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해외 시각으로 보는 K-방산』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갔을 때, 어떻게 K-방산과 관련된 외신을 찾아내는지 질문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우선 영문판 구글에서 특정 키워드를 통해 관련 뉴스를 찾아내고, 그 뉴스를 게재한 인터넷 매체의 전반적인 논조가 객관적인 팩트를 담고 있거나 입체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고 판단될 때 ‘군사 전문지’ 북마크 폴더에 따로 저장을 해두고 주기적으로 찾아가 기사를 훑어보는 방식으로 외신을 찾습니다. 가끔은 국내 기사를 먼저 보고 관련 외신을 찾을 때도 있죠.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는 군사 블로그 航空万能論GF(항공만능론GF)은 올해 처음 북마크를 한 인터넷 매체입니다. 제가 영어 다음으로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가 일본어라서 그나마 번역이 수월하기도 하고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이기 때문에 일본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K-방산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내용들이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최근 종종 찾아보고 있습니다.
일본 항공만능론GF가 가장 최근에 다루고 있는 한국 관련 기사는 지난 5월 2일, LIG 넥스원에서 FA-50용 소형 공랭식 AESA 레이더의 시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는 기사입니다. 그 외에 얼마 전 초도 비행에 성공한 터키항공우주산업 TAI의 휴르젯을 KAI FA-50의 대항마로 소개하는 기사도 있었고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FA-50을 단좌화시킨 F-50으로 세계 최대의 미국 전투기 시장에 올인(all-in)한다는 내용의 기사도 있었습니다. 이 세 기사들 중 마지막 기사가 바로 오늘 다루어볼 내용인데요.
먼저 일본의 군사 블로그 고쿠반노론(航空万能論)이 2023년 3월 27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고 마무리를 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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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전투기 제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시장에 올인(all-in)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며 미 공군을 위한 고등전술훈련기(ATT) 및 미 해군을 위한 전술대체항공기(TSA)로 제안하기 위해 F-50(미국명 TF-50)을 개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미 해군은 지금까지 사용해 오던 대표적 전술대체항공기인 고스호크(Goshawk)의 후속 기종을 선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23년 1월 방위산업 관계자와 언론을 초청해 ‘Global KAI 2050 Beyond Aerospace’를 선보였다.
항공매체 Aviacionline에서 국방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가스통 뒤부아(Gastón Dubois) 편집장은 행사에 참여한 후 기사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FA-50의 단좌형인 F-50의 개발을 언급했으며 또 다른 놀라운 소식은 향후 한국 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외수출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KAI가 F-50과 TF-50의 개발을 공식화했음을 언급했다.
KAI의 설명을 요약해 보면 후방좌석을 제거하고 대신 내부연료탱크를 추가한 단좌형 F-50은 복좌형 FA-50에 비해 작전반경이 25% 증가되고 조종석 성능 개선, 항전장치 및 디지털 비행제어 개선, (국산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국산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통합하고 기체 수명을 연장하는 작업 등을 내용으로 2028년까지 개발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KKMD 445화 『NATO 규격으로 유럽에서 주목 받고 있는 멀티롤 파이터 FA-50 블록 20: 세부적 개량 내용과 등장 가능 시기는?』 편을 통해 KAI가 발표한 FA-50 블록-II 개량 안을 소개해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후방 좌석을 제거하는 동시에 기체 후방 내부공간을 개조해 추가할 수 있는 연료량은 약 350리터(㎏) 정도이며 체공 시간으로는 1시간 20분 정도가 추가되어 약 3시간의 비행이 가능해집니다. 실제 전투임무에 투입되는 전술기들에게 통상적으로 3시간 정도의 항속성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는 부분이죠. 조종석에는 대화면 시현기LAD와 예비비행계기SFI가 탑재되고요.
지난 5월 2일 LIG 넥스원이 FA-50용 국산 소형 공랭식 AESA 레이더 시제품을 공개했는데요. 아직 테스트를 통한 검증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국산 AESA 레이더와 세트로 개발될 수 밖에 없는 무장체계가 바로 국산 중거리 공대공, 공대지 미사일이기 때문에 예상보다 개발이 진척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주)
가스통 뒤부아는 “아직 전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MiG-21, F-5, A-37, A-4, 알파제트, L-39 등 구형 전투기들이 F-50 800대에서 1,000대 정도가 팔릴 수 있는 잠재적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또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나 4세대 전투기 F-16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동맹국이나 우호국에게 F-50은 매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계획은 "F-50을 베이스로 삼고 KF-21 수출형을 개발하면서 습득한 기술적 노하우를 투입해 TF-50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일본 군사 블로그 航空万能論이 설명하고 있는 F-50과 TF-50의 개념이 제가 알고 있는 것과 사뭇 달라서 航空万能論이 인용한 3월 21일자 문화일보 기사를 찾아서 읽어 보았습니다.
문화일보는 기존의 FA-50을 단순하게 단좌화시킨 버전을 F-50으로 설명하면서, 여기에 KF-21 보라매를 개발하며 습득한 기술을 투입한 버전을 TF-50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제가 알고 있는 내용과 차이점이 많습니다. 미국 시장에 수출되는 TF-50의 항전장비와 센서 그리고 각종 무장은 KAI가 아닌 록히드 마틴이 담당합니다. 즉, TF-50에 KF-21 보라매의 기술이 적용된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KF-21을 개발하면서 습득한 노하우가 적용되는 FA-50은 2022년 6월쯤까지 논의되고 있던 기체로 단좌형이 아닌 복좌형 기체이며 국산 AESA 레이더 및 국산 중거리 공대공,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도록 향후 10년의 시간을 두고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던 기체입니다. KAI가 이야기하고 있는 F-50은 국내 기술로 개량되는 FA-50을 단좌화시킨 기종으로 이해하는 것이 논리적이죠.
TF-50의 항전장비 및 무장을 록히드 마틴이 담당하게 된다면 미국에 수출이 되더라도 KAI의 수익률은 그리 높을 것 같지 않아 업계 소식통에게 이 부분을 질문해 본 적도 있는데요. 업계 소식통도 TF-50의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했습니다.
다만, 전투기라는 물건의 가격 자체가 천문학적 단위인 만큼 1%의 수익률이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되고 ‘미국도 사용하는 전투기’라는 이름이 주는 유형무형의 이익 역시 엄청나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장기간 전투기 생산라인을 안정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된다면 항공우주개발 관련 인력의 양과 질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KAI에 납품하는 하청 업체들에게 돌아가는 ‘낙수효과’ 또한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습니다. 역주)
Aviacionline의 뒤부아 편집장이 언급했듯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조달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수출에 중점을 두겠다”고 선언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내년인 2024년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전투기 시장에 올인(all-in)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미 공군이 고등전술훈련기 ATT 사업을, 미 해군은 전술대체항공기 TSA 사업과 고스호크(Goshawk)의 뒤를 이을 신규 훈련기 UJTS 사업을 추진할 예정인데, 이 사업들을 통해 KAI는 향후 40년 이상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미국판 F-50이라고 할 수 있는 TF-50을 록히드 마틴과 공동으로 개발해 미 공군의 ATT, 미 해군의 TSA, UJTS 사업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해 6월 록히드 마틴이 KAI와 정식 계약을 맺고 미 공군의 고등전술훈련기ATT 사업 도전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KAI가 미 해군의 전술대체항공기 TSA 사업과 신규 훈련기 UJTS 사업에도 도전한다는 내용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된 소식이다. 만약 미 공군, 미 해군이 진행하는 사업 3가지를 모두 수주했을 경우 KAI & 록히드 마틴 컨소시엄은 ATT 사업을 통해 100~400대 사이, TSA와 UJTS사업을 통해 400~600대를 납품할 수 있어 최대 1,000대의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기사 중에 등장하는 고등전술훈련기 ATT, 전술대체항공기 TSA, 신규 훈련기 UJTS란 무엇인가? 파일럿 양성에 사용되는 T-7A 레드호크와 고등전술훈련기 ATT 및 대체전술항공기 TSA에 요구되는 역할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미 다룬 적이 있기 때문에 다시 설명하지는 않겠다.
(T-7A에 요구되는 임무와 ATT, TSA에 요구되는 임무 사이의 차이를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기존 훈련기였던 T-38 탈론의 역할을 계승하는 것이 T-7A이고 T-38로 비행 훈련을 끝낸 파일럿들이 실제 전투 임무를 숙지하기 위해 사용해 왔던 F-22나 F-35A의 역할을 계승하는 것이 ATT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1시간 운용 유지비가 5,600만원을 넘는 F-35A나 심지어 1억을 넘기는 F-22를 사용해서 훈련을 한다는데 부담을 느낀 미 공군이 실제 5세대 전술기의 성능을 가장 가깝게 모사할 수 있는 훈련기를 원했던 것이죠. F-35C와 F/A-18 E/F 슈퍼 호넷을 사용하는 미 해군도 비슷한 입장이었고요. 전문가들은 모두 미 공군과 미 해군이 요구하는 ATT, TSA 사양에 가장 적합한 기종이 바로 (T)F-50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KKMD 548화를 통해 소개해 드렸다시피 보잉의 T-7A는 여러 결함으로 인해 양산 날짜가 2026년대로 연기되었고 초도작전능력 IOC 획득 역시 2027년 이후로 밀려져 버렸습니다. 이것도 문제지만 T-38 탈론처럼 오로지 저렴한 훈련기 사양에만 충실하게 제작된 T-7A를 ATT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재설계에 가까운 개량작업이 필요하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죠. 많은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역주)
지금까지 넘보지 못했던 미국 시장에 올인 하겠다는 KAI의 경영전략은 당연히 위험을 수반하지만 KAI는 이미 유럽 시장(폴란드), 아시아 시장(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동 시장(이라크, 이집트)으로의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더구나 KAI가 미래에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시장으로의 도전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지상 플랫폼을 만드는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미 육군이 진행하고 있는 차기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10년 전에 들었더라면 "이미 실패하는 것이 눈에 선하다"고 말하며 코웃음을 쳤을 대한민국의 미국 시장 도전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눈에 보이는 수출 실적을 쌓으며 좋은 평가를 받아온 대한민국이기에 이제는 더 이상 ‘꿈같은 이야기’라고 비웃으며 외면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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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일본의 군사 블로그 항공만능론GF(航空万能論GF)가 2023년 3월 27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이 기사의 화룡점정은 마지막 부분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전투기 제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세계 최대의 미국 전투기 시장에 올인(all-in)하겠다는 이야기를 10년 전에 들었더라면 ‘헛소리’라고 생각하며 코웃음을 치고 말았을 텐데……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봤을 때, KAI의 미국 시장 도전은 결코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며 현실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있는 장면이니까요.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대한민국 방위산업체들이 전 세계에서 누리고 있는 위상을 일본이 부러워하고 있다는 소식들을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고 불리는 공작기계나 반도체 장비/설비 및 시스템 반도체 같은 기초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도 상당한 강점을 지니고 있죠.
정말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가깝고도 먼 나라가 일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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