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팔, F-15, KF-21: 우수한 전투기만 사면 끝인가? 인도네시아 공군의 기형적 전력구성을 매섭게 비판한 IISS 보고서
KF-21 보라매에 대해 가장 많은 기사를 게재하고 있는 현지 언론 Zona Jakarta는 지난 10월 2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몰도코(Moeldoko) 대통령 비서실장이 발언한 내용을 인용하며 KF-21 보라매와 관련된 지적재산권, 계약사항, 마케팅 문제를 한국과 조속히 협의해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10월 12일 기사에서는 지적재산권, 계약사항, 마케팅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한국의 허가 없이도 인도네시아 자체 버전의 KF-21 보라매를 만들어 다른 나라에 판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ESA 레이더, EOTGP, IRST 그리고 전자전 체계로 구성되는 소위 핵심 4대 기술을 한국으로부터 이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었습니다.
KF-21 보라매 전체 개발비용의 불과 20%에 불과한 금액을 부담하면서 120%의 보상을 기대하는 Zona Jakarta의 기사 내용에 황당함을 넘어 약간의 분노마저 느꼈는데요. 그래도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이 정도로 수준 낮은 기사를 썼는지 이해가 안될 지경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체결되었던 국제 방산거래에 대한 자료를 조금만 찾아봐도 Zona Jakarta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것인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Zona Jakarta의 기사를 아무리 살펴봐도 대당 1,500억이 넘는 라팔(Rafale)을 42대나 구매한 프랑스를 대상으로 기술이전을 문제 삼는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는 점도 불쾌한 부분이었습니다. 1조원에 가까운 KF-21 보라매 개발 분담금은 체납한 상태에서도 해외수출 판매권과 기술이전을 따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6조 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여 라팔(Rafale)을 구매하면서 프랑스 정부에게 기술이전에 관련된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프랑스가 대한민국보다 기술이전에 더 관대한 나라도 아니고요.
문득, 2023 MADEX에서 만났던 인도네시아 방산 관계자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인도네시아 언론은 그야말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입’에 불과하며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근거 없는 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전략연구소(IISS)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 국방분석가 자키 나라디치안타마(Dzaky Naradichiantama)의 기고문은 Zona Jakarta가 게재한 수준 이하의 기사를 읽다가 답답해진 제 가슴에 숨통을 틔워 주었습니다. 객관적 팩트와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는 아랑곳없이 아전인수(我田引水)격 논리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장만 대변하는 기사와는 차원이 다른 논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2023년 10월 3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본 뒤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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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공군은 보유하고 있는 전술기 구성을 재편하려는 대담한 야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공군의 야망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알려주는 시금석은 신형 전투기의 조달과 운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준비 중인 광범위한 전투기 조달 계획들이 차질 없이 실행된다면 인도네시아 공군(IDAF)은 앞으로 20년 동안 전례가 없었던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원래 의도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심지어 실패할 수도 있는데 그러한 요인들 중에서도 특히 골치 아픈 문제는 바로 다수의 국가로부터 도입한 다양한 종류의 전투기들을 효과적으로 도입하고 운용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데 있다.
악화되는 지역 안보 환경과 많은 섬들로 구성된 광대한 영토를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려는 인도네시아의 열망이 이러한 공군 전력 개편을 지지하고 있다. 자국 공군(IDAF) 및 기타 다른 군사 자원들을 현대화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노력은 부분적으로 남중국해에서 자행되고 있는 중국의 독단적인 행동에 대한 우려와 수십 년 된 무기 및 장비를 교체해야 할 필요성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있다.
인도네시아 군 현대화 기본 계획은 약 15년 전에 작성되었지만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2019년부터 새로운 추진력을 얻게 되었고 이후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신형 전투기와 수송기를 구매하는 수십억 달러, 현재 환율로 수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거래는 인도네시아 당국이 새로운 항공기 유형으로의 전환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진행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불러 일으키고 있다.
감돌고 있는 변화의 기운
인도네시아 정부는 3종류의 다목적 전투기를 주문했으며 거의 동시에 조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2022년 2월 인도네시아는 최대 42대의 라팔(Rafale)을 일괄 구매하기로 합의했는데 라팔(Rafale) 제조업체인 다쏘(Dassault)는 2022년 9월 발표된 1차 인도분 6대에 더해 2023년 8월 2차 인도분 18대가 추가 주문되었다고 밝혔다. 여기 더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임시 방편으로 7억 8,643만 달러, 한화 1조 600억 원을 들여 카타르 공군으로부터 다쏘(Dassault) 미라지(Mirage) 2000ED 전투기 9대와 2000D 전투기 3대를 중고로 도입했다. 지난 8월에는 최대 24대의 F-15EX 이글 II 전투기를 미국 보잉으로부터 조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신형 전투기 외에도 인도네시아는 대한민국이 개발하고 있는 KF-21 보라매 다목적 전투기에 참여하고 있지만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 라팔(Rafale)과 F-15IDN으로 명명된 F-15EX는 이미 퇴역한 Northrop F-5E/F Tiger II와 노후된 BAE Hawk 109/209를 대체할 예정이다. 프랑스 라팔은 2026년까지 인도네시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F-15EX의 인도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중고 미라지(Mirage) 전투기를 12대나 도입한 것은 라팔이 도착하기 전까지 발생하는 공백을 메우고 이전에 프랑스 전투기를 운용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쏘(Dassault) 전투기를 운용하고 지원하는 경험을 인도네시아 공군(IDAF)에게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원하는 대로 순탄하게 기종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속단할 수 없으며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현실과 인도네시아의 야망
일단 미라지 2000이 인도되면 남중국해와 접경한 북 나투나해 인근 서 칼리만탄주 수파디오(Supadio) 공군기지에서 1개 비행대대로 운용될 것이다. 현재 이 기지에서 운용되고 있는 BAE 호크(Hawk) 109/209는 리아우주 로스민 누르자딘(Roesmin Nurjadin) 공군기지의 제12비행대대로 통합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제1비행대대나 제12비행대대에 라팔(Rafale) 혹은 F-15EX 중 하나를 배치할 가능성이 높은데 어쩌면 둘 다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네시아 공군(IDAF)이 전투 비행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새로운 전투비행대대는 이 두 기종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뜻이다.
인도네시아 공군 고위 장교들은 기존 방공식별구역(ADIZ)을 자바, 발리 그리고 수마트라 남부와 누사텡가라 서부 일부 지역에 걸치도록 확장하여 인도네시아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전체를 방공식별구역(ADIZ)에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 여기 더해 인도네시아 군은 파푸아(Papua) 지방의 내부 안보 문제에 대응하고 산재해 있는 많은 군도(群島)를 연결하는 해로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군 자산을 재배치하고 부대와 기지 그리고 비행대대를 동쪽으로 확장하는 작업 역시 계속해 왔다.
자바(Java)에 위치한 군사 요충지를 넘어 군도의 먼 곳까지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공군력의 필요성은 점점 더 시급해지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역내 혹은 역외에 위치한 타 국가 소속 항공기들의 침입이 수십 차례 목격된 바 있는 인도네시아의 광대한 영공을 순찰해야 할 필요성도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 상황들도 인도네시아 안보 담당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안보 환경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 공군은 이런 안보 환경을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 큰 장벽이 될 수 있는 일련의 구조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우선 그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 공군 당국이 새로운 플랫폼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와 인력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플랫폼에 탑승해서 임무를 수행할 조종사를 양성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전투기 구매와 전혀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구매된 전투기 숫자로 봤을 때 약 36명에서 48명의 신규 조종사들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인도네시아 공군이 양성해 낸 조종사는 필요한 숫자의 1/4~1/3 수준인 12명에 불과했다. 문제가 그뿐일까? 전투기를 운용해야 하는 공군 기지들의 상당수도 새롭게 구매된 전투기에 맞춰 개량 작업이 필요한 상태이다.
가동률이라고도 불리는 작전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것도 계속해서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평균적으로 인도네시아 공군(IDAF) 소속 최전방 전투기의 약 50~60%가 작전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전투기 및 훈련기와 관련된 주요 사고도 9건이나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라팔(Rafale)과 미국 F-15EX 전투기가 모두 일정대로 인도된다면 인도네시아 공군은 브라질, 프랑스, 러시아, 대한민국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도입된 전투기들을 동시에 운용해야만 하고 결과적으로 군수 계통도 다른 다양한 플랫폼들이 얼마나 원활하게 통합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외 전투기 구매 역사에서 유명한 오래된 교훈을 직접 배우게 될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전투기 구매는 쉽다. 하지만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제대로 운용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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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국제전략연구소(IISS)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방분석 전문가 자키 나라디치안타마가 2023년 10월 3일 기고한 보고서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이 보고서가 탁월한 점은 “왜 인도네시아가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한 상태이면서도 라팔이나 F-15EX를 주문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인도네시아 관점에서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가 어떤 부분에서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는데 있습니다.
기존 보유하고 있던 전투기의 노후화는 심각하게 진행되고 러시아로부터 전투기를 공급받기도 어렵게 된 상황에서 힘을 앞세워 세를 불려나가는 중국에 대응해야 할 인도네시아의 필요성은 이 보고서를 통해 명확하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경전투기 체급으로 이해되는 F-5E/F 타이거 II와 훈련기 겸 공격기인 BAE Hawk 109/209를 대체하기 위해 라팔(Rafale)과 F-15EX를 곧바로 도입하겠다는 인도네시아 공군의 의사결정은 현실보다 의욕을 앞세운 결과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해외 군사전문가들이 기고한 외신 중에는 F-5E/F를 퇴역시키고 대신 KF-21 보라매를 도입하겠다는 대한민국 공군의 계획에 대해서도 운용유지비가 폭증하여 퇴역하는 F-5E/F 대비 도입할 수 있는 KF-21 보라매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는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KF-21 보라매보다 더 높은 도입 비용과 시간당 운용유지비를 필요로 하는 라팔(Rafale)이나 F-15EX를 F-5E/F 대신 도입한다면 과연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그 외에도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도입하는 전투기 특성에 맞춰 공군기지 시설을 개조하고 군수계통을 확립해야 하는데 도입 기종들이 브라질, 프랑스, 러시아, 대한민국 그리고 미국으로 다원화 되다 보니 통합이 어렵고 설사 통합이 된다고 하더라도 일원화된 경우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는 문제점입니다.
사실 비용보다 더 골치 아픈 것은 정비와 수리 문제입니다. IISS가 이미 지적하고 있듯이 지난 10년 동안 평균적으로 인도네시아 공군(IDAF) 소속 최전방 전투기의 절반 이상인 약 50~60%가 작전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민감해진 다양한 나라의 최신 전투기들을 대상으로 인도네시아 공군은 과연 어느 정도의 가동률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예산과 인력이 제한되어 있는 인도네시아 공군의 정비 엔지니어들이 과연 라팔, F-15, KF-21 보라매, Su-30 등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요?
Zona Jakarta가 신문기사로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내용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공군력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요소는 비싸고 좋은 전투기를 구매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국 상황에 맞는 가성비 좋은 전투기를 구매해서 제대로 관리하는데 있다는 사실을 국제전략연구소(IISS) 소속 국방분석가 자키 나라디치안타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투기 구매는 쉽다. 하지만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제대로 운용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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