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 일부에서는 대한민국 주력전차 K-2 블랙팬서의 후계 기종인 K-3를 소개하는 영상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잘 와 닿지 않을 정도의 첨단 기능인 투명전자체계, 전자기 장갑, 레일 건 등으로 묘사되고 있는 K-3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전차가 될 것이라는 라는 언급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K-3 전차에 관한 유튜브 영상들을 접하고 있자니 6세대 전투기에 대한 논란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정확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못하고 여러 가지 정보가 뒤섞여 있는 6세대 전투기처럼 K-3 전차도 손에 잡히는 정보보다는 막연한 추측성 정보만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3년부터 탐색 개발에 들어간다고 하니 K-3의 이런 막연함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강의 탱크가 될 것이라는 K-3를 논하기에 앞서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사실 한 가지를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이 지적하고 있는데요. 바로 대한민국 육군의 꽃인 주력전차(MBT)의 세대교체 과정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무슨 근거로, 어떻게 해서 이런 지적이 나오게 된 것일까요? 먼저 이 부분부터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면의 도표를 잠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번에 걸친 양산 과정을 통해 배치되는 K-2 전차의 숫자는 260대입니다. 하지만 K-2 전차가 개발되었던 2003년에 계획되었던 원래 K-2 전차의 양산 숫자는 780대였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K-2의 생산 숫자는 거의 1/3 정도로 줄어든 셈입니다.
문제는 우리 육군이 1950년대에 생산된 1세대 전차 M48 시리즈를 거의 900대 가까이 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우리 육군이 사용하는 M48 시리즈는 미국에서 들여온 구형 M48을 현대로템에서 여러 가지 개조를 하여 배치한 전차로, 엔진, 주포, 및 사격통제장치를 업그레이드 하였지만 신뢰성과 방어력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여기서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의 의견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문제는 전차의 신뢰성과 방어력이다. 전차 역시 무기인 만큼 전투력뿐만 아니라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만큼 고장 없이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M48A5K는 지나치게 노후화되어 수리비용과 기간이 K1E1이나 K1A2보다 더 많이 들고, 수리한 만큼 안정적인 가동률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방어력도 마찬가지다. M48A5K는 북한의 현대적인 대전차 미사일이나 대전차 로켓의 공격에 매우 취약한 부족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장갑을 붙이기는 곤란하다. 장갑을 붙이게 되면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현가장치도 개조해야 하고, 전차가 움직일 때 생기는 고장이나 부담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원래 K-2 블랙팬서를 780대 생산하겠다고 계획한 것은 바로 1950년대에 만들어진 M48 시리즈를 대체하겠다는 의도였음을 쉽게 알 수 있는데요. 지금 대한민국 육군의 의도는 이 오래된 전차를 500대 가까이 언제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K-3 전차가 실전배치 될 때까지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전차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는 타이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투력의 유지가 가장 중요한 사항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M48 시리즈를 빼고 강력한 3세대 전차인 K-1과 K1A1이 1500대 가까이나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북한만이 아닌 다른 나라들까지 생각하고 전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의 경우 3세대 및 3세대에 준하는 능력을 지닌 전차만 3,300여대가 실전 배치되어 있으며 1,000대 정도가 추가 주문 중에 있습니다. 4,300 대 1,500대의 숫자는 차이가 커도 너무 크죠.
원래 계획대로라면 우리 육군의 3세대 이상 전차의 보유 숫자는 중국 인민해방군 전차 대수의 반 정도인 2,000여대가 되었을 것입니다. 보다 효과적인 전쟁 억지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3세대 이상의 전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최신 주력전차 K-2 블랙팬서의 생산 숫자는 260대로 우리보다 육군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일본의 주력전차인 90식의 생산 숫자 340대보다도 적은 형편입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전차 전력의 세대교체가 꼬이게 된 가장 큰 두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본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원인. K-2 블랙팬서의 ‘파워팩’ 결함 문제
알고 계시겠지만 파워팩이란 엔진과 변속기를 하나의 부품처럼 만든 전차의 심장으로써 그 나라의 자동차 기술력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강국답게 독일제 파워팩이 가장 견실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고 K-2의 초기 생산분 100대에는 독일제 파워팩이 장착되었습니다.
문제는 두산 인프라코어가 제작한 엔진과 S&T 중공업이 제작한 변속기로 구성된 국산 ‘파워팩’ 개발이 10년 가까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K-2 블랙팬서의 생산 대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국산 파워팩의 결함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복잡하고 긴 사연들이 있어 제가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렵고 지면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대신 결론만 요약해보면 국산 파워팩의 경우 여전히 논란은 있지만 엔진은 그럭저럭 기준점을 통과한 상태이고 변속기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독일제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며 완전한 국산 파워팩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개발될 가능성은 현재로 봐서는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온갖 최신 기술이 적용되는 K-3 전차를 개발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국산 파워팩부터 개발할 업체를 찾고 투자를 하는 것이 더 장기적인 안목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최신 기술을 접목시킨 전차라고 하더라도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만에 하나라도 파워팩에 문제가 있는데도 자체 정비를 하지 못하거나 수입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야말로 쓸모 없는 쇳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요.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은 그 나라 자동차 공업의 기술력을 보여줍니다. 전투기에서도 엔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듯 전차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국산 전차를 개발해 내기 위해서는 이 파워팩 개발을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원인. 전시작전권 환수에 따른 대한민국 육군 교리의 변화
전쟁 발발 시 미군의 증원을 기다리며 방어에 전념하는 교리를 지니고 있었던 대한민국 육군이었지만 최근 대한민국 육군 주도로 최단시간 내에 최소한의 희생으로써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전시작전권 환수에 맞춘 공세적 교리로 변경됨에 따라 대한민국 육군은 자발적으로 K-2 양산에 들어가는 예산을 줄이고 AH-64E와 같은 공격헬기 자산 구매에 더 많은 예산을 배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대한민국 육군에게도 할 말은 있습니다. “K-2 블랙팬서의 양산 숫자는 줄어 들었지만 미 육군의 AH-64E 주력 공격헬기와 국산 LAH 및 현궁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의 배치에 따라 대전차 전력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말이죠.
이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현대전에서 느리고 기동력이 떨어지는 주력전차보다는 민첩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무인 공격기와 공격헬기 그리고 기동헬기 등이 종합적인 전투력 면에서는 전차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고대 전쟁에서 기마 부대가 수행하던 적진 돌파 능력을 전차 부대가 이어 받았고 현대전에서는 이 역할을 다시 공격헬기 부대가 이어받았다는 뜻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공격헬기가 만능인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속도와 기동력이 떨어지는 공격헬기는 아음속대의 고정익 공격기에도 쉽게 파괴됩니다. 그 뿐 아니라 중/저고도 방공망에도 상당한 취약점을 보입니다. 문제는 북한의 중/저고도 방공망은 촘촘하기 이를 데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것이죠. 과연 공격헬기들이 이러한 촘촘한 중/저고도 방공망을 어떻게 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요?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점은 육군 보병들에게 있어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화력 지원이 가능하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1차적인 방호력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주력전차라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김민석 연구위원의 견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헬기와 무인 공격기는 지상작전에서 전차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 방어력과 직접타격 능력이 없다. 쉽게 말하자면 전차는 적이 아군 보병을 공격할 때 즉각 대응 가능한 가장 강력한 화력을 갖추고 있고, 적의 공격을 어느 정도 견뎌내어 아군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체계이다. 20세기의 전차가 ‘지상전의 왕자’였다면, 21세기의 전차는 ‘지상전의 버팀목’인 셈이다.』
공격헬기는 보병들과 같이 이동하기가 어렵습니다. 장갑차를 타고 이동하는 기계화 보병들이라고 해도 공격헬기와 같은 속도로 이동할 수는 없지요. 게다가 헬기는 장시간 계속해서 작전 임무를 수행하기도 어렵습니다. 유류와 정비를 할 수 있는 고정 기지가 반드시 필요하고 아군 보병과 적군 사이에 교전이 시작되면 고정 기지에서 전장으로 이동하는데 짧아도 10분 길면 몇 십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1~2초 사이에 생사가 갈리는 전장에서 10분도 엄청나게 긴 시간입니다. 모든 것이 끝나버릴 수도 있는 길이의 시간이죠. 이 지옥과도 같은 시간 동안 아군을 지원하는 화력을 쏟아 부어 주고, 비처럼 쏟아지는 적군의 총탄에서 아군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바로 주력전차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 육군이 현대의 기마 부대라고 할 수 있는 공격헬기 육성에 진지한 노력과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공격헬기 부대가 주력전차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80년대 중반에서부터 90년대 후반까지 만들어진 1,027대의 3세대 전차 K-1도 20~30년의 연령이 되었습니다. 머지 않은 시기에 퇴역해야 할 시기가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500여대에 달하는 M-48 시리즈도 빠른 시일 내에 교체를 해야만 합니다. 무려 1,500대의 전차들이 교체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K-2 주력전차의 추가적인 양산 계획은 전무한 상황이며 K-3 전차의 개발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최첨단 장비로 무장할 K-3의 가격은 결코 싸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100대 이상의 양산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현재 대한민국의 전차들은 세대교체와 수량 확보라는 부분에 있어서 큰 골치거리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설명 드린 문제에 대해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해결책들을 떠올릴 수 있으십니까? 일부 전문가들은 전차에서도 하이-로우(High-Low) 개념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같은 1,500대의 전차를 운용하더라도 고가의 우수한 3.5 내지는 4세대 전차들을 500대 정도 보유하고 아군을 보호하면서 어느 정도의 화력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중저가의 경(輕)전차들을 1,000대 정도 보유하는 식이죠.
이 중저가의 경전차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의견들을 내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그 의견들을 살펴 보시고 어떤 의견이 타당성이 있는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문가의 의견 중 첫 번째는 K-21같은 보병장갑차에 포탑을 붙여 만든 K-21 경전차를 생산하여 배치하자는 의견입니다. K-21 경전차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제국의 역습! K-2 기술 전수받은 터키, 한화 K-21-105를 밀어내고 필리핀 경전차 계약을 거머쥐다’ 편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K21 경전차의 장점은 우수한 화력과 유지비에 있습니다. K21 경전차는 K1E1, 혹은 K1A2에서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전차탄을 사용할 수 있어,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국가의 주력전차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고, 사격통제장치도 우수해서 3km 이상 떨어진 거리에 있는 적군의 전차와 교전도 가능합니다. 게다가 이미 대량으로 생산되어 있는 K-21 보병장갑차의 차체와 구동 장치들을 고스란히 활용할 수도 있어서 유지비가 저렴하고 수명도 길죠. 다만 K21 경전차의 가격과 방어력이 문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K21 경전차의 가격은 45~50억 내외로 추정되며 가격을 어떻게 낮출 수 있느냐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전차이다 보니 아무래도 대 전차전에서 방어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대 전차전은 되도록이면 하이급의 K-2 블랙팬서에게 맡기고 로우급의 K21 경전차는 대 전차전에서 화력을 지원하거나 아군 보병을 보호하는 용도로 쓰면 안성맞춤이기 때문에 가격대를 40억대 초반이나 그 이하로 억제할 수 있다면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전문가 안은 이미 폐쇄한 K-1A2 전차의 생산라인을 되살리자는 것인데 이렇게 생산라인을 되살리면 가격대가 K-2와 큰 차이가 없어진다는 점이 문제점입니다. 그럴 바에야 K-2를 생산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죠.
세 번째 안은 K-3를 조기 개발해서 배치하자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K-3가 개발되고 실전 배치될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과 고성능인 만큼 고가의 무기체계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많은 수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네 번째 안은 김민석 연구위원이 주장하는 내용인데요. K21 보병장갑차를 화력지원차량으로 개조하는 안입니다. K-21 보병장갑차의 병력운송기능과 40mm 기관포를 제거하고 남는 여유공간으로 추가 장갑을 보충하고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에 탑재할 무인 기관포탑을 탑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K21 경전차를 활용하자는 의견과 서로 반대 관계를 이루는 안으로 보입니다. K21 경전차를 활용하자는 안은 전차에 준하는 공격력을 중시하는 의견이고 K21 화력지원차량을 활용하자는 안은 방어력과 가격을 중시한 의견으로 분석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원래 계획보다 3분의 1로 줄어든 K-2 흑표 양산 숫자로 인해 대한민국 육군의 주력 전차들이 세대교체에 실패했는가? 라는 주제와 그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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