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고 선정해 놓았지만 더 중요한 이슈가 터지는 바람에 깜빡 잊어버리고 묻혀버리는 기사들이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할 National Interest 기사도 그런 묻혀진 기사들 중의 하나인데요.
이번 기사는 두 번 반복해서 읽으시면 훨씬 더 흥미롭게 다가올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기사를 그대로 읽으신 다음, 두 번째부터는 『이스라엘』 대신 『대한민국』을, 그리고 『크피르(Kfir)』와 『라비(Lavi)』 대신에 『FA-50』과 『KF-21』을 대입하여 읽어보신다면 꽤 흥미로운 내용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사례를 보며 우리가 어떤 점을 벤치마킹 할 수 있고, 또 우리와 어떤 면에서 다른지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기사는 주목할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2020년 7월 28일 National Interest 에 게재된 기사부터 읽어 보고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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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후, 이스라엘 공군(IAF)는 이스라엘 방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적군의 공습으로부터 전장과 민간인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유능한 이스라엘 공군이 있었기에 이스라엘 방위군(IDF)는 큰 이점을 누리며 싸울 수 있었다. 동시에 이스라엘 공군은 핵심 표적을 상당히 먼 거리에서 타격하면서 '사정거리의 전략적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었다.
이스라엘 공군(IAF)의 지배력은 효과적인 훈련, 적의 약점 간파, 전투기의 설계와 조달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통해 얻어졌다. 수년간 이스라엘은 공군에 사용할 전투기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왔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전투기를 사들였고 직접 전투기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미국산 전투기 도입과 자체 기술로 전투기를 만들었던 경험, 이 두 가지 조합이 큰 효과를 거두며 오늘날 이스라엘 공군의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초기 이스라엘 공군력의 기술 기반
초창기 이스라엘은 눈에 띄는 모든 종류의 무기들을 모조리 구매했고 이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다양한 나라의 장비들을 운용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이 되면서 이스라엘은 몇몇 나라들과 무기 이양 협정을 맺었는데 그 중에서도 영국과 프랑스가 주목할만한 대상이었다.
특히 프랑스와는 매우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고 그 결과 미라주 전투기를 포함한 첨단 군사장비가 이스라엘로 이전되었으며 핵무기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들도 지원되었다. 1967년 발발한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 공군(IAF)의 중추를 형성했던 것이 바로 이 미라주 전투기들이었는데, 개전 직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이스라엘은 인접 국가의 공군력 대부분을 괴멸시켜버렸다.
그러나 1967년 프랑스가 이스라엘에 대해 무기 금수 조치를 내리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더 많은 전투기가 필요했고, 중거리 공대지 공격능력을 포함해 미라주 전투기가 가지고 있지 못한 능력을 갖춘 전투기를 찾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아주 단순한 전략, '필요하다면 훔쳐서라도 가지는' 전략을 채택했다.
운용 중이던 미라주 기체를 보완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프랑스 정부의 일부 묵인 아래) 첩보 활동을 통해 미라주의 설계도를 입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네셔(Nesher)와 크피르(Kfir)라는 두 종류의 전투기를 탄생시켰다. 크피르(Kfir)는 더 강력한 파워를 지닌 미국제 GE J79 엔진을 장착하고 있었고 한동안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주력 전투기로 사용되었다. 두 종류 전투기 모두 수출에 성공했으며 네셔(Nesher)는 아르헨티나로, 크피르(Kfir)는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그리고 스리랑카로 인도되었다.
이 투자는 이스라엘 항공우주 분야의 발전을 견인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고 이스라엘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군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국가가 시도하는 막대한 금액의 자본투자가 항상 민간 기술의 광범위한 혁신을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경우 국가 주도의 과감한 자본투자가 민간 기술 분야의 초기 발전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크피르(Kfir)의 성공은 해외 기술 원조에 의존할 필요 없이 항공우주 기술분야에서 이스라엘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해외 군용 항공기도입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1960년대 말에 F-4 팬텀을, 1970년대 중반에는 F-15 이글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F-15 이글 초도 도입분 중 4대가 유태인들에게 중요한 날인 안식일에 도착하게 되면서 의도치 않은 정치 위기를 촉발시켰고 계속된 논란은 결국 이츠하크 라빈(Yitzhak Rabin) 총리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어쨌든 F-15 이글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전히 크피르(Kfir)의 성공에 고무되어 있는 상태였으며 자국의 첨단 기술 분야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들떠 전 국민이 곧 국산 전투기 개발을 열망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번에는 라비(Lavi)를 살펴보자. 소련과 미국처럼 이스라엘 역시 전투기를 하이-로우(high-low) 개념으로 조합하는 것이 그들의 요구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생각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미국으로부터 계속 인수하고 있던 F-15를 보완할 수 있는 다목적 경전투기 라비(Lavi)를 개발하도록 이끌었다. 라비(Lavi)는 종국적으로 F-16 바이퍼(Viper)에 의해 지배되게 될 공간을 잠시 동안 메웠다. 라비(Lavi)는 라이센스를 받아 제작한 미국 시스템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며, 날개 구조만 다를 뿐 F-16과 거의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군사 기술적 환경이 바뀌었다. 제대로 준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성품 F-16에 비해 이점이 거의 없는 라비(Lavi)를 밑바닥부터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금액의 국가 투자가 필요했다. 게다가 미국은 군수품 수출 통제를 프랑스보다 더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였고, 규정 준수를 강제집행하는데 있어서도 훨씬 더 위험한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라비(Lavi)의 수출 전망이 밝다는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미국산 주요 부품을 장착하고 있는 전투기의 광범위한 수출을 미국 정부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비(Lavi)가 출시되면 미국 F-16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 또한 상황을 악화시켰을 뿐이었다.
1987년 8월, 이스라엘 내각은 라비(Lavi) 프로젝트를 포기했고 그 결과 이스라엘 공군(IAI)과 이 프로젝트에 관련된 수 많은 노동자들의 항의와 직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비(Lavi)를 부활시키려는 정치적 노력은 실패했고 결국 이스라엘은 많은 수의 F-16을 보유하게 되었다.
비록 라비(Lavi)는 양산되지 못하고 끝났지만 F-22 랩터의 해외수출을 금지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라비(Lavi)를 만드는데 사용된 기술, 즉 F-16 관련 기술을 중국과 공유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중국은 J-10 전투기를 만들어냈고 미국 의회는 F-22의 해외 수출을 일체 금지시켰다. 미 의회의 결정은 이스라엘을 비롯한 몇몇 관심 있어 하는 국가들이 F-22 랩터를 인수할 수 있는 길을 막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F-22 랩터의 전반적인 생산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스라엘의 대안, 미국 전투기를 자유롭게 개조?
이스라엘은 최근 자체 전투기 개발을 추구하는 대신 미국에서 구입한 전투기를 광범위하게 개조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F-15I "썬더(Thunder)"와 F-16I "스톰(Storm)"은 모두 이스라엘 공군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개량을 거쳤다. 두 전투기 모두 사거리를 늘리고 항전장치를 개선시켜 기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게 되었다.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의 파생형인 F-15I는 이스라엘 공군(IAF)의 가장 중요한 장거리 타격 플랫폼이다. IAF는 이미 F-35 합동 타격 전투기를 이스라엘 공군에 더 적합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으며 여기에는 첨단 소프트웨어 수정도 포함된다.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는 주요 전투기 프로젝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이어 왔다. IAI는 군수품과 항전장비 등을 포함한 내수용 부품뿐만 아니라 수출용 부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며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무인기(UAV) 시장에도 진출한 IAI는 또한 이스라엘과 해외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라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첨단 국방 분야는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민간 경제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스라엘 국가 산업 정책의 목표는 정확히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방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하이테크 기술혁신을 위해서라면 과감한 자원제공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항공우주 전략은 전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의 건전성에 좌우되고 있다. 이는 플랫폼의 가용성과 지속적인 상호 기술 개발 협력이라는 두 가지 측면 모두에 해당된다. 이스라엘로서는 다행스럽게도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맺어진 굳건한 동맹 관계가 조만간 붕괴될 것이라고 걱정해야 할 이유가 거의 없다. F-22 랩터의 보안에 대한 우려로 수출은 중단되었지만 양국간의 전반적인 우호 관계는 훼손되지 않았다.
그리고 만에 하나 예상하지 못한 일로 이스라엘이 미국과 틀어져 다른 나라를 파트너로 물색해야 할 상황이 닥친다고 하더라도, 부품과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있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스라엘의 산업역량은 곧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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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0년 7월 28일 National Interest에 게재되었던 기사 “What's the Secret to Israel's Powerful Air Force? (이스라엘이 보유한 강력한 공군의 비밀은 무엇인가?)”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National Interest는 “미국산 전투기 도입과 자체 기술로 전투기를 만들었던 경험, 이 두 가지 조합이 큰 효과를 거두며 오늘날 이스라엘 공군의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콕 집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가고 있는 길과 너무나도 비슷한 길을 걸어온 이스라엘인데요.
F-15 이글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한 로우급 전투기 라비(Lavi)의 개발사는 흡사 FA-50을 떠올리게 합니다. 두 기종 모두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16 테크놀로지가 기반이 되었고 첨단 항공우주분야 개발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는다는 점도 동일하죠.
차이가 있다면 이스라엘은 라비(Lavi) 시제기 2대를 만들기는 했지만 양산을 포기했고 대한민국은 FA-50 계열을 200대 넘게 생산했으며 그 중 70대 이상을 수출했다는 점입니다.
1980년대에 개발된 라비(Lavi)는 시대적 상황상 F-16과 같은 시장을 두고 직접적인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F-16은 F-15와 더불어 미국을 상징하는 주력 전투기였으니 미국의 통제와 견제가 더욱 심할 수 밖에 없었겠죠. 그에 비한다면 T-50(FA-50)은 2000년대에 개발된 기체로써 F-16보다 한 체급 아래의 고등훈련기 겸 경전투기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라비(Lavi)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수준의 견제를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National Interest는 또한 라비(Lavi)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을 멈춘 이스라엘이지만 오늘날 항공우주분야의 선두주자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를 미국산 전투기를 마음대로 개조하면서 각종 군수품과 항전장비 등을 개발할 수 있었던 데서 찾고 있습니다. 제가 KKMD 358화에서 전문가와 인터뷰한 내용으로 설명 드렸지만 항공우주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관련 전문인력과 생산라인의 유지입니다. 즉, 이스라엘은 직접 자국 전투기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미국산 전투기의 개조와 개량 작업을 통해 전투기 관련 생산라인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다시피 이스라엘은 미국의 주력 전투기였던 F-15와 F-16을 자유롭게 개조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함부로 정비창을 열어보지 못할 정도로 까다롭게 보호되고 있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의 주요 항전 소프트웨어 일부까지도 개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과는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도 이스라엘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지정학적 이점도 있습니다. 최근 강력한 적수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대한민국의 군사력 강화가 곧 미국의 이익과 직결되는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 때문에 미국이 KF-21 개발에 태클을 걸지도 모른다는 근거가 희박한 엉터리 기사가 언론을 통해 나오기도 했지만 4.5세대 전투기 KF-21은 현재 미국 F-35와 시장이 겹치지도 않습니다. 미국의 눈에 다소 거슬리는 부분이 보이더라도 까다롭게 걸고 넘어지기보다는 모르는 척 해줄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물론 미국 인내심의 한계를 잘 파악해야 하겠지만요.
항공우주산업의 수준은 그 나라 기술력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바로미터입니다. 첨단 과학의 총아가 바로 현대 전투기이며 무인기의 등장과 더불어 인공지능(AI)의 발달을 견인하고 있는 분야 역시 항공우주산업입니다. 전자공학, 컴퓨터 공학, 재료공학 등 항공우주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많은 분야의 발전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곧 항공우주산업의 발전이 민간 경제에도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친다는 뜻이 됩니다.
국방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수단이 항공우주산업이며 이스라엘이 바로 이 분야에 막대한 금액의 국가 자본을 투자해 오늘날의 공군력과 민간 경제발전을 이루어냈다는 것이 오늘 읽은 National Interest의 기사 내용입니다.
KF-21 보라매를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해외로 수출하고 여기서 얻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FA-50의 성공적인 개량작업(AESA레이더 및 국산무장 장착)까지 완수해 낸다면 대한민국도 이스라엘처럼 세계적인 항공우주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도 가능합니다.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도 함께 개척해 나간다면 생산라인과 전문인력들도 유지해 나갈 수 있으며 그 성과는 곧 KF-21 보라매 다음의 차기 전투기에게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외신 기사 원문 링크
https://nationalinterest.org/blog/reboot/whats-secret-israels-powerful-air-force-165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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