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음으로 KF-21 보라매에 대한 기사를 많이 게재하고 있는 나라는 아마도 폴란드일 것입니다.
그만큼 폴란드가 KF-21 보라매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텐데요. 2024년 2월 21일,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는 “KF-21 프로그램에 인도네시아 대신 폴란드가? USB 사건이 가져올 파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Defence24는 “2016년 한국이 인도네시아를 KF-21 프로그램의 파트너로 받아들였던 목적은 13억 달러, 한화 1조 7,000억 상당의 개발비용을 아끼는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KF-21 50여대를 도입해 줄 첫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수출 기회를 확대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데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KF-21 개발분담금 납부는 체납하면서 대당 가격이 1,400억을 넘는 고가의 프랑스 라팔(Rafale) 전투기를 42대나 도입하고 그것도 모자라 미국 F-15EX 도입까지 들먹거리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한국의 실망감과 혐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Defence24는 진단하고 있습니다.
Defence24는 KF-21의 첫 번째 고객이자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상대적으로 ‘약한’ 쪽에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 같지만 인도네시아가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처음 계약을 체결했던 2016년 당시의 대한민국과 2024년 현재의 대한민국이 세계 방위산업에서 누리고 있는 위상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죠.
인도네시아는 한국에게 “원하는 수준의 기술이전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분담금도 납부하지 않는 것”이라고 몽니를 부리고 있지만 Defence24는 “심층적 기술이전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지 않고서도 객관적인 이유로 KF-21 보라매를 원하는 나라들이 동유럽과 중동 지역 등에서 속속 등장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나날이 취약해지고 있는 세계 안보환경. 미국 우선주의를 입에 달고 사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우려.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남 아시아 국가들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패권국가 중국. 이런 불안 요소들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국방력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뛰어난 가성비를 지닌 신형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KF-21 보라매를 개발하고 생산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이 예전과는 전혀 달라졌고 그 결과 인도네시아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과 협력하고 싶어하는 국가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고 Defence24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럼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2024년 2월 21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본 뒤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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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다목적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에 참여하고 있던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한국 사천에 있는 KAI 공장으로부터 유출된 데이터가 담긴 USB를 가져가려다 발각되었다고 코리아 타임즈(Korean Times)가 보도했다.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파트너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가 또 다시 땅에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인들은 중동과 동유럽에서 다른 파트너를 찾게 될까?
USB로 전송된 데이터는 기밀로 분류되는 내용이었지만 KF-21 보라매 제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군사기밀이나 방위산업기술보호법을 위반하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인도네시아에 대한) 혐오감은 확실히 심각한 상태다.
“USB에 기밀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기술자료 유출 혐의는 파트너로서 인도네시아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KF-21 개발 분담금 협정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비우호적인 태도를 고려해 봤을 때, 이번 사건은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를 끊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나서는 동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중략) 조만간 정부와 KAI는 인도네시아와 진행하고 있는 공동사업에 대해 악화되고 있는 여론을 고려하여 특단의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한국 항공업계 관계자 중 한 명이 코리아 타임즈(Korean Times)에 말했다.
이러한 좋지 못한 분위기는 여러 해 동안 악화되어 왔다. 대한민국은 KF-21 사업 초기부터 신형 전투기 제작을 목표로 하는 KF-X 사업에 자금을 투자해 줄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터키를 포함해 관심을 보인 몇몇 국가들과 회담이 개최되었지만 소수 지분을 가진 파트너가 되어달라는 한국의 제안에 터키는 최종적으로 동의하지 않았고 KF-X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TF-X 칸(Kaan) 5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출범시키는 쪽을 선택했다.
한편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합의에 성공했고, 재정 상황 때문에 KF-21 참여에 한계가 있었던 인도네시아는 기꺼이 소수 지분을 가진 '아우' 역할을 맡기로 했다. 이렇게 인도네시아와의 계약은 2016년에 성립되었다. 이 2016년 계약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KF-21 프로그램 비용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하기로 되어 있었다. 분담금 체납 문제는 매우 빠르게 발생했다. 2019년까지 인도네시아는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들며 1,700만 달러만 지불했던 것이다. 여러 차례의 회담과 절차를 거쳤지만 한국의 노력은 인도네시아 정부에게 370만 달러를 추가로 지불하도록 압박하는데 그쳤다.
65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KF-21 보라매 프로그램의 재정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며 한국 측은 인도네시아가 정말로 개발비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점점 더 의심스러워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밀린 개발 분담금을 받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겨우 13억 달러, 한화 1조 7천억 정도의 프로그램 비용을 줄이려고 KF-21 프로그램에 인도네시아를 참여시킨 것이 아니었다. 당시 한국인들은 KF-21 보라매 50여대를 도입해 줄 첫 고객을 맞이한다는 생각으로 인도네시아에게 문을 열어 주었던 것이다.
이는 KF-21 보라매에 대한 규모의 경제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대한민국 공군이 구매하고자 하는 블록 1 파생형 100대 남짓한 주문을 150여대로 늘릴 수 있었다. 첫 번째 수출 고객의 확보는 대한민국 공군을 넘어서는 폭 넓은 운용 경험의 축적과 더 큰 수출 기회를 의미한다.
(여기서 Defence24의 설명이 어설퍼지기 때문에 보충 정리를 해보자면, 블록 1 버전의 KF-21 보라매 40대는 대한민국 공군이 인수하고 50여대는 인도네시아 공군이 인수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즉, 블록 1 버전의 KF-21 보라매는 90대 생산된다는 뜻이죠. 그리고 대한민국 공군 단독으로 2029년부터 블록 2 버전의 KF-21 보라매 80대를 도입하면서 최종적으로 120대를 보유하게 되는데요. 처음 양산된 KF-21 보라매 블록 1도 추후 블록 2로 업그레이드 될 예정입니다. 역주)
그러나 이는 2016년을 기준으로 한 가정일 뿐이며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방위산업계는 눈부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이며 점점 더 높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관심을 나타내며 문을 두드리는 나라들이 여럿 있는데 (비록 KF-21 보라매 개발 관련 계약에 서명했다는 언론보도를 부인하기는 했지만)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 국가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폴란드 역시 KF-21 보라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폴란드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생산하는 FA-50 경전투기를 포함하여 한국산 무기를 가장 많이 구매하고 있는 최고의 고객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 몇 년 안에 심층적 기술협력에 관심을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객관적인 이유로 KF-21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에게 있어 인도네시아는 2016년 당시보다 훨씬 덜 매력적인 파트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제 계약상 발생한 지불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이미 성립된 KF-21 보라매 계약을 깡그리 무시한 채) 최근 프랑스 다쏘 라팔(Rafale) 42대를 구입하고 미국 보잉(Boeing)에서 F-15EX Eagle II를 32대 구매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는 인도네시아가 한국인들이 가장 큰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KF-21보라매에 대한 최종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보라매 전투기에 대한 정보를 빼돌리다 붙잡혔다는 사실은 비록 유출된 자료가 조잡한 내용이었다고 해도 한국-인도네시아 상호 협력에 대한 최후의 결정타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 협력을 끝낼 수 있는 완벽한 구실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용을 지불하는데 그치지 않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다른 파트너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유럽의 폴란드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가 KF-21 보라매의 단가를 낮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대규모 주문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KF-21 보라매는 폴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까?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그 답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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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2024년 2월 21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Defence24의 기사를 읽으면서 제가 흥미롭다고 생각한 부분은 터키의 칸(Kaan) 전투기가 초도 비행에 성공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인데 이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한 줄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폴란드는 사실상 TF 칸(Kaan)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요. 미국의 주요 군사전문지 War Zone에 게재된 기사도 살펴보았지만 터키 TF 칸(Kaan)에 대해 군사 전문가들은 대부분 “아직까지도 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양산형 TF 칸(Kaan)에 사용할 ‘엔진’을 어떻게 수급할 것인지가 가장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설명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본래 시제기란 실제로 운용해 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찾아내기 위해 양산형과 동일한 사양으로 만들어진 시험적 기체를 뜻합니다. 그런데 양산형에 어떤 엔진이 장착될지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제기를 만든다’고 말한다면 그 자체가 어폐가 있다는 뜻입니다. 일본의 X-2 신신(心神)처럼 기술 실증기로 만드는 것이라면 또 모르지만요.
기회가 된다면 터키 TF 칸(Kaan)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한 War Zone의 기사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만, 폴란드 군사 전문지 Defence24가 TF 칸(Kaan)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언제 실전 배치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4.5세대 이상 전투기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항전 제품들, 이른바 4대 핵심기술로 통칭되는 AESA 레이더, IRST, EOTGP, EW Suite를 자체 개발하지 못하고 해외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면 전투기 수출에 더 많은 제약이 가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전투기 대당 가격 또한 필연적으로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터키항공우주산업은 2023년에 이미 TF 칸(Kaan)의 가격이 최소 1,000억 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는데요.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전투기의 유닛 코스트 또한 비례해서 상승하게 됩니다. 더구나 TF 칸(Kaan)처럼 엔진 같은 핵심 부품들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대당 가격을 추산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을 수도 있습니다. 설계가 어떻게 바뀌고, 어떤 부품이 탑재될 것인가에 따라 대당 가격이 널뛰기 뛰듯이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Defence24의 기사에서 또 한번 확인할 수 있었지만 FA-50을 운용하는 국가라면 자연스럽게 KF-21 보라매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2월 22일 미국의 군사전문지 Defense News는 과거 러시아로부터 전투기를 도입했던 말레이시아가 경전투기 수주전을 통해 KAI FA-50 18대 도입을 결정하면서 러시아 대신 대한민국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월 27일에는 서울에서 국방회담을 열고 양국 안보 파트너십과 합동훈련 강화를 논의했다고 보도했고요. FA-50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중형 다목적 전투기를 찾고 있는 말레이시아에게 있어 물류 및 군수지원 라인이 동일하고 가성비가 우수한 KF-21 보라매는 무척 매력적인 제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FA-50을 도입한 필리핀이나 이라크 등이 KF-21 보라매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폴란드도 마찬가지고요. FA-50 해외 수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pf3UOXgSPX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