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형과 면허 생산형까지 모두 합쳐 4,000대 이상이 생산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노스롭사의 경량 전투기 F-5는 1959년 초도 비행에 성공한 이후 오늘날까지 6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 25개 이상 나라에서 1,700여대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노스롭 F-5 프리덤 파이터의 전투력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오가고 있지만 이렇게 긴 세월 동안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부터 ‘성공적인 설계’였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료를 살펴보면 F-5 프리덤 파이터는 노스롭이 만든 훈련기 T-38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노스롭이 저가형 초음속 경전투기로 개발했던 N156의 훈련기 버전이 바로 T-38(N156T)입니다. 이런 이유로 T-38은 등장할 당시부터 “훈련기치고는 지나치게 성능이 우수하고 그 결과 가격마저 비싸진” 모델이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당시 미국이 개발한 아음속 훈련기 T-33과 T-37이 각각 10만 달러, 16만 달러에 판매되었던 반면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T-38의 가격은 무려 75만 달러로 6배 이상의 가격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본격적인 미소(美蘇) 냉전이 시작되면서 우수한 성능을 지닌 T-38을 싸고 튼튼하며 저렴한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경전투기로 만들어 저개발 우방국에 무상 혹은 염가로 제공하자는 의견이 미국 내에서 힘을 받기 시작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F-5 프리덤 파이터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말씀 드렸던 것처럼 4,000대 이상의 파생형들이 생산되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고요.
자료를 살펴보면 초기 F-5A의 가격은 60만 달러였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미 공군의 로우급 전투기 F-16A의 가격이 460만 달러, 하이급 전투기 F-15A는 700만 달러 정도의 가격이었다고 합니다. F-5A의 당시 가격이 얼마나 저렴했는지를 잘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초음속 고등훈련기였던 T-38 탈론이 전 세계를 누비는 경전투기 F-5 프리덤 파이터로 변신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록히드 마틴의 기술지원을 받아 개발한 T-50 골든이글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T-50 역시 처음부터 경전투기로 활용할 의도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초음속 고등훈련기였고 훈련기 시장에서 “쓸데없이 고사양이고 그 덕분에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를 받으며 몇 번의 해외 수주전에서 패배의 쓴 잔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통해 불붙기 시작한 세계 군비경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본격화되면서 T-50을 경전투기 버전으로 개량한 FA-50의 활용 가치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으며 실제로 폴란드와 말레이시아 등에 50대 넘게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죠.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얻게 된 폴란드는 북대서양 조약기구 NATO의 경제적 지원 아래 AESA 레이더 및 최신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9X,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20의 통합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른바 FA-50 블록 20(가칭)가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 2023년에 FA-50의 단좌형인F-50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합니다. 하지만 단좌형 F-50이 실제로 개발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2024년 3월 8일 우선적으로 355억의 개발비를 투자하여 FA-50의 단좌형 개발을 시작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2년 전인 2022년 4월에 KKMD 410화 『직접 취재한 FA-50 블록20 진행상황과 단좌형 제공전투기 FA-50 블록30의 등장 가능성!』 편을 통해 해당 내용에 대해 알려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FA-50 관련 소식통의 정보가 정확했다는 사실을 2년이 지나서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일본의 군사전문 블로그 항공만능론GF에서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었는데요. 이미 여러 번 설명 드렸듯이 항공만능론GF는 공신력 있는 외신을 기반으로 일본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 팩트를 전달하고 독자들이 직접 찾아볼 수 있게 해당 외신의 링크까지 올려 놓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런 밀리터리 블로그들보다는 훨씬 높은 신뢰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2024년 3월 9일 항공만능론GF에 소개된 단좌형 FA-50에 대한 기사를 번역해 보고 이 기사에 대한 일본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반응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번역이 끝나면 지난 3월 12일에 참석한 BAE Systems에서 배포한 자료에 포함되어 있던 전자전 시스템 Storm EW™와 단좌형 다목적 전투기 KAI F-50과의 연결 가능성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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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2023년 1월 자체 개발한 FA-50의 단좌형을 개발하겠다고 예고했었는데, 2024년 3월 8일 실제로 "미래 항공기와 FA-50 단좌형 개발에 총 908억 6,000만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FA-50 단좌형은 지금보다 전투행동반경이 훨씬 더 확대되고 멀티롤(Multi-role) 임무 수행 능력도 더 한층 강화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2023년 1월 방위산업 관계자와 언론사를 초청해 'Global KAI 2050 Beyond Aerospace'를 선보였다. 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KAI는 "미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든지 "정부 조달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수출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발언 등을 통해 해외수출 강화 의지를 분명히 밝힌 바 있었다.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단좌형 FA-50, 즉 F-50과 미 공군 및 해군용 TF-50을 개발해 미 공군의 '고등전술훈련기(ATT)' 사업과 해군의 '전술대체항공기(TSA)', '신규훈련기(UJTS)' 사업에 록히드 마틴과 함께 뛰어들겠다고 선언했었지만 KAI는 지난 3월 8일 미래 항공기와 FA-50 단좌형 개발에 총 908억 6,0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래항공기란 전동식 수직이착륙기(eVTOL)로, KAI는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기반기술 개발에서 실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개발 단계로 이행하고, 2031년까지 국내와 美연방항공국(FAA)의 형식증명을 취득해 국내 및 해외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이번에 투자되는 533억 원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의 개발 작업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2028년까지 투자되는 총 비용은 약 1,500억 원으로 예상되며 이 사업을 통해 한국 표준 전동식 수직이착륙기(eVTOL)을 실용화하고 민수/군수 양측에서 사업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FA-50 단좌형에 대해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금까지 수출된 FA-50 138대는 복좌형으로 이들을 운용하고 있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단좌형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게 확인되고 있다"며 "다목적 전투기에 대한 세계적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355억 6,0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KAI는 "FA-50 단좌형은 더 넓은 범위에서 공대공, 공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투행동반경이 확대되고 다목적 임무 수행 능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옵션을 마련함으로써 고객의 잠재적인 요구 사항들을 충족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FA-50 단좌형 개발에 투자할 예정인 금액의 총액이나 개발 스케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항공우주산업은 FA-50 단좌형과 비슷한 클래스에 있는 전투기의 수요를 450대 정도로 예측하고 있고 "300대 이상의 주문을 확보한다면 해당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항공잡지 Aviacionline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는 가스통 듀보아는 "아직 전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MiG-21, F-5, A-37, A-4, 알파 제트, L-39 같은 구형 전투기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이들을 대체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단좌형 전투기 F-50에 대한 잠재적 시장은 무려 800대에서 1,000대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어 향후 FA-50의 단좌형 F-50뿐만 아니라 복좌형 FA-50에 대한 수요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 되었든 이번 투자건 발표로 KAI의 'FA-50의 단좌형 개발'은 더 이상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 프로젝트로 태동하게 되었다. FA-50의 단좌형 F-50이 실제로 완성되어 제대로 된 다목적 전투기로 등장하게 된다면 세계 경전투기 시장에서 매우 흥미로운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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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4년 3월 9일 항공만능론GF에 소개된 단좌형 FA-50에 대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그럼 미리 말씀 드렸던 대로 이 기사에 달려 있는 일본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댓글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단좌형 F-50에 대해 생각보다 꽤나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댓글들이 많았습니다.
과거에 미국이나 영국의 허가가 나지 않아 FA-50 수출이 좌절되었던 전례를 생각해 본다면 이 정도 클래스의 기체가 갖고 싶어서 관계자가 영향력을 발휘할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수출에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어디까지 판매할 수 있겠는가? (닉네임 nachteule)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FA-50을) 수출하지 못한 것은 애초에 그 나라가 포클랜드를 두고 (영국에게) 전쟁을 걸었던 탓이다. 그리고 중국산 전투기가 그런 경량급 전투기 시장을 휩쓸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다면 FA-50의 수출 승인도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닉네임 shkk)
최신형 F-16V를 갖고 싶지만 비싸서 손을 댈 수 없는 나라들에게 있어 FA-50 단좌형은 무척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일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방산업체들은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유연하게 개조하여 제작해 주기 때문에 구매국의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일본 방산업계는 이웃 나라 한국의 이러한 사용자 위주의 세일즈 마인드를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삼성인지 LG인지 잊어버렸지만, 인도에서 냉장고 시장을 개척할 때 "열쇠가 달린 냉장고"를 팔아 점유율을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닉네임 ななし 최다득표)
(해당 기사에 달린 일본 네티즌의 댓글들 중 가장 많은 ‘좋아요’를 획득한 ‘오늘의 댓글’입니다. 일본 내에서도 많은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FA-50 단좌형의 장점과 한국 방산업계의 강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댓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삼성이나 LG가 인도에 열쇠가 달린 냉장고를 팔았던 일이 있었나요? 역주)
선진국에서도 "유사시 고등 제트훈련기를 실전에 투입함으로써 좀더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 향상을 꾀하고 싶다"거나 "평상시 스크램블 임무에 높은 운용유지비가 들어가는 대형 쌍발 전투기나 스텔스 전투기 등을 소모시키고 싶지 않다"는 요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하 1.5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고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AAM)을 2발 이상 탑재할 수 있는 FA-50은 안성맞춤인 기체라고 할 수 있다. 중등 훈련기들의 기대 수명이 슬슬 끝을 향해 달려가는 나라에서는 FA-50이 대체 후보 1순위가 될 것이 분명하다. (닉네임 Whiskey Dick)
한국의 FA-50이 21세기의 F-5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닉네임 AAA)
지금은 F-5에 상당하는 기체가 없으니까 (FA-50이 21세기의 F-5가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5세대 전투기 F-35는 쉽게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고 흔하디 흔했던 F-16조차도 그림의 떡이 되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사브의 그리펜도 E/F형으로 개량되면서 ‘가성비’라는 장점을 잃고 말았다. (닉네임 朴秀)
T-38 훈련기에서 단좌형 경전투기 F-5가 태어났던 것처럼 T-50에서 출발한 FA-50에서도 단좌형이 나오는구나. FA-50의 후방 좌석을 연료탱크로 대체하고 현대적 항전장비로 개량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T-50 훈련기와 함께 세트로 제안할 수 있다는 사실 덕분에 세계 여러 나라 구형 전투기 교체 사업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닉네임 daishi)
마지막으로 BAE Systems가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했다가 지난 2023년 중순 무렵부터 BAE가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내장형 전자전 모듈 Storm EW™가 FA-50에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블록 20로 개량된 FA-50에도 아직 내장형 전자전 모듈이 탑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만약 단좌화되어 전투행동반경이 대폭적으로 늘어난 FA-50에 AESA 레이더 및 Storm EW™같은 전자전 모듈까지 더해진다면 전투력에도 상당한 증강 요소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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