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4일, 한화 디펜스는 차세대 장갑차 AS-21 Redback의 시제품 2대를 창원 공장에서 출고했습니다. 지난해 9월 호주 육군의 궤도형 장갑차 도입 사업인 ‘Land 400 Phase 3’ 사업의 최종 2개 후보 장비 중 하나로 선정된 레드백은 곧이어 호주 방위사업청과 450억 원 규모의 RMA (Risk Mitigation Activity)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이 RMA 계약에 따라 시제품 3대를 호주로 보내 각종 테스트와 평가를 받은 후 최종 후보가 결정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여러 가지 언론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계실 내용일 것입니다. 유럽의 주요 군사 소식을 다루는 Defence Blog.com도 지난 2020년 7월 27일 한화 디펜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보를 바탕으로 이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한화 디펜스가 만든 AS-21 Redback 장갑차에는 『미래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닙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이 시작된 K-21 장갑차가 베이스가 된 AS-21 Redback인데 『미래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한화 디펜스의 AS-21 Redback이 General Dynamics의 에이잭스(Ajax) 및 BAE 시스템즈의 CV90 장갑차를 물리치고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Lynx) KF-41과 함께 호주 차기 장갑차 사업의 최종 후보자로 결정되었을 때 외신들의 태도는 “매우 충격적”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이잭스와 CV90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는 장갑차들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호주 육군이 원하는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는 일반적인 장갑차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방호력과 네트워크 전쟁으로 변모하고 있는 현대전에 걸맞은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정보, 감시 및 정찰 즉 C4ISR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 받았습니다.
거기다 이스라엘 IMI 시스템이 개발한 Iron Fist 같은 능동방어시스템(Active Protection System: APS)와 호주 EOS가 개발한 원격사격통제시스템(RCW)장착도 요구 받았으며 방어해야 할 영토가 넓은 호주의 특성상 바다나 공중으로 운송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요구조건도 붙어 있었습니다.
제너럴 다이나믹스의 에이잭스(Ajax)의 경우 너무 크고 무거웠고 BAE 시스템즈의 CV-90은 64억이라는 비싼 가격이 문제였다고 합니다. AS-21 Redback은 이 모든 요구조건을 클리어하고 최종 후보 중 하나로 선택된 것이니 미래형 장갑차로 불릴 만 합니다. Defence Blog.com도 기사 서두에서 ‘대한민국의 궤도형 전투장갑차 제조기술이 놀랍도록 발전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해외 기사 원문 내용을 살펴보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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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한화 디펜스가 최근 신형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Red Back) 계열 차량들을 공개하면서 궤도형 전투장갑차에 있어서 놀라운 기술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다국적 방산기업인 한화 디펜스는 호주 군에 납품할 레드백 기갑보병전투차량(IFV) 시제품 2대를 출고했다. 이번 출고는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호주 육군의 'Land 400 Phase 3' 조달 프로젝트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RMA 계약에 따라 행해진 것이다.
출고 기념식은 7월 24일 서울에서 동남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창원의 한 공장에서 거행되었다. 이 기념식에는 이성수 대표를 비롯한 한화 디펜스의 주요 간부들이 참석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제품 차량 개발과 생산에 전력을 다한 개발진들의 노력을 높이 치하했다. 기념식에 참가한 한화 디펜스 관계자들은 몇 달 뒤 호주에서 있을 최종 테스트를 대비하기 위해 호주로 떠날 테스트 지원팀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해 주기를 기원했다.
2019년 9월 호주 정부는 Land 400 Phase 3 RMA 단계의 최종 두 후보 중 하나로 한화 디펜스의 레드백(Redback)을 낙점했다. 이번 조달 프로그램은 8개 계열 차종을 포함해 최대 450대의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이후 한화 디펜스는 당사 호주 법인인 Hanwha Defense Australia(이하 HDA)를 통해 호주 방위사업청(CASG)과 5000만 달러의 RMA 계약을 체결했다. RMA 계약서에 따르면 각 후보자는 호주 현지에서의 실전 테스트와 평가를 위해 3대의 RMA 장갑차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RMA 계약에 따라 호주로 인도될 레드백(Redback) 2대는 7월 28일 평택 항에서 선적돼 8월 말 호주 멜버른 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호주 육군은 올해 11월부터 10개월 동안 특히 Redback의 방호력에 초점을 맞춘 테스트와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며 기타 다른 성능도 평가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운용자교육 및 평가세션도 같이 진행될 것이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화디펜스가 레드백(Redback) 장갑차의 설계와 생산, 검증을 예정된 기한 내에 지연 없이 제때 마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출고 행사는 매우 주목할 만하다.
한화 디펜스는 대한민국 토종 전투장갑차인 K-21 개발과정에서 축적된 종합적인 역량과 K-9 자주포에 사용된 파워팩 기술을 바탕으로 AS-21 Redback이라는 미래형 궤도장갑차를 만들어 냈다. K-21 장갑차와 K-9 자주포 모두 대한민국 육군과 해병대에 배치되어 각종 전장 작전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암 내장식 현수장치(In-Arm type hydropneumatics Suspension Unit: ISU)의 도입으로 재래식 전투장갑차 디자인에 비해 차체의 무게는 가벼워졌지만 독특한 설계를 통해 지뢰와 폭탄 공격에 대한 차량 하부 방호력이 오히려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호주 육군의 M113 병력수송 장갑차를 대체하기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입찰에 참여하는 대한민국 레드백(Redback)에는 '글로벌 팀 한화'를 상징하는 이스라엘과 호주 기술도 탑재되어 있다. 레드백(Redback)에는 이스라엘 Elbit Systems가 설계한 MT30 하이브리드 포탑과 호주 EOS Defence Systems가 만든 원격사격 통제시스템(RCW)가 통합된다. 여기에 이 첨단 궤도장갑차에는 중량감소와 이동성 향상을 위해 캐나다 Soucy Defence가 제공하는 합성고무궤도(CRT) 시스템도 탑재되었다.
출고식에 참석한 이성수 대표이사는 “세계적인 방산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차세대 장갑차 개발을 완료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디펜스가 지상무기 체계 분야에서 쌓아온 역량을 결집하여 시험평가에서 장비 우수성을 입증하고, 반드시 최종 후보에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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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0년 7월 27일 유럽 군사전문매체 Defence Blog.com가 게재했던 “Hanwha Defense unveils new family of future combat vehicles” “한화 디펜스가 미래형 전투장갑차와 그 계열차들을 공개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번역해 봤습니다.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대한민국 육군의 차세대 전투차량(NGCV)가 어떻게 AS-21 Redback과 연관이 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사실 차세대 전투차량(NGCV)라는 개념을 제일 먼저 정립한 나라는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육군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었다는 사실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노후화된 장갑차를 교체하는 시기를 놓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한동안 침체기에 있었던 전통적인 전차 강국 러시아가 부활할 기미를 보이고 있고 중국이라는 새로운 위협이 현실화 됨에 따라 미국도 해결책을 내놓아야만 했죠.
로스 코프만 미(美) 육군 준장이 이끄는 NGCV팀은 미 육군이 다목적 장갑차(AMPV), 공중투하 가능 경전차(MPF), 유무인 겸용 전투차량(OMFV), 미래 로봇전투차량(RCV), 차세대 주력전차 등의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고 국방일보에 전한 바 있습니다. 이에 자극 받은 대한민국 육군도 차세대 전투장갑차(Next Generation Combat Vehicle: NGCV)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우리나라 육군의 NGCV 계획은 아직까지 거의 백지 상태입니다. 계획만 세워져 있지 일본의 16식 기동전투차처럼 차륜형으로 할지 아니면 궤도형으로 할지조차 결정되어 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육군의 눈에 확 들어온 장갑차가 있으니 그게 바로 AS-21 Redback입니다.
사실 이 주제는 KKMD 145화 『대한민국 전차, 세대교체 실패? 3분의 1로 줄어든 K-2흑표 양산숫자: 대응방안은?』 편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육군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죠. 중앙일보 이철재 기자의 기사에 이런 언급이 나옵니다.
『육군이 NGCV를 생각한 배경엔 병력과 부대의 수가 줄어드는 반면 1개 부대가 지켜야 하는 지역은 더 넓어지는 미래 전투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상당한 숫자의 전투차량이 필요한 상황이 될 텐데 아직 노후 전투차량은 그대로며, 신형 전투차량의 도입은 제자리인 게 현실이다. 육군은 1950년대 개발한 M48 패튼 전차를 아직 600여 대 갖고 있다. 반면 K-2 흑표 전차는 680여 대(목표)에서 200여 대(현재), K-21 보병전투차는 900여 대(목표)에서 400여 대(현재)로 각각 수량이 줄었다. 군 소식통은 “전 병력을 기동화(차량에 태우는 것)하고 첨단 센서로 연결하겠다는 ‘백두산 호랑이’ 체계를 갖추려면 지금의 전투차량을 개조하면서 새로운 전투차량도 도입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가 KKMD 145화에서 경전차의 도입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사실 우리나라처럼 방어해야 할 영토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나라에서 경전차의 실전가치는 떨어지는 편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전 세계를 전장으로 삼는 미국이나 거대한 국토를 가진 중국, 인도, 호주의 경우에는 신속하게 공수하여 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輕)전차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죠.
여기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미군이 올 때까지 전장을 지키며 버틴다는 기존의 방어적 전투 교리가 아니라 미군의 도움이 없어도 신속하게 우리 힘으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어야 한다는 새로운 전투 교리에 있어서는 공중투하가 가능한 경전차의 효용성이 매우 커집니다. 실제 대한민국 육군은 『신속 대응사단』 창설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요. 공중강습작전을 주 임무로 하는 신속대응사단은 육군의 각종 헬기자산을 이용해 다양한 위협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부대를 뜻합니다.
물론 지금도 육군에 공중강습작전을 담당하는 부대가 있지만 새로 생기는 신속대응사단이 기존 공중강습부대와 다른 점은 단순히 병력을 목표지점에 헬기로 수송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두보를 견고하게 확보하고 전술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 공수장갑차를 적극 활용한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육군이 운용할 수 있는 헬기자산인 CH-47 치누크 헬기의 수송능력 한계 때문에 독일 라인메탈사의 비젤2 공수장갑차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할 기회가 생기겠지만 비젤2는 5톤 정도의 무게이기 때문에 소총탄 방어만 가능할 정도로 방호력이 떨어집니다. M2 브라우닝 중기관총과 대물 저격총에 쓰이는 50구경(12.7mm) 총탄에는 그대로 뚫려버릴 정도의 장갑이죠. 러시아가 개발한 14톤 무게의 공수장갑차 BMD-4는 그래도 50구경 총탄은 막아줄 정도의 방호력은 지니고 있습니다만.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C-130J 허큘리스 수송기를 활용하면 33톤 무게까지 탑재가 가능합니다. AS-21 Redback의 제원을 살펴보면 무게가 42톤이라고 나와있는데요. 원래 K-21의 중량은 25톤에 불과하지만 높은 수준의 방호력을 요구하는 호주 육군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K-21의 복합장갑을 강철제 장갑으로 교체하고 추가 장갑을 장착하면서 무게가 늘어난 것입니다. AS-21 Redback에 K-9 자주포의 파워팩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Redback의 중량을 운운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육군 수뇌부가 생각하는 차세대 전투장갑차 NGCV가 “공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경(輕)전차, 보병전투차(IFV) 등 다양한 목적의 전투차량을 파생형으로 만들 수 있는 형태”가 될 예정이라는 육군 관계자의 발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관계자는 AS-21 Redback이 NGCV 계획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말도 하고 있는데요. 육군은 NGCV에 첨단 센서와 통신 장비를 기본으로 장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AS-21 Redback은 전차 외부에 설치된 다수의 카메라에서 영상을 전송 받아 승무원 눈앞의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출력해 주는 아이언 비전(Iron Vision)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장갑차 내부에서 안전하게 실시간으로 외부의 모습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되었죠 아직까지는 고글 형태이지만 장래에는 전방 스크린으로 발전해 나갈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Redback은 대용량 정보의 실시간 처리를 위해 GVA(Generic Vehicle Architecture)를 적용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즉, 장갑차 내부의 모든 임무장비들이 상호 통합되어 차장, 사수, 조종수가 모두 동일한 형태로 정보를 공유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임무와 장비에 따라 서로 다른 디스플레이와 컴퓨터를 사용했기에 승무원들이 장비별 인터페이스를 익히기 위해 별도의 교육이 필요했었지만 Redback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Redback은 또한 HUMS(Health and Usage Monitoring System)이 전면적으로 적용된 장갑차입니다. HUMS 시스템은 차량 내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센서 데이터를 저장한 뒤 보안 처리된 통신장비를 통해 외부 관리시스템(CBM, Condition Based Maintenance)으로 보내고 CBM은 이렇게 획득된 데이터를 분석하게 됩니다. 분석된 장갑차의 데이터는 동력시스템, 제어시스템 등의 모든 분야를 포함하고 있어 장갑차의 운용비 감소, 고장요소 사전제거 등에 활용됩니다. 그야말로 종합군수지원(ILS) 분야에 일대 혁신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우리 육군이 생각하고 있는 차세대 미래형 전투장갑차(NGCV)에 부합하는 요소들입니다.
대한민국 육군이 2030년대부터 배치를 생각하고 있는 차세대 전투장갑차에는 이러한 기능들이 기본적으로 부여될 것입니다. 그리고 공통 플랫폼을 선정하고 나면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적으로 부과하거나 아니면 필요에 따라 제거함으로써 각 목적에 맞는 전투장갑차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AS-21 Redback처럼 공통 플랫폼에 추가장갑을 장착하여 무거운 중량을 지녔지만 방호력이 뛰어난 다목적 전투장갑차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며 러시아의 공수장갑차 BMD-4처럼 공통 플랫폼에 최소한의 장갑을 부여하여 공수가 가능한 공수투하가능 경전차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차세대 전투장갑차(NGCV)에 대해 명확하게 정해진 부분은 없지만 한화 디펜스의 AS-21 Redback이 그 길잡이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외신링크 https://defence-blog.com/news/army/hanwha-defense-unveils-new-family-of-future-combat-vehicl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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