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언론들은 말레이시아 인터넷 군사 매체 'DEFENCE SECURITY ASIA'의 보도를 인용하며 말레이시아 경전투기 수주전에서 FA-50의 승리를 거의 당연시하고 있지만 영국의 군사 전문지 Janes는 인도의 Tejas에게 여전히 (선정될) 기회가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어 아직 성급한 예단은 금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https://defencesecurityasia.com/about/
Janes는 자체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통해 말레이시아 경전투기 수주전에 참여한 여러 기종들의 대당 가격을 선정해서 발표했는데요.
힌두스탄 항공유한공사(HAL)이 제안한 테자스(Tejas)의 제시 가격은 3,2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442억 정도입니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M-346이 2,910만 달러, 현재 환율로 402억 정도입니다. 중국 홍두 L-15B(JL-10)의 가격이 1,5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207억 내외고요.
재밌는 부분은 러시아가 MiG-35 (MiG-29의 현대화 재설계 버전)를 1,500만 달러에서 2,8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207억에서 387억이라는 놀랍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MiG-35는 MiG-29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짧은 작전반경과 빈약한 무장 탑재력을 보강시킨 기체로 평가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군사전문지들은 MiG-35가 말레이시아 경전투기 수주전에 선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분석하고 있죠.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러시아가 만든 MiG-35를 구매한다면 소위 「러시아, 이란, 북한에 대한 통합 제재법: CAATSA」에 의해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말레이시아는 미국제 FA-18 전투기도 함께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필리핀이 최근 러시아 헬기 도입을 포기하고 대신 미국의 치누크를 도입하려고 하는 뒷배경에도 CAATSA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이후에는 서방 세계의 금수 조치 때문에 러시아제 무기들의 군수 지원이 몹시 어려워졌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고요.
그 다음으로 특이한 부분은 러시아 MiG-35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만들고 있는 KF-21보다 전장이 40센티미터 정도 더 긴 전투기입니다. 경전투기(LCA) 체급이 아니라는 뜻이죠. 체급으로 보자면 인도 테자스보다 더 윗단계 전투기여야 하는데 가격은 오히려 낮게 책정했습니다. 보통 이렇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계약들은 이행 단계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게 됩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러시아의 MiG-29와 Su-30MKM을 운용하면서 악명 높은 러시아 무기들의 형편 없는 후속 지원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왔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말레이시아 경전투기 수주전에서 MiG-35가 수면에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L-15 역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옵션을 자랑하지만 검증되지 못한 기체인데다 선택한다면 러시아 무기 도입 못지 않게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 것입니다.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에서 팽창 전략을 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해야 할 입장에 있기 때문에 L-15도 아웃.
레오나르도 M-346의 2,910만 달러, 현재 환율로 402억이라는 가격표를 보면서 문득 FA-50의 가격은 얼마로 계산되었을지 궁금했는데요. 그렇습니다. Janes가 게재해 놓은 자료에는 FA-50의 가격이 나와있지 않습니다. 어째서 FA-50의 가격은 빠져 있는 것일까요?
Janes의 기사를 잠깐 링크해 보겠습니다.
Janes의 기사에는 분명하게 KAI가 제시한 기종이 FA-50 Block 20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폴란드에 수출되는 FA-50 PL의 가격이 어느 선에서 형성되느냐에 따라 말레이시아에 제시될 FA-50 Block 20의 가격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KKMD 466화를 통해 폴란드로 수출되는 FA-50 PL(Block 20)에는 미국산 AESA 레이더와 AIM-120 암람이 통합되고 AIM-9X 적외선 유도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및 이를 조준하는데 쓰일 헬멧장착형 조준장치(JHMCS) 역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FA-50 PL(Block 20)의 최종적인 가격은 500억에 조금 못 미치는 가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 보았는데요. 여기서 잠깐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인도 테자스의 442억이라는 가격입니다.
폴란드에 수출되는 48대에 말레이시아 수출 36대까지 합치면 FA-50 PL(Block 20)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인도의 밀리터리 커뮤니티 「Indian Defence Reserch Wing」에서 FA-50의 가격을 2,650만 달러, 현재 환율로 366억 정도로 표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366억이라는 가격은 FA-50 Block 10의 가격으로 보면 합리적이지만 FA-50 PL(Block 20)의 가격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Indian Defence Reserch Wing은 Janes 기사를 참고했다고 쓰고 있지만 Janes 기사 어디에도 FA-50의 가격은 나와있지 않습니다. 사실 나와 있는게 이상한거죠. 아직 가격 협상에 있어 논의되어야 할 부분들이 제법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제안되는 FA-50 Block 20의 가격은 HAL 테자스의 442억에 근접하거나 조금 더 높은 가격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도 국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HAL 테자스의 첫 수출 사례를 만들고 싶어하는 인도 정부의 의지가 대단히 강력하기 때문에 막판에 어떤 딜(deal)이 이루어질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테자스(Tejas)의 스펙상 성능은 FA-50 Block 20를 제외한 다른 경전투기들보다 우수한 수준이며 Indian Defence Reserch Wing도 테자스가 말레이시아 수주전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이 만든 FA-50 Block 20가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FA-50 Block 20는 AESA 레이더와 공중급유 기능을 테스트해 보지도 못한 기체라고 한번 에둘러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요. 심지어 AIM-9X 및 AIM-120C 통합 이야기는 FA-50 Block 20 스펙으로 언급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저는 FA-50 Block 20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데요. 대한민국 공군을 비롯한 여러 공군에서 20년 이상 운용되어 왔으며 실전에 투입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강점입니다. 2017년부터 인도 공군에 실전 배치된 테자스(Tejas)와는 경륜부터가 다르죠. 또한 개방형 아키텍처를 취하고 있는 테자스는 도입 비용보다 후속 군수 지원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면 현재 테자스(Tejas)에는 AIM-120 암람이 통합되어 있지 않습니다. FA-50 Block 20에 암람(AMRAAM)을 통합하는데 필요한 예상 경비가 약 2,500억입니다. AIM-9X도 통합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게 싫으면 인도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아스트라 공대공 미사일을 쓰던지 회교 국가인 말레이시아가 질색하는 이스라엘제 더비 공대공 미사일을 써야합니다. 하지만 FA-50 Block 20라면 추가 비용 없이 계약을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FA-50 Block 20같은 경전투기들은 공중 작전영역 중 중간 혹은 상부층을 책임지는 공중우세전투기와 함께 사용해야 더 큰 작전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른 바 하이-로우 믹스 개념인데요. 테자스(Tejas)를 도입하면 함께 사용할 공중우세전투기는 다른 나라의 전투기를 도입해야 합니다. 군수 지원 및 운용 유지가 복잡해지고 비용이 증가하겠죠. 하지만 FA-50 Block 20에는 KF-21 보라매라는 공중우세전투기가 버티고 있습니다. 한번의 선택으로 공중 작전 영역 중 하층과 중간층 그리고 상부층 일부까지도 커버할 수 있는 전술기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공군 수뇌부들도 모를 리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봤을 때 합리적인 선택은 FA-50 Block 20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방산 계약에서 비합리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