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6월 26일 미국의 유명 군사전문지 Defense News.com은 여러 국산 무기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는 터키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K-2 블랙팬서에서 기술을 도입한 알타이(Altay) 전차 및 K-9 썬더의 기술을 이전 받은 푸르트나(Fırtına) 자주포를 비롯해 미국 시콜스키사(Sikorsky Aircraft)의 전폭적인 기술협력 아래 만들어 낸 다목적 수송헬기 T-625 그리고 우리나라 KF-21을 연상하게 하는 TF-X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산 무기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있던 터키이지만 터무니 없이 부족한 기술 기반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인터넷의 여러 자료들을 살피다 보면 터키와 대한민국을 함께 싸잡아서 비난하는 사람들의 글을 볼 수 있는데요. 대한민국 기술이 전격적으로 도입된 알타이(Altay) 전차나 푸르트나(Fırtına) 자주포를 국산이라고 선전하는 터키 정부나 미국이 설계를 대신해 준 것이나 다름 없는 K-1 전차 그리고 미국의 기술이 70~80% 들어간 FA-50을 국산이라고 선전하는 대한민국 정부나 거기서 거기라는 비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비난에 공감하기가 힘듭니다. 처음부터 자국 기술력으로 비싸기 이를 데 없는 무기체계를 개발, 생산해 낼 수 있는 나라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그들도 처음부터 그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기술 도입을 협상하고 이후 최대한 많은 국산 부품으로 교체해 나갈 수 있는 역량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FA-50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을 다른 기체에 마음대로 써먹지도 못하도록 제한까지 걸려있는 그게 무슨 국산 전투기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데요. 2017년 이후 FA-50은 국내에서 완전 분해/정비 및 수리가 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2020년 6월 24일 한국경제에 실린 기사를 읽어보면 국내 유일의 항공기 엔진 제조 전문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눈부신 성장에 대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소개해 드릴 터키의 TEI (투사스 엔진 인더스트리: Tusas Engine Industries)와 TAI (터키 항공우주산업 Turkish Aerospace Industries)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우리나라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야기와는 그 결이 사뭇 다르다는 사실을 여러분들도 느끼시게 될 겁니다.
제가 몇 번이나 말씀 드렸던 기반 기술과 경험 그리고 노하우 축적의 중요성이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기사라고 할 수 있는데요.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장기집권을 시도하면서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러 가지 외교, 정책적 결정으로 서방 주요 국가들과의 사이가 틀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기술기반이 취약한 나라인 터키이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의 적극적인 기술협력을 받아야만 추진 중인 여러 국산무기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국가 지도자가 현실은 도외시한 채 막무가내로 자주국방을 부르짖은 결과라고 볼 수 있죠.
먼저 미국의 주요 군사매체인 Defense News.com의 2020년 6월 26일 기사를 번역해 본 이후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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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성공적일 수도 있었던 터키의 몇몇 국내 방산 프로젝트들이 100% 국산화된 엔진을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는 터키의 국내 기술력 기반 부족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터키 업계와 정부 관리들이 밝혔다.
"이 문제는 15년 전에도 존재했었고, 10년 전에도 있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터키의 한 전직 방산업체 대표는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엔진과 관련된 애로사항들은 바로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들이죠."
무기 조달과 관련된 한 터키 정부 관계자는 정말 일이 잘 풀린다면 무기 조달에 큰 지연을 초래하는 정도에서 마무리 되겠지만, 일이 꼬인다면 최악의 경우 무기 조달 프로그램 존립 자체가 위험해 질 수도 있다고 Defense News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터키 최초의 국산 탱크 생산을 위해 수립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조달 프로그램인 알타이(Altay)는 차세대 탱크에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사용되는 엔진과 변속기 개발을 둘러싼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오랫동안 지연되어 왔다.
2018년 알타이의 시리얼 프로덕션(serial production: 연속 생산) 계약을 따낸 터키와 카타르 합작사인 BMC는 "24개월 안에 탱크를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BMC의 당초 목표는 올해인 2020년이 지나가기 전에 알타이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었지만 현재 무기 조달 관계자들과 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심지어 2022년마저도 낙관적으로 본 개발 마감시한이라고 한다.
엔진과 변속기 등의 주변 기기를 한데 묶어서 형성되는 파워 팩(Powerpack) 기술을 보유한 서구 국가들, 특히 독일은 정치적 이유로 기술을 공유하거나 터키에 판매하는 것을 꺼려왔다. 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파워팩의 결핍 문제가 알타이(Altay) 프로그램 진행에 심각한 차질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터키는 또한 계획 중인 신형 TF-X 전투기뿐만 아니라 현재 제작 중인 국산 헬기 모델에 쓰일 엔진도 필요하다.
이러한 엔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중심에는 국영 엔진 제조업체인 투사스 엔진 인더스트리(Tusas Engine Industries: TEI)가 있다. TEI는 6월 19일 중거리 대함 미사일용으로 생산된 국산 소형 터보제트 엔진 TJ300의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엔진은 1.3킬로뉴턴(kilonewton)의 추력 정격(thrust rating)이 특징이다.
TEI 회사 중역들은 TJ300 엔진을 더 발전시켜 나간다면 이 엔진의 미래 버전이 지금보다 더 큰 대함, 대지 순항미사일 등에도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터키 정부는 대함, 대지 공격용 순항미사일에 국내 기술로 개발된 엔진을 탑재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 모든 노력의 목적은 결국 더 이상 엔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라고 TEI 관계자는 말했다. 터키는 현재 프랑스 사프란(Safran)의 계열사인 마이크로터보(Microturbo)로부터 소형 공기흡입식(air-breathing) 엔진을 수입해 국내에서 개발한 순양 미사일에 탑재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터키의 케일 그룹(Kale Group)은 비록 여전히 소형이기는 하지만 TJ300 터보제트 엔진보다는 다소 커진 KTJ-3200을 개발하고 있다. 이 엔진의 추력은 3.2킬로뉴턴(720파운드)급이며, 아트마카(Atmaca)와 SOM 미사일 시스템에 탑재될 예정이다. 케일 그룹(Kale Group)은 이 KTJ-3200 엔진의 규모를 훨씬 더 크게 만들어서 차세대 전투기 TF-X에 동력을 공급할 엔진을 개발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서 잠깐 터키가 말하는 엔진이 어느 정도의 성능인지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보충 설명을 드린다면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국내 생산하게 될 KF-21용 엔진인 GE F-414K의 경우 추력 정격이 65.7킬로뉴턴, 14,770 파운드에 달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터키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엔진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더라도 그 출력의 20배가 넘는 엔진을 만들어야만 KF-21의 엔진에 가까운 추력을 낼 수 있습니다.
만약 KF-21가 애프터 버너까지 사용한다면 추력은 98.4킬로뉴턴, 22,000 파운드까지 올라가게 되죠. 그러니 터키가 말하는 현재의 소형 터보제트 엔진을 KF-21용 엔진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가시밭 길이 될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2025년까지 약 8,000lbf 추력에 1,000 시간의 수명을 지닌 국산 터보팬 엔진이 개발될 예정이라고 국방과학연구소가 밝혔는데요. 이 엔진은 KF-21과 함께 유무인 복합체계에 사용될 가오리-X2 무인기에 장착될 예정입니다. 역주)
2017년 터키 케일 그룹(Kale Group)과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터키에서 개발하기로 결정한 차세대 전투기 TF-X를 타깃으로 삼고 항공기 엔진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롤스로이스로부터 필수적인 기술 이전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고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1억 2400만 달러 한화 1,496억 상당의 거래가 사실상 보류됐다. 지난 12월 메블뤼트 차우쇼을루(Mevlüt Çavusoğlu) 터키 외무장관은 터키 정부가 롤스로이스와의 계약을 되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Defense News와의 인터뷰 당시 롤스로이스 대변인에게 터키 정부와의 협상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자 롤스로이스 대변인은 터키 정부에 엔진 공동개발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고객인 터키 정부가 지금까지도 이 제안서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터키 케일 그룹(Kale Group)과 영국 롤스로이스(Rolls-Royce)가 파트너 협정을 맺기 1년 전에 TEI의 자매회사인 터키 항공우주산업(Turkish Aerospace Industries: TAI)도 역시 영국에 소재하고 있는 방산기업 BAE Systems와 1억 2천 5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여 TF-X의 1단계 개발에 대해 협력하기로 동의한 바 있다. 항공우주 관계자들에 의하면 터키는 당초 2023년에 TF-X의 시제기를 하늘에 띄울 계획이었지만 잦은 지연으로 인해 아무리 빨라도 2025년은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사스 엔진인더스트리(TEI)는 또한 터키항공우주산업(TAI)에 의해 개발, 생산되고 있는 다용도 헬기이자 수송 헬기인 T625 교크베이(Gökbey)에 탑재하기 위해 터보샤프트 엔진 TS1400을 개발하고 있다. T-625는 현재 미국 허니웰(Honeywell )과 영국 롤스로이스(Rolls-Royce)의 합작사인 LHTEC(Light Helicopter Turbine Engine Company)가 공급하는 CTS-800A 터보샤프트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T-625는 2018년 9월에 첫 비행을 했다. 투사스 엔진인더스트리(TEI)는 TS1400 터보샤프트 엔진의 "핵심 부품"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으며 2020년 말에 터키항공우주산업(TAI)에 시제기를 납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여전히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터키 전문가는 "터키의 엔진 국산화를 위한 이런 노력들도 결국 해외 방산업체들의 핵심적인 노하우 전수가 없다면 실패하기 마련이고 혹시 성공하더라도 대량생산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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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0년 6월 26일 Defense News.com에 게재되었던 기사를 번역해 보았는데요.
위의 기사 내용을 3줄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어쩌면 성공적일 수도 있었던 터키의 몇몇 국내 중요 방산 프로젝트들이 터키의 국내 기술력 기반 부족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2)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서구 국가들은 정치적 이유로 터키에게 기술을 공유하거나 판매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미 체결된 기술이전계약조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3) 터키의 국영 엔진 제조업체인 투사스 엔진 인더스트리(TEI)와 터키 항공우주산업(TAI) 등이 자체 엔진 개발로 상황 해결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명백한 한계가 있다.
2019년 12월 28일, 연합뉴스는 『터키, '60년 숙원' 국민차 시제품 공개. 2022년 양산 돌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고급 자동차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의 공업 제조기술에는 엔진제작 능력도 포함 됩니다. 우리나라 현대 자동차의 경우 엔진 국산화는 1991년 성공했고 1995년 출시한 2세대 ‘아반떼’부터는 차량 부품 국산화율이 99.9%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터키는 우리 나라보다 무려 30년 이상 늦게 국산 자동차 개발에 성공한 것이지요. 게다가 터키가 만드는 자동차는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자동차입니다. 전기 자동차 기술은 '파워팩'으로 불리는 내연기관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낮습니다.
게다가 2017년 11월 22일 대한 무역 투자 진흥공사(KOTRA)에 올라온 이스탄불 무역관의 분석 뉴스를 살펴보면 이 터키 국민차의 국산화율은 85% 정도라고 합니다. 엔진 같은 중요 부품들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죠. 터키의 기반기술 수준이 이 정도에 머무르다 보니 알타이(Altay) 탱크도 파워팩 문제로 출시가 계속 늦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알타이(Altay)의 심장 이상은 대한민국이 만든 한국형 파워팩의 긴급 이식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요.
국내 K-2 블랙팬서의 파워팩 문제는 왜 언급하지 않느냐? 라는 지적을 하실 분들도 분명히 계실 듯 해서 말씀 드리자면 세계적인 군사 전문지 Janes가 2020년 7월 14일 기사로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은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발생한 주요 해외부품 공급지연 문제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해외 부품에 대한 의존성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K-2 블랙팬서의 변속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한 것이죠.
사실 K-2 주력전차 파워팩 문제는 바로 변속기에 있었습니다. 20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대 자동차의 경우 거의 모든 차량의 변속기를 자체개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며 자체적으로 변속기를 만들어 내는 자동차 메이커는 현대 자동차를 비롯해 폭스바겐, GM, 벤츠, 토요타, 닛산 등 몇 개 기업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개발하기 어려운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현대 자동차보다 변속기 제작역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두산인프라코어나 S&T 중공업에게 맡겼던 시점부터 예견된 사태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제반 기술력은 이미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니 이번에는 꼭 제대로 된 파워팩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보려 합니다.
Defense News.com의 기사에서 터키가 무인 항공기나 중거리 대함 미사일 등에 사용되는 소형 터보제트 엔진을 대형화시켜 차세대 전투기 TF-X에 사용될 수 있을만한 강력한 엔진을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한화는 이미 2003년에 해성 대함 미사일에 사용되는 소형 터보제트엔진 개발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터키보다 무려 20년 정도 빠르게 개발한 것이죠.
제가 지난 2019년 국제해양방위사업전(MADEX)에서 만났던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와 직접 나눴던 대화를 바탕으로 만든 동영상이 있습니다. KKMD 96화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미국 항공엔진 부품업체 EDAC 전격인수! 국산 전투기 엔진생산 가능할까?』 동영상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현재 한화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 성능의 터보제트 엔진은 기대 이상의 성능이라는 언질을 받았습니다. 다만 보안유지 사안이기 때문에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강력한 대형터보제트 엔진도 기본 설계는 소형 터보제트 엔진과 동일하기 때문에 그 크기를 어느 정도로 키우느냐에 따라 출력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따라서 터키의 케일 그룹이 소형 터보제트 엔진을 개발하고 그 크기를 키워서 TF-X에 장착한다는 구상은 기본적으로 틀린 구상은 아니라는 뜻이 됩니다.
당시 한화 엔지니어가 제게 해 준 말이 있는데요. 거액의 투자와 시간만 주어진다면 KF-21에 장착할 수 있는 수준의 엔진을 만드는 것은 지금 한화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다만 엔진을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들어간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수익 분기점을 넘어서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의 경우 항공기 엔진의 국내 수요가 거의 없어 그 수익 분기점을 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해외 시장을 보고 개발해야 하는데 세계적인 3대 엔진 제작사인 영국의 롤스로이스, 미국의 프랫 앤 휘트니(P&W), 제너럴 일렉트릭(GE)이 형성하고 있는 카르텔의 영향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만약 터키처럼 무대포로 국산 엔진 개발을 선언하고 기술 요구를 한다면 강력한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고 그들로부터 일감 자체를 받을 수가 없어 회사의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때문에 현재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꾸준하게 항공엔진 부품 생산력을 늘려가면서 기술 축적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이 설득력이 있는 것이 현재 터키가 보여주고 있는 결과들을 지켜보자면 그 엔지니어가 걱정하고 있는 점들이 고스란히 현실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거든요.
항공기 엔진은 설계도와 재료가 있어도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없으면 결코 만들어 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라고 합니다. FA-50 파이팅 이글과 KF-21에 국산 엔진이 쓰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쪽자리’ 국산이라든지 ‘미래가 없는 전투기’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평가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엔진이 국산은 아닐지언정 우리가 스스로 분해하고 정비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짐으로써 항공산업 여러 분야의 기술축적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여주기 식 자주국방』으로 정신승리를 추구하고 있는 터키의 전략보다는 한화 에어로스페이스처럼 해외 3대 메이커에게 고개를 숙이더라도 최대한 많은 엔진관련 일감을 받아와 기술축적을 하는 동시에 회사의 능력을 키우는 전략이 제게는 훨씬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2020년 6월 24일 한국경제 신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GE, 프랫 앤 휘트니(P&W), 롤스로이스와 엔진 부품 및 모듈의 국제 공동개발 프로그램(RSP)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신문 기사의 일부를 발췌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RSP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의 항공엔진 선진 업체들이 주도해왔다. 세계 유수의 항공업계 강자들이 독식하던 항공엔진 부품 시장에서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RSP 사업의 주요 파트너가 됐다. 과거 ‘단순 수주·하청업체’ 수준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을 공급하며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항공기 엔진 부품 사업자’로 도약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첨단 기계 기술의 집약체인 항공기 엔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로 정밀 가공 등 기반 기술의 지속적인 축적과 글로벌 항공·엔진 생산 기업과 쌓아온 두터운 신뢰 관계를 꼽는다.』
이 기사에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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