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이자 뇌를 연구하는 전문가로 유명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K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간의 뇌를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인간이 합리적 사고를 할 것이라 미리 단정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22년 2월 10일, 프랑스를 방문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라팔(Rafale) 42대를 81억 미국 달러, 현재 환율로 10조 8천억에 구매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프랑스 국방장관 플로랑스 파를리와 체결했습니다. 수비안토 인니 국방장관은 대당 5,000억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 F-15EX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어 현재 인도네시아의 지불 능력을 아득하게 상회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우선시 한다면 라팔(Rafale)을 실제로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군사전문지를 보다가 프랑스 언론발표를 인용하여 인도네시아 정부가 중동 지역에서 해외차관을 도입하여 라팔 24대에 대한 구매 대금 34억 달러, 한화 4조 5천억을 지불했다고 작성한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 기사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올해 2023년 안에 라팔 42대 81억 달러, 한화 10조 8천억에 달하는 구매대금을 모두 지불할 계획이라고도 밝히고 있죠.
인도네시아 경제는 자연자원에 의존하는 1차 산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항공우주와 관련된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반해 1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여서 항공산업은 절대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국영 항공업체인 PTDI는 CN-235 경수송기의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생존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상황이죠. 인도네시아 정부가 『선진 항공기술의 도입과 항공우주 관련 개발인력 및 생산라인의 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가장 적합한 존재였던 KF-21, 당시 KF-X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던 배경입니다.
프랑스에서 라팔(Rafale)을 도입하는 경우 KF-21 보라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수준의 기술만 이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하며 자국 항공산업의 명맥 유지를 위한 현지생산도 계약 내용에는 없습니다. 자체 기술로 처음 개발하는 KF-21 보라매였기 때문에 객관적인 리스크는 상당히 높았고 그런 높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를 참여시키기 위해 서구 항공선진국들이 결코 제시하지 않을 수준의 당근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일단 서두는 여기까지 하고 2023년 5월 29일 인도네시아 언론 Zona Jakarta가 보도한 내용을 살펴본 뒤 인도네시아 대신 혹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폴란드가 합류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지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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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인도네시아의 행동이 폴란드에게는 두 번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폴란드가 마치 이 때다! 하며 노린 듯이 대한민국이 주도하고 있는 KF-21 보라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며 관심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KF-21 보라매는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 두 나라 협력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KF-21 보라매를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총비용의 20%를 부담하기로 했던 인도네시아는 대한민국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폴란드가 그 틈을 노린 것이다. 폴란드 정부는 인도네시아 대신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Defense and Security Monitor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폴란드 국방부 관리들은 지난 2022년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KF-21 보라매 전투기를 조달하는데 관심이 있음을 시사했으며 2026년부터 보라매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은 2026년 2월부터 KF-21 보라매 block 1의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KF-21 보라매의 개발이 예상보다 순조로웠던 덕분에 block 1 양산 시기는 2024년으로 앞당겨졌고 2026년 하반기부터는 우리 공군에 인도되어 실전배치 될 예정입니다. 2026년 양산계획은 이전에 언급되던 내용이지요.
제가 따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폴란드는 되도록이면 빠른 시간 안에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입장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연체하고 있는 개발분담금을 대신 납부하고서라도 공동 개발국 지위를 얻고 싶다는 발언에서도 폴란드가 매우 적극적인 입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죠.
하지만 인도네시아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대한민국 정부가 block 2 개량이 시작되는 시기, 즉 2026년부터 함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폴란드 정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합의된 계약 내용은 block 1에 한정되기 때문에 폴란드를 새롭게 참여시키는데 아무런 장애물이 없기도 하고요. 역주)
만약 폴란드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게 KF-21 보라매 공동개발 및 구매를 위한 의향서(LOI)를 계속해서 보내고 그 결과 KF-21 보라매 사업 합류에 성공하게 된다면 폴란드와 대한민국 양측 모두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비록 (KF-21 block 1) 개발 완료가 얼마 남지 않은 단계이기는 하지만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기술적 노하우는 물론 항공우주산업과 관련된 일거리도 나눠 가질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고 궁극적으로 자국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아마도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거기 더해 폴란드는 2003년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도입하여 현재 기체 연령이 20년에 도달한 48대의 F-16C/D block 52+를 보완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4세대 이상의 첨단 전투기를 물색해야 할 입장에 놓여있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폴란드가 KF-21 보라매 개발 사업에 합류함으로써 근래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양국간 무역 및 국방 협력 관계를 한층 더 강화시킬 수 있고 이는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유럽 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가속시키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폴란드와 대한민국은 2022년 7월 대한민국이 제작한 K2 흑표 주력전차 180대, K9 썬더 자주포 212문 그리고 FA-50 파이팅 이글 경전투기 48대가 포함된 대규모 무기 거래를 성사시킨 바 있다. 이번 결합판매의 성과로 2022년 한해 동안 대한민국은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150억 달러, 현재 환율로 근 20조 원에 달하는 방산수출 수주액을 기록했다.
대한민국에게 있어 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폴란드를 KF-21 개발사업에 참여시킬 수 있게 된다면 사업규모 자체를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확장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폴란드가 현재 공동개발 파트너인 인도네시아보다 신뢰성 높은 파트너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는데 있다. 이리저리 개발분담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인도네시아와는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폴란드는 국방비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액하고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도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폴란드와 대한민국이 KF-21 보라매 프로그램 합류에 합의하는 경우 폴란드가 KF-21 보라매를 얼마나 구매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KF-21 보라매 생산에 참여할 것인지 그리고 인도네시아에게 약속된 기술 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그리고 약 50대의 KF-21 보라매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면허 생산하겠다는 인도네시아의 야심찬 구상에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 16~22대의 전술기로 1개 전투 비행대대를 구성하는 인도네시아 공군의 편제상 50대의 KF-21 보라매라면 3개 전투 비행대대를 편성할 수 있다.
(여러 자료와 정황으로 봤을 때, 인도네시아가 제 발로 KF-21 보라매에서 걸어나갈 확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금까지 투자한 2,272억이라는 돈도 문제겠지만 자국 항공우주산업을 발전시키고 핵심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KF-21 보라매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면허생산 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죠.
약 2억 7,700만 명으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17,000개 이상의 섬으로 구성된 국토를 지닌 인도네시아는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명맥을 이어가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스페인과 합작하여 CN-235라는 경수송기를 생산한 경험은 있지만 40년 전인 1983년에 초도 비행을 했을 만큼 오래된 기종이며 실질적인 개발은 스페인 CASA가 담당했습니다. 게다가 수송기와 전투기에 요구되는 기술적 난이도는 현저한 차이가 있죠.
프랑스 라팔Rafale 42대를 10조 8천억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도입해오지만 모두 직도입 되는 기체들 입니다. 프랑스가 기술이전과 현지생산을 허용할 가능성도 극히 낮지만 만에 하나 허용했다손 치더라도 도입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것입니다. 그에 비해 KF-21 보라매는 라팔 42대 도입 비용의 1/6 정도에 불과한 1조 7천억을 투자해 주면 기술이전은 물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50대 면허생산을 허락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자체 개발하는 전투기였던만큼 리스크가 컸기 때문에 이렇게 파격적인 제안이 가능했다는 점은 우리가 이해해야만 합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KF-21 보라매 사업이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뒤늦게 폴란드가 합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역주)
대한민국과 폴란드 방산 거래에서 주목 받고 있는 존재는 KF-21 보라매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만든 또 다른 경전투기 FA-50도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KAI는 2023년 4월 21일 공중급유 키트가 탑재된 개량형 FA-50의 새로운 이미지를 공개했다. block 10 사양의 갭필러(GF) 이후 폴란드가 인수하게 될 FA-50PL에 코밤(Cobham) UK가 개발한 공중급유키트가 마침내 통합되었고 FA-50PL의 본격적인 조립이 시작되기 전인 2025년 후반까지 대한민국 사천에서 공중급유테스트를 끝낼 예정이다. FA-50PL은 미 공군이 주관했던 T-X 차기 훈련기 수주전에서 낙점에 실패했던 T-50A 이후 공중급유장치를 장착한 두 번째 파생형이다.
T-50A 시제기는 등쪽에 플라잉 붐(Flying Boom) 방식의 공중급유장치를 탑재한 반면, FA-50PL은 오른쪽 날개 전연부(fore-edge extension)에 프로브(Probe )방식으로 작동하는 급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FA-50PL의 프로브는 초기의 CAD 이미지와는 달리 바깥쪽으로 회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망원경처럼 앞뒤로 확장하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프로브 끝부분도 항시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순한 디자인을 따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FA-50 block 10 12대가 FA-50GF(갭필러)라는 이름으로 폴란드에 1차 인도되고 block 20 사양의 FA-50PL 36대는 2025년부터 2026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2차 인도분인 36대가 모두 조달되고 나면 초기에 인도된 FA-50GF 역시 block 20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어서 결국 폴란드는 전량 block 20로 개량된 FA-50을 보유하게 된다.
FA-50PL에 새롭게 통합된 기능에는 아군 군용기를 비롯한 각종 목표물 식별을 도와주고 보다 넓은 범위의 정밀유도무기 운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스나이퍼(Sniper) 타게팅 포드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20 암람, 팬텀스트라이크(PhantomStrike) AESA 레이더 그리고 이미 언급한 프로브 앤 드로그(Probe & Drogue) 방식의 공중급유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프로브 앤 드로그 방식의 공중급유 시스템은 연료 전달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단점은 있지만 전문 급유기가 아닌 아군 일반 전투기들간에 이루어지는 버디 투 버디(Buddy-To-Buddy) 급유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즉, FA-50PL은 프로브 앤 드로그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공중급유 포드를 장착하면 다른 전투기에게 연료를 전달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테자스Tejas에게 공중급유를 해주는 인도 공군 Su-30MKI의 영상이나 서로 공중급유를 해주는 F/A-18 E/F 슈퍼호넷의 영상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역주)
애초에 폴란드 정부가 FA-50을 구매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F-16 같은 다른 서방 전투기들보다 훨씬 더 빠른 인도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그런 폴란드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무엇보다도 신속한 인도를 최우선사항으로 삼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1차 인도분인 12대의 FA-50GF가 올해 8월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이 와중에 폴란드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 지급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대한민국 정부와 심각한 마찰을 빚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고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KF-21 보라매의 공동개발국으로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던 것이다.
현재 KF-21 보라매는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의 합작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KF-21 48대를 현지에서 면허 생산하는 대가로 총 65억 달러의 개발비 중 20%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1월부터 개발분담금 지급을 중단했고 2022년 11월이 되어서야 지급을 재개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는 약 6억 달러, 한화 8,000억 정도의 개발분담금을 체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KF-21 보라매 사업에 대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 정부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를 '대신'해 기꺼운 마음으로 KF-21 보라매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표명한 것이다.
최근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의 수장인 흐바웩 회장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사천 공장 생산라인을 방문하던 중에 KF-21 보라매 시제기에 그려져 있는 인도네시아 국기를 보면서 "알고 보면 폴란드 국기가 거꾸로 그려진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를 했다고 한다. 이 농담을 던진 직후 흐바웩 PGZ 회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폴란드는 2026년부터 KF-21 보라매 사업에 참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KAI가 제시한 개발 일정에 따르면 2026년은 KF-21 block 1의 양산이 시작되는 시기인 동시에 (공대지/ 공대함 모드가 적용되는) block 2 개발로 들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로드맵에 따르면, KF-21 보라매 개발은 3종류의 업그레이드 패키지로 구분된다.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자면, 2023년 5월 16일 방위사업청(DAPA)으로부터 잠정 전투적합성을 획득한 최초의 KF-21 block 0는 대한민국 공군에게 실제로 조달되기에 앞서 시제기 단계로 계획된 기체이다.
2024년부터 시작해 2028년에 완료될 KF-21 block 1은 시제기 테스트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되며 공대공 공격 능력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되 제한적인 공대지 공격능력과 적외선 감시 및 추적장비 IRST 운용능력도 갖출 예정이다. KF-21 block 2 개발은 2026년부터 시작되고 AESA 레이더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소프트웨어 패키지 등을 통해 완전한 공대공/공대지/공대함 작전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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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3년 5월 29일 인도네시아 언론 Zona Jakarta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만약 폴란드가 KF-21 보라매에 합류하게 된다면 어떤 형태가 될까요? 2026년까지 개발분담금 1조 7천억이 완납되지 않으면 인도네시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계약은 해지됩니다. 물론 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납부한 돈도 돌려받지 못하죠. 그때는 폴란드가 인도네시아 대신 공동개발자로 참여하는데 아무런 장애물이 없습니다. 오히려 KF-21 보라매가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든든한 발판이 되어주겠죠.
만에 하나 인도네시아가 2026년까지 1조 7천억을 납부하는 경우라도 우리에게 손해 될 일은 없습니다. 다만, 향후 인도네시아와의 방산계약은 지뢰밭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고 골치덩어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더더욱 조심하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현재 방사청에서는 인도네시아가 개발분담금을 완납하는 경우, 우리가 가진 지분80% 중에서 인도네시아와 대등한 20%의 지분을 폴란드에게 나눠주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60%의 지분으로도 충분히 KF-21 보라매 사업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한 좀더 상세한 이야기는 다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기사를 통해 8,000억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은 체납하면서 10조 8천억에 달하는 라팔(Rafale) 구매대금은 완납하겠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결정이 왜 비합리적인 것이며 인도네시아가 잃어버린 것이 단순한 ‘한국의 신뢰’ 그 이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인도네시아 국민들도 충분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언론 Zona Jakarta도 한때 “우리들이 없으면 KF-21 보라매의 양산은 불가능해지고 미래도 없다”는 논조의 기사를 많이 실었었지만 폴란드가 KF-21 보라매에 적극적으로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이후에야 비로소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모양새입니다.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서 국민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지가 무엇인지 미리 일깨워줬다면 오늘날의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는 비단 인도네시아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며 대한민국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해 KF-21 보라매에 대해 반대하고 비판하는 언론이나 개인의 의견도 필요하지만 그런 반대 주장은 반드시 합리성에 근거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자기 의견에 틀린 부분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보다 나은 방안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이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의 기능이자 존재 이유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런 언론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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