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좌형 KF-21 보라매 시제4호기 후방 좌석에 인도네시아 파일럿을 탑승시킨 채 비행하고 난 뒤 인도네시아 언론들이 이를 주요 기사로 싣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체납하고 있는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에 대해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논지의 기사들이 인도네시아 매체에서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미국의 눈치를 보는 대한민국이 약속했던 수준의 기술이전을 해주지 않으려 한다’ 라거나 ‘프랑스 라팔(Rafale)과 미국 보잉의 F-15EX를 도입하는 시점에서 굳이?’ 라는 느낌을 주는 기사들을 실으며 “우리(인도네시아)가 없으면 대한민국은 KF-21 양산은커녕 해외 수출도 어렵다”고 배짱을 튕기던 인도네시아 언론들의 태도가 어느 정도 바뀌고 있는 듯이 보이기 합니다.
개인적으로 인도네시아 언론들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 KF-21 보라매의 성능이 당초 예상하던 수준을 웃돌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다 개발 속도 또한 예사롭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는 점.
둘째. 폴란드가 인도네시아 대신 체납된 개발분담금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현하면서 여차하면 KF-21 보라매 공동개발국 지위를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
셋째. 막연하게 생각했던 프랑스 라팔(Rafale)과 보잉 F-15EX의 도입에 대한 이야기들이 구체화되면서 서방의 최신예 전투기들을 구매하는데 얼마나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 라팔(Rafale)과 보잉 F-15EX 도입 사업에는 인도네시아 국방장관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가 깊숙하게 관여되어 있는데요. 어떤 조건으로 라팔(Rafale) 42대를 도입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F-15EX 구매 조건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지요.
인도네시아 언론들이 전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F-15EX 36대를 약 140억 달러의 가격으로 구매하게 됩니다. 대당 가격으로 계산하면 4억 달러, 현재 환율로 5,000억 이상의 가격이 됩니다. 물론 이 가격은 각종 항전장비 및 무장을 구매하는데 필요한 모든 비용이 포함된 프로그램 코스트를 뜻합니다.
4.5세대로 업그레이드 되었다고는 하지만 5세대 전투기도 아닌 F-15EX를 대당 5,000억의 가격으로 구매해야 된다고 하니 인도네시아 언론들도 거품을 물 수 밖에 없는데요. 심지어 이 돈으로 러시아 Su-35를 산다면 36대 정도가 아니라 100대하고도 수십 대를 더 살 수도 있겠지만 미 의회가 제정한 러시아, 북한, 이란에 대한 통합제재법 CAATSA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F-15EX를 강매(?)당할 수 밖에 없다며 혀를 차는 인도네시아 기사들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라팔(Rafale)의 경우도 F-15EX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비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죠. AeroTime Hub는 라팔(Rafale)의 유닛 코스트를 1억 1,5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1,500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F-15EX의 유닛 코스트가 8,770만 달러, 현재 환율로 1,150억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라팔(Rafale)의 프로그램 코스트도 2,000억 원에 가까운 수준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KF-21 보라매의 유닛 코스트는 6,5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850억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물론 프로그램 코스트로 계산하면 850억보다는 훨씬 비싼 가격이 되겠지만 라팔(Rafale)이나 F-15EX보다 확연하게 낮은 가격일 뿐만 아니라 F-35A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운용 유지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1980년대 설계이념으로 제작된 라팔(Rafale)이나 F-15EX와는 달리 KF-21 보라매는 2010년대 설계이념으로 제작되고 스텔스 설계까지 갖추고 있어 향후 5세대 전투기로 개량이 가능하다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어느 쪽이 가성비가 우수할지 쉽게 판단이 되죠.
최신 AESA 레이더를 포함한 IRST, EOTGP, EW Suite 같은 첨단 항전장비를 탑재하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세계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미티어(Meteor)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운용하는 전투기가 될 KF-21 보라매는 이미 강력한 제공 전투기로서의 위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현재 개발 중인 사거리 500㎞의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천룡(天龍)과 초음속,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까지 장착되면 KF-21 보라매는 어디 가도 꿀리지 않는 수준의 공대지, 공대함 공격 능력까지 갖추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만한 가격에, 이만한 성능을 갖춘 전투기를 인도네시아는 공동개발국이라는 이름 아래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가져갈 기회를 얻었으니 앞으로 점점 더 몸이 달아오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늘 소개할 기사는 인도네시아 언론 Zona Jakarta가 2023년 5월 20일 게재한 기사인데요. 2022년 9월에 게재된 중국 언론 소후 닷컴(Sohu.com)의 기사까지 소환해가며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 체납이 얼마나 염치없는 일인지를 자성하고 있습니다. 태도가 이렇게 갑자기 변해도 좀 걱정스러운 기분이 들긴 하는데 일단 내용을 함께 살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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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대한민국이 인도네시아에게 넘겨주기로 예정되어 있는 KF-21 보라매 시제 5호기가 2023년 5월 16일 이미 성공적으로 초도 비행을 끝마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공화국은 KF-21 보라매 프로젝트에 체납되어 있는 개발비를 아직까지 완납하지 않고 있으며 (체납된 개발분담금이 제대로 완납되기 전까지는) 시제 5호기가 인도네시아로 인도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언론 연합뉴스(YNA)가 같은 날 게재한 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밀려있는 개발 분담금을 제대로 지불하는 경우라야 KF-21 보라매 시제 5호기가 인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3년 5월 16일 게재한 기사에서 연합뉴스는 "인도네시아가 밀려있는 개발분담금을 제대로 납부한다는 조건하에서 오늘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한 단좌형 KF-21 보라매 시제5호기와 다양한 기술자료를 이전 받을 수 있다"고 썼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6년 1월 대한민국의 전투기 제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와 계약을 맺고 KF-21 보라매 총 개발비의 20%에 해당하는 1조 7000억 원 안팎을 부담하기로 결정하면서 KF-21 보라매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KF-21 보라매 사업이 출범한 이후 인도네시아가 실제로 대한민국에 지급한 돈은 2,272억 원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현지 매체 이데일리는 인도네시아가 지불하기로 약속되어 있던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을 3년 10개월 동안 납부하지 않은 결과 8,000억 원 이상의 체납금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엄동환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장은 자꾸만 지연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개발분담금 납부와 관련해 "지난 2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417억 원을 추가로 지급했고, 연체된 개발분담금을 어떻게 납부할 것인지를 결정하여 6월 말까지 우리 정부에 통보해 주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또한 "KF-21 보라매 개발 프로젝트를 향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보여준 반응과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한국 현지 매체인 파이낸셜 뉴스(Fnnews)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2019년 1월부터 개발분담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는데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 의해 지불되었어야 할 돈은 1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미 지적한 대로 KF-21 보라매 프로젝트가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실제로 대한민국에 지불된 개발분담금은 2,272억 원에 불과하며 약 8,000억 원 이상이 더 지불되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KF-21 보라매의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한국-인도네시아 정부 간의 후속 협의를 통해 개발분담금 미납액에 대한 구체적인 결론이 나와야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022년 11월 초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 방위사업청(DAPA)에 개발분담금 납부 명목으로 94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체 미납금액 8,000억 원의 1.17%에 불과한 94억 원의 납부는 분담금의 지불이라기보다는 앞으로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겠다는 일종의 담보물로서의 성격이 강했고 실제 이 94억 원의 지급이 개발분담금 추가 납부의 길을 열어줬다고 볼 수 있다.
2023년 체납된 개발분담금이 지급된다면 KF-21 보라매 공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고 해당 사업도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대한민국이 인도네시아로부터 연체된 개발분담금을 지불 받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고 해도 전혀 놀라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다.
(사실 Zona Jakarta 기사의 이 대목은 개인적으로 꽤나 놀라운 변화로 다가왔는데요. 영어로 번역된 내용을 보면 Do not~ 구문으로 시작하는 명령문을 사용하면서 Zona Jakarta의 독자층인 인도네시아 일반 대중들에게 연체된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을 지불 받기 위해 대한민국이 노력하는 모습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대상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이해해줘야 한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KKMD 555화 『KF-21 양산이 절실한 한국, 인도네시아 대신 폴란드를? 하지만 우리는 한국판 F-35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데?』 편에서 2022년 11월 체납된 개발분담금 8,000억 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94억 원을 지불한 것을 두고 “개발분담금의 일부를 납부했다”고 말하는 Zona Jakarta의 보도 태도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사가 게재된 후 불과 열흘 뒤인 5월 20일에, 그것도 동일한 매체인 Zona Jakarta에서 게재한 기사를 통해 전체 미납금액 8,000억 원의 1.17%에 불과한 94억 원의 납부는 개발분담금 일부의 지급이 아니라 앞으로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일종의 ‘담보물’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점이 놀라웠던 것이죠. KF-21 보라매에 대한 인도네시아 국민의식의 상당 부분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주)
실제로 한국 언론 SBS가 2023년 5월 10일자 기사를 통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인도네시아에 특사를 파견할 예정이라고 한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2023년 5월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도네시아가 체납된 분담금 지급 계획을 6월 말까지 대한민국에 통보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노지만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이 조만간 인도네시아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KF-21 개발비 분담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는 엄동환 방사청장의 말을 인용하며 인도네시아의 재정적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도 "지금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반응이나 성과는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보도했다.
KF-21 보라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도네시아가 자신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모습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중국 검색 포털 사이트인 소후 닷컴(Sohu.com)의 주목을 끌었다. 중국 검색 포털 소후는 2022년 9월 10일 업로드 한 기사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KF-21 보라매 개발분담금 체납 사태를 부각시킨 바 있다.
소후 닷컴이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자.
『외신들이 보도하고 있는 내용에 따르면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 개발을 둘러싼 인도네시아와 대한민국의 협력관계가 큰 장애물에 부딪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7월까지 진행된 KF-21 연구개발 단계에서 인도네시아가 대한민국에게 지불한 금액은 약 2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며 향후 4억 2천만 달러, 한화 5,400억 정도를 여전히 추가로 지급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가 KF-21 보라매 프로젝트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정보가 많았지만 반대로 인도네시아가 여전히 해당 프로젝트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었다. (KF-21 보라매 시제기 출고식이 있었던 2021년 4월로부터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2021년 8월, 인도네시아는 다시 한번 신형 전투기 KF-21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며 KF-21 개발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하기 위해 여러 명의 엔지니어를 파견하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 두 나라 간의 개발분담금 체납 논쟁은 계속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차세대 전투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KF-21 보라매의 초도 비행 계획을 체계적으로 추진하여 마침내 보라매가 푸른 창공을 나는 모습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여기 더해 KF-21 보라매의 초도 비행 성공은 이 항공기를 개발하기 위해 대한민국 사람들이 흘려왔던 땀과 견실한 노력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중국 언론 소후 닷컴은 2022년 2월 인도네시아가 프랑스 전투기 라팔(Rafale)을 도입한 사실을 거론했다. 이미 KF-21 보라매 개발 프로젝트에 합류한 상태였던 인도네시아가 프랑스 전투기 라팔을 추가로 도입한 것은 대한민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압박 전술임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과의 협상에 있어) 인도네시아가 간과했던 부분은 KF-21 보라매 프로젝트에서 인도네시아가 맡고 있는 역할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라고 소후 닷컴은 지적했다. 기술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대한민국 배후에는) 록히드 마틴이 버티고 있고, 개발자금의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도 대한민국의 경제력 자체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KF-21 보라매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위험만을 분산해서 부담하는 해외 고객일 뿐이다.
소후 닷컴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가 구매하는 KF-21 보라매의 숫자(50대)가 대한민국이 구매하는 숫자(120대)보다 훨씬 적다는 부분도 문제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 수년간 KF-21 프로젝트를 대하면서 보여준 우유부단함과 정당한 이유 없이 약속한 개발분담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 모습은 아이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인도네시아에게는 대한민국의 KF-21 보라매를 선택하는 것 외의 다른 현실적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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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도네시아 언론 Zona Jakarta가 2023년 5월 20일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권위주의적인 정부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중화사상에 기대어 민족주의 고취에 여념이 없는 중국 언론들을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인도네시아의 태도에 대한 소후 닷컴의 분석에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과 개인의 사업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신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트너와의 신뢰보다는 당장 눈앞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장기적인 사업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철저하게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국제 관계라고 하지만 이러한 국제 관계에서도 ‘신뢰’의 중요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천문학적인 수준의 비용과 인력이 움직이는 것이 국제 관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사업 파트너들간의 ‘상호신뢰성’은 더 큰 중요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죠.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가적인 약속으로 성립된 KF-21 보라매 공동개발 프로젝트에 제공해야 할 개발분담금을 의도적으로 체납해왔고 그 금액은 무려 8,000억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프로그램 코스트로 대당 5,000억이나 하는 F-15EX 전투기를 도입하려고 협상을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인도네시아입니다. 더구나 인도네시아는 유닛 코스트 1,500억으로 KF-21 보라매 유닛 코스트보다 거의 두 배나 비싼 라팔(Rafale)도 42대나 도입하겠다고 계약을 했고요.
‘돈이 없다’는 말이 뻔한 거짓말이며 다른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게 중국 언론 소후 닷컴이 “자라나는 미래 세대인 아이들 보기에도 창피한 일은 하지 말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지만 인도네시아 언론인 Zona Jakarta는 이에 대한 반박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소후 닷컴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며 마치 그들의 지적을 인정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한 기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KF-21 보라매 프로젝트에서 무조건 인도네시아는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죠. 인도네시아가 계약상 정해진 의무를 끝까지 이행하지 않고 그에 따른 계약상 조치로 퇴출되는 상황이라면 신뢰를 져버린 쪽은 인도네시아가 되겠지만 반대로 아직 계약상 정해진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감정적으로 인도네시아를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한다면 이번에는 대한민국이 신뢰를 져버린 쪽이 되어버릴 것이 분명합니다. 인도네시아와 대한민국은 KF-21 보라매 이외의 국방,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와 ‘대의명분’을 잃는 쪽이 향후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하고요.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인 정치가들에게 국민 감정 즉, 여론의 향방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그리고 정치가들이 신경 써야만 하는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가 바로 ‘대의명분’입니다.
근래에 들어 Zona Jakarta를 위시한 몇몇 인도네시아 매체들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라팔(Rafale) 전투기와 함께 프랑스로부터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스콜펜급 잠수함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고 있는데요. 인도네시아 국내에서부터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추진했던 무기조달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은 KF-21 보라매 사업뿐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과 진행 중인 잠수함 계약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합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임기 막판까지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대립하기보다는 후광을 등에 업기 위해 그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다는 정치 분석도 등장하고 있고요.
방산분야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업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것들이 KF-21 보라매와 대우조선해양의 나가파사(Nagapasa)급 잠수함이라는 사실을 되새겨본다면 앞으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이 어느 정도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라팔(Rafale)과 스콜펜급 잠수함처럼 이미 벌여놓은 사업 때문에 만성적으로 부족해진 국방 예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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