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유명 군사블로거 맥스디펜스(Max Defense)는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대한민국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게 된 적이 있습니다.
KKMD 86화 『근거 없이 현대중공업을 비방했던 필리핀 해군중장과 유명 밀리터리 블로거의 말로! 』 편에서 다루었던 내용이지만 남중국해에서 영토 확장을 꾀하고 있는 중국 해군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필리핀은 호라이즌(Horizon) 사업을 3차례 진행하여 대공전, 대함전 그리고 대잠전이 가능한 미사일 호위함(frigate)을 6척 확보하고, 대함전과 대잠전이 가능한 초계함(corvette)을 12척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호라이즌 1 사업을 통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호세 리잘급 호위함(Frigate) 2척을 인도받았는데요. 인천급 설계에 기반을 둔 것으로 추측되는 호세 리잘급은 필리핀 해군이 최초로 인도 받은 현대적 성능을 갖춘 전투함이었습니다.
다만, 필리핀 정부가 가진 예산상 한계 때문에 호세 리잘급에 투자할 수 있는 1척당 건조 비용은 2,000억 원을 밑돌았고 어쩔 수 없이 경비 절감을 위한 다양한 수단들이 취해졌습니다.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이전이나 현지생산에 대한 계약은 일체 체결하지 않았고 수직발사대(VLS)도 나중에 탑재할 수 있는 공간만 확보해 놓았죠.
당시 필리핀 해군 사령관을 맡고 있던 메르카도 해군 중장은 호세 리잘급에 네덜란드 탈레스가 만든 함정 전투체계가 탑재되길 원했습니다. 필리핀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맥스디펜스 역시 검증되지 않은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가 아닌 탈레스의 전투체계가 탑재되길 원했고요. 이들의 희망대로 탈레스 전투체계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필리핀 국방부가 설득에 나섰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메르카도 해군 중장과 맥스디펜스는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을 선택했고 많은 분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결국 참다 못한 필리핀 정부는 메르카도 중장을 보직에서 해임하고 맥스디펜스에게는 장기간 블로그를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지경에 이르렀죠. 이 사건이 대한민국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 알려지면서 호세 리잘급은 한때 ‘맥디급’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해외 기사는 이 맥스디펜스의 페이스북을 살펴보다가 알게 된 해외기사입니다. 저명한 해군 군사전문지 Naval News는 2023년 5월 12일 필리핀의 신형 원양초계함OPV에 탑재될 함정 전투체계(CMS)와 데이터 링크를 대한민국 한화시스템이 공급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고 맥스디펜스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기사를 언급하며 한화시스템의 전투관리시스템(=전투체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Naval News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고 입에 거품을 물며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를 비난했던 맥스디펜스의 태도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울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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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한화시스템은 필리핀에 함정전투체계(CMS)와 전술 데이터 링크를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들은 현재 현대중공업(HHI)이 필리핀 해군을 위해 건조 중인 원양초계함(OPV) 6척에 탑재될 예정이다.
3,450만 달러, 현재 환율로 450억에 이르는 계약을 새롭게 수주함으로써 한화시스템은 총 13척의 필리핀 해군 함정을 무장시키게 되었는데 필리핀 해군 전용 데이터 링크인 Link-P 개발 계약만 해도 대략 500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 현대중공업(HHI)은 지난 2022년 6월 27일 필리핀 국방부와 2,400톤급 신형 원양초계함(OPV) 6척을 5억 7,3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약 7,600억 원의 금액으로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전투체계CMS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함정전투체계란 전투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시스템입니다. 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전투함에 탑재된 다양한 센서와 무장 그리고 통신 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하고 그 결과 전투 임무를 가장 최적화된 방법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 무기체계죠."
한화시스템은 이미 필리핀 해군의 호세 리잘급 호위함 2척과 중간수명연장(mid-life update: MLU) 프로그램을 거치고 있는 델필라급(구 해밀턴급) 원양초계함 3척에도 함정전투체계CMS를 공급한 바 있다.
한화시스템은 보도자료를 통해 필리핀 정부와의 추가적인 계약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은 필리핀 해군 현대화 계획의 일환으로 도입이 예정되어 있는 신형 수상 전투함들, 예를 들어 잠수함, 고속정, 대형 상륙함(LPD)같은 플랫폼들의 도입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하면서 "필리핀은 중국과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중이며 서태평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해군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 어성철 대표 이사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한화시스템은 선진국 수준의 기술적 성숙도를 갖춘 함정전투체계를 해외로 수출되는 전투함들에게 공급해 줄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업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보적인 함정전투체계CMS 개발능력과 대량생산능력, 후속군수지원 역량 등 'K-방산'이 지닌 경쟁력을 모두 총동원해 동남아, 중동, 중남미 지역으로의 수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화시스템은 또한 대한민국 해군 ROKN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함 대부분에 함정전투체계를 공급하고 있다. 국제해양방위전시회 MADEX 2021에서 한화시스템은 대한민국 해군의 최신예 호위함 FFX 배치 III 충남급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한 최신 함정전투체계CMS를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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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유명 해군전문지 Naval News가 2023년 5월 12일 게재한 기사 “Hanwha Systems To Supply CMS For Philippine Navy’s New OPVs (한화 시스템이 필리핀 해군의 신형 원양초계함에 탑재될 함정 전투체계를 공급하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기사 내용에서도 언급되지만 전투함에게 있어 전투체계(=전투관리시스템)는 없어서는 안될 두뇌 같은 존재입니다. 다양한 센서와 무장 그리고 통신 시스템을 하나로 연결하여 가장 최적화된 수단으로 임무를 달성하는 것이 전투체계가 존재하는 목적입니다.
현존하는 최강의 전투체계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미국 록히드 마틴의 이지스(Aegis) 시스템입니다. SPY-1D(v)라는 강력한 PESA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는 이지스(Aegis) 전투체계는 450㎞ 밖에서 접근하는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을 감지하고 일반적인 전투체계라면 40초 이상이 걸릴 수도 있는 교전 과정을 자동화하여 10초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요컨대 함정 전투체계의 핵심적인 능력은 얼마나 멀리서, 얼마나 정확하게 위협 요소를 감지 및 추적하여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교전을 시도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SPY-1D(v)같은 강력한 레이더는 물론이고, SM 미사일처럼 장거리에서 혹은 해궁처럼 단거리에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함대공 미사일과 근접방어무기체계(CIWS)같은 최종 방어라인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함정 전투체계(CMS)라는 뜻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메르카도 전 필리핀 해군 중장이나 맥스디펜스 필리핀이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를 불신하며 거부한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해군이 보유한 전투함들 상당수가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다면 좀 더 신중한 태도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화시스템은 최근에 건조된 신형 호위함 충남급에 전투관리체계 Baseline 3.0을 탑재하면서 ‘준이지스급’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화시스템이 만든 전투체계 Baseline과 이지스 전투체계 사이에는 상당히 큰 격차가 존재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는데 충남급 호위함과 관련된 방위사업청 방송에 참가한 한화시스템 연구원이 의외로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화시스템으로부터 전투관리체계와 데이터 링크를 이전 받은 필리핀 해군도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하니 한화시스템 연구원의 자신감이 나름 근거 있는 것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필리핀 해군은 호세 리잘급 2척과 차기 초계함 2척 그리고 원양초계함 6척을 모두 현대중공업을 통해 조달함으로써 제2의 대한민국 해군이라고 불러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한국적 색채가 강한 해군 전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들 10척의 현대적 전투함들에는 모두 한화시스템이 만든 전투체계와 데이터 링크, 이른바 Link-P가 탑재될 예정입니다.
예전에도 말씀 드린 적이 있지만 무장 및 전투시스템 그리고 데이터 링크를 공유한다는 것은 사실상 운명 공동체가 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서로의 약점과 강점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강한 상호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들을 상대해야 하는 대한민국에게 있어 이렇게 강한 신뢰로 묶인 우호국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입니다.
서두에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오늘 이야기를 마치기에 앞서서 필리핀의 유명 군사 블로거 맥스디펜스 필리핀이 한화시스템 함정 전투체계 도입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언급했던 내용과 이에 대한 필리핀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댓글들 중 몇 개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맥스디펜스가 페이스 북에 게재한 내용입니다.
대한민국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건조 중인 필리핀 해군의 신형 원양초계함 HDP-2200+ 6척에 탑재할 전투관리시스템과 필리핀화된 데이터 링크 Link-P는 예상했던 대로 한화시스템이 공급하게 됐다.
한화시스템은 이미 호세 리잘급과 델 필라르급 함정에 Naval Shield 전투관리시스템과 Link-P 데이터 링크를 공급한 바 있고, 필리핀 해군을 위해 건조 중인 HDC-3100 대형 초계함에도 같은 시스템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맥스디펜스(MaxDefense)가 한때 대한민국 업체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전투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장비 공통성, 실제 사용해 본 경험자들이 전하는 사용 편의성 및 지속성 그리고 상호운용성 등의 이유로 (한국산 전투함 및 함정 전투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결정은)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맥스디펜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화시스템의 함정 전투체계를 막 도입했던 당시 반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었던 호세 리잘급이 필리핀 해군에 인도된 시기가 2020년 6월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맥스디펜스가 태도를 바꾸는데 거의 3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동안 꾸준하게 맥스디펜스의 페이스북을 체크하고 있었는데 이번처럼 확실하게 한국산 전투체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 것은 이번에 처음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Naval News 기사를 인용한 맥스디펜스의 글에 달려 있는 필리핀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댓글 중 몇 개를 골라 번역해 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필 제르다 (Fil Zerda)
나는 우리 필리핀 해군이 사용할 원양초계함 프로그램을 위해 현대중공업이 제안한 HDP-2200+가 마음에 든다. HDP-2200+는 미래 업그레이드를 위한 여유 공간과 배수량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활용법을 통해 필리핀 해군의 전력 승수로 사용될 수 있다. 내 생각엔 예산만 충분하다면 함대공 미사일(SAM)과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그리고 심지어 대함 미사일도 장착 가능할 것 같다. 만약 3차원 대공/대수상 탐색 레이더가 탑재된다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알렉시스 이언(Alexis Ian)
필리핀 해군이 보유하게 될 미래 원양초계함 HDP-2200+는 한화시스템이 만든 함정 전투체계(CMS)와 76㎜ 주포, 30㎜ 부포 그리고 향후 미스트랄 3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 탑재를 위한 여유 공간을 가지고 있어 상당히 성능이 우수한 플랫폼으로 판명되고 있다.
에울로지오 자메로(Eulogio Jamero)
네덜란드 탈레스 택티코(Thales Tacticos)야, 이젠 안녕~ 필리핀 해군은 도입하는 모든 신형 호위함과 초계함에 대한민국 한화시스템이 만든 함정 전투체계(CMS)를 채택하고 있거든. 한국산 전투함과 전투체계를 도입하는데 큰 기여를 한 봉고(Bong Go) 의원님, 감사합니다.
(참고로 봉고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로렌스 "봉" 테소로 고』 필리핀 국회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 시절 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호세 리잘급 호위함 사업 당시 선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었던 인물입니다. 덕분에 지금 필리핀이 대한민국으로부터 현대화된 전투함과 전투체계를 도입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감사하다고 이야기한 것이겠지요. 역주)
라이 코(Rhye Cor)
한국인들은 실제로 (예전보다) 더 좋은 무기를 만들고 있다. 이전 두테르테 정부가 했던 일들 중 가장 잘한 것은 대한민국 현대중공업과 차기 초계함 2척 및 원양초계함 6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덕분에 필리핀 해군의 전투력은 크게 증가할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이번 행정부가 (대한민국과 논의하고 있는) 잠수함 계약에 서명하고 더 많은 초계함 및 전투기를 구매했으며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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