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폴란드 안드레이 두다(Andrzej Duda) 대통령은 지난 2020년 재선에 성공한 인물입니다. 안드레이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와 접경하고 있는 폴란드 동부 농촌 지역과 보수층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그에 따른 국방력 강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폴란드가 2022년 K2 흑표 주력전차 1,000대와 K9A1 자주포 670여문 FA-50PL 48대를 주문한 배경에도 안드레이 두다 대통령의 영향이 컸으며 대한민국의 신속한 조달에도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죠.
하지만 폴란드 정치 지형을 들여다보면 K-디펜스에 대한 만만치 않은 장애요소들이 있음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2020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당시 경쟁 후보였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Rafał Trzaskowski) 후보와 단 2%의 득표 차이로 당선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르샤바 시장을 역임했던 트샤스코프스키 후보는 독일과 접경하고 있는 폴란드 서부 대도시 지역의 자유주의 성향 유권자들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트샤스코프스키 후보와 그 지지자들은 안드레이 두다 대통령이 충분한 국민적 합의 없이 너무 성급하게 대한민국 무기체계를 도입했을 뿐 아니라 폴란드와 밀접한 경제적 유대를 맺고 있는 독일 등 서유럽을 지나치게 홀대했다며 비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신들이 집권하게 되면 대한민국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말도 공공연히 하고 있기도 하고요.
강력한 우파 민족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는 안드레이 두다 대통령에게 있어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폴란드를 침공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던 독일도 마뜩지 않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폴란드에게 있어 독일이란 대한민국에게 있어 일본과 비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샤스코프스키 후보와 그 지지자들은 독일을 포함한 서유럽 무기 도입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1년을 넘기면서 폴란드 내부에서도 국방력 강화에 방점을 두는 우파 민족주의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안드레이 두다 대통령 임기 또한 2025년까지 보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트샤스코프스키 후보와 그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KKMD 512화 『폴란드 방위산업 부흥? 한국 아니면 답이 없다 Korea or Nothing!』 편을 통해 폴란드 방위산업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이미 소개해 드렸는데요. 해당 칼럼을 게재한 폴란드 군사매체 Defence24의 글을 읽으며 폴란드 방위산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지금이 아니면 두 번 다시 폴란드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Defence24는 2022년 11월 29일에 개최되었던 한국-폴란드 방산협력 세미나에서 논의된 FA-50 블록 20에 대해서도 취재를 했습니다만 그 내용을 제가 뒤늦게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폴란드에 수출될 블록 20 사양의 FA-50에 대해 정말 조심스러운 태도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따라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2022년 11월 30일에 게재된 Defence24의 기사를 번역해 본 뒤 제 생각을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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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란드 방위산업 협력 세미나가 개최되는 동안 FA-50PL 전투기에 AIM-120 암람(AMRAAM)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하는 문제가 논의되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이봉근 수출혁신센터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내용은 (중요한) 고객인 폴란드에게 (성능이) 입증된 솔루션을 시간에 맞게 제공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AESA 레이더와 AIM-120 AMRAAM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통합 문제는 폴란드가 도입하게 될 FA-50PL이 경전투기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버전의 FA-50은 열추적 유도장치가 탑재된 AIM-9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파생형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최근에 해당 사이드와인더 파생형이 단종되었기 때문이다. 폴란드 공군은 현재 AIM-120C-7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F-16C/D 블록 52+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FA-50PL의 최종 버전이 이와 호환되는 무장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 한국항공우주산업은 FA-50 전투기에 AIM-120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합하는 문제에 대한 타당성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통합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더 이상의 언급은 곤란합니다." (이봉근 KAI 수출혁신센터장)
적절한 레이더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도 FA-50PL에 AIM-120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통합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현재 개발되어 있는 FA-50 블록 10에는 이스라엘 엘타(ELTA)사의 EL/M-2032 사격 통제 레이더가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EL/M-2032는 폴란드의 요구에 비해 출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성능도 충분하지 못한 기계식 레이더이다.
따라서 FA-50PL 버전에는 전자적 주사(electronic scanning)가 가능한 신형 레이더 시스템이 제공된다. 다양한 선택지가 고려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현재 FA-50에 사용되고 있는 EL/M-2032 기계식 레이더를 개발한 이스라엘 엘타의 EL/M-2052 레이더와 미국 방산기업 노스럽 그루먼의 AN/APG-83 SABR 및 레이시온의 팬텀 스트라이크가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KF-21 보라매용으로 대한민국 기업 한화가 개발한 레이더와 LIG NEX1의 레이더도 포함된다. 언급된 레이더 시스템들은 모두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모듈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향후 자유로운 확장도 가능하다.
(기사 원문에서는 KF-21 보라매용 AESA 레이더를 개발한 주체를 KAI로 설명하고 있지만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시스템이 공동으로 개발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기에 수정 번역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KF-21 보라매용 AESA 레이더의 소자 숫자만 줄이면 FA-50용 AESA 레이더를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입장이고 이미 AESA 레이더 기술을 가지고 있던 LIG NEX1은 별개로 FA-50용 AESA 레이더를 만들어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역주)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AESA 레이더와 AMRAAM 통합 문제에 대해 이봉근 수출혁신센터장은 예전보다 훨씬 더 비밀스럽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그는 오로지 FA-50에 AESA 레이더와 AMRAAM을 통합하는 문제와 관련된 여러 활동들이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고 정해진 기간 안에 폴란드가 원하는 사양으로 개량된 FA-50PL이 조달될 것이라고 보장했을 뿐이었다.
이봉근 KAI 수출혁신센터장의 이러한 태도는 아마도 미국산 AMRAAM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통합이 고려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개별 AESA 레이더 시스템이 이와 협력할 수 있을지 여부를 먼저 확인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암람(AMRAAM)과 마찬가지로 미국 기업인 노스롭 그루먼에 의해 생산되는 AN/APG-83 SABR 레이더 및 레이시온의 팬텀 스트라이크 레이더는 이미 암람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확실한 인증을 받은 셈이지만 대한민국이 생산하는 LIG NEX1의 AESA 레이더 및 한화시스템의 KF-21 보라매용 AESA 레이더 그리고 이스라엘 엘타가 만든 EL/M-2052 AESA 레이더는 FA-50에 시계 외 공중전(BVR) 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선택된 암람(AMRAAM) 미사일과 통합될 수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측은 FA-50의 최신형 버전, 즉 FA-50 블록 20를 폴란드로 인도하게 되는 기간을 예전에 예상했던 시기와 다름없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FA-50PL의 인도 시기가 약속대로 제대로 지켜지는 것은 폴란드 공군의 전투력을 유지하고 유럽 시장에서 한국 방산기업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등 모두에게 있어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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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11월 30일에 게재된 Defence24의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폴란드 측의 요구는 명백합니다. 현재 폴란드 공군의 주력 전투기 F-16 C/D 블록 52에서 운용하고 있는 AIM-120C-7 공대공 미사일을 FA-50PL에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공대공 미사일은 사격 통제 레이더에 의해 관제됩니다. 따라서 공대공 미사일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미사일과 레이더 양쪽 모두의 소스 코드를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어느 쪽의 소스 코드도 다른 나라와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 기업인 노스롭 그루먼과 레이시온이 제안하는 AESA 레이더에 미국산 AIM-120C-7 공대공 미사일을 통합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Defence24 역시 이 두 회사의 AESA 레이더에 AIM-120C-7을 통합시키는 것은 “확실한 인증을 받은 상태”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대신 가격이 상승하고 미국의 입김이 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높죠.
개인적으로 AIM-120C-7 통합 문제 때문에 국산 AESA 레이더를 FA-50PL에 탑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의외로 아직 완전히 포기된 옵션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사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어진 시간의 길이나 폴란드의 요구 상황으로 봤을 때 폴란드 수출형 FA-50PL에 국산 AESA 레이더를 장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보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주장하는 대로 2025년부터 납품이 가능 하려면 미국산 AESA 레이더를 선택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FA-50 계열들은 KF-21 보라매 블록 2 개발이 완료되고 양산 과정으로 접어드는 2030년대 초반에 소위 말하는 블록 20 버전으로 개량될 예정인데요. 이때쯤이면 국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개발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국산 AESA 레이더를 탑재하는데도 아무런 장애가 없을 것입니다. 물론 국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개발된다면 전 세계로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는 FA-50에게 더 큰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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