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대표하는 항공우주산업체인 사브(Saab)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항공우주산업체인 알레니아 아에르마키(Alenia Aermacchi)는 비슷한 공통점을 많이 지니고 있습니다.
자국 공군의 규모가 엄청난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와는 달리 자국 공군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꾸준하게 일감을 확보하고 회사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소요군의 제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으며 로비를 통해서라도 먼저 적극적으로 자국 공군에게 신형기체 개발의 필요성을 어필하거나 해외수출로 활로를 찾아야만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투명한 의사절차를 지닌 나라일수록 자국 공군에게 납품을 할 때에는 부품 하나하나의 원가를 상세하게 공개하여 손에 들고 있는 패를 모두 보여줄 수 밖에 없고 자국 정부로부터 끊임없이 원가를 절감하라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정해진 납품 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지연 배상금을 국가에게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죠. 보통 방산업체의 영업이익률을 5~6%로 보는데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을 감안하면 그마저도 달성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일본의 경우 F-2 개발 이후 자국 공군만 바라보다가 전투기 생산라인은 문을 닫았고 핵심 항공전문인력들도 거의 은퇴하고 말았죠. 그래서 F-3 고질라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이나 영국에 의존할 부분이 커질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막대한 개발비와 잦은 일정지연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개발한 신형 기체를 해외로 수출하는 경우가 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부품의 원가를 공개해야 할 필요도 없으며 기술이전에 따른 비용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마음대로 부를 수 있게 됩니다. 보잉이나 록히드 마틴 같은 대형 항공우주업체들도 해외수출을 통해 얻어내는 수익으로 항공전문인력들과 생산라인을 유지하고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보잉도 대한민국에 F-15K를 수출할 수 있었기에 F-15EX 이글II를 등장시킬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죠.
그런데 해외수출을 하려면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물건을 개발해야만 합니다. 낮은 국내 수익률로 인해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개발 실패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경우 기업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결국 자국 공군밖에 없다는 점이 다시 문제가 됩니다. 스웨덴 공군이 그리펜 사업 유지를 위해 사브(Saab)에게 자체 수요보다 더 많은 양을 주문했고 남은 그리펜을 비축해두었다가 다른 나라 공군에게 판매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을 선택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이죠.
항공우주업계의 거물 보잉이나 록히드 마틴처럼 충분한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한 기업이나 중국 정부가 물량을 몰아주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예외로 치더라도 전 세계의 중견 항공우주업체들이 자국 공군에게 기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산업구조적인 영향이 큰 문제라는 뜻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의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도 예외는 아니며 스웨덴의 사브와 이탈리아 아에르마키는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있어서 직접 발로 뛰어 FA-50 Block 20와 KF-21 그리고 소형무장헬기 LAH의 최근 개발상황에 대해 인터뷰하고 취재할 수 있었는데요. 제가 들은 이야기를 정리하고 분석할 시간이 필요해 준비되는 대로 영상으로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살펴볼 해외기사는 스웨덴 사브(Saab)가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어쩌면 이미 취소되었을지도 모르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프로그램 Flygsystem 2020에 관한 미국의 군사 전문지 19fortyfive의 기사입니다. 기사 중간에 대한민국 KF-21도 잠깐 언급이 되는데요. 기자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서술한 부분도 있어 언제나처럼 역주로 보충 설명도 해놓았습니다.
번역이 끝나는 대로 포스팅은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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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전투기 제작업체 사브(Saab)는 비밀스럽게 궁극의 스텔스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추측밖에 할 수 없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말들은 많지만 실제로 알려진 것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스웨덴 공군이 2030년대 중반까지 좀처럼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 진행 중인 플라이그시스템 2020(Flygsystem: 영어로 Flightsystem) 프로젝트는 거의 10년 전에 처음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Flygsystem 2020에 대해 알려져 있는 것은 2012년 스웨덴 공군 소속의 랄스 헬름리치(Lars Helmrich) 중령이 스웨덴의 입법부이자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릭스다그(Riksdag) 의원들에게 신형 다목적 전투기의 개발을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이다.
헬름리치 중령은 당시 스웨덴 공군이 운용 중이던 JAS 39 그리펜 멀티롤 전투기를 NG 모델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2020년이 되면 사브(Saab)가 만든 초기형 그리펜 C/D가 시대에 뒤떨어져 더 이상 쓸모 없는 기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스웨덴 공군은 JAS 39의 개량형인 그리펜 E(NG의 양산형) 60대를 도입했다. 그러나 Flygsystem 2020 프로젝트에 대한 (스웨덴의)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는 듯이 보이며, 사브와 린셰핑(Linköping) 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래형 통상 전투기(Generic Future Fighter)프로젝트가 Flygsystem 2020 기술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맡고 있다.
5세대 전투기는 이전 세대 전투기들에 비해 공대공 및 공대지 전투에서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보다 진보된 기술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텔스와 슈퍼 크루징, Low Probability of Intercept Radar(LPIR) 능력 및 첨단 네트워킹 기능을 활용한 강화된 상황인식능력 등이 5세대 전투기를 정의하는 대표적인 특징으로 열거되는 것들이다.
(적대적 전투기의 레이더 전파를 수신하여 파일럿에게 자신이 탐지되거나 추적당하고 있어 곧 미사일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전자장비가 바로 레이더 경보장치 RWR입니다. 미사일접근경보장치 MAWS는 그야말로 미사일이 아주 가까이 접근해 왔을 때 비로소 작동한다는 점에서 RWR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생존성이란 측면에서는 RWR과 MAWS를 동시에 장착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MAWS는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RWR에는 다양한 레이더 전파 패턴에 대한 자료가 저장되어 있으며, 적대적 전투기의 레이더 전파를 수신하면 해당 전파를 분석하여 아군인지 적군인지부터 판단하고 만약 적군의 레이더 전파라면 발신되는 대략적인 방향과 용도-탐색용인지 추적용인지-또한 알려줍니다.
따라서 잠재적 적국의 레이더 전파 특성에 대해 꾸준히 파악해두지 않으면 RWR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각 나라의 정찰기들이 잠재적 적국의 영공 근처를 배회하는 것도 이러한 레이더 전파 특성을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상대방이 우수한 AESA 레이더를 사용한다면 RWR이 역추적하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수한 성능을 지닌 AESA 레이더는 수시로 주파수 대역과 패턴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상대방의 RWR에 들키지 않으면서 레이더로 목표물을 탐색 및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Low Probability of Intercept Radar 약칭하여 LPIR 이라고 부릅니다. 생존율을 극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기능이 되겠죠. 현대 전투기에서 뛰어난 AESA 레이더가 각광받는 이유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역주)
아마도 Flygsystem 2020은 이러한 5세대의 특징들을 모두 갖춘 전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브가 선보인 그리펜 E는 스텔스 기능과 LPIR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5세대 전투기 특징들의 상당수를 이미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Flygsystem 2020의 경쟁자들: 대한민국 KF-21?
Flygsystem 2020은 파키스탄의 PAC PF-X나 터키의 TAI TF-X, 인도의 HAL AMCA 그리고 대한민국의 KF-21 프로그램들과 같은 다른 5세대 개발 프로그램들에 비해 뒤쳐질 수 있다. 지금 현재까지 록히드 마틴의 F-22 "랩터"와 록히드 마틴 F-35 "라이트닝 II" 합동타격전투기를 보유한 미국만이 중국, 러시아와 함께 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고, 그 중에서도 미국만이 5세대 전투기를 상당한 숫자로 양산해 낼 수 있었다.
(이 기사는 블록 1~2 버전의 4.5세대 전투기 KF-21을 5세대 전투기로 분류하는 부분에서부터 삼천포로 빠지고 있는데요. 더군다나 5세대 전투기 프로그램으로 언급한 파키스탄의 PAC PF-X나 터키의 TAI TF-X, 인도의 HAL AMCA를 진정한 의미의 5세대 전투기로 볼 수 있느냐는 둘째치고 이들 모두 ‘설계도 위의 전투기’ 페이퍼 플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사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중국의 J-20과 러시아의 Su-57도 5세대 전투기로 분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과연 이 두 전투기를 진정한 의미의 5세대 전투기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이 기사도 지적하고 있듯이 5세대 전투기를 다른 세대와 구분 지어 주는 특징들 중에는 스텔스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지향성을 지닌 차세대 데이터 링크 MADL(Multifunction Advanced Data Link)과 ‘날아다니는 컴퓨터’로 대표되는 F-35A의 첨단 네트워크전 능력은 전장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종합하여 분석하고 이를 작전본부로 전달합니다. 미국은 F-35A가 보내주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용 가능한 육해공 전력을 동시다발적으로 유효 적절하게 사용하여 전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작전을 입안하고 있으며 이것이 곧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s)의 개념입니다. 하지만 명색이 5세대 스텔스 전투기라는 Su-57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공지합동작전조차 제대로 실행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요. 물론 Su-57은 문제가 없지만 러시아 작전 수뇌부가 무능한 것이 원인이었다~라는 분석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역주)
유럽 여러 나라들이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고 스웨덴은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미미한 성과만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게다가 2013년 사브(Saab)는 터키의 TF-X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10여 년 전, 사브(Saab)는 Flygsystem 2020 전투기의 최종 형태를 축척 비율 13% 크기의 R/C 모형기로 만들어 냈던 적이 있다. 소형 160N 제트 엔진에 의해 구동되었던 Flygsystem 2020 R/C 모형기의 외형은 전통적인 수직 꼬리날개 대신 V자 꼬리날개를 채택했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그리펜과 굉장히 흡사하게 생겼다. V자 꼬리날개는 스텔스 성능 향상에 많은 이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항력을 줄여주고 추력편향노즐(vector nozzle)과 결합되면 소형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브와 린셰핑(Linköping) 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래형 통상 전투기(Generic Future Fighter)는 또한 공기 압축기에서 발생하는 레이더파의 반사를 막을 수 있는 형태의 공기 흡입구(inlets)처럼 스텔스 성능을 강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들을 연구했던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하지만, Flygsystem 2020이 지금까지 누렸던 가장 큰 스텔스적 요소는 아마도 사브(Saab)가 이 전투기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유출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만약 Flygsystem 2020 프로젝트가 소리소문 없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면 현재 개발 중인 전투기들 중 가장 비밀스러운 존재라는 호칭은 Flygsystem 2020에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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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군사전문지 19fortyfive가 2022년 3월 31일 게재한 기사 『Flygsystem 2020: 사브가 개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비밀” 스텔스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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