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KF-21 보라매 1차 양산분 40대가 20대로 축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영문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국방연구원 KIDA가 ‘사업 불확실성’을 이유로 내세우며 양산 축소를 주장했다고 하는데요. KIDA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업 불확실성’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업계 소식통에게 문의를 했으나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인지 원고를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답변을 받게 된다면 시청자 여러분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 KIDA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업 불확실성’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던 차에 2023년 10월 25일 세계적인 항공전문지 Aviation Week가 게재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KF-21 Keeps Making Progress, But Hard Tasks Await (KF-21은 계속 진보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한참 읽다 보니 KIDA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업 불확실성’에 대한 힌트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Aviation Week의 기사 내용을 함께 살펴 본 후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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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의미는 분명했다. 지난 10월 18일, 5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곡예 비행을 선보인 KF-21 보라매 복좌형 시제기 파일럿들은 마지막으로 엄청난 속도를 내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전시회 ADEX에 모인 군중들의 머리 위를 가로질러 날아갔다. 그리고 급상승을 실시, 3번의 회전 비행을 선보인 후 에어쇼를 마무리 지었다.
에어쇼 공연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리 대단한 공연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과 14개월 전 초도비행에 성공했고 이후 출격 횟수(sortie)가 300회에 불과한 신생 4.5세대 전투기 보라매가 첫 공개 비행에서 선보인 깜짝 스턴트 묘기는 설계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보라! 우리는 결국 해냈다"
10년에 걸쳐 예정된 엔지니어링 및 제작 개발(EMD) 단계가 시작된 지 거의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순위 37위의 거대 방산업체로 성장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경영진들은 현대적인 중형(中型) 전투기를 자체 능력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해외는 물론 대한민국 국내에서조차도 "해외 기술지원을 최소화시킨 KF-21 보라매가 과연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군 참모차장으로 재직했고 지금은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를 이끌고 있는 강구영 사장은 ADEX 2023이 개최되는 동안 진행된 Aviation Week와의 인터뷰에서 “KF-21 보라매의 개발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에 와서야 비로소 세계 여러 나라 공군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실제로 KF-21 프로젝트는 출범 이후 상당히 느린 속도로 진행되었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엄청난 탄력을 받아왔다. 대한민국 공군은 2002년부터 KAI와 록히드 마틴이 공동 개발한 FA-50 골든이글의 뒤를 이을 첨단 국산 전투기에 대한 개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012년 기술성숙단계를 완료하고 개발자금 승인을 기다리느라 4년을 하릴없이 보낸 이후,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은 2026년까지 공대공 능력만 갖춘 KF-21 보라매 블록 1을 조달한다는 목표 아래 엔지니어링 및 제작 개발(EMD) 1단계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단좌형 KF-21 시제기의 첫 비행은 엔지니어링 및 제작 개발(EMD) 1단계(블록 1)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무려 6년 6개월이 흐른 후인 2022년 7월 19일에 이뤄졌다. 복좌식 두 대를 포함해 모두 6대인 보라매 시제기들은 이후 12개월 동안 비행 테스트에 투입되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초도비행 성공 이후 80번째 테스트 비행이 끝나기도 전인 지난 1월, 초음속 돌파에 성공했고 그로부터 3개월 후 첫 번째 공대공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는 등 짧은 시간 동안 놀라운 업적들을 달성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록히드 마틴의 F-35는 중량 최적화 시제기가 초도 비행한 이후 6년이 지나서야 첫 번째 공대공 미사일 발사 시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43개월로 예정되어 있는 KF-21 보라매 비행 테스트 1단계 일정의 3분의 1이 완료된 상황이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에게는 여전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숱하게 남아 있다. 예정된 2,000회의 비행 테스트 일정 중 아직 85%가 남아 있는 상태이지만 6대의 시제기 모두 사용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비행 테스트 일정 소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F-22를 참고한) KF-21 보라매 프로그램은 (그 덕분에) 몇 가지 선천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수석 엔지니어를 역임했던 이일우씨는 록히드 마틴의 F-22에서 영감을 받은 공기 흡입구와 육각형 기수 그리고 경사진 수직 날개를 갖춘 KF-21 보라매를 설계했지만 여기에 적용된 기술을 F-22 랩터와 비교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이미 신뢰도가 입증되어 있는 기성 GE F414 엔진과 임무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 외에도 KF-21 보라매는 성숙한 기술의 사용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 대신 전통적인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전방표시장치)가 비행 정보를 표시하는 기본 장치로 설치된다고 이일우 엔지니어는 Aviation Week에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KF-21 보라매에도 JHMCS-II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가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F-35의 경우 조종사의 상황인식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전방표시장치HUD를 아예 없애버리고 대신 전자광학분산개구적외선시스템 EODAS와 헬멧장착형 디스플레이HMD를 연동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이 시스템은 외부에서 촬영된 광학 영상 및 적외선 영상을 헬멧 바이저에 투영해 증강현실 기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미 공군이 목표하는 성능대로 증강현실이 구현된다면 마치 기체 외부를 투시하듯이 볼 수 있게 되고 아군 전투기는 녹색, 적군 전투기는 빨간색 등으로 구분하여 표시해주는 것도 가능하게 됩니다. Aviation Week는 KF-21 보라매가 F-35 정도의 상황인식능력을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역주)
거기 더해 KF-21 보라매는 컨포멀(등각) 전자전 안테나를 기체 내부에 설치하려 시도하는 대신 고대역 및 저대역 주파수의 전파를 각각 발신할 수 있도록 페어링된 외부 돌출형 블리스터(blister)를 탑재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이일우 엔지니어는 설명했다. 그 결과 KF-21 보라매의 공기역학적 성능은 일부 희생되고 말았지만 대신 KAI 엔지니어들의 기술적 부담은 줄어들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KF-21의 기체 중간 부분에 설치된 7개의 구조용 격벽(structural bulkheads)은 5만 톤급 프레스에 의해 만들어지는 보다 진보되고 튼튼한 티타늄 구조체가 아니라, 비용과 무게를 절감하기 위해 만들어진 알루미늄 합금 구조체가 대신하고 있다.
확실히 KF-21 보라매 프로그램은 여전히 개발상 위험에 직면해 있다. 록히드 마틴은 한국 엔지니어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미국 엔지니어 팀을 파견해 T-50 및 FA-50 전투기 설계를 도왔다. 현재 록히드 마틴 엔지니어 60여 명으로 구성된 기술 자문단 그룹이 KF-21 보라매 개발을 지원하고 있지만 KAI와의 계약 조항 때문에 이들의 기술 자문 및 피드백 역할이 제한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록히드 마틴이 파견한 기술 자문단의 역할과 비중이 커질수록 KF-21 보라매에 대한 KAI의 지분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본이 큰 야망을 품고 미쓰비시 F-2 개발에 나섰지만 미국과의 공동개발로 결정이 난 뒤 어떤 결과물을 맞이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결국 일본은 차세대 전투기 개발 파트너로 미국이 아닌 영국을 선택했죠. Aviation Week 입장에서는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미쓰비시 F-2의 전철을 밟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역주)
KF-21 보라매 프로그램은 개발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었지만 사업 관리의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인 2024년,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EMD 1단계(블록 1) 비행 테스트가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KF-21 보라매 1차 양산분 40대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KF-21 보라매의 공대지 구성에 대한 지상 테스트도 곧 시작될 예정이며, 탑재 무장들은 시제 1호기의 진동 테스트에 함께 투입될 것이다. 공대지 공격 임무 수행에 필요한 비행 역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EMD 2단계(블록 2)가 2026년부터 2년 동안 시행될 예정인데 이는 대한민국 공군이 KF-21 보라매로 구성된 첫 작전 편대를 공대공 임무 비행에 투입하는 시기와 겹친다는 문제점이 있다.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도전은 2028년 이후에 닥쳐올 것이다. 대한민국 공군은 EMD 3단계(블록 3)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KF-21 보라매 기체에 기술적으로 구현하기가 까다로운 스텔스적 구성 요소를 더 많이 적용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부 무장창과 컨포멀 안테나 그리고 레이더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외부 코팅 등과 관련된 기술이 여기에 포함된다.
EMD 3단계 사업(블록 3)이 성공하면 해외 수출시장에서 KF-21 보라매의 판매 전망이 크게 높아질 수 있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폴란드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대한민국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EMD 1단계 사업(블록 1) 개발 분담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다른 신규 개발 파트너와의 계약을 원하고 있으며 개발 파트너 확대 여부는 방위사업청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모든 신규 해외 파트너들은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KF-21 보라매에 대해 약속하고 있는 내용들이 실제로 이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신뢰할 수 있어야만 한다.
강구영 KAI 사장은 Aviation Week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는 4.5세대 전투기가 5세대 전투기로 진화할 수 있다는 KAI의 아이디어를 믿지 않았다"며 "심지어 출고식을 하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의구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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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3년 10월 25일 세계적인 항공전문지 Aviation Week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Aviation Week가 지적하고 있는 KF-21 보라매 프로그램 리스크에 대해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외는 물론 대한민국 국내에서조차도 "록히드 마틴 같은 해외 기술지원을 최소화시킨 KF-21 보라매가 과연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2. KF-21 보라매는 비용과 개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기성 GE F414 엔진과 임무 시스템 같은 기존의 성숙한 기술을 위주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KF-21 보라매가 F-35 수준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진화하는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기술간 격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해외 기술지원 없이 자력으로 EMD 3단계, 즉 KF-21 블록 3를 개발할 능력이 있음을 잠재적 해외 파트너 및 구매 희망 국가들에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3. KF-21 보라매 프로그램은 개발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었지만 사업 관리의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 2024년부터 EMD 1단계, 즉 블록 1이 양산되기 시작한다면 불과 2년 이후 공대지 임무 수행이 가능한 EMD 2단계(블록 2) 개발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설명하면 KF-21 보라매 블록 1으로 구성된 첫 작전 편대를 공대공 임무 비행에 투입하여 실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결함을 찾아내는데 주력해도 넉넉하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공대지 공격 능력을 갖춘 블록 2 개발을 거의 동시에 진행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양산을 하면서 블록(EMD) 단위로 개발을 완료하는 방식을 『진화적 개발』이라고 부르는데 빠른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실전 배치가 완료된 이후 중대한 오류들이 발견되어 수정하거나 업그레이드된 내용을 반영하려면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진화적 개발』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F-35 라이트닝 II 합동타격 전투기이며 아직도 EMD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공군에 도입된 F-35A는 EMD 3단계 사업, 즉 블록 3 버전이며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환상적인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서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버전은 블록 4부터입니다. 이말인즉슨, 대한민국에 도입된 F-35A도 미국에 다시 보내 엄청난 돈을 주고 업그레이드해야만 제대로 써먹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론에 불과하지만 Aviation Week의 주장 논거 중에 한국국방연구원 KIDA가 말하고 있는 ‘사업 불확실성’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는 3번째 요소, 즉 “사업 관리의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는 부분이 아닐까 추론하고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법 제1조는 KIDA의 목적이 “국방정책 전반을 체계적으로 연구, 분석함으로써 합리적인 국방정책을 수립하는 데 이바지”하는데 있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군이 소요 제기를 하면 KIDA는 이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타당성을 따지는 업무를 담당하게 됩니다. 이는 자연스레 KIDA로 하여금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포지션을 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KF-16이나 FA-50에 통합할 수 있는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일명 ‘중공지’ 개발 사업도 한국국방연구원 KIDA의 반대에 부딪쳐 보류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에 대한 KIDA의 논리는 “천룡(天龍) 장공지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목표물을 천룡 장공지로 타격하면 되지 굳이 돈을 들여 중공지를 개발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였다고 합니다. 즉, KF-21 보라매가 개발되고 나면 천룡 장공지만 운용하면 되지 굳이 KF-16이나 FA-50에 탑재할 수 있는 중공지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입니다.
물론 KIDA의 논리에 대해 우리 공군은 “3축 체계가 요구하고 있는 킬 체인을 보다 효과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FA-50을 투발수단으로 삼는 중공지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득하고 있으며 KAI나 LIG 같은 방산업체들도 “중거리 공대지/공대함 공격 능력을 갖춘 FA-50과 그렇지 못한 FA-50의 해외 수출 경쟁력은 차원이 다르다”는 말로 설득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국방연구원 KIDA는 전술, 전략적 득실보다는 경제적 이익 여부를 중요시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KF-21 보라매 1차 양산분 40대를 20대로 줄이자는 KIDA의 주장에는 “촉박한 개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KF-21 보라매를 1차로 40대나 양산했다가 뒤늦게 발생하는 결함으로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일단 20대 정도 생산해서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논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KIDA의 이러한 논리는 상당한 합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새로 개발된 신규 전투기들 중에 오류가 발견되지 않은 기종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시간을 두고 그러한 오류들을 얼마나 잡아냈는가에 따라 전투기의 신뢰도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F-15, F-16이나 프랑스 미라주와 라팔 등이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최근 10만 시간 무사고 운용기록을 달성한 FA-50조차도 개발 초기에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노출시켰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KF-21 초도 양산분 40대를 20대로 줄이자는 KIDA의 주장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인데요.
KF-21 보라매 초도 양산분에 결함이 나타났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40대에서 20대로 축소하여 양산했을 경우 나머지 20대에 대한 결함 수정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20대로 축소 양산하는 경우 KF-21 보라매의 대당 가격은 800억대에서 1,000억원에 가까울 정도로 비싸질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해외수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KF-21 보라매에게 있어 높아진 대당 가격은 매력을 떨어트려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노후화된 F-4, F-5 전투기들을 대체할 수 있는 전술기 확보가 시급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KF-21 보라매 프로젝트 초기, 한국국방연구원 KIDA도 연관되어 있는 논란에 휘말리며 예상보다 시간을 끄는 바람에 공군 전력 구조에 공백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구형 기체들을 억지로 끌고가고 있는 공군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KF-21 보라매들을 조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Aviation Week 기사를 읽으면서 느끼셨을지 모르지만, 4.5세대 전투기로써의 KF-21 보라매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초도비행 성공 이후 80번째 테스트 비행이 끝나기도 전인 지난 1월, 초음속 돌파에 성공했고 그로부터 3개월 후 첫 번째 공대공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는 등 짧은 시간 동안 놀라운 업적들을 달성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고 “이미 신뢰도가 입증되어 있는 GE F414 엔진과 임무 시스템에 의존하는 것 외에도 KF-21 보라매는 성숙한 기술의 사용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다만, Aviation Week는 KF-21 보라매가 본격적인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진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리스크와 공대지/공대함 구성인 블록 2 개발이 블록 1이 끝나는 시점과 거의 겹쳐서 진행되는 바람에 사업관리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지적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리크스에서 모두 벗어나 있는 KF-21 보라매 블록 1 초도 양산분을 굳이 40대에서 20대로 줄여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FA-50 사례에서도 입증되고 있듯이 KF-21 보라매는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 세상 그 어느 업체보다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라는 국내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지만 ‘리스크 없는 신규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 리스크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뿐입니다.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봤을 때, 저는 KAI를 믿어보는 편에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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