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종사 출신의 방산업계 관계자들과 미 공군 고등전술훈련기ATT 사업 및 미 해군 신규 훈련기UJTS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브로커’라고 불리던 무기상이 일정 수수료를 챙기고 무기 수출을 중개했던 옛날과는 달리 현대 방산계약은 정부 대 정부, 즉 GtoG 방식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무기상이 거래 대금의 3% 정도를 수수료로 챙겨가는 것이 관례였던 예전 방식에 비해 정부 대 정부 방식의 무기거래는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로비’나 ‘뒷거래’가 아닌 ‘비용’과 ‘성능’이 거래 성사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최근 1조 2천억으로 말레이시아에 판매된 FA-50 18대의 경우, 만약 무기 중개상을 통해 해당 거래가 성사되었다면 커미션으로 360억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죠. 그런 거액이 수수료로 오가는 만큼 잡음이 끊이질 않기 때문에 공정한 거래를 원하는 국가일수록 정부 대 정부, GtoG 거래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습니다.
폴란드가 FA-50을 48대 구매했던 과정을 지켜보면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의 활약이 지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F-16 파일럿 출신의 이레네우스 노박(Ireneusz Nowak) 폴란드 공군 준장입니다. 폴란드는 파일럿 출신의 관료들을 경남 사천 KAI 공장으로 파견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확인한 뒤 계약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조종사 출신의 우리 쪽 관계자도 전문가들과 일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FA-50의 장단점을 어필하면 같은 조종사 출신인 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를 한다는 것이었죠.
그에 비해 방산계약 성립 과정에서 불투명한 요소들이 상당수 작용하는 국가들의 경우 해당 무기체계의 가성비보다는 ‘뒷거래’가 오히려 계약 성립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폴란드처럼 정부가 파견한 전문가 집단들이 치밀하게 무기체계를 검증한 후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소수 권력자의 의지로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고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된다는 것이죠.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가 찰 때가 많습니다.
2018년 진행되었던 미 공군 차기 훈련기 T-X 수주전에서 록히드 마틴 & KAI 컨소시엄은 보잉 & 사브 컨소시엄에게 패배했습니다. 당시 경영 사정이 좋지 않았던 보잉(Boeing) 살려주기 차원에서 미국 정부가 정치적 결정을 했다는 분석도 있었고 미 공군이 예상했던 금액보다 100억 달러, 한화 13조 3천억이나 저렴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금액을 불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미국 정부의 정치적 고려와 예상보다 훨씬 저렴한 입찰가 모두가 고려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죠. 어쨌든 향후 2년 안에 결정될 미 공군의 ATT, 미 해군의 TSA, UJTS 사업에서 이 두 가지 요소가 다시 등장할 여지가 있느냐? 라는 질문이 문제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일단 이러한 화두를 던져 놓고, 일본의 군사전문지 항공만능론GF가 2023년 6월 21일 게재한 기사 ”T-50에 RED6 ATARS를 통합한 록히드 마틴 & KAI, 미 전술훈련기 수주를 위한 포석인가”를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군사 전문가의 시각에서 ATT, TSA, UJTS 사업의 향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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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0일, 록히드 마틴, 한국항공우주산업 그리고 RED6의 3개 회사는 첨단 전술 증강현실 시스템(ATARS)을 FA(T)-50에 도입하기 위한 작업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첨단전술증강현실시스템 ATARS는 서방 공군이 주목하고 있는 증강현실(AR) 기술을 응용한 훈련시스템의 일종으로 점점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전투기 임무나 적의 위협을 증강현실에서 재현함으로써 훈련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훈련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만든다. 보잉은 T-7A와 F-15EX에, 영국 공군은 호크(HAWK)에 ATARS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록히드 마틴은 "FA(T)-50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이며 록히드 마틴 & KAI 컨소시엄은 미 공군 고등전술훈련기(ATT) 프로그램에 TF-50A를, 미 해군 신규 훈련기(UJTS) 프로그램에 TF-50N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다. RED6가 개발한 첨단 전술 증강현실시스템 ATARS 통합 작업은 FA(T)-50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F-16, F-22 그리고 F-35와 같은 록히드 마틴 플랫폼에도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RED6 역시 "ATARS는 오늘날 (미 공군 및 미 해군이 보여주고 있는) 비효율적인 조종사 훈련환경을 개선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하고 있어 록히드 마틴과 RED6가 미 공군 및 미 해군 훈련기 수주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하고 있다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록히드 마틴이 미 공군과 미 해군에 제안하고 있는 TF-50은 2018년 진행되었던 미 공군 차기 훈련기 도입사업 T-X에 제안했던 T-50A와는 전혀 다른 성능을 가진 기체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올해 1월 "정부가 조달하는 물량에만 의존해 왔던 지금까지의 관행에서 벗어나 정부 조달 물량은 줄이고 대신 해외 수출에 중점을 두는 경영 방침을 확정했다"며 "2024년부터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시장에 모든 것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동시에 FA-50을 단좌형으로 개량시킨 F-50 전투기를 2028년까지 개발할 뿐만 아니라 F-50의 대미 수출 버전인 TF-50도 개발하여 미 공군의 고등전술훈련기(ATT)사업에 도전하고 미 해군의 대체전술항공기(TSA) 그리고 고스호크의 뒤를 잇는 후속 신형 고등훈련기 프로그램(UJTS)도 함께 따내겠다고 선언했다.
록히드 마틴이 미 공군과 미 해군에 제안하게 될 TF-50A와 TF-50N 모두 'F-50의 대미 수출용 버전'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 두 기종에도 RED6의 첨단 전술 증강현실 시스템 ATARS가 탑재될 것이다.
F-50은 본격 제공 전투기로 단좌형인데 반해 TF-50A와 TF-50N은 ‘훈련기’ 역할을 겸해야 하기 때문에 복좌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들 중 일부가 단좌형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TF-50A와 TF-50N을 단좌형 F-50의 대미 수출용 버전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는 분석으로 보여집니다 역주
보잉은 T-7A 한 기종으로 최대 수요가 무려 1,000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미 공군 고등전술훈련기ATT 사업과 미 해군의 대체전술항공기TSA 사업 그리고 신규 훈련기UJTS 사업에 도전할 생각인 것으로 보이지만, T-7A의 초도작전능력(IOC) 확보 선언은 원래 예정보다 3년 이상 지연된 2027년 이후로 연기되는 것이 확정되었다.
게다가 미 공군은 보잉이 새롭게 제시한 2027년 이후에 초도작전능력을 확보한다는 개발 스케줄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가정에 의존하고 있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면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하고 있는 등 추가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우려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보잉 T-7A가 처해있는 상황은 '사면초가'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F-50과 이를 대미 수출용으로 파생시킨 TF-50A, TF-50N은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는 FA-50 플랫폼의 단좌 버전이기 때문에 향후 개발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바야흐로 보잉은 T-7A 개발 체계를 다시 재건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으며 만약 재건하지 못한다면 미 공군 고등전술훈련기ATT, 미 해군 대체전술항공기TSA 그리고 신규훈련기UJTS 경쟁 모두에서 록히드 마틴 & KAI 컨소시엄에게 승리를 내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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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일본의 군사전문지 항공만능론GF가 2023년 6월 21일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오늘의 화두, “향후 2년 안에 결정될 미 공군의 ATT, 미 해군의 TSA, UJTS 사업에서 첫째. 보잉을 살려주기 위한 정치적 고려, 둘째. 미 공군을 놀라게 했을 만큼 저렴했던 보잉의 입찰가, 이 두 가지 요소가 다시 등장할 여지가 있느냐?” 라는 질문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2년 안에 진행될 ATT, UJTS 사업에서 적어도 두 번째 요소, 즉 ‘록히드 마틴 & KAI 컨소시엄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입찰가’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쉽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지난 번 T-X 입찰을 고정계약으로 수주한 보잉은 T-7A 개발지연 때문에 이미 1조 3천억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보잉은 말 많은 공중급유기 KC-46과 에어포스 원, MQ-25 스팅레이(Stingray) 개발계약들도 모두 ‘고정계약’으로 체결했습니다. 보잉은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법과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개발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겠다는 계산 아래 고정계약을 체결했지만 War Zone 등이 보도하고 있는 내용에 따르면 실제 절감된 비용은 목표액의 30%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입니다. 절감하지 못한 비용 70%는 고스란히 보잉의 부담으로 남게 된 것이죠.
따라서 ATT, UJTS 사업에서 ‘록히드 마틴 & KAI 컨소시엄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입찰가’는 다시 재현되기 어렵다고 분석됩니다. FA-50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오히려 록히드 마틴 & KAI 컨소시엄이 보잉보다 더 낮은 입찰가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고요.
그럼 ‘보잉을 살려주기 위한 정치적 고려’라는 첫 번째 요소가 재현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외신 및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MADEX에서 만났던 관계자들 중에는 그래도 미국 정부가 보잉을 못 본체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맥도넬 더글라스가 보잉에 합병되었듯이 록히드 마틴의 계열사로 합병시켰다가 필요할 때 다시 계열분리를 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보잉에 대한 미 공군 및 미국 정부의 분노와 실망감이 극에 달했을 뿐 아니라 T-7A 때문에 발생한 전력 공백 때문에 정치적 고려는 배제하고 록히드 마틴 & KAI 컨소시엄을 선택할 것이라는 의견도 보였습니다.
미국 언론들의 태도를 살펴볼까요?
미 공군의 입장을 주로 대변하는 Air force Times 같은 매체들과 미국 회계 감사원(GAO)은 보잉 T-7A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일본 군사전문지 항공만능론GF가 인용하고 있는 “"보잉의 개발 스케줄은 낙관적인 가정에 의존하고 있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면 대처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비판이 바로 미 공군이 미국 회계 감사원(GAO)에 제출한 보고서에 적혀있는 내용입니다.
그에 반해 War Zone 같은 매체들은 T-7A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T-7A 양산 시제 1호기가 몇 주 뒤면 초도 비행에 도전한다며 “만약 성공한다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죠. T-7A 레드 호크를 FA-50같은 경전투기로 개량할 수 있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는 기사를 게재하고 있는 곳도 바로 War Zone입니다.
일본 군사매체 항공만능론GF는 이렇게 분석합니다.
“바야흐로 보잉은 T-7A 개발 체계를 다시 재건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으며 만약 재건하지 못한다면 미 공군 고등전술훈련기ATT, 미 해군 대체전술항공기TSA 그리고 신규훈련기UJTS 경쟁 모두에서 록히드 마틴 & KAI 컨소시엄에게 승리를 내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TF-50A와 TF-50N이 선정된다면 대한민국은 어떤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미 공군 및 미 해군에 수출되는 TF-50 시리즈들은 ‘미국 전투기’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미국 시장에 판매되는 T-50 계열 전투기들에 대해서는 록히드 마틴이 전권을 가지게 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기도 하고요.
일각에서는 TF-50 시리즈들이 미국에 수출되어도 록히드 마틴의 배만 불리게 되지 KAI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 절하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관계자는 “까다로운 큰형님(빅 브라더: 미국)에게 인정받는 그 순간부터 FA-50의 시장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넓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시장을 뚫는 그 순간부터 호주, 캐나다, 영국 같은 영연방 국가들과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제3세계 국가들도 FA-50의 잠재적 시장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뜻이죠. 미국, 영국, 캐나다 같은 영연방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록히드 마틴의 파이가 커질 수 있지만 그 외의 경우에 있어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와 국내 협력업체의 파이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 결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받게 된 KAI의 개발 인력들은 차세대 전투기 및 FA-50의 개량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게 될 것도 분명한 사실이고요.
KKMD는 여러 나라의 외신들을 통해 향후 진행될 ATT, UJTS, TSA 사업의 향방을 알려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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