 앞으로 세계 방산시장에서 더 많은 몫을 차지하게 해 줄 많은 다른 무기 체계들도 보유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
비록 대한민국의 무기 수출이 최근 몇 년간 급속하게 증가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동안 호시탐탐 북쪽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기회만 노리고 있는 북한 때문에 대한민국은 긴장의 끈을 놓을 틈이 없었고 그 결과 수십 년 동안 자체적인 방위산업 역량 강화에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하게 되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국방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2.8%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동맹국들 상당수에 의해 최소 국방비로 간주되는 경계선인 GDP 대비 2%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은 우리에게 반드시 우수한 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해야 되겠다는 근거와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전인범 중장은 말한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1953년에 남북간 전투를 중단시킨 문서가 평화 조약이 아닌 휴전 협정이었기 때문에 1950년 시작된 한국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후 처음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은 자국의 방위를 미군과 미국산 무기에 심각할 정도로 의존해 왔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과 소련과의 냉전으로 미국의 관심이 대한민국으로부터 멀어진 1970년대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미국으로부터 공여 받은 군사 원조금의 일부인 4,200만 달러를 M-16 소총을 생산하기 위해 국내 공장들에 투자했고 이때부터 자주국방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을 지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4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책 연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의 감독을 받던 대한민국 연구원들은 1970년대가 끝나기 전에 이미 모든 종류의 기본 무기를 국산화시키는데 성공했다.
그칠 줄 모르는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대한민국은 주력전차, 자주포 등 기갑 장비들과 다른 현대적 군사 장비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방위세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체들이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는 무기 시스템들의 토대가 이때 마련되었다.
(방위세에 관한 관련 자료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 찾아보면 1975년 7월부터 <방위세법>이 제정, 공포되었고 1990년 12월 31일까지 시행되었던 제도라고 나와 있습니다. 방위세가 전체 국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7년 3,416억 원으로 11.4%이었고 1987년 말에는 약 2조 3,196억 원으로 13%까지 늘어났습니다. 원래 1980년까지 시행되는 한시법으로 제정되었지만 1990년 12월까지 부과된 세금입니다. 현재 이스라엘, 대만, 스위스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주)
K-방산과 우크라이나
실탄 화력시범 행사가 끝나고 언덕으로 돌아온 미래의 K-방산 고객들은 대한민국 측 대표들의 열띤 홍보에 귀를 기울였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DX-Korea에 참여한 해외 대표단들 중에는 멕시코, 태국, 나이지리아 그리고 필리핀처럼 먼 곳에서 도착한 대표단도 있었다. 인도 고위 장성들 중 한 명은 전시된 무기의 사정거리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고 카타르에서 온 장교들은 K2흑표 주력전차를 지척에 두고 세밀히 관찰하기도 했다.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DX-Korea에 참여한 잠재 고객들 중 우크라이나 출신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DX-Korea에 우크라이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달 CNN에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체로부터 10만 발의 포탄을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포탄들은 미국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우크라이나로 전달되겠지만 일단 미국으로 판매된 포탄들이기 때문에 전쟁으로 피폐해진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살상 무기를 원조하지 않겠다는 대한민국 정부의 공개적인 약속도 지킬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월 스트리트 저널(WSJ)에 포탄 구매 계획이 최초 공개된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선적하는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꾼 적이 없다며 포탄의 최종 사용자는 미국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월말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무기와 탄약"을 보내기로 결정했으며 결국 한국과 러시아 사이의 좋았던 관계를 망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난했던 적이 있다. 하루 뒤, 대한민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하는 성명을 냈다.
대한민국의 대외 무역법을 집행하는 대통령령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수출품은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으며 "국제 평화, 안전 유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또한 2014년에 비준된 유엔(UN) 무기거래조약의 서명국이기도 하다. 무기거래조약은 어떤 나라가 무기를 얻고 어떤 조건에서 이러한 무기들이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긴밀한 통제를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국제조약이다. 우크라이나는 무기거래조약에 서명하기는 하지만 아직 비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계획하고 있는 포탄 이전 계약이 우크라이나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계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사례는 아니다. 9월에 대한민국은 폴란드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무기 판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대한민국은 거의 1,000대에 달하는 현대로템 K2 주력전차와 600여 문의 한화 K9 자주포 그리고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만든 FA-50 전투기 48대를 폴란드에 공급하게 된다.
폴란드는 대한민국과의 거래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보낸 수많은 무기들을 대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인범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중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폴란드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무기가 필요했고 우리가 제공했던 것이 바로 그런 자기 방어를 위한 무기들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지킬 무기가 없다면 최종 결과로 남는 것은 비극뿐이라는 사실을 쓰디쓴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있다.
방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도시: 한국 방위산업의 심장, 창원
1953년 휴전 이후,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북한의 공격 위협은 대한민국 현대 방위산업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부 항구 도시 창원에 군용 장비 생산 라인이 설립된 주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창원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천연 분지(盆地)로써 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에 용이하다. 이 도시의 주요 도로인 창원대로는 국가 비상시에 활주로 역할을 겸할 수 있도록 14.9 킬로미터의 길이로 설계되었다.
창원 남쪽 끝에는 1970년대에 설립된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자리잡고 있다. 한화디펜스 공장과 현대로템 공장도 여기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곳의 조립 라인에서 완성된 자주포들과 주력전차들이 육중한 소리와 함께 캐터필러(caterpillar)를 구르며 출고되고 있다.
올해 한국 방산기업들의 해외 수주가 급증하고 있는데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추정하는 바에 따르면 폴란드와 체결한 153억 달러, 현재 환율로 18조 9천 억에 달하는 계약이 가히 기념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화는 K9 자주포 판매 사상 최대 규모 계약인 24억 달러, 현재 환율로 거의 3조 원에 가까운 계약을 체결하며 이 기념비적인 방산 거래에 한 몫을 차지했다. 폴란드는 대한민국, 터키,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그리고 이집트와 함께 한화로부터 K9 자주포를 구매한 9개 나라들 중 하나이다.
이부환 한화디펜스 해외사업본부장은 한화디펜스는 자사로부터 무기를 구매한 국가들과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화디펜스는 호주, 이집트 그리고 폴란드 등에 신규 생산시설을 설립하고 있다.
한화의 직원들은 매우 기꺼운 마음으로 현지 인력들과 우리의 기술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기술 공유는 우리의 중요한 전략적 포인트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부환 한화디펜스 해외사업본부장)
기술 공유와 더불어 한화디펜스 해외시장 주요 공략 포인트 중 하나는 판매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개량하는 것이라고 이부환 본부장은 말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내에서 자국 군에게 판매한 장비를 대상으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한화 디펜스는 이미 K9A2 버전 자주포의 시제품을 완성시켰는데 K9A2 버전부터는 적의 공격에 대한 취약성을 최대한 배제시키기 위해 승무원들의 탑승 위치를 포탑 외부로 배치하고 있다. 이부환 본부장은 "보다 미래적인 차세대 버전"의 (K9A3) 자주포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K9A3 버전부터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있어 전장에서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는 것도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완전 자동화된 무인 플랫폼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이부환 본부장은 언급했다.
이하 남은 기사 분량 1/3에 대한 번역은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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