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X 2023 기간 동안 KAI 부스에서 만난 담당자에게 “일반 관람객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자주 던지는 질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다른 나라 공군들은 우수하다고 도입하는 FA-50 블록 20를 왜 대한민국 공군은 도입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하는데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담당자를 보며 저도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GE F404 엔진 하나를 탑재하고 있는 FA-50은 마하 1.5 이상의 최고 속도를 낼 수 있으며 F-16의 혈통을 잇고 있는 만큼 뛰어난 기동성을 자랑합니다. 예전에도 한번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 실제 KF-16과 FA-50을 모두 조종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공군 파일럿으로부터 “차량에 비유하자면 KF-16은 세단에, FA-50은 스포츠카에 탑승한 느낌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즉, 빠르고 좁은 선회 반경을 자랑하는 FA-50은 근접 공중전 상황에서 F-16도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가 된다는 의미였습니다. 여기 더해 폴란드 수출형 FA-50PL, 속칭 FA-50 블록 20는 향후 조종사가 시야만 돌려도 적기를 조준할 수 있는 헬멧장착영상표시기 HMD와 최신형 적외선유도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9X를 탑재할 예정입니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20 암람 통합 여부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 HMD와 AIM-9X의 통합만으로도 FA-50의 방공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현재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는 FA-50에 통합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9L/M은 18㎞ 정도의 사거리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3㎞ 내외에서 발사했을 때 가장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신형 AIM-9X의 경우, AIM-120 암람과 마찬가지로 발사 후 급상승 기동을 통해 사거리를 극대화하는 비행 경로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있어 40㎞에 가깝도록 사거리가 확장되었습니다. 동시에 강력한 신형 적외선 탐색기를 갖추고 있어 스텔스 전투기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며 플레어에 좀처럼 기만되지도 않고 전자전의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 여기 더해 AIM-9X에는 추력편향(TVC)기능이 추가되어 발사 직후 50~60G 수준의 급격한 기동을 통해 기축선에서 한참 벗어난 목표물, 예를 들어 뒤에서 따라오는 적기도 추격할 수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AIM-9X는 데이터 링크로 유도가 가능해서 유효 사거리 40㎞ 이내에 있는 적기라면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더라도 아군 전투기가 유도하여 격추가 가능합니다. 일종의 시계 외 공중전(BVR)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AIM-9X가 헬멧장착형 영상표시기 HMD와 결합된다면 더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겠죠. 폴란드 수출형 FA-50PL, 소위 말하는 블록 20부터는 이런 능력을 보유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공군은 국내에 배치된 FA-50에 아직까지 이러한 능력을 부여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FA-50 블록 개념이 너무 난삽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최근 FA-50 개발자들이 FA-50PL 사양을 블록 70로 정의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KKMD도 AESA 레이더와 AIM-120C 암람이 통합된 FA-50을 향후 블록 20가 아닌 블록 70라고 지칭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ADEX 2023 KAI 부스에서 집중적으로 물어봤던 주제 중 하나가 단좌형 FA-50 그리고 FA-50의 개량에 대한 내용들이었는데요. 대한민국 공군에게 있어 FA-50은 먹자니 먹을게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계륵’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FA-50 개량 계획은 철저하게 ‘국내용’과 ‘해외용’을 구분해서 살펴보시는 것이 혼동의 여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단좌형을 포함한 해외 수출용 FA-50 block 70의 능력은 가히 멀티롤 전투기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업계 소식통을 통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AIM-120 암람을 통합하는 문제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도가 나가고 있으며 300갤런 추가 연료탱크와 후방좌석 개조를 통해 작전반경을 지금보다 20% 이상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Naval News 번역] 사거리 300㎞, 마하 2.5로 날아가는 초음속 공대지/공대함 미사일을 통합한 FA-50, 2025년 등장한다!』편을 통해 소개해 드렸듯이 FA-50 블록 70는 초음속 미사일 운용능력을 보유할 수 있으며 ADEX 2023 행사를 통해 LIG넥스원은 타우러스 시스템즈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FA-50용 KEPD 350 K-2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개발에 돌입한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FA-50이 놀라운 진화를 거듭했기 때문일까요? 최근 필리핀 국영 통신사 PNA에 따르면 필리핀 국방부(DND)가 추진하고 있던 다목적 전투기(MRF) 프로그램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필리핀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군사 블로거 Max Defense의 페이스북에서도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원래 필리핀 국방부는 다목적 전투기(MRF)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 전투기 12대 정도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웨덴 사브(Saab) 그리펜과 미국 록히드 마틴의 F-16V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어 왔습니다만 F-16V의 높은 가격과 생산지연 문제 때문에 사브 그리펜C/D가 선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었습니다. 성공을 예감한 사브는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그리펜(Gripen)C/D 프레임을 꺼내서 조립에 들어갔다는 외신도 나왔고 필리핀 주재 스웨덴 대사도 필리핀 국방부를 예방해 그리펜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DEX 2023에 참가하는 동안 업계 소식통을 통해 필리핀 다목적 전투기 조달 프로그램에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23년 10월 13일 Asian Military Review에 보도된 내용부터 함께 살펴본 뒤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사 원문은 노란색 글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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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국영 통신사 PNA에 따르면 필리핀 국방부(DND)가 다목적 전투기(MRF) 프로그램에 필요한 신형 전투기의 "사양"과 "수량"을 새롭게 검토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귁시티(Taguig City) 소재 그랜드 하얏트 마닐라 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군의 날 행사에 참여한 길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해당 행사와는 별도로 필리핀 국방부가 기존 다목적 전투기(MRF) 프로그램에 대한 변경을 결정했으며 조만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오도로 국방부 장관은 다목적 전투기(MRF) 프로그램이 새롭게 개정된 호라이즌(Horizon) 3단계에 따라 제공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2023년부터 시작되어 2028년까지 시행될 예정이었던 필리핀 군 현대화 프로그램이 바로 호라이즌(Horizon) 3단계이다. 새롭게 수정된 신형 다목적 전투기(MRF)에 대한 사양과 조달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원래 계획은 승인이 끝난 612억 페소, 현재 환율로 1조 4,590억에 달하는 예산 안에서 필리핀 공군(PAF)이 필요로 하는 최대 12대의 신형 전투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다목적 전투기(MRF) 프로그램은 원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되었던 필리핀 군 현대화 프로그램 호라이즌(Horizon) 2에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Covid-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연기되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목적 전투기(MRF) 프로그램에서 유력한 경쟁 기종은 미국 록히드 마틴의 F-16V와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Gripen) C/D이다. 지난 8월 14일 아니카 툰보리(Annika Thunborg) 스웨덴 대사가 케손시티(Quezon City) 캠프 아귀날도(Camp Aguinaldo)에 위치한 필리핀 국방부 본부에서 테오도로(Teodoro) 장관을 방문하면서 다시 한번 그리펜 홍보를 추진하기도 했다.
필리핀 국방부 대변인 아르세니오 안도롱(Arsenio Andolong)은 당시 성명을 통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필리핀의 영해를 보전하고 국가 이익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도록 필리핀 군을 현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테오도로 국방부 장관이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방산장비 조달은 지속적이고 상호운용 가능하며 지원이 원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국방부는 앞서 2022년 12월 발표한 성명에서 스웨덴 전략물자통제청(ISP)이 "필리핀에 그리펜을 수출하는 안건에 대해 긍정적인 사전 통보를 보냈다"고 공개한 데 이어 그리펜 전투기가 "필리핀 공군(PAF) 다목적 전투기 최종 명단에 올랐다"고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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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Asian Military Review가 2023년 10월 13일에 게재한 기사 “Philippines mulls revised fighter acquisition program (필리핀, 전투기 조달계획 수정을 검토하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필리핀 유명 군사 블로거 Max Defense가 페이스북에 게재한 내용에 따르면 다목적 전투기 12대 정도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던 필리핀 정부가 태도를 바꾸어 24대에서 36대 정도로 대폭 늘어난 숫자의 다목적 전투기 조달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사브(Saab) 그리펜은 후보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사브(Saab)가 보유하고 있는 중고 그리펜C/D 기골이 14대에 불과해 24대에서 36대라는 숫자를 채울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무지막지한 가격을 자랑하는 최신형 그리펜E/F를 24대 이상 도입한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되는 일이고요.
Max Defense는 두 가지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공군이 미국으로부터 중고 및 신규 F-16을 혼합하여 조달할 가능성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로부터 FA-50 블록 70(기존 방식이라면 블록 20) 파이팅 이글 24~36대를 조달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신규 F-16은 말할 것도 없고 중고 F-16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 역시 미국으로부터 F-16을 도입하고 싶어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FA-50으로 눈을 돌린 것이지요. 더 결정적인 정황 증거는 ADEX 2023 기간 동안 업계 소식통으로부터 필리핀 정부가 FA-50 블록 70 구매를 위한 사업단을 이미 꾸렸으며 KAI에 접촉해 오고 있다는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즉, 남중국해에서 나날이 세를 불려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다목적 전투기 12대로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한 필리핀 정부가 마침내 24대에서 36대에 이르는 신규 전투기를 조달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리펜C/D와 같은 F404 엔진을 탑재하고 AESA 레이더를 비롯한 신형 항전장비와 AIM-9X, AIM-120C 운용능력을 갖춘 FA-50 block 70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Max Defense는 24~36대에 이르는 FA-50 block 70를 보완할 전투기로 중고 F-16을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24대에서 36대에 이르는 FA-50 block 70 조달이 끝날 때쯤이면 KF-21 보라매 블록 2가 등장할 시기가 가깝기 때문이죠.
필리핀 해군이 현대중공업이 만든 전투함 호세 리잘급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MADEX 2023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 해군 중에서도 엘리트만 탑승할 수 있는 전투함이 바로 호세 리잘급이며 그만큼 필리핀 해군에게 애지중지 사랑 받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필리핀 해군은 군수지원 및 정비 측면의 효율성을 위해 대한민국 전투함으로 라인업을 갖춰가고 있는데요. 필리핀 공군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웨덴 사브 그리펜C/D에 비견되고 있는 FA-50 block 70와 4.5세대 공중우세기 KF-21 보라매로 라인업을 갖춘다면 전투력 확보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설명 드린 모든 개량 계획들이 “해외 수출용 FA-50 블록 70”를 위한 것이며 국내에 실전 배치된 FA-50과는 관계 없는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업계 소식통을 통해 FA-50용 국산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중공지) 개발 계획이 현재 국방연구원(KIDA)의 반대에 부딪쳐 보류 중에 있으며 공군은 FA-50에 국산 AESA 레이더를 탑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나라 공군이든 파일럿 양성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비행 훈련은 프로펠러 기본 훈련기를 통해서 실시하게 됩니다. 가장 간단한 구조의 기본 훈련기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기종이라는 뜻이죠. ADEX 2023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KAI가 협력하여 KT-1 웅비라는 우수한 프롭 훈련기를 개발해냈지만 공군의 관심 부족으로 중간수명연장(MLU)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주류 시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틈새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롭 기본훈련기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동시에 국내에 도입되고 있는 5세대 전투기 F-35A 조종사 양성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KT-1 웅비에 탑재된 엔진 출력을 높이고 조종석을 현대적인 글래스 콕핏으로 바꾸는 중간수명연장(MLU) 사업이 절실하다고 관계자는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단발엔진 전투기 FA-50의 한계를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FA-50같은 경전투기가 전시에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평화시에는 전술입문훈련(LIFT) 및 스크램블, 공중초계, 항공경찰 같은 다양한 임무를 저렴한 비용에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폴란드 공군이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에 배치된 FA-50이 KT-1 웅비 프롭 훈련기처럼 중간수명연장(MLU) 시기를 놓쳐 제대로 된 임무 수행도 어렵고 미래 전장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지 않게 되기를 염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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