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9화 『신형 '미니' 항모 마라도함을 보유하게 된 대한민국. 점점 형태가 갖추어지는 제7전략기동함대』 편을 끝맺으면서 예고했던 대로 독도함을 계승하여 개발된 마라도함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개선점들과 우리 해군이 이지스 구축함을 그토록 원했던 또 다른 이유 한가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을 작성하기 위해 해양군사전략 전문가 및 해군 관계자와 인터뷰를 실시하여 내용에 대한 감수를 받았다는 점도 미리 알려 드립니다.
마라도함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개선점에 대해서는 사실 다른 매체들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MV-22 오스프리 틸트로터기나 F-35B 같은 수직이착륙 항공기의 이륙과 착륙을 견뎌낼 수 있도록 보다 더 강화된 성능의 내열 갑판을 지니고 있다든지 대공 레이더를 회전식에서 고정식으로 바꾸고 보다 첨단화된 전자장비로 교체했다든지 근접방어무기를 골키퍼에서 팰렁스로, RIM-116 RAM에서 해궁으로 바꿨다는 사실 등이죠.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눈 여겨 봤던 부분은 바로 대공 레이더의 교체와 항공관제소의 위치 변경이었습니다. 특히 대공 레이더를 회전식에서 더 우수한 성능을 지닌 고정식으로 변경한 것은 단순한 성능 개선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마라도함은 독도함보다 훨씬 더 ‘항모’ 지향적인 설계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항모라고는 해도 현재 설계 그대로라면 함재기가 헬리콥터로 한정되는 ‘헬기 항모’가 되겠지만 그래도 ‘미니 항모’의 역할을 맡기겠다는 해군의 의지가 명백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상륙작전이 되었든 기동작전이 되었든 현대 해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운용 가능한 ‘항공기’가 얼마나 되느냐는 문제입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상에서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는 항모의 위력은 바로 함재기의 숫자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따라서 아군이 운용할 수 있는 항공기의 숫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다다익선이죠.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 하나가 발생합니다. 전투단 사령부가 그 많은 항공기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특히 한중일이 모여있는 한반도 주변에서 전투가 발생한다면 좁은 공역에서 아군 항공기와 적군 항공기가 뒤섞여 엉망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음속을 넘나드는 속도로 날아다니는 미사일까지 더해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아찔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는데요. 잘못하면 아군 비행기끼리 충돌할 수도 있고 아군 미사일에 격추당할 수도 있는 판국이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편찬해내는 합동교범(Joint Publication) 3-52가 다루고 있는 내용이 바로 항공지원 작전본부(Air Support Operations Center: ASOC)이며 이를 해양에 적용시킨 것이 바로 해상항공지원 작전본부(Maritime Air Support Operations Center) MASOC 입니다.
항공기 통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시간으로 각 항공기들의 정확한 3차원 위치정보를 획득하는 것이며 따라서 대공 레이더의 성능이 뛰어날수록 고도분리작업을 오차 없이 정학하게 실시간으로 처리해낼 수 있게 됩니다.
LPH 6111 독도함의 경우 사실 항공기 통제능력에 있어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장착된 회전식 3차원 대공 레이더가 회전식이다 보니 회전하면서 항공기의 위치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고 항공기가 방향이나 속도 혹은 고도를 변경하는 경우 이러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알아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이에 비해 LPH 6112 마라도함에 장착된 3차원 대공 레이더는 동서남북 4면으로 선체에 고정되어있어 항공기 통제 능력이 더 향상되었고 보다 효율적인 항공통제를 위해 항공관제소의 위치까지 중앙으로 옮겼습니다. 그 결과 마라도함은 독도함에 비해 훨씬 뛰어난 해상항공지원 작전본부(MASOC)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이는 기동함대 기함으로써 매우 중요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마라도함이 독도함보다 뛰어난 MASOC 기능을 한다고는 하지만 MASOC의 절대 강자는 따로 있습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 건조되었을 때, 일부 밀리터리 매니아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유도탄을 요격하는 BMD 기능이 없는 1조짜리 ‘깡통 이지스 구축함’ 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화력만 키웠다며 역시 ‘화력덕후’ 대한민국은 어쩔 수 없다고 자조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그러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 왜 탄도탄 요격기능(BMD)을 빼고 대신 탄도 미사일 탐지 및 추적 기능을 추가시켰는지는 278화. 『美日 이지스함을 넘어 세계 최고의 탄도미사일 탐지 및 추적역량을 갖추게 된 세종대왕급!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은 왜 배제되었을까?』 편에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최선의 무기는 최고의 성능을 가진 무기가 아니라 운용자의 능력에 맞는 무기라는 점은 늘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탄도 미사일을 가장 자주 발사하는 습관(?)을 가진 북한 덕분에 대한민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탄도 미사일 탐지 및 추적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이 내린 방패, 이지스』의 저자 최진환 준위는 “정말로 대한민국 해군의 탄도 미사일 탐지 및 추적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이냐? 일본도 넘어서느냐?”는 제 질문에 “이지스 시스템을 만든 록히드 마틴이 제일 많은 실전 데이터를 받아가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 해군이며 일본 해상자위대의 경우 출동횟수도 대한민국 해군을 따라오지 못하지만 지구 곡면율에 따른 레이더의 한계 때문에 제대로 탐지하기가 힘들다”라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미 해군도 모르고 있었던 이지스(Aegis) 시스템의 기능까지 파악하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 해군이라는 말도 덧붙였죠.
우리나라 최고의 이지스(Aegis) 전문가로 불리는 최진환 준위는 실제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서 근무하던 당시 이지스(Aegis) 시스템을 사용하여 직접 북한의 탄도 미사일 추적한 적이 있는데 콘솔 화면상 나타나는 탄도 미사일의 진행방향이 엉뚱하게도 공해가 아닌 중국을 가리키고 있어 당시 전 대원들이 잔뜩 긴장한 적이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알려주었습니다.
미 해군도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라 당황해 했는데 나중에 록히드 마틴의 기술자들이 알려준 내용은 이랬습니다. 이지스 시스템 콘솔 화면이 2차원 평면이다 보니 ‘고각도’ 발사의 경우 각도를 연출하기 위해 개발자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진행경로를 표시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는 것입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실제로 북한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실험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고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이 프로그램이 작동했고 탄도 미사일의 방향이 마치 중국을 향해 날아가는 것처럼 표시가 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록히드 마틴과 미 해군은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통해 귀중한 실전 데이터를 많이 얻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에 왠지 흐뭇하면서도 아까운 생각이 들더군요. 원래 돈 주고도 못사는 것이 ‘실전 경험’이자 ‘데이터’인데 말입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은 이러한 탐지 및 추적 능력 이외에도 해상항공지원 작전본부(MASOC)로써도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 보유하고 있는 AN/SPY-1D(V)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의 강력한 기능에서부터 비롯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유사시 북한에 상륙작전을 전개하는 경우, 한반도주변의 좁은 공역에서 공군이 운용하는 항공기와 미 해군 소속 항공기, 해병대의 공격용 헬기, 대잠전용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 병력수송용 헬기 등등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항공기들이 동시에 작전을 펼치게 됩니다.
이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원활하게 임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항공기들을 종류별로 고도분리 시키고 일종의 교통정리라고 할 수 있는 항공관제(Air Support Operations)를 전문 관제요원이 해줘야만 합니다. 수 많은 항공기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그 지시대로 항공기가 움직이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관제센터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 전투함이나 전투기에서 운용하는 미사일들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게 되고 이럴 때 일반 전투함들이 장착하고 있는 레이더로는 고도분리 및 위치 파악이 어렵습니다. 특히 초음속 대공, 대함 미사일들의 경우 고도가 순식간에 바뀌고, 속도도 빨라서 우군 항공기들에게도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항모에 있는 레이더는 이륙 및 착륙하는 항공기들 정도만 통제하면 되지만, 좁은 공역에서 다양한 항공기를 통제해야 하는 전시상황, 특히 한반도와 같은 좁은 전장에서는 다수 항공기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 보유하고 있는 AN/SPY-1D(V)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를 따라올 물건이 없다는 뜻이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이 해상항공지원 작전(MASOC) 능력 때문에 대한민국 해군이 이지스 구축함을 간절히 원했었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이 MASOC 기능을 전적으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 의존했었기 때문이죠. 알고 보면 우리 군은 미 해군의 이지스 전투함 없이는 제대로 된 상륙작전이나 해상 기동작전을 펼칠 능력이 없었던 것입니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스펙(spec)만 보고 무기체계의 성능을 따지다 보면 이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들을 “깡통”이라고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항상 오해는 ‘잘못된’ 혹은 ‘얕은’ 이해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제7 전략기동함대를 구성할 3개 기동함대에서 기함 역할을 맡아야 할 독도함과 마라도함의 경우 “속도가 느려서” 기함 역할을 맡길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경항모 이즈모급의 경우 최고 속도가 30노트, 시속 55km 정도인데 반해 독도급의 최고 속도는 23노트, 시속 43km이기 때문이죠.
운용 목적에 따른 최고 속도와 순항 속도 그리고 이에 따른 건조비와 운영 유지비 등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해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포스팅이 따로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주제로 언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말씀 드리기는 힘들지만 기회가 될 때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