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인 2023년 3월 31일 폴란드 올지시-베모보 피스키(Orzysz-Bemowo Piski)에 위치한 사격 훈련장에서 K2흑표의 사격 능력을 폴란드 국민들에게 선보이는 행사가 개최되었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K2PL 주력전차를 폴란드에서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현대로템과 컨소시엄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언론에서 흔히 1,000대라고 알려진 K2흑표 주력전차 수출 물량 중 초도 물량으로 폴란드에 인도되는 180대의 K2흑표 GF(Gap Filler)를 제외한 나머지 900여대 물량에 대해서 아직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K9 자주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라는 속담처럼 폴란드로 수출되는 K2흑표 주력전차와 K9썬더 자주포에 대해 이런 걱정스런 의견들이 나올만한 이유가 있는 것은 사실인데요. 폴란드 언론에 언급되는 내용들과 국내 군사 전문지에서 언급되는 내용들을 종합해서 참고하실 수 있도록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폴란드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우려인데요. 폴란드 군사 전문지 Defence24가 보도하고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살펴보면, 초도 물량으로 폴란드에 직도입 되는 180대의 K2흑표GF의 경우만해도 34억 3,0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4조 5천 억 규모의 거대 계약입니다. 물론 훈련패키지 및 군수지원 그리고 탄약이 포함된 가격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820대의 K2PL이 추가된다면 가히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이 분명하며 과연 폴란드가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입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K2흑표 사격시연이 있었던 3월 31일 연설에서 “오늘날 폴란드 군인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역설이 있다”고 운을 뗀 뒤 “우리가 10억, 100억, 심지어 수천 억을 지출해 (한국에서) 훈련 목적으로 군사 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폴란드가 안전해져서, 여러분들이 피를 흘리며 싸울 필요가 없도록, 우리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폴란드를 만들기 위함” 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게다가 북대서양 조약기구 NATO 입장에서도 러시아 지상군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최전방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가 폴란드이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그리고 방산수출의 경우 대금은 장기간 분할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여러 가지 금융지원도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이 부분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폴란드는 FA-50 도입에 필요한 계약금의 30%인 1조 2천억을 선수금으로 미리 지불하면서 ‘큰 손’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우려 요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K-방산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폴란드 국민 입장에서는 ‘K-방산’의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유럽에도 좋은 무기들이 많은데 구태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로부터 무기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가 팽배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폴란드 정부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현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은 대한민국이다’ 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지만 폴란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FA-50의 경우 현재 록히드 마틴이 보유한 생산라인의 능력으로 봤을 때 폴란드 공군의 주력기인 F-16 C/D를 가까운 시일 안에 최신 버전인 F-16V로 업그레이드 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주지시켰습니다. 동시에 FA-50이 F-16 및 F-35 파일럿 전환훈련에 가장 적합한 기종일뿐만 아니라 무장과 인프라의 대부분을 F-16과 공유할 수 있으며 거기에다 AESA 레이더, AIM-120C, AIM-9X 그리고 헬멧장착형조준장치 JHMCS 등이 통합되는 블록 20 버전으로의 개량이 확정되었다는 사실을 적극 강조하면서 FA-50PL에 대한 반감이 많이 누그러뜨려진 상황입니다. 최근 KF-21 보라매가 무장분리 테스트에 성공하면서 덩달아 FA-50에 대한 분위기까지 좋아지고 있죠.
오늘 기사를 함께 보면 느끼시겠지만, K2흑표의 능력에 대해서도 폴란드 국민의 우려가 많이 해소된 상태입니다. 노르웨이 전차 수주전을 거치며 K2흑표의 능력이 어느 정도 검증이 된데다 서구 유럽 방산업체들의 전차생산 능력이 어느 정도로 붕괴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언론 기사들이 대거 보도되면서 폴란드 국민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이죠. 대신 최근 폴란드 밀덕들 중에서는 미국의 M1 에이브럼스를 도입하면서 동시에 K2PL을 1,000대 정도 운용한다면 군수지원체계가 이원화되어 문제점이 발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 에 대해서는 또 다른 영상을 통해 좀 더 상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K9 자주포의 경우는 어떨까요? K9썬더의 경우 대체 가능한 폴란드산 제품이 없는 K2흑표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일단 오늘 소개할 2023년 3월 31일자 Defence24의 기사를 번역해 보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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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31일 폴란드 올지시-베모보 피스키(Orzysz-Bemowo Piski)에 위치한 훈련장에서 K2흑표 주력전차의 사격 능력을 선보이는 시연회가 열렸고 여기에 참석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대한민국과 K2PL 주력전차 생산을 위한 컨소시엄 설립 계약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컨소시엄 계약은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와 군용자동차산업(WZM) 그리고 대한민국 방산업체 현대로템 사이에 체결되었다. 한국-폴란드간 산업 협력의 일환으로 폴란드 육군에게 제공될 예정인 폴란드형 K2 주력전차 생산에 대한 협의를 폴란드 군비청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 컨소시엄의 설립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PGZ의 수장 세바스찬 흐바웩 회장은 이번 컨소시엄 설립 계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오늘 체결된 계약은 폴란드 방산기업 PGZ와 우리의 한국 파트너 현대로템이 쌓아나갈 상호 협력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설립한 컨소시엄은 K2PL 주력전차 생산과 관련하여 다른 그룹 계열사들이 하청업체로 참가하는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의 토대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주문 당사자, 예를 들어 폴란드 군비청 측 업체로써 (PGZ와 폴란드 기업들은 대한민국 기업들과 체결한) 주문의 세부 사항을 결정할 것입니다.
흐바웩 회장의 지적대로 현재 PGZ에 속해 있는 나머지 기업들이 K2PL 생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계약 체결 당사자이기도 한 군용자동차산업(WZM)에 더해 K2PL 주력전차에 필요한 부품 제작과 최종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폴란드 업체들이 바로 스탈로바 볼라(Stalowa Wola)와 칼리스(Kalisz)다.
이번 컨소시엄 계약은 K2 주력전차를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산업 협력 관계 수립 계약으로, 첫 번째 계약은 올해 2월 23일 폴란드 PGZ 그룹 및 군용자동차산업(WZM)과 대한민국 현대로템 사이에 체결되었으며 K2PL 주력전차 생산에 대한 주요 협력 방향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두 번째 계약에서 협의된 내용은 K2PL 주력전차뿐만 아니라 K2PL 주력전차 설계에 기반하여 만들어질 각종 지원차량에도 적용되며, 이 지원차량들은 폴란드 방위산업체가 참여하여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PGZ에 따르면, 폴란드 엔지니어들에 의해 개발된 독특한 디자인 솔루션들에 대해 대한민국 측이 관심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후의 이행 계약에 따라, K2 흑표를 폴란드 사정에 맞게 개량시킨 K2PL 주력전차와 K2PL에 사용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지원차량들도 함께 일선 부대에 인도할 계획이다. 무한궤도로 움직이게 될 K2PL 주력전차 및 지원차량의 차체들은 모두 군용자동차산업(WZM)에서 제조될 것"이라고 PGZ는 강조하고 있다. 폴란드 내부적으로도 국영 방산그룹 PGZ와 그 자회사인 군용자동차산업(WZM)을 중심으로 K2PL 주력전차 및 그에 부수되는 지원차량을 운영하기 위한 종합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작년 7월에 체결된 K2흑표 및 K2PL 주력전차 공급에 관한 기본 계약은 총 1,000대의 주력전차를 폴란드 육군에 이전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초도 배치를 위한 K2흑표 180대는 훈련 패키지 및 군수지원 그리고 탄약을 포함하여 제조업체인 현대로템으로부터 34억 3,0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4조 5천 억 규모로 직접 도입되며, 이들 중 15대는 이미 납품이 끝난 상태로 2025년까지 전량 폴란드 육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그 다음 조달될 K2PL 버전의 차기 주력전차는 한국-폴란드 간 산업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는 것은 물론 미래 전장을 대비한 폴란드 육군의 요구 사항에 완벽히 부응하도록 설계될 것이며 폴란드 현지 부품의 사용도 고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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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3년 3월 31일 폴란드 군사 전문지 Defence24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기사를 통해 K2PL과 이에 기반한 지원차량의 개발은 컨소시엄까지 성립되어 세부 사항까지 논의되는 단계까지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K9PL의 개발과 생산에 대한 이야기는 일체 언급이 없다는 사실도 눈치챌 수 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Defence24의 다른 기사들도 검색해 보았지만 역시 이 부분을 언급한 기사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성비와 성능 면에서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K9 자주포지만 문제는 폴란드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현대적 자주포가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바로 AHS 크라프(Krab)의 존재입니다. 물론 AHS 크라프(Krab)의 경우 자체 기술로 개발한 차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결국 대안으로 대한민국 K9썬더의 차체를 수입했고 여기에 영국 AS90 포탑을 그대로 얹어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폴란드인들에게 AHS 크라프(Krab)는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Made in Poland’인 것입니다.
그래서 K9PL을 680여문 도입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폴란드 국내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Defence24 기사 곳곳에서 AHS 크라프(Krab)가 K9썬더보다 더 우수한 자주포라고 주장하는 폴란드 밀덕들의 댓글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K9A1 버전의 차체를 빌려 겨우 완성시킬 수 있었던 AHS 크라프(Krab)에 비해 K9썬더는 한 세대 이상 더 발전한 K9A2 버전의 시제품을 영국에서 이미 공개한 바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어느 쪽이 더 우수한지는 따져볼 필요도 없죠.
어쨌든 이런 이유로 폴란드 정부는 K9PL에 대한 좋지 못한 여론을 달래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AHS 크라프(Krab) 생산업체인 스탈로바 볼라 제철회사가 워낙 저율생산으로 유명한데다 마침 우크라이나가 AHS 크라프(Krab) 60문을 발주하면서 폴란드 육군에 돌릴 물량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폴란드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착안, 대한민국으로부터 K9A1 212문을 직도입해 부족한 자주포 물량을 먼저 해결하고 이후 대한민국과 협의를 거쳐 폴란드 국내에서 K9A2 사양의 K9PL을 600문 이상 양산하겠다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조금 전 설명 드렸듯이 폴란드 국내 제품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FA-50이나 K2PL과는 달리 K9PL의 경우 AHS 크라프(Krab)라는 대체품이 있기 때문에 향후 폴란드 정치 지형에 따라 상황이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폴란드 정부가 상대적으로 K9PL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유도 되도록이면 국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죠.
요약 정리해 보겠습니다. 폴란드 자체 기술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FA-50PL과 K2PL 그리고 K-239 천무 사업 등은 비교적 안정적이며 변수도 적은 편이지만 대체가 가능한 K9 자주포는 상대적으로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관련 자료들을 찾다 보니 폴란드 정부가 한화디펜스와 손잡고 신형 보병전투장갑차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AS-21 레드백이 있는데 왜 보병전투장갑차를 공동개발 한다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요. 폴란드-한국 신형 보병전투장갑차 개발 가능성 역시 K9 자주포와 같은 맥락상에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폴란드 국민들이 AS-21 레드백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만한 폴란드산 제품이 있다는 뜻이지요.
물론 폴란드 정부가 보기에는 폴란드 현지 제품이 AS-21 레드백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 따라서 국민들의 불만도 잠재우고 겉모습은 폴란드산인 AS-21 레드백을 만들면 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보병전투장갑차 판 AHS 크라프(Krab)를 만들겠다는 것이죠.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 역시 다른 포스팅을 통해 전달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N5ON8-D5q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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