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P(Institute for Security and Development Policy)는 스톡홀름에 기반을 둔 비영리 연구 및 정책 조직입니다. ISDP는 안보, 분쟁 및 개발 간의 상호 관계에 중점을 두고 국제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전념하고 있는 연구기관이죠. 이 ISDP에서 2019년 7월 15일에 발간한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에 대한 홈페이지 기사를 찾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이 내용을 다룬 적이 있었지만 KF-21 보라매의 역사적인 첫 시험 비행을 불과 4~5개월 남겨 둔 시점에서 이 기사를 복기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이 기사의 제목은 “Ambition and Ambiguity: South Korea’s Defense Industry Reform (야망과 모호함 사이: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개혁)” 정도로 번역됩니다.
이 기사가 나왔을 당시만 해도 KF-21 보라매가 예정된 기간 안에 제대로 개발이 될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할 때였습니다. 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 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 EOTGP, 통합 전자전 장비 등 4대 핵심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이 가능할지에 대해서 갑론을박 군사 전문가들과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특히 KF-21은 시제기로 몇 대만 만들고 그 개발비로 F-35A를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던 군사 전문가들이 있었습니다. F-35A가 뛰어난 전투기이며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꿈의 전투기임에는 틀림없지만 자국 항공우주산업의 발전이 없다면 강력한 자주국방력은 결코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366화 이스라엘의 사례에서도 그리고 오늘 소개해 드릴 스웨덴의 비영리 연구기관 ISDP의 기고문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FA-50과 KF-21의 개발을 두고 “KAI 배만 불리는 일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366화에서 소개된 미국의 군사 전문지 National Interest는 “네셔(Nesher)와 크피르(Kfir)라는 두 종류의 전투기를 탄생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은 항공우주분야에 막대한 국가자본을 투자했고 그 결과 이스라엘 경제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이테크 기술혁신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항공우주산업을 부흥시켜 국방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도 분석했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전투기를 개발함에 있어 가장 필요한 조건은 바로 『생산 라인』과 『연구개발 인력 및 조직』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한번 무너지고 나면 재건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보잉(Boeing)을 살려 놓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의 보잉 살리기를 두고 “당연한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FA-50과 KF-21의 개발을 두고 “KAI 배만 불리는 일이다”라고 단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KF-21 전투기 하나에 들어가는 부품만 몇 십 만개이고 들어가는 전선을 길게 펼치면 몇 십 킬로미터 길이가 된다고 합니다. 국산화율 65%의 부품 하나하나, 전선 하나하나가 바로 우리 기업들의 먹거리가 되고 경제활력의 원천이 된다는 뜻입니다.
대한민국 방위 산업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살펴보고 있는 이 기사를 함께 보고 각자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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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난 2년 동안(2019년 기준) 대대적인 국방개혁 프로그램 (Defense Reform 2.0)을 진행해 왔으며 그 결과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에 대한 야망은 눈에 띄게 커져왔다. 이 프로그램은 국방 부문의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의 전반적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육해공군을 위한 고품질의 무기를 제조하고 대한민국을 최고의 무기 생산국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성장 배경: 국방비 지출의 증가
지난 몇 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군사비 지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목격되었다. 2018년에는 1조 8,220억 달러(약 2,114조 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2009년 전체보다 5.4% 증가한 수치이다. 군비 지출 증가와 더불어 주요 무기의 국제거래 물량도 상당 부분 증가했으며 그 결과 2014년에서 2018년 동안 전 세계 각국의 무기 수출 산업은 2009-2013년에 비해 7.8퍼센트 더 성장했다.
이러한 군비와 무기 수출 증가 현상은 최근 들어 활발한 군사 활동과 안보 분쟁의 급증을 보여 온 아시아 국가들에 크게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는 전 세계 군비 지출의 28 %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군비지출 상위 15 개 국가들 중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국, 인도, 일본, 대한민국, 호주 등 5개 국가는 지난 10년 동안 그 어떤 지역보다도 많이 군비를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군비 지출과 국방력 개발을 우선시하는 아시아 국가들 중 대한민국은 가장 강력한 성장 궤적 중 하나를 보여줘 왔다. 2018년에는 2009년에 비해 28% 증가한 431억 달러 (약 50조 원)을 투자한 대한민국은 현재 SIPRI(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가 선정한 군비 지출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지분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부활한 야망: 국방개혁 2.0과 최근 성과들
2018년 7월 출범한 국방개혁 2.0의 핵심 목표는 방위산업 투자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다. 이 새로운 계획은 방위산업 분야의 수출에 강한 중점을 두면서 슬림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대한민국 군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방위 산업의 성장은 대한민국 경제에 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지역 동맹국들의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미국의 방위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독립적인 대한민국 군을 세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의 군사적인 급부상과 지역 안보 기본 구조 속에서 주변 국가들의 공격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대한민국은 국방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언급해 왔었다. 이 국방 개혁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대한민국이 이미 기득권을 확보한 세력들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무기 수출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은 지난 10년간 무기 수출량을 94% 증가시켜 무기 수출국들 중 순위 11위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수출량 증가율 170%를 기록한 터키를 제외하고서는 그 누구도 넘보기 힘든 놀라운 증가세이다. 이러한 대한민국 방위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항공기, 포, 선박과 같은 플랫폼 기반 제품들이 기여하고 있는 바가 큰데 이는 대한민국 정도의 규모를 지닌 국가로서는 매우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대한민국이 생산하고 있는 기술적으로 진보된 무기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는 고품질 장비에 대한 양질의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한 결과로 탄생되었다.
성공적인 무기 플랫폼 수출의 예로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T-50 고등훈련기 및 T-50의 무장 버전인 FA-50 파이팅 이글과 최근 에스토니아, 핀란드, 노르웨이가 구매한 K9 155mm 자주포 등이 있으며, 대한민국이 만든 주력 전차인 K-2는 현재 몇몇 해외 육군이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2022년 1월의 시점에서 보자면 K9 자주포의 인도, 호주 수출확정 및 AS-21 레드백이 호주에서 최종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추가될 수 있고 천궁II를 아랍에미리트에 판매하는데 성공한 것도 추가될 수 있습니다. 역주)
또한 2012년과 2013년 국내 조선업계 Big 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DSME)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영국 왕립해군 및 노르웨이 해군을 위한 대형 급유선을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위험 요소: 좌절과 함정
대한민국 방위 산업은 2010년대 내내 제법 인상적인 매출을 올렸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순탄한 항해를 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발생한 가장 큰 예상치 못한 차질은 과거 잘 팔리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 제트 훈련기 350대를 미 공군에 판매하기 위한 입찰에 실패한 사건이었다. KAI는 록히드 마틴과 손잡고 2018년 미 공군이 주관한 차세대 훈련기 입찰에 참가했지만 그 계약은 SAAB와 협력한 보잉에게 돌아갔고 160억 달러(한화 약 16조 5천억) 정도로 평가된 이 계약 수주에 실패한 이후 대한민국 방위산업 주가는 급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2021년 들어 Reforge 개념을 내세우며 실전 전투기와 유사한 성능을 지닌 전술훈련기, 일명 고등전술훈련기 ATT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미 공군은 최대 400대의 고등전술훈련기를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등전술훈련기가 요구하고 있는 ROC(작전요구능력)를 제대로 만족시키는 동시에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투기라는 요건까지 충족하는 기종은 바로 록히드 마틴 & KAI의 TF(FA)-50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역주)
게다가, 방위 산업의 확장에 대한 UNESCO 통계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제외하고서 가장 많은 군사 연구 개발비를 지출하는 동시에 플랫폼 기반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에는 항상 녹록하지 않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다.
이미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무기 수출업계의 강자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은 말할 것도 없고 터키, 인도, 일본 등 대한민국과 비슷한 등급의 국가들 중에서도 계약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나라들도 여럿 있다.
그 결과, 외국 정부로부터의 거액의 계약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졌고, 대한민국의 현재 위상으로는 앞서 언급한 최상위 무기 수출국 그룹에 진입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게다가 무기 수출과 관련된 거액의 계약들 대다수가 정부 대 정부의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 수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 한 부서라도 예외 없이 대한민국 정부 조직 전체가 이 정책을 수용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또한 한미 동맹의 안정성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한민국의 자주국방 능력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일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USFK)에 대한 영향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고려되어야 할 측면 중 하나가 바로 명령과 통제, 그리고 고도의 준비 태세를 결합시키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연합군이 사용하는 모든 방위 장비들은 상호운용성이 있어야만 한다. 만약 대한민국군이 자체 생산한 무기를 더 많이 활용하게 된다면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앞으로의 전망: 추가적인 성장을 위한 기회
위에서 언급된 잠재적인 위험성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방산업계는 지속적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여 왔는데, 이는 앞으로도 수출에 있어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 분명한 분야인 유명한 대한민국의 조선 산업 때문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DSME)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이미 계약한 3척의 장보고급 디젤-전기 공격용 잠수함 이외에 3척을 추가해 총 6척의 장보고급 잠수함을 생산한다는 대규모 거래가 체결되었다. 수주 규모는 대략 10억 달러(한화 1조 6천 억)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중공업(HHI)도 2020년과 2021년에 인도될 예정인 필리핀 해군용 미사일 구축함 2척을 생산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이 추진 중인 주요 전투함 건조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만약 방위산업 육성에 대한 야심 찬 목표가 현실화된다면, 대한민국의 무기 수출액은 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SIPRI)가 사전에 예측했던 추세 지표 가치(Trend Indicator Value)인 11억 달러(약 1조 3천 억)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추세 지표 가치(Trend Indicator Value)란 한 나라의 무기 수출 잠재력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무기 시스템의 단가를 기준으로 한 통계치를 의미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 시스템 플랫폼을 도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 중 두 가지 중요한 사업이 바로 세종대왕급 구축함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4.5세대 전투기로 모두 경쟁력 있는 수출상품으로 지정되어 있다.
세종대왕급 구축함과 그로부터 파생된 형제 구축함들은 이미 대한민국 해군에 취역 중이며 KAI의 KF-21은 2026년에 대한민국 공군에 도입될 예정이다. 대한민국의 국방 분야는 지난 10년간 성장과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라는 측면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고, 중요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세종대왕급 구축함과 KF-21같은 차세대 무기들이 더욱 발전하게 된다면 이들은 탑 티어(top tier) 방위산업을 보유하는 국가에 진입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열망에 대한 확실하고도 효과적인 시험대를 제공해 줄 것이며 어쩌면 대한민국을 양질의 고급 무기와 군용 제품을 공급하는 선도적인 방위산업 국가로 이끌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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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스톡홀름 비영리 연구소 ISDP가 2019년 7월 15일 게재한 기사 내용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기사의 마지막 문단에 큰 여운이 남습니다. 이 기사를 작성한 외국 전문가도 KF-21 보라매의 성공 여부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KF-21의 성공적인 개발을 판가름해 줄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던 초도 비행도 무사히 치러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외신 기사 링크 http://isdp.eu/ambition-and-ambiguity-south-koreas-defense-industry-re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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