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5월 27일 KBS는 『육군 무인기 입찰 불공정 의혹, “시험평가단이 협박”…… 업체 폭로』 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KBS는 불공정 입찰을 시도했다는 국내 업체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다른 기사들을 통해 N업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요.
제가 해당 뉴스에 대해 인지하고 있던 내용은 이 정도가 전부였지만 마침 5월 30일 해군이 주최한 ‘함상토론회’에 초청받아 참석하게 된 자리에 전시되어 있던 N사 부스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N사 관계자와 직접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한 채로 행사를 마무리하게 되었는데요. 대신 함상토론회에 참석해 있던 국내 무인드론 제작업체 베셀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먼저 시청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KBS에 보도된 육군 해안정찰용 소형무인기 수주전 불공정 입찰 의혹 기사부터 간단하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육군은 휴전선 주변과 해안의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예산 430억 원으로 무인기 159대를 신속 도입해 올해부터 실전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업체 2곳이 입찰에 참가한 가운데 여섯 달에 걸친 시험평가가 진행되었고 평가가 정상적으로 마무리 될 무렵, 육군 평가관 3명 가운데 1명인 김 모 평가관이 '평가기간 5주 연장'을 통보했다.
그 결과 선정된 업체가 바로 문제의 N사인데 결과에 승복할 수 없었던 경쟁업체가 "동일 조건에서 시험평가를 정상 종료한 입장에서 나온 평가기간 연장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방위사업청에 그 사유를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육군 해안정찰용 소형 무인기 수주전에서 불공정 입찰 의혹보다 더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N사의 무인기가 “중국의 상업용 무인 드론을 그대로 복제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KBS 기사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육군 해안정찰용 무인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가 입찰 때 제시한 무인기가 중국 상업용 드론과 매우 유사한 형상을 지니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GPS 안테나 위치와 모양, 날개 탈부착 장치, 날개 연결 부위 모양과 배치도 동일하고, 제원상 크기도 거의 같다.
실제 설계도면을 입수해 중국산 무인기와 도면을 겹쳐서 비교해보니 같은 기체로 보일 정도로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입찰제안서에는 국내에서 설계하고 제작한다고 썼던 선정 업체는 해당 중국산 기체를 한 번 수입해 외형을 참고했고 설계와 제작은 국내에서 했다고 해명했다.
선정 업체 기체는 시험평가에서 일부 결함이 발견됐고, 경쟁업체 기체에 비해 보완요구사항도 두 배 가까이 많았지만 입찰 가격은 훨씬 저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즉, 국내 무인드론 제조업체가 중국산 상업용 무인드론의 설계를 그대로 복제해서 육군 해안정찰용 소형 무인기 수주전에 출품했고, 경쟁업체 기체에 비해 보완요구사항이 두 배 가까이 많을 정도의 결함이 발견되었지만 육군 평가관 중 한 명의 결정에 의해 평가기간을 5주 정도 더 연장 받았고 그 결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으로 요약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아쉽게도 해군 함상토론회를 통해 문제의 N사 관계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대신 N사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소형 무인드론을 생산하고 있는 베셀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와 만나 나눈 이야기들을 공유해고자 합니다.


우선 사실 일치 여부를 떠나서 “국내 업체가 중국의 상업용 드론을 복제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만든 중국의 드론 기술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대한항공이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중고도 무인기 RQ-105K(KUS-FS)나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가오리 형상의 스텔스 무인기 KUS-FC 그리고 저피탐 무인편대기 KUS-LW 등은 상당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존재들입니다.
여기 더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역시 AAP로 불리는 다목적 소형 무인기와 FA-50과 비슷한 크기의 무인전투기 UCAV를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KUS-FC나 KUS-LW와 마찬가지로 KAI의 무인기들 역시 높은 수준의 무인드론 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개발이 불가능한 존재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군이 주관한 해안정찰용 소형 무인기 입찰에서 중국산 드론을 복제했다고 의심받는 기체가 등장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까지 되었으니 대한민국 무인드론 기술 수준이 혹시 중국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드론 관련 기술이 혹시 중국보다 10년 이상 뒤쳐져 있냐는 제 질문에 대해 베셀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답변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단지 카테고리의 차이일 뿐인데요. 대한항공 중고도 무인기 MUAV나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개발한 군단급 무인기는 고정익 기반의 기체로 대한민국 군용 무인기는 상당히 높은 기술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다만 (육군 해안정찰용 무인기를 포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드론 등급은 자체중량 25kg~150kg 사이에 수직이착륙(lift & cruise) 형상의 중소형 무인기 등급입니다. 이런 수직이착륙 형태의 중소형 무인기 분야에서 중국은 체공시간, 형상크기대비 탑재중량 등 비행 성능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어 우리나라보다 기술적으로 많이 앞서 있는 상황입니다.
10년이라는 수치로 단정짓기는 어려우나 기회가 될 때 시장자료를 한번 살펴 보신다면 중국산 수직이착륙 무인기가 보유하고 있는 동일이륙중량 대비 탑재중량과 비행시간이 국산 수직이착륙 무인기보다 수치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따라서 현재 국내에 수직이착륙(Lift & cruise) 형상으로 전력화된 무인기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리해 보자면 현재 군용으로 전력화된 고정익 기반 중대형 무인기들은 상당히 고성능이며 기술력 측면에서도 결코 중국보다 뒤쳐지지 않지만 민수분야에 사용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직이착륙) 무인기들은 비행을 맘대로 할 수 없는 환경적 제한 등으로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이다 보니 결국 중국보다 뒤쳐지고 말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육군 해안정찰용 무인기 수주전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제 질문에 대해서 베셀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경쟁 업체에 대한 비방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어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만, 중국이 앞서 있는 중소형 수직이착륙 무인기 분야라고는 하지만 중국 기술을 복제하는 것이 아닌 한국 고유의 기술력을 키워나가야 할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중소형 수직이착륙 무인드론’ 분야가 온통 중국산으로 물들고 있다는 사실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항공기업체가 자체 개발한 System engineering 프로세스에 따라 설계/해석, 제작, 조립, 시험을 거쳐 개발한 비행체들은 추후 사용자(고객)의 요구에 따라 형상이나 구성시스템을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폭넓은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체 설계/해석 단계의 데이터부터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사용자에 의한 변경이 요구될 시 초기 단계부터 재검토 할 필요 없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죠.』
베셀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난 뒤 KBS 뉴스 내용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KBS 뉴스에 따르면 N사의 수직이착륙 소형 무인기는 경쟁업체 기체에 비해 보완요구사항이 두 배 가까이 많을 정도로 결함이 발견되었지만 입찰 가격은 가장 저렴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추론일 뿐이지만 기체 설계/해석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기체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동시에 자체 R&D를 통해 기체/설계 해석 단계부터 데이터를 충실하게 수집해온 업체라면 보완요구사항이 다른 업체보다 두 배 많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 배 적어야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KBS 뉴스의 내용처럼 N사가 “중국산 중소형 수직이착륙 드론을 그대로 복제했을” 혐의를 피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이야기를 요약 정리해 볼까요?
대한항공의 중고도 무인기 MUAV, KUS-FC, KUS-LW나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군단급 무인기, KF-21 혹은 FA-50과 함께 작전을 펼치게 될 로열윙맨 무인전투기(UCAV)같은 고정익 기반의 중대형 무인기 기술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수직이착륙(Lift & Cruise) 방식’의 중소형 무인드론 시장에 있어서는 한국이 중국에게 상당히 고전하고 있는 형세라는 우려가 있고 이번 육군 해안정찰용 무인 드론 수주전에 선정된 국내 업체가 중국산 상업용 드론을 그대로 베꼈다는 논란에 빠져들면서 그런 우려가 실제로 근거가 있는 우려라는 점을 여실하게 보여줬다는데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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