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8일, 폴란드 군사전문매체 Defence24는 바실 보드나르(Vasyl Bodnar) 터키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터키 TF-X 칸에 탑재할 엔진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TAI 칸(Kaan)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탑재할 엔진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고 있는 TAI 칸(Kaan)에게 있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문제는 TAI 칸(Kaan) 시제기에 탑재된 엔진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이 만든 F110 계열 엔진이라는데 있습니다. 사실 터키는 TAI 칸(Kaan)에 탑재할 엔진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뿐만 아니라 유로젯(Eurojet)과 롤스 로이스(Rolls Royce)와도 접촉을 시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항공우주공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엔진 제작 기술은 쉽게 이전 받을 수도, 이전해 줄 수도 없는 기술입니다.
단거리,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터키이기에 엔진 기술을 어느 정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야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1회용으로 한번 쓰고 버리는 로켓용 엔진과는 달리 전투기 등에 쓰이는 항공엔진은 1만 시간을 넘나드는 내구성을 요구 받게 됩니다.
쇠가 녹는 온도가 보통 1,500도 내외, 인간이 만든 내열합금이 버틸 수 있는 온도가 보통 900도 내외라고 합니다. 하지만 항공엔진 배기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도는 1,400~1,600도 정도나 되죠.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금속을 써야 하는 전투기에는 오로지 내열합금만 사용할 수 있는데 900도 내외의 온도만 견딜 수 있는 내열합금은 1,400~1,600도 정도로 뜨거운 열기와 만나면 녹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내열합금과 냉각 기술이 필요하게 되는데요. 엔진의 구조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내열합금을 만드는 기술과 냉각 기술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영역입니다. 수많은 실패와 경험, 다른 말로 하면 엄청난 자본과 시간을 투자하여 데이터를 축적시켜야만 성공할 수 있는 영역이죠. 한국형 F414 엔진 개발을 선언한 대한민국도 이제서야 이 영역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한 셈입니다.
그런 이유로 구 소련 시대를 거치면서 항공엔진 기술을 보유하게 된 우크라이나가 터키에게 관련 기술을 전수해주고 대신 KF-21 보라매의 경쟁자로 등장할지도 모르는 TAI 칸(Kaan)을 제공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Defence24의 기사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KF-21에 정통한 국내 전투기 전문가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고 인터뷰 답변을 바탕으로 제 나름대로 Defence24의 기사를 분석해 봤습니다.
2024년 2월 18일 폴란드 군사 전문지 Defence24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본 이후, KF-21 보라매에 정통한 국내 전투기 전문가가 보내온 인터뷰 답변 내용을 정리해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Defence24 기사 내용 번역은 노란색 글자로, 제 개인적인 사견과 역주는 하얀색 글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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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기업들이 터키가 개발 중인 5세대 전투기 TAI 칸(Kaan)에 탑재할 엔진을 위한 개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터키 수도 앙카라에 주재하고 있는 바실 보드나르(Vasyl Bodnar) 우크라이나 대사가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부터 양국은 이미 TAI 칸(Kaan) 전투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협력에 관해 논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정보는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다.
터키 차세대 전투기 칸(Kaan) 구매에 대한 협상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앞서 터키, 우크라이나 양국은 무인 항공기 프로그램을 통해 상호 협력했던 전례가 있는데 당시 우크라이나 기업들이 이 협력을 주도했었다. 소련(USSR)의 유산을 계승한 우크라이나 산업계는 엔진 제작을 비롯한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근래 역동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자체적으로 많은 기술을 개발해 온 터키 산업계였지만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의 역량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터키가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을 선택하면서 엔진 같은 일부 분야를 지름길로 질러 갈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분야의 노하우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팽배했다.
양국 모두 5세대 유인 전투기 혹은 5세대로 개량 가능한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항공우주산업 특히 그 중에서도 무인 항공기 분야에서 이루어져 왔던 터키-우크라이나 간의 협력 관계가 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전되는 것은 오히려 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2022년 이전에는 당시 TF-X로 알려졌던 칸(Kaan)을 가까운 미래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이러한 맥락에서 그들은 그리펜, F-16 그리고 F-15같은 과도기적인 4세대 전투기 구매를 고려했었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F-35를 판매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신 터키 칸(Kaan)의 도입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추측되며 우크라이나인들은 터키 TAI 칸(Kaan)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칸(Kaan)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인들은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탑재된 EJ200 엔진을 제작한 유로젯(Eurojet) 및 롤스 로이스(Rolls Royce)와의 치열한 항공엔진 경쟁에 직면해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의해 언제 공장이 폭격을 당할지 알 수 없으며 따라서 우크라이나 항공엔진 설계자들의 설계 능력을 평가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 더해 우크라이나가 TAI 칸(Kaan) 프로그램에 어느 정도 범위로 참여할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참여 자체가 가능할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와 터키가 TAI 칸 프로그램에 상호 협력하고 있다는 주장은 수십 대의 TAI 칸을 구매해 줄 수 있는 첫 번째 잠재적 수출 고객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차세대 전투기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는 일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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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2024년 2월 18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KF-21 보라매에 정통한 국내 전투기 전문가는 Defence24의 기사 내용에 대해 “TAI 칸(Kaan) 시제기에는 미국산 F110 계열 엔진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산 엔진을 사용하여 양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다는 사실 자체가 TAI 칸(Kaan) 프로그램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전투기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전투기의 파워와 무게중심을 결정짓는 엔진부터 선택하고 그에 맞게 전투기의 크기와 형태를 최적화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개발과정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한번 설명 드린 적이 있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잉 여객기 737-MAX도 기존 737 기체에 덩치와 파워가 더 커진 신형 엔진을 탑재하면서 문제가 생긴 경우입니다. 기체의 무게 중심이 달라졌기 때문에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기체를 최적화시켜야 했는데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소프트웨어(MCAS)로 해결하려다 사단이 난 것이죠. 항공기의 성능과 안정성에 그만큼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장 먼저 결정되어야 하는 부품이 엔진인데 TAI 칸(Kaan)은 시제기를 만든 지금까지도 엔진을 선택하지 못해 오락가락,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KF-21 보라매에 정통한 국내 전투기 전문가가 인터뷰에 응한 내용을 정리해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양산 엔진을 먼저 확보해야 전투기의 사이즈를 정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엔진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양산을 논하고 있는 TAI 칸(Kaan)의 행보는 개발자 입장에서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터키 TAI 칸(Kaan)의 시제기는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F110 계열 엔진을 장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Defence24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산 엔진 도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터키의 대(對) 러시아 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긴 미국 정부와 의회가 F110 계열 엔진에 대한 터키 금수조치를 여전히 풀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유로젯이 만든 EJ200 엔진도 2015년 터키가 TF-X용으로 거론한 첫 번째 엔진이지만 역시 시제기에 장착되거나 정식 구매가 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EJ200 엔진 역시 현재 터키의 친 러시아 정책의 영향으로 인해 유럽연합의 수출 허가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설명했다시피 TAI 칸(Kaan) 시제기에 탑재된 엔진은 F110 계열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대형 공중우세기 F-15에 탑재된 것이 바로 이 F110 계열 엔진인데 드라이(Dry) 추력 17,000 파운드, 애프터 버너(AB) 추력 29,000 파운드를 자랑한다. KF-21 보라매에 탑재된 F414 엔진의 드라이(Dry) 추력이 대략 15,000 파운드, 애프터 버너(AB) 추력이 22,000 파운드라는 사실에 비추어본다면 상당히 강력한 엔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이런 F110 계열 엔진을 쌍발로 장착한 TAI 칸(Kaan)은 F-15급의 파워를 보여줘야 옳다. 그런데 TAI 칸(Kaan)은 전장 21미터로 F-15보다 2미터 이상 더 큰 기체로 만들어졌다. 파워는 동일한데 크기가 커졌다면 당연히 기동성은 F-15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TAI 칸(Kaan) 시제기는 사이즈 최적화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구글링을 해보면 TAI 칸의 최대이륙중량은 27.2톤, 최대 속도는 마하 1.8 정도 되는 것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터키항공우주산업이 예전에 올려놓은 자료를 참고한 것인데요. F-15C의 최대이륙중량 30.8톤과 최대 속도 마하 2.5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TAI 칸이 사이즈 최적화에 실패했다는 전문가의 지적에 수긍이 가는 부분입니다. 터키항공우주산업도 문제가 있다고 느꼈는지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크기만 표시하고 있을 뿐, 무게는 전혀 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역주)
이와는 대조적으로 KF-21의 경우 2015년에 GE F414급 엔진을 C103 모델에 탑재하기로 결정하면서 안정적으로 개발이 진행되어 왔다. 시제기가 만들어졌을 뿐, 탑재 엔진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이즈만 키운 설계개념이나 기체 안정성 및 최적화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모습에서 TAI 칸(Kaan)의 설계 성숙도는 KF-21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테스트를 통해 C103이라는 모델을 도출한 KF-21과는 달리 TAI 칸(Kaan)은 급하게 개발을 서두르다 보니 기본 모델 도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Defence24 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듯이 우크라이나는 현재 연구 및 생산시설이 언제 폭격을 맞을지 알 수 없는 전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F-110 계열 엔진과 비슷한 추력을 가진 AL-31 계열 엔진을 양산해 낼 수 있는 기술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 생산능력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는 알아내기 어렵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필요한 미사일의 국내 생산도 어려운 상황인데 항공우주산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엔진 기술을 해외로 판매하겠다는 우크라이나 대사의 말을 신뢰하기도 어렵다.
개인적 의견으로, 미국의 본격적인 지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TAI 칸(Kaan)이 제대로 된 스텔스기로 만들어지려면 최소 1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국의 도움 없이 터키 자체 능력으로 TAI 칸(Kaan)을 스텔스 전투기로 만들려면 적어도 20~25년 이상의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요점은 과연 터키에게 그만한 재정적 능력이 있을까? 라는 의문에 있다. 현재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정치를 펼치며 TAI 칸(Kaan)을 밀어 붙이고 있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향후 25년 이상 계속 집권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2023년 연말까지 시제기를 공중에 띄우겠다던 터키 정부의 약속은 허무한 공수표가 되었습니다. KKMD 598화 『재정 위기에 직면한 터키 TF-X 칸(Kaan): 탑재장비 하나 없는 깡통 상태로 초도 비행에 나선다?』 편에서도 지적했지만 TAI 칸(Kaan)과 관련된 주요 하위 시스템 개발 소식조차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엔진 기술을 터키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5세대 전투기 혹은 5세대 전투기로 개량 가능한 전투기 TAI 칸(Kaan)을 수십 대 도입하려 한다”는 Defence24의 기사는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록히드 마틴의 F-35조차도 블록 4로 개량되는 2029년에(더 늦어질 수도 있음)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라는 타이틀을 KF-21 보라매보다 한참 뒤쳐지는 개발 속도를 보이고 있는 TAI 칸(Kaan)에 가져다 붙였다는 사실 자체가 거부감을 줍니다. 전투기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 예를 들어 우수한 기동성과 무장 능력으로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부터 갖추고 5세대를 논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KF-21 보라매가 4.5세대 전투기로 시작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에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o9xUpXJZj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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