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는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MIG-29 전투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MIG-29는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노후화된 전투기들 중 F-15K 및 KF-16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대응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전투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혹시 1982년 시리아 공군과 이스라엘 공군 사이에 벌어진 베카 계곡 공중전을 알고 계십니까?
당시 이스라엘 공군의 F-15, F-16들은 소비에트 연방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의 MiG-21, MiG-23, MiG-25를 철저하게 파괴하는 전과를 올리며 압승을 했는데요. 베카 계곡 공중전에 양측 합계 총 200기 이상의 전투기가 동원되었고 시리아 공군은 전투가 끝날 때쯤 21대의 MIG기를 포함하여 총 41대 이상의 전투기를 잃게 됩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신형 전투기 개발 사업들로 등장한 F-14, F-15, F-16의 능력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당시 소비에트 연방에게 베카 계곡 공중전 결과는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소비에트 연방은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전투기들이라도 수적 우세를 통해 중장거리 시계 외 전투(BVR)가 아닌 근접전으로 몰고 가면 어떻게든 승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실전을 통해 입증된 미국의 신형 전투기 F-14, F-15, F-16의 전투 능력 앞에서 수적 우세로 밀어붙이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탄생한 전투기가 바로 MIG-29인 것입니다.
MIG-29가 처음 등장했을 때, 미국의 전투기들을 상회하는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과장된 정보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당시 나토(NATO)를 포함한 서방 국가에게 MIG-29는 그야말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기사입니다.
기사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 보면 적국인 시리아가 운용하기로 되어 있는 MIG-29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도 필요했던 이스라엘이 당시 소비에트에서 시리아로 향하고 있던 MIG-29기를 통째로 훔쳐(?!)가는 황당한 사건을 일으킵니다. 소비에트 연방의 강력한 항의 때문에 곧 돌려주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MIG-29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지 못했 던 이스라엘은 다른 방법을 통해 결국 MIG-29를 손에 넣고 맙니다. 그리고 철저한 분석을 합니다. 이스라엘은 어떻게 MIG-29를 손에 넣었으며 그들이 본 MIG-29는 어떤 전투기였을까요? 그 답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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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이스라엘 공군(IAF)은 시리아 영토에 등장하기 시작한 러시아제 MiG-29 Fulcrum의 시스템과 성능을 직접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하게 바랬었다.
이스라엘이 폴란드 출신의 장성과 은밀한 협상을 통해 거의 완전한 상태로 보관된 MiG-29를 획득했었다고 보도되었다. 1985년 후반쯤 이 전투기는 그단스크(Gdansk)에서 시리아를 향해 가는 배로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시리아로 가는 대신에 대형 수송기에 실려 이스라엘로 옮겨졌다.
소비에트 연방은 곧 이 사실을 눈치 채고서 이스라엘에게 MIG-29의 반환을 요구했다. 당시 이스라엘 군은 소비에트 연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1986년 2월경 소비에트 연방의 요청에 응해 반환했다. 당시 MIG-29 전투기 부품들이 면밀하게 조사 당하고 사진이 찍힌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기간 동안 어떤 더 많은 일들이 일어 났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밀로 남겨져 있다.
빌 노턴 (Bill Norton)이 1945 년 이래로 이스라엘 공군과 이스라엘 공군의 전투기의 역사에 관해 저술했던 그의 저서 Air War On The Edge 에서 설명했듯이, 이스라엘은 1991년 동안 독일과의 모종의 거래를 통해 MiG-29 전투기의 레이더를 빌렸는데 이 거래는 상당한 양의 소비에트 연방 무기들을 이스라엘에 팔거나 빌려주는 것과 연관되어 있었다. 이 거래에는 이스라엘로 선적된 최신 T-72 주력 전투 탱크 (MBT)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위조된 선적 서류에서 공식적으로는 '농기구'로 기재되어 있었다. 문제의 MIG-29 레이더는 당시 동서독 통일을 통해 서방 세계에 접근할 수 있게 된 동독 소유의 MiG-29 중 한 대에서 나온 것이었다. 철저한 기술적 평가를 거친 후, 이 레이더는 다시 원래 주인에게 반환되었다.
과거의 다른 최전선 전투기들과는 달리, 이 MIG-29는 이스라엘인들의 특기인 은밀한 수단을 통해서도 손에 넣을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소 냉전이 종식되면서 MIG-29를 평가해 볼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MIG-29 한 대를 그냥 임대하는 방법이었다. 이스라엘인들이 취한 수단이 바로 이것이었다. 1990~1995년 사이에 이스라엘 조종사들은 아마도 독일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한 나라 이상의 동유럽 국가에서 MIG-29를 임대해서 실제 비행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좀 더 상세한 평가를 위해서는 당시 이스라엘 공군(IAF)의 최전선 주력 전투기와 모의 전투를 시켜봐야 할 필요성이 절실했다.
폴란드일 가능성이 높은 비밀에 붙여진 동유럽 국가가 이스라엘에게 3대의 MiG-29를 임대해준 일은 1996년 또는 97년에 이루어졌다. 이 임대된 MIG-29 전투기는 전하는 바에 따르면 35105를 포함하고 있는 초기형 A모델인 것으로 보인다. 1997년 4월, 2 주간의 시험 기간 동안 이스라엘 라몬 (Ramon)을 포함한 다수의 네게브 지역 공군 기지에서 임대된 3대의 MiG-29는 진이 빠질 정도로 많은 비행 테스트를 했다고 전해지며 각 MIG-29 전투기는 20번씩 비행을 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공군은 F-15, F-16과 MIG-29 사이의 모의 공중전을 실시하면서 MIG-29에 장착된 헬멧 장착형 조준기(HMS)와 적외선 탐지 및 추적 장치(IRST)에 대한 기술 평가도 더해서 실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검증을 마친 후 이스라엘인들은 MIG-29의 이런 장비적 특징과 전투기 성능에 대해 전체적으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MiG-29를 조종했던 이스라엘 공군(IAF) 조종사 중 한 명인 N 소령은 "MiG-29의 능력은 F-15와 F-16 전투기의 능력과 거의 동일하지만 때로는 F-15 및 F-16 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 줍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투기는 고도로 뛰어난 기동성을 지니고 있으며 엔진 성능이 좋아 중량에 비해 훨씬 높은 추력비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우리 이스라엘 조종사들이 공중전에서 적기로 MIG-29를 만난다면 반드시 조심에 또 조심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만약 적기로 등장한 MIG-29의 파일럿이 잘 훈련된 전문가라면 MIG-29는 상당히 무서운 적수가 될 테니까요."
N 소령의 MIG-29에 관한 이야기는 이스라엘 공군 M 중장의 증언에 의해 뒷받침 되고 있다. "MIG-29를 타고 비행하는 것은 테스트 파일럿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MIG-29와 이스라엘 전투기 간의 공중전 결과란 결국 전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치열한 전투 상황 속에서, MIG-29는 실질적으로 위협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죠. MIG-29는 첨단 전투기이며 특히 근접 기동 전투에 있어 절대적으로 우수한 기체입니다. 빠른 선회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속도도 무척 빠릅니다. 개인적 의견으로 볼 때 전투기 플랫폼으로써의 MIG-29의 성능은 이스라엘의 첨단 전투기에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MIG-29에 대한 이스라엘의 평가 과정에는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이 평가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은 1985년 소비에트 연방에서 훔쳐(?)왔던 MIG-29 표본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MiG-29에는 누가 진정한 소유자인지를 식별해 주는 표시 마크가 모든 기체에 그려져 있지만 흥미롭게도 이스라엘이 보유하고 있던 MIG-29에는 이스라엘의 국가 표식이 적용되어 있지 않으며 아마도 그것이 계약 조건으로 요구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MIG-29를 실질적으로 운용했을 부대라고 추측되는 F-16 253 비행 중대 마크와 비행 시험 센터에서 각각 104 번과 110 번으로 부여한 표식은 여전히 MIG-29의 꼬리 부분에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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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 매체 National Interest가 2019년 7월 28일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필요하다면 훔쳐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어 내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참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익을 위해서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강대국의 최신 전투기를 선적하고 있는 컨테이너를 통째로(!)라도 훔쳐오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MIG-29는 1980년대 베스트 셀러 전투기들 중 하나이며 소비에트 연방은 MIG-29의 전투 성능을 다운그레이드 시킨 수출형을 만들어서 동유럽과 동남아 개발도상국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수의 MIG-29를 공급했습니다. 한 때 미국산 전투기보다 싸지만 비슷한 성능을 내는 환상의 전투기로 생각되어졌고 실제로 가성비도 뛰어났던 MIG-29였지만 소비에트 연방의 다운그레이드 수출 전략 때문에 시간이 지난 후 수출국들 사이에서 MiG-29의 평가를 크게 떨어트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던 시계 외 공중전(BVR) 능력이 다운그레이드 때문에 더 떨어지게 되었다는 소리죠.
게다가 당시 소비에트 전투기들은 강력한 레이더를 보유한 지상 관제소의 지령에 따라 장거리 시계 외 전투를 하는 공중전 방식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 자체에 장착된 레이더 장치나 항전 장치가 빈약한 편이었고 혹시라도 지상 관제소가 파괴되면 그야말로 눈뜬 장님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이스라엘이 소비에트 전투기를 운용하던 시리아 공군과 전투를 했을 때 무엇보다도 우선시 했던 작전이 바로 지상 관제소를 파괴하는 작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MIG-29를 운용하는 인도 공군처럼 MIG-29의 부족한 장거리 공중전 능력을 보완해서 사용하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자료 조사에 따르면 MIG-29 특유의 기동성에 장거리 공중전 능력을 보완해서 MIG-29를 전면적으로 새로 설계해 만든 기종이 바로 MIG-35입니다. 신형 AESA 레이더를 장착하여 레이더 탐지 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렸고 디지털 사격 통제장치의 도입으로 시계 외 공중전 BVR 능력과 대지상 타격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으며 추력편향 엔진을 도입하여 MIG-29 특유의 기동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xbf0g4j_o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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