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군사전문지인 Defence connect.com이 2020년 8월 21일에 게재한 기사입니다.
주한 호주대사를 역임했던 빌 패터슨(Bill Paterson)은 현재 호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략정책연구소인 ASPI의 선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호주 내에서도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인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빌 패터슨이 최근 '호주와 한국간 방위관계 구축 필요성'(Australia and South Korea can and should have closer defence tie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호주 군사전문지 Defence connect.com이 호주의 입장에서 이 보고서를 인용하며 분석해서 기사를 써 낸 것입니다. 먼저 기사 내용을 살펴본 후에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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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패터슨(Bill Paterson)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 선임 연구원은 "대한민국은 한반도에 쓰라린 고통을 안겨주었던 전쟁의 상흔이 아문 이후 눈부신 발전과 성장을 거듭해온 나라"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호주 정부는 양국의 미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보다 더 강화시킬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대한민국과의 강력한 방위관계 구축은 호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태평양 발전계획(Pacific Step-up) 뿐만 아니라 호주 국토 방위에 있어 호주 스스로가 보다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최근의 전략적 정책 기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호주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적인 관점으로 볼 때, 대한민국보다 더 적절한 위치에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비록 외부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든 적대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다수의 호전적 국가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민국의 전략적 시야는 주로 북한의 위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록 대한민국이 테러리즘이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등 자국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범위의 전략적 위협을 의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테러리즘이나 대량살상무기들에 있어서도 북한 정세나 한미 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라는 프리즘을 통해 문제를 살펴 보는 경향이 있다.
호주 역시 이러한 목표들, 특히 한반도의 안정과 안보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에 대응하고 미국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한 존재로 유지,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다양한 동기들을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대한민국이 강력해진 경제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를 줄이고 보다 더 자주적인 국방 태세로 나아감에 따라, 호주 국방부는 대한민국이 미래 동북아시아 안보 공동체에 있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대한민국이 만재 배수량 4만 톤급의 항공모함을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 이후 호주 국방부의 이러한 주장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보유하게 될 최초의 4만 톤급 항공모함은 현재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 중인 독도급을 대형화시킨 파생형이다. 독도급은 호주에서 운용 중인 만재 배수량 2만 7천 톤 다목적 강습상륙함(LHD) 캔버라급과 매우 흡사하며 CVX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해군의 4만 톤급 항모는 미(美) 해군의 다목적 강습상륙함인 와스프급(Wasp Class) 및 아메리카급(America Class)과 동등한 능력을 자랑한다.
(해외 기사 원문에서는 CVX의 만재 배수량을 잘못 이해하고 있어 설명도 올바르지 못하기 때문에 제가 수정을 했습니다. 우리 나라는 전투함들의 배수량을 아무 것도 적재하지 않은 경하 배수량으로 표시하지만 서구 국가들은 최대한의 화물을 적재한 만재 배수량으로 표시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CVX의 경우 경하 배수량 3만 톤, 만재 배수량은 4만 톤이 넘는 전투함으로 만들어지는데 호주 언론은 만재 배수량이 3만 톤인 줄 알고 만재 배수량 2만 7천 톤인 호주 해군의 다목적 강습상륙함 캔버라급과 유사하다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캔버라급과 CVX는 무려 1만 3천 톤 이상의 배수량 차이가 납니다. 캔버라급에서 운용할 수 있는 함재기는 AV-8B 해리어II 11대 정도이고 크기가 더 큰 F-35B라면 5~6대 정도만 탑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CVX는 F-35B를 20대 가까이 탑재시킬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죠. 물론 미 해군의 와스프급과 아메리카급이 CVX와 거의 유사한 크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역주)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모함 LPX-II는 2021년 현대중공업(HHI)에 의해 건조가 시작되어 2020년대 후반에 진수될 것으로 예정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자체 능력으로 건조될 CVX는 만재 배수량 4만 톤으로 독도급보다 더 크고 무거운 함선으로 만들어지며 20대의 F-35B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숫자의 헬리콥터를 수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빌 패터슨의 주장은 더 깊고 핵심적인 영역을 언급하고 있다.
현재의 방위 협력 상황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전쟁이 종결된 이후 연합군은 한반도 군사적 상황에 지속적으로 관여할 수 있도록 유엔군 사령부(UNC)라는 표면적 형태로 유지되어 왔으며 이 유엔군 사령부를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육성해 왔던 존재가 바로 2만 8000 명의 주한미군(USFK)이었다.
패터슨이 지적한 바와 같이, 호주는 이 지속적인 방위 협정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국가들 중” 하나였다. 패터슨은 그의 최근 보고서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연합군 협정에 있어서 'Five Eyes' 멤버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참여는 실제적으로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할 뿐이라고 쓰고 있다.
(‘Five Eyes’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기밀정보 동맹체로, 2013년 6월 미국 국가안보국(NSA) 요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그 실상이 폭로되었습니다.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소련 등 공산권과의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비밀 정보교류 협정을 맺은 것이 시초로, 그로부터 10년 뒤인 1956년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가 합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주)
패터슨은 호주가 이러한 이유 때문에 2010년부터 일본에 본부를 둔 유엔사 후방사령부를 이끌어 오고 있으며 주한미군(USFK)에 호주 최고위급 장교들을 파견 형식으로 계속 보내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호주가 분명히 대한민국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가진 파트너 국가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다가오는 미래에 호주가 정확히 어떠한 방법으로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강화시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호(韓豪)관계의 진전
2014년 12월 대한민국과 호주간의 자유무역협정(KAFTA)가 발효되면서 호주의 4번째로 큰 무역 교역국이자 외국인 자본 투자국으로 떠오른 대한민국과 호주 사이의 유대 관계는 예전보다 훨씬 더 공고해졌다. 한국 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당시부터 이어져 왔던 호주 군과의 전략적 파트너쉽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9월, 양국 정상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 회의에서 서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날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호주 총리는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방, 산업 발전, 에너지 안보 등 국가안보 핵심 이슈에 대한 협력기간 확대계획을 개략적으로 설명했고 그 결과 이러한 양국 간의 전략적 유대관계는 더욱 강화되었다.
패터슨 선임 연구원은 한국 호주간 유대관계 강화에 대한 외교적 담화들에 있어 많은 진전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지만 다음과 같은 부족한 부분도 많이 보인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1) 현재 협정상 호주 군은 유엔군 사령부(UNC)라는 우산 아래 한반도에서 한국 군과 합동 훈련을 할 수 있지만 한국과 호주 양국이 독자적으로 합동 훈련을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 당시 대한민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호주와 긴밀한 방위 협정을 맺는다면 중국의 적대감을 필요 이상으로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2) 호주는 "고가의" 무기 체계를 아시아 방산업체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의 방산업체로부터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대한민국 방산 업체들은 지금까지 여러 번 호주의 주요 국방 인프라 정비사업에 대한 경쟁 입찰에 나섰지만, 호주 정부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방산기업들과 주요 사업에 대한 그 어떠한 계약도 체결한 사례가 없으며 이는 양국 간의 군사적 협력관계를 공식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무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대한민국의 조선 업체인 대우조선해양(DSME)은 2015년 호주 해군의 보급함 수주전에 도전했으나 스페인 조선업체인 나반시아(Navantia)에 의해 아깝게 패한 적이 있으며 한화 디펜스가 제작한 보병전투장갑차(IFV) Redback 수주전은 현재 한창 진행 중에 있다.
(2022년 대한민국 K9 썬더 자주포 30문을 약 1조원에 호주에 판매하기로 확정되면서 대한민국과 호주 사이의 첫 방산거래가 트였습니다. 다음 목표는 AS-21 레드백이죠. 역주)
지난 달, 대한민국의 방산 업체로써 Land 400 Phase 3 사업에 입찰한 한화 디펜스는 'Redback' 장갑차의 시제품을 호주 멜버른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and 400 Phase 3 사업은 베트남 전쟁 시대에 만들어진 M113 장갑병력수송차(APC)를 신형 보병전투장갑차로 대체하기 위한 100억에서 150억 달러, 한화 12조에서 17조 규모의 프로젝트이다.
그러나 패터슨 선임 연구원은 한화 디펜스의 Redback 장갑차 입찰 외에도 대한민국 방산기업들이 진행시키고 있는 수많은 프로젝트가 "양국간의 군사적 상호 방위 관계 증진에 큰 활력을 줄 수 있고, 군사적 훈련과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며, 호주 정부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방위산업 역량에 대한 이해를 촉진시킬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구 삼성테크윈(현 한화 디펜스)가 미국의 레이시온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대한민국 K-9 썬더(호주명 K-9 Aussie Thunder) 자주포 30대를 호주에서 제작하여 인도하려 했던 사업이 2012년 호주의 예산 삭감에 따라 무산된 적이 있었지만 최근 이 프로젝트도 다시 부활되었다.
패터슨은 "믿을만한 지역 파트너와의 방위산업 수출증가 및 협력관계 증대는 한국인들로 하여금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서에서 썼다.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미국 워싱턴의 신뢰성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2016년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를 국내에 배치하도록 합의하자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극심한 피해를 주는 경제 제재로 대응했을 때 중국이 얼마나 공격성이 강한 국가인가를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두 가지 불안요소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걱정은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무력을 내세운 북한의 위협, 그리고 위태로운 일본과의 외교 관계 속에서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입지가 취약해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며 따라서 호주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패터슨은 보고서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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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호주 군사전문지 Defence connect.com이 2020년 8월 21일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선진 방산국가로의 변신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보다 자주적인 국방이 가능한 국가가 되었고 미중(美中)간 신 냉전이 격화되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도 그 중요성을 한층 더 높이게 되었습니다. 호주 언론들은 대한민국과의 군사적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고요.
한 때 순수한 백인들로만 구성된 나라를 만들자던 『백호주의』를 천명하고 남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호주이지만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을 동맹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현 상황을 보고 있자니 나라에 힘이 있으면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호주 내에서 이렇게 대한민국을 군사적 파트너로 삼아야만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됨에 따라 현재 호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갑차 교체사업(Land 400 Phase 3)에 참여 중인 한화 디펜스의 Redback과 자주포 도입사업인 Land 8116 기동화력 사업에 참여중인 K-9 자주포에도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만약 호주와의 전략적 동맹관계가 더욱 강화된다면 KF-21의 호주 수출도 아주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기사도 지적하고 있듯이 불과 70년 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이었고 우리를 안타깝게 여겼던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어 주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KKMD 188화 『엄청난 기술 습득 속도로 ‘30년 만에’ 육해공 플랫폼을 자력으로 만드는 1류 방산국가가 된 대한민국!』 편에서도 소개해 드렸던 것처럼 대한민국은 오히려 보란 듯이 전쟁의 상처를 극복했고 30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방산국가이자 신흥 군사강국으로 도약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시아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중국, 일본 정도 밖에 없죠.
비록 제가 미중(美中) 갈등에 우리나라의 몸 값이 오른다고 표현하기는 했습니다만 세상 모든 일에는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중 갈등이 유래 없는 충돌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위시한 동맹국들이 중국 고립을 위한 반중 전선에 대한민국도 참여하라는 강한 압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중국은 또 중국대로 알아서 눈치껏 행동하라며 우리에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불과 몇 달 전에도 미국과 호주의 외교 및 국방부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 저지를 포함한 반중(反中) 공조에 대한 합의를 다지기도 했는데요. 양국은 중국에 대한 국제 공조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협력 대상국이 바로 중국과 국경을 직접 맞대고 있는 대한민국임을 거듭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 일본이 유난히 반한(反韓)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 이면에는 일본의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개인적인 분석을 해보게 되는데요. 중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두 수 아래로 보고 있던 대한민국의 급속한 성장이 그들에겐 아주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아베 전 일본총리의 대 한국 경제제재도 그런 스트레스에서 출발했을 것이고요.
며칠 전 중국 관영신문인 환구시보(Global Times)에서 읽은 내용입니다만 중국과 인도가 최근 국경 마찰을 빚으며 사이가 꽤 험악한 편인데요. 환구시보가 중국시민들을 상대로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주변 각 나라에 대한 호감도』에 대한 설문 조사결과를 게재해 놓았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제가 깜짝 놀랐는데요. 전쟁 이야기까지 오고 가는 인도인들에 대한 호감도보다 한국인들에 대한 호감도가 오히려 더 낮았습니다. 역사가 중요한 것은 되풀이 되기 때문인데요. 자만심에 도취되어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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