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을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내용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는 보도는 사실 무근이라는 방위사업청의 발표에 대해 폴란드 유명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아랍에미리트 측 정보원으로부터 실제로 대한민국에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방위사업청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의 기사를 9월 20일에 게재했기 때문입니다.
나름 KF-21 보라매와 이해 관계가 있는 폴란드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지 Defence24는 조금 까칠한 논조로 대한민국에서부터가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에서부터 해당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보도에 대한 폴란드와 방위사업청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방위사업청의 발표를 존중하며 제가 전달하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정황에 근거한 ‘개인적인 추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늘 번역해 볼 해외기사는 미국 유명매체 Forbes가 9월 15일 게재한 기사입니다. 기사 내용 중 인도네시아의 개발 분담금 체납과 관련된 부분은 너무 많이 언급되어 온 이야기이기에 생략하고 번역을 했습니다. KF-21 보라매 개발 프로그램에 아랍에미리트를 참여시킬 수 있으려면 미국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국 언론들의 논조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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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가 KF-21 보라매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한국과 협력하는 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프로젝트의 세 번째 회원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략)
언론을 통해 보도된 KF-21 보라매에 대한 아랍에미리트(UAE)의 관심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아부다비(Abu Dhabi)는 방산 분야를 포함하여 대한민국 산업계에 3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유한 아랍 국가는 지난 2022년 1월, 대한민국이 개발한 대공 방어 미사일 시스템 천궁 II KM-SAM을 구매하는 35억 달러, 현재 환율로 4조 6천억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당시 이 계약은 대한민국이 성공시켰던 역대 방산계약들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대한민국 산업계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제대로 입증하고 있는 것처럼, 아랍에미리트가 원한다면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서 인도네시아가 체납하고 있는 개발 분담금을 대신 납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의심할 여지 없이 KF-21 보라매 전투기 공동 생산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전투기 공동 생산에 부수되는 실질적인 기술 이전 과정이 아랍에미리트 국내 방위산업을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자국 방산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관대한 기술 이전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입증해 왔다.
아랍에미리트(UAE)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 라이트닝 II 50대 구매를 목적으로 미국과 계속 협상해 왔지만 미국이 내건 까다로운 전제조건과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멈추라는 요구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2021년 말 이 역사적 거래에 대한 논의를 일체 중단시킨 바 있다.
2017년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지정되지는 않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한다는 내용의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021년 러시아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 에어쇼에서 향후 개발이 계획된 5세대 전투기 Su-75 체크메이트(Checkmate)의 실물크기 모형을 전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UAE)가 Su-75 체크메이트 프로그램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여준 의도는 미국산 전투기(F-16 E/F)와 프랑스산 전투기(미라주 2000및 라팔Rafale)로 구성된 자국 공군 전력에 어울리지도 않는 러시아 스텔스 전투기를 실제로 도입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국 공군력 강화를 위한 제3의 옵션도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게 보여주는데 있다고 군사 분석가들은 거듭 지적해 왔다. 더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이후 Su-75 체크메이트 같은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러시아 정부와 협력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실행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F-35에 관한 협상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현재 아랍에미리트가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완전한 기성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5세대에 근접한 성능을 지닌 첨단 전투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랍에미리트 정부의 KF-21 보라매 프로그램 참여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짚어내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아랍에미리트가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원만한 관계 유지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군사 분석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허용했던 F-35 판매가 바이든 행정부에 와서는 없던 일이 되었고 F-35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자국 전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많은 제약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랍에미리트가 실제로 러시아나 중국과 군사적 협력관계를 맺는다는 의도보다는 미국에 불만을 표시하고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러시아 Su-75 체크메이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중국 홍두 항공공사의 훈련기 L-15를 소수 도입했다는 의미가 되는데요.
그러한 분석이 맞는다면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원하는 아랍에미리트는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옵션 중에서 미국의 입김을 되도록 적게 받으면서도 미국과 척을 지지 않는 옵션을 고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하고 생각할 수 있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옵션은 현재 대한민국 KF-21 보라매 블록 3와 터키 국가 전투기 칸Kaan 밖에 없습니다. 미국과의 관계나 FA-50의 성공을 통해 인정받은 기술력 등을 고려해 본다면 어느 쪽이 현명한 선택일지 답은 명확합니다. 실제로 Forbes는 아랍에미리트가 선택할 수 있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옵션에 터키 칸Kaan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역주)
유일한 문제는 KF-21 보라매의 첫 번째 파생형이 현재 전투기 시장에 나와 있는 4.5세대 전투기들보다 우수한 스텔스 성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 무장창이 없기 때문에 하드포인트를 통해 외부에 무장을 장착해야 한다는데 있다. 따라서 KF-21 보라매는 5세대 전투기에 가깝지만 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기에는 여전히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고 그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KF-21 보라매를 비공식적으로 "4.75 세대" 전투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이러한 단점이 개선된 KF-21 파생형(블록 3나 KF-XX)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KF-21 보라매에 대해 아랍에미리트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시기 또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어쨌든, 아랍에미리트(UAE)의 이웃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Tempest)를 개발하기 위해 영국-이탈리아-일본이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에 참여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아랍에미리트가 KF-21 보라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되기 불과 몇 주 전인 8월에 GCAP 합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 GCAP는 2035년까지 템페스트를 출시하겠다는 야심찬 일정을 선보인 바 있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가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에 가입하는데 성공하고 야심만만한 개발 마감시한을 지켜낼 수 있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대 후반부터 6세대 전투기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발전은 사우디 아라비아 공군이 아랍에미리트 공군보다 기술적으로 확실하게 앞서 있는 군대가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두 이웃 국가는 우호적인 관계에 있지만,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양국 공군 전력 사이에 그 정도로 큰 기술적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4.5세대 전투기인) KF-21 보라매가 그 격차를 좁혀주기는 어렵겠지만 한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훗날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보다 더 우수한 스텔스 성능을 지닌 5세대 전투기 보라매를 양산해 낸다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격차는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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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 유명매체 Forbes가 9월 15일 게재한 기사 “UAE Reportedly Seeking Role In South Korea’s KF-21 Fighter Jet Program (아랍에미리트, 대한민국 KF-21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를 원한다고 보도되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댓글 중에서 스텔스 사양인 KF-21 블록 3를 중동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와 공동 개발한다는 발상은 기술상, 안보상 위협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지적하는 내용을 봤습니다.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는 중국 훈련기 겸 경전투기 L-15를 도입하며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 의견에 더해서 한가지 말씀 드리자면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를 개발하기 위해 구성된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 GCAP를 주도하고 있는 영국 언론들은 역시 중동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참여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KF-21 보라매 블록 3 같은 5세대 전투기도 아니고 그보다 기술상, 안보상 위험이 더 높은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 국가를 참여시키는 것에 대해 왜 영국 언론들은 환영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KKMD 601화 『(美 Business Insider 번역) 6세대 템페스트 개발에 합류하겠다는 사우디와 이를 저지하려는 일본: 되살아나는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악몽?』 편에 이에 대한 답이 나와 있습니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 등은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되는 6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돈이 부족하면 아예 프로그램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술상, 안보상 위험이라는 요소도 일단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야 고민할 수 있는 문제라는 뜻이죠.
미국과 이해 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영국과 일본이 포함되어 있는 전투기 프로그램에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중동 국가의 참여가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도 아랍에미리트의 참여가 논의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아도 중동 지역에 중국의 영향력이 거세지고 있는 마당에, GCAP나 KF-21 보라매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둘 수 있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Forbes의 기사는 아랍에미리트가 왜 KF-21 보라매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를 제외한다면 5세대 스텔스 전투기에 가장 근접해 있는 존재가 바로 KF-21 보라매이기 때문인데요. Forbes는 이런 사실을 ‘KF-21 보라매는 4.75세대 전투기’라는 말로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광선 전(前)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이 “KF-21 보라매가 꼭 스텔스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F-35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공군은 KF-21 보라매를 스텔스 전투기로 개량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공군이 “무인기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빠르게 구현하는 것이 오히려 시급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만약 국내 기술로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구현할 수 있다면 FA-50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으로 전력 승수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만약 아랍에미리트라는 매개변수가 더해진다면 KF-21 보라매의 미래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게 될까를 고민해 봤습니다. 이미 여러 번 언급했지만 4.5세대 전투기들 중 일류급에 속하는 라팔(Rafale)을 80대 가까이 도입하기로 결정한 아랍에미리트의 시급한 당면 과제는 5세대급 성능을 지닌 스텔스 전투기를 확보하는데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랍에미리트는 내부무장창을 지닌 KF-21 보라매 블록 3나 이를 좀더 대형화시킨 KF-XX의 등장을 내심 강하게 원하고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일 안에 KF-21 보라매 블록 3나 KF-XX가 등장하는 경우의 수도 예상해 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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