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9일, SBS는 KF-21에 장착할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후보로 유럽제 타우러스 350K-2와 터키제 쏨(SOM) 미사일이 고려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현재 KF-21 보라매는 미국제, 유럽제 무장 장착이 모두 가능할 것으로 보여 범용성이 매우 큰 플랫폼이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 공대공, 공대지 그리고 공대함 미사일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비즈한국’에 게재한 기사를 통해 KF-21을 ‘사고 싶은 생각에 군침이 절로 도는’ 전투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KF-21에 미국제, 유럽제 무장들을 모두 통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속내를 알아보면 복잡한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여러분들도 익히 알고 계시다시피 미국은 한 때 KF-21의 개발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재 우리 공군이 사용하고 있는 미국산 정밀 유도 무기 통합에 대한 자료 제공과 절차를 중단시켰죠. 물론 KF-21의 개발이 완료되고 나면 미국산 무장이 통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앞으로도 해외 무장에 의존해야만 한다면 이런 문제가 또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발된 무장체계를 보유하게 된다면 이러한 걱정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죠.
둘째. 해외에서 수입된 무장을 전투기에 통합하는 데에는 적어도 수백 억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다양한 무장을 통합시킬 수 있다지만 우리 공군이 대량으로 사용할 무장이 아닌데도 통합을 시킨다면 그야말로 헛돈을 쓴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 항공무장이 개발된다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통합이 가능하고 국내 방위산업계에도 큰 도움이 되겠죠.
셋째. 국산 공대공, 공대지, 공대함 항공무장이 개발되면 정치적 이유로 KF-21의 판매가 가로막히는 사례도 줄어들 것입니다. 영국제 부품 때문에 FA-50의 아르헨티나 수출이 좌절될 수 밖에 없었던 일은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국산 항공무장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공대공 미사일의 경우 미국 AMRAAM의 가성비가 워낙 뛰어나 국산 공대공 미사일을 만들더라도 경제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뛰어난 성능의 전투기들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작 미사일과 폭탄 개발은 등한시해 왔었죠. 그 결과 국산 공대지, 공대함 무장의 경우에는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제가 SBS 뉴스를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첫 번째 부분은 KF-21 보라매에 사용될 공대지 미사일 개발계획에는 두 종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에서는 제대로 반영이 되어있질 않았습니다.
지난 5월 공군회관에서 열린 『에어로스페이스 컨퍼런스 2021』에서 공군은 사정거리 500km 이상의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ALCM) ‘천룡’과 사정거리 250~400km의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천룡’은 KEPD-350 타우러스급의 성능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현재 KEPD-350 타우러스의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는 ‘천룡’의 사정거리와 정확도는 KEPD-350 타우러스와 동급이지만 크기는 오히려 약간 더 작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어보면 SBS 기자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천룡’과 형제 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혼동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KEPD-350 타우러스를 FA-50에도 장착할 수 있도록 크기를 줄이고 사정거리도 400km대로 줄여서 개발하게 되는 KEPD-350 K-2가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 임에도 불구하고 SBS 기사는 KEPD-350 K-2를 사정거리 600km 이상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실제로는 KEPD-350을 기반으로 개발된 ‘천룡’)으로 잘못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정거리 500~600km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에 속하는 존재들이 바로 KEPD-350 타우러스와 국내 개발 중인 ‘천룡’이며 사정거리 200~400km의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에 속하는 존재들이 KEPD-350 K-2와 터키의 공대지 미사일 쏨(SOM)입니다. 따라서 SBS 기사는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 후보들에 관한 내용이며 공중발사 순항 미사일(ALCM)이라고도 불리는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은 별개의 내용입니다.
오늘은 KF-21에 사용될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터키제 쏨(SOM) 미사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장거리 공대지 유도 미사일 ‘천룡’에 대한 이야기도 차후 영상으로 준비해 볼 예정이고요.
먼저 해외 군사전문지 Airforce Technology.com이 게재한 쏨(SOM) 미사일에 관한 기사 내용을 번역해 살펴보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사원문은 노란색 글자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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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오프 미사일(Stand-Off Missile, SOM)은 터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최초의 자율형 장거리 고정밀 공대지 순항 미사일이다. 지상 및 해상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TUBITAK 방위산업연구소와 로케산(Roketsan )이 공동으로 설계, 개발하였다.
이 미사일은 이동중인 지상 목표물이나 고가치(high-value) 정지 표적, 전략 자산, 방공호, 노출된 군용기, 군용기 격납고, 지휘통제센터 및 해상 표적 등을 제압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각종 대응책(countermeasures)과 레이더 간섭효과(clutter effects)에 대한 저항성도 가지고 있다.
2014년 10월, 로케산과 록히드 마틴은 5세대 다목적 전투기 F-35 라이트닝 II의 내부 무장창에 탑재하거나 다른 항공 플랫폼의 외부에 장착할 목적으로 차세대 스탠드오프 순항 미사일의 파생 형태인 SOM-J를 개발하는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이 쏨(SOM) 미사일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2015 국제방위전시회의(IDEX)에 전시되었다.
터키 최초의 토착 원거리 미사일의 개발
SOM 순항미사일의 개발은 2006년에 시작되었다. 이 미사일은 2011년 6월 이즈미르(İzmir)에 위치한 제2 공군기지에서 공개되었다. 2011년 8월 맥도넬 더글러스의 F-4E 2020 타격 항공기에 의해 처음 시험 발사된 후 2012년부터 터키 공군에 의해 운용되고 있으며 F-4E 2020과 F-16 Block 40 전투기에 통합되었음을 인증 받았다.
(이렇게 SOM은 F-16에 통합이 가능했기 때문에 비슷한 체급의 FA-50에도 사용이 가능한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 후보 중 하나로 선택된 것입니다. 역주)
터키 국방부 산하 방위산업부는 2012년 2월 케일 에어로(Kale Aero)와 SOM 무기 체계용 터보제트 엔진 개발을 위해 2,500만 달러, 한화 약 280억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쏨(SOM) 공대지 순항미사일의 설계 및 특징
SOM 공대지 순항 미사일은 모듈식 설계를 특징으로 하며, 치명적인 위력과 향상된 작전적 유연성을 제공한다. 지대공 미사일에 비해 사정거리가 훨씬 길고 레이더에 좀처럼 탐지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나토(NATO) 범용 무장 인터페이스(Universal Armaments Interface: UAI)와 호환된다.
(여기서 범용 무장 인터페이스 UAI란 마치 컴퓨터에 윈도우 설치 USB를 삽입하면 자동적으로 USB를 인식하고 OS를 설치하듯이 별다른 소프트웨어 수정이 없어도 임무 컴퓨터가 자동으로 무장을 통합시킨다는 개념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장 통합과정이 빠르고 간단해지며 통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소프트웨어와의 충돌현상도 피해갈 수 있게 됩니다. 역주)
쏨(SOM) 미사일은 비행 중인 상태에서도 미리 계획해 둔 여러 임무 시나리오 중 하나를 골라 실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표적을 변경할 수도 있다. 미사일 후면 부에는 양력과 기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어 날개(control fin)들이 장착되어 있다.
600kg의 무게를 지닌 쏨(SOM) 미사일은 230kg 무게의 파편 폭풍형 탄두와 2단으로 구성된 이중구조 관통 탄두(tandem penetration warhead)를 장착하고 있으며 충돌 파라미터(impact parameter)를 선택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중구조 관통 탄두는 1차 탄두가 폭발한 이후, 2차 탄두가 폭발하여 깊숙한 지하에 있는 표적물도 파괴가 가능한 탄두를 뜻합니다. 충돌 파라미터 impact parameter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탄도의 궤도를 계산 할 때, 중력장(中力場)의 인력의 중심과 운동 물체의 속도 벡터의 연장선 사이의 거리를 뜻한다고 되어 있는데 문과 출신인 제가 이해하기는 난해하고 결국 충돌 파라미터가 클수록 탄두가 원래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반대로 충돌 파라미터가 작으면 탄두가 원래 경로를 크게 벗어난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역주)
유도 시스템 및 유도 비행
쏨(SOM)에는 적외선 영상(IIR) 탐색기(seeker)와 고정밀 유도를 위한 관성 측정 장비(IMU)가 장착되어 있다. 적외선 영상 탐색기는 고해상도 영상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으며 덕분에 미리 특정되어 있는 대상을 원거리에서 고품질 영상을 통해 탐지할 수 있다. 이 적외선 탐색기는 또한 전자 방해책(electronic countermeasures)과 레이더 간섭효과(clutter)에 대해 높은 저항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공대지 순항 미사일은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관성 항법장치(INS), 지형 대조 항법(TRN), 영상 기반 항법(IBN) 및 자동 표적 인식(Automatic Target Recognition: ATR) 센서를 사용하여 비행한다.
또한 비행 고도를 결정하기 위해 레이더와 기압 고도계를 사용하며 지형을 따라 여러 곳의 경유지를 거쳐 이동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SOM 미사일의 추진력 및 성능
스탠드오프 미사일(SOM)은 터보제트 엔진으로 구동되며 180km이상의 사정거리를 지니고 있다. 상정할 수 있는 모든 기상 조건과 적대적인 환경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내부 무장창에 장착될 수 있는 SOM-J
보다 더 진보된 SOM-J 파생형은 미국 록히드 마틴과 터키 로케산이 공동으로 개발 생산하여 판매할 예정이었다. SOM-J는 F-35 및 내부 무장창을 갖춘 유사한 다른 전투기들에게 탁월한 공대지 공격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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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외 군사전문지 Airforce Technology.com이 게재한 쏨(SOM) 미사일에 관한 기사 내용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사실 터키에서 만든 공대지 미사일 쏨(SOM)과 독일제 공대지 미사일 KEPD-350 타우러스에는 상당한 성능차이가 있습니다. Auto Journalism.com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공대지 미사일 랭킹 탑 10” 순위를 살펴보면 터키의 쏨(SOM) 미사일이 9위에 독일의 KEPD-350 타우러스가 3위에 마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사정거리에서부터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요. 터키 쏨(SOM)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180~250km인데 반해 KEPD-350 타우러스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최소 500km를 넘어갑니다. KEPD-350 타우러스를 소형화시킨 KEPD 350 K-2의 경우에도 사정거리는 400km정도 되죠. 따라서 성능으로 봤을 때는 KEPD-350 타우러스를 소형화시킨 KEPD 350 K-2가 압도적입니다만 문제는 가격과 실전경험입니다.
KEPD 350 K-2 생산을 주장하는 타우러스 코리아는 국내 파트너를 선정한 뒤 개발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고 KF-21용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유력 개발 사업자로 꼽히는 한화는 터키 쏨(SOM) 미사일 기술을 도입하여 자체 생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왜 굳이 터키 기술을 도입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는데요. 의외로 미사일과 무인 드론 분야에서 터키의 기술력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 상태입니다.
2019년 국제해양방위사업전(MADEX)에서 만났던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국내 기술로 전투기 엔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라는 제 질문에 “미사일에 쓰이는 엔진을 대형화시키면 그것이 결국 전투기 엔진이 되는 것”이라고 답하면서 “인력과 자금만 대규모로 투입한다면 현재 국내 기술로도 충분히 전투기 엔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하면서도 실제로 한화 에어로스페이스가 단독으로 전투기용 엔진을 개발하는 일은 가까운 미래에 보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항공 선진국들로 이루어진 국제 카르텔이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이며 잘못하면 항공기 엔진업계에서 고사 당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KKMD 96화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미국 항공엔진 부품업체 EDAC 전격인수! 국산 전투기 엔진생산 가능할까?』 편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도 터키의 기술력을 ‘무시 못할 수준’이라며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군사력에 관한 터키의 인적, 물적 투자가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해외 기사 본문에서도 연급 되지만 터키의 쏨(SOM) 미사일은 F-35 스텔스 전투기를 위해 파생형이 개발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 대공 미사일 S-400을 무리하게 구매하면서 터키는 F-35 사업에서 완전 퇴출당하게 되었고 결국 터키 쏨(SOM) 미사일도 한계에 부딪쳐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기술 도입이 가능할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타우러스 코리아의 KEPD 350 K-2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보다 경쟁력 있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어질 것이며 내부 무장창을 보유하게 되는 KF-21 Block III 버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내부 무장창 탑재형 공대지 미사일 개발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한화 관계자가 “터키 쏨(SOM) 미사일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언급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비즈한국’ 기사를 통해 KEPD 350 타우러스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지고 있는 국산 공중발사형 순항 미사일(ALCM) ‘천룡’을 먼저 개발한 뒤 사정거리와 크기를 줄여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로 만들거나 공대함 미사일로 전환 개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따로 터키 쏨(SOM) 미사일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개발비용과 생산단가 그리고 개발과 관련된 위험을 크게 줄일 수가 있기 때문이죠.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현재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천룡’이나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2021년 연내로 모두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공중발사형 순항 미사일,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등 다양한 명칭을 지니고 있는 ALCM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KF-21에 장착될 경우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등극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ALCM이 어떤 역할을 하며 중거리 공대지 미사일과 어떻게 조합 사용될 수 있는지도 차후 영상을 통해 탐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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