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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무기 체계들/중동 & 아프리카

대한민국 K-방산 성장 스토리를 벤치마킹한 사우디아라비아, 2030년 방산강국 진입을 예고하다

by KKMD Kevin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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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군

 

국제정세를 연구하고 동남아시아 현지 사정에 밝은 어느 대학교수가 유튜브 채널에서 왜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그들의 롤 모델로 삼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 중국이나 인도 혹은 러시아처럼 땅덩어리가 큰 나라도 아니고 인구도 5천만에 불과한 대한민국이 풍부한 천연자원도 없으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서 그들은 희망을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는데요. 대한민국은 불과 70년 전만해도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던 나라였기 때문에 그들이 가지게 되는 희망의 크기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들이 닮고 싶어하는(want to be) 경제모델을 가지고 있는 나라일 뿐만 아니라 자주국방 측면에서도 롤 모델(Role Model) 국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든 나라들이 예외 없이 주목하게 되는 분야가 바로 방위산업인데요. 미중(美中) 경쟁 격화에 따른 결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군비 경쟁이 불붙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로 유럽 역시 너도 나도 군비 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랑스 군사전문지 Meta Defense는 여러 기사를 통해 냉전이 끝난 이후 지난 20년간 세계를 휩쓸었던 군비 감축 추세에 유일하게 역행했던 나라가 대한민국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기사는 방산과 관련된 초기 기술이라고는 약에 쓸려고 해도 찾아볼 수 없었던 대한민국이 어떻게 오늘날 방산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사우디 아라비아가 대한민국 K-방산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을 그대로 모방하여 빠르면 2030년대부터 방산강국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선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읽으면서 사우디 아라비아가 놓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사실 한가지가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Meta Defense가 게재한 기사 “On the South Korean model, Saudi Arabia wants to become a major player in armaments by 2030 (대한민국을 롤 모델로 삼은 사우디 아라비아, 2030년까지 방산분야 주요 국가로 참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다)”를 번역해 함께 살펴 본 뒤 사우디 아라비아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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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한 이후 서방 국가들, 특히 유럽 국가 대다수가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를 줄였지만, 북한의 위협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던 대한민국은 한반도가 직면하고 있는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발판 삼아 지난 20년 동안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산업능력 및 첨단기술을 보유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자국 방위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적절한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덕분에 풍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던 대한민국은 자국 방위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서구 방산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한국군 현대화" 계약들을 제시하며 접촉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방식으로 대한민국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통해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심지어 러시아와도 대규모 방산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당시 대한민국을 제외한 다른 방산시장들은 모두 심각한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서방의 방산 선진국들은 대한민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고 평소보다 더 진지하게 대한민국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대한민국이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그리고 러시아와 체결했던 방산 계약들은 대부분 중요 기술을 이전해준다는 조항들을 수반하고 있었고, 이러한 기술 이전 덕분에 대한민국 방산업체들은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 서구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장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세계 자주포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K9 썬더와 (폴란드로 수출된) K2 흑표 주력전차, (재래식 잠수함들 중 발군의 성능을 자랑하는) 도산안창호급과 KDX-III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렇게 서구 방산 선진국들로부터 이전 받은 기술들의 존재가 컸다.

https://youtu.be/fsbspbi0y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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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주요 무기체계들의 초창기 버전들은 대부분 유럽 혹은 미국으로부터 수입된 부품들을 적어도 일부 혹은 상당수 탑재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진적으로 자체 기술로 제작한 부품들로 대체되어 갔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자체 기술로 제작된 부품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고가의 핵심 방산 장비들을 유럽이나 미국 업체들로부터 간섭 받지 않고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전 세계 방산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방산계약 수주전이 있는 곳이라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방산강국 대한민국이 탄생할 수 있도록 초기 기술을 전수해주었던 서구의 방산업체들은 놀랍도록 성장한 대한민국과 방산수주 계약을 두고 틈만 나면 경쟁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과 직면하게 된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의 방산기술 역량은 이제 서구에서 생산된 최신 부품들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원하는 제품의 생산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성공담이 사우디 아라비아 당국에 큰 영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파리 에어쇼의 일환으로 미국의 군사전문지 Breaking Defense와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방위산업(Saudi Arabia Military Industries) 약칭 SAMI의 사장인 왈리드 아부할레드(Walid Abukhaled)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방산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야망을 상세하게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SAMI를 세계 상위 25위 안에 들어가는 방산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동시에 그는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가 수입하고 있는 해외 방산물품의 숫자를 2030년까지 지금 수준의 50% 이하로 줄이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또한 밝혔다.

 

사우디 아라비아 군대의 장비 현대화를 위해 필요한 수많은 방산계약에 정확하게 기반을 둔 이 전략은 상당한 수준의 기술 이전과 도입국 현지 생산을 통한 고용증대 효과를 강요하고 있어 굳이 따로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이 독자적 방산 능력을 획득하기 전이었던 1995년에서 2015년 사이 시행했던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방위산업 SAMI는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그리고 에어버스 같은 주요 방위산업체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 아라비아 국내 산업인프라 및 연구개발(R&D)센터 구축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2022 750억 달러, 한화 99조원으로 시작해 2028년까지 860억 달러, 한화 114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사우디 아라비아 군 수뇌부에게 위임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의 군 현대화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엿볼 수 있다.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 군에는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어 교체되어야 할 필요가 절실한 M60 탱크 660, M113 병력수송장갑차 3,000, 구형 자주포 및 견인포 1,000문뿐만 아니라 구형 토네이도 전투기와 F-15 전투기를 150대 보유하고 있으며 심지어 호위함 4척과 초계함 4척까지 수년 내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대공 방어 시스템 역시 사정은 비슷해서 사우디 아라비아 방공 부대들은 호크(Hawk), 크로탈(Crotale) 및 샤힌(Shahine) 같은 구형 시스템을 여전히 운용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이들 역시 교체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https://youtu.be/BflW1c0nJ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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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예산 능력의 증가로 인해 사우디 아라비아 군은 새로운 전력, 예를 들면 대형 강습상륙함(LPD/LHD)이나 A400M과 같은 대형 수송기를 통한 전력 투사 능력의 획득뿐만 아니라 잠수함 전력과 우주 자산의 강화를 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향후 몇 달 아니 향후 몇 년간 사우디 아라비아는 주요 서방 방위산업체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몰리는 지역들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 당국은 방산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거래를 서방 주요 방산업체들에게) 제한시킬 의도가 없기 때문에 중국,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튀르키예나 러시아 같은 국가들에게도 이미 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가까운 중동 방산시장을 넘어 세계 방산시장에 어느 정도까지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실제로 전통적인 방산강국인 미국과 유럽, 러시아 및 중국 외에 방산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이스라엘, 튀르키예 및 인도를 비롯한 많은 다른 국가들도 같은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역내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집트가 (한국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비슷한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오늘날 방산시장은 여전히 긴장 상태에 놓여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격화 때문에 발생한) 현재의 긴장이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방산시장을 자극하는 경우가 된다고 하더라도, 향후 15년 안에 방산시장 세력 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발발로 누렸던 호황이 끝난) 1950년대 말 방산시장의 경우처럼, 전통의 방산강국이든 새롭게 등장한 신흥 방산강국이든 변화된 방산시장 구조에서 지속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익을 보장받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계를 무대로 벌어지는 주요한 전략적 사건들을 제외하고서 2030년에서 2040년 사이에 발생하게 될 글로벌 방산시장의 구조 조정을 어떻게 예측하고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할 존재는 아마도 각국 정부와 산업가들이며 이에 성공하는 국가와 산업가들은 지금도 시시각각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진정한 승리자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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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프랑스의 군사전문지 Meta Defense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을 이해하기 위한 두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첫째가 북한의 존재이고 둘째가 민간 부문이 지니고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산업 역량입니다. 프랑스 Meta Defense의 기사는 그 중 하나인 북한의 존재만 언급하고 있는데요.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 역시 이 부분에서 조금 잘못된 분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1969『닉슨 독트린』을 발표하면서 美 제7보병사단이 한반도에서 철수했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주한미군이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큰 충격에 휩싸였던 대한민국은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른바 자주국방 역량을 획득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국가 차원에서 인재들을 모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하고 해외 방산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기술을 이전 받고, 면허 생산 등을 통해 노하우를 쌓아나갔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중동 지역 맹주를 자처하는 석유부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북한에게 상시 위협받고 있는 대한민국과 같은 수준의 위기 의식이나 절박함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두 나라는 지정학적 조건 자체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Meta Defense는 대한민국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사우디 아라비아가 2028년까지 114조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동시에 록히드 마틴이나 레이시온(RTX)같은 서방 거대 방산업체들과의 계약을 통해 방위산업과 관련된 국내 산업인프라 및 연구개발(R&D)센터 구축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마치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 그에 비례하여 국내 산업인프라 구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표현입니다만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힘든 내용입니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경우 민간분야 산업역량이 먼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소요군의 요구에 부합하는 수준의 방산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동차나 조선 같은 중화학공업과 반도체로 대표되는 전자공업이 이미 발달해 있는 나라에서 자주포나 주력전차를 생산하는 쪽이 쉬울까요 아니면 중화학 공업과 전자공업을 이제부터 발달시켜야 하는 입장에 있는 나라가 자주포나 주력전차를 생산하는 쪽이 쉬울까요? 답은 물어보나마나 입니다.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방산강국으로 변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지만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인 경제구조가 문제입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일반산업 수준』이 그 나라의 『방위산업 수준』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향후 10년이 지난다고 하더라도 사우디 아라비아의 일반산업 수준이 지금보다 비약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 되겠지만요.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J7RMm23UH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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