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화에서 소개해 드렸던 2022년 6월 28일 Indian Defense News 기사 “SOUTH KOREA’S 4.5-GEN FALCON FIGHTER SET TO SOAR (대한민국의 4.5세대 보라매 전투기, 비상할 준비를 마치다)”의 전반부에 이어 후반부를 번역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예정입니다.
기사 번역에 앞서 오늘 포스팅 제목을 먼저 설명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인디안 디펜스 뉴스 기사 후반부에는 KF-21의 제원과 생산에 관한 이야기들이 서술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인도 발 기사는 대한민국이 향후 5년 동안 8,800만 달러, 한화 1,100억을 투자하여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분석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먼저 기사 후반부를 번역해보고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 공장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역량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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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외교 정책 및 군사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대한민국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하여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을 보다 잘 이행할 수 있도록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분쇄하기 위한 한국군의 대응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400대 이상의 전투기와 80여 대의 경폭격기 그리고 200대 이상의 수송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전술기들의 상당수는 그야말로 골동품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오래된 MiG-17(J-5), MiG-19(J-6)와 같은 구소련 시대의 기체들과 이를 복제한 중국 전투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MiG-21, MiG-23, MiG-29의 파생형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여기 더해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군용 항공기들에 대한 연료와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이며 조종사들의 비행 시간 역시 길어도 연간 30시간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밀리터리 리뷰(Asia Military Review)가 보도한 바와 같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현재 KF-21 비행시제기 6대와 구조시제기 2대로 지상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저율 생산 단계로 접어들어 2028년부터 본격적인 양산 단계로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2028년까지 공대공 및 제한적인 공대지 전투 능력을 지닌 40대의 KF-21 블록 1을, 2032년까지 공대공, 공대지, 공대함 공격 능력을 두루 갖춘 진정한 의미의 멀티롤 전투기 KF-21 블록 2 120대를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현지 언론 Korea Times는 기사를 통해 계획대로 된다면 대한민국은 자체 기술로 최첨단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세계 8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을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면 2028년까지 만들어지는 KF-21 블록 1은 90대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공군용 40대에 인도네시아 공군용 50대 이렇게 도합 90대가 되는 것인데요. 인도네시아에 제공되는 IF-21은 블록 1이기 때문에 공대공 전투와 제한적인 공대지 전투 능력만 보유하게 됩니다. 넓은 바다와 수 많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는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반드시 공대함 공격 능력까지 갖춘 블록 2로 개량해야 할 필요가 생기게 됩니다.
2년 전쯤, 인도네시아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애용하는 게시판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기억이 나는데요. 인도네시아 밀덕들 중에서는 라팔 Rafale을 도입하고 반대 급부로 프랑스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 받아서 IF-21 블록 1을 자체적인 능력으로 블록 2로 개량하자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될 리가 없죠. KF-21에 적용된 핵심 기술들 중 미국에 지적 소유권이 있는 부분은 인도네시아가 건드릴 수도 없고 프랑스가 얼마만큼 성실하게 관련 기술을 이전해 줄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방산업체들 중에는 ‘입만 살아있는 YES맨 업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은 거의 정설에 가깝고 지난 영상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기술 이전 문제에 있어 미국보다 특히 유럽 쪽이 훨씬 더 까다롭다고 정평이 나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역주)
KF-21 보라매의 주 계약업체인 KAI는 KF-21이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대한민국 공군의 3세대 전투기 F-4와 F-5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KF-21 보라매 전투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KF-21은 향상된 생존 능력 및 합동 작전 능력과 우수한 물류지원 시스템, 제공권 장악 능력과 지상 정밀타격 능력 등을 특징으로 하는 다목적 전투기이며 대한민국 공군의 작전수행 능력을 유지하고 미래에 등장할 작전 개념을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전투기이다."
코리아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KF-21 제작에 필요한 30만개의 부품들 중 65%가 대한민국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719개의 한국 기업들이 KF-21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KF-21 전투기 부품의 국산화율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기사 원문에는 KF-21에 들어가는 부품을 3만개라고 표시하고 있지만 3세대 전투기를 제작하는데도 20만개 정도의 부품들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하물며 엄청난 숫자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최첨단 항전장비가 장착되는 4.5세대 전투기 KF-21에 들어가는 부품 숫자가 3만개일 리가 없죠. 30만개를 잘못 표시한 것으로 보여 수정 번역했습니다. 역주)
미국의 군사 전문지 Defense News가 대한민국 국내에서 자체 기술로 제작되고 있는 핵심 부품들이라고 확인을 끝낸 목록들 중에는 KF-21의 능동전자 주사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비(IRST), 통합 전자전 장비(EW Suite),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TGP)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KF-21의 최대 추력이 1만 9,950㎏에 달하고 2,850㎞의 항속거리를 지니고 있으며 최고속도 마하 1.8, 무장 탑재량 7.7톤, 최대 이륙중량은 2만 5,580㎏이라고 밝혔다. 디펜스 뉴스는 미국산 제너럴 일렉트릭 F414 엔진 두 개가 KF-21에 동력을 공급한다고 보도했다.
KF-21은 서구권 무기 및 한국산 무기와 호환되도록 설계되었다. 에비에이션라인(Aviacionline)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KF-21은 동체와 주익 사이에 분산되어 설치된 10곳의 하드 포인트를 통해 총 7.7톤 무게의 미사일과 폭탄 그리고 외부 연료 탱크를 장착할 수 있다.
영국 왕립항공학회는 KF-21에 내부 무장창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신 동체에 설치된 반매립형 하드 포인트를 통해 4발의 MBDA 미티어(Meteor) 시계 외 공중전용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KF-21은 또한 근접 공중전을 대비하여 딜 디펜스(Diehl Defense)가 개발한 IRIS-T 적외선(IR) 유도 미사일도 탑재할 예정이다. KF-21은 분당 6,000발의 발사 속도를 지닌 제너럴 다이나믹스 M61A2 20㎜ 기관포를 480발의 탄환과 함께 내장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 전문지 19fortyfive는 KF-21 보라매가 운용하게 될 공대지 무장에는 GBU-12 페이브웨이 III와 GBU-54 레이저 유도 폭탄, 위성항법장치 GPS로 유도되는 제이담(JDAM)과 각종 소구경 폭탄 그리고 전차나 장갑차 파괴에 특화된 CBU-105 바람 수정 확산탄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사실도 명시하고 있다.
KF-21의 장거리 무기로는 적의 레이더를 공격하는 HARM 대레이더 미사일이 고려되고 있으며 스웨덴과 독일이 공동 개발한 벙커 버스터 타우러스 KEPD-350 순항 공대지 미사일이나 대한민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천룡(天龍)이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월, 세계적 군사 전문지 제인즈(Janes)는 대한민국이 KF-21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스마트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 분석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향후 5년 동안 8,800만 달러, 한화 1,100억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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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6월 28일 Indian Defense News에 게재되었던 기사의 후반부 내용을 번역해 보았습니다.
중국과 인도 같은 땅 넓고 인구 많은 대국들과 일본 같은 기술 강국들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 수준의 항공강국이 되겠다는 대한민국의 야망, 과연 부질없는 꿈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이 되어 우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나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게 될까요?
4년 전 KKMD를 시작한 이후 당시에는 KF-X였던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보도한 외신들을 정말 많이 접해왔습니다. 시제기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대한민국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제시한 개발 일정에 대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빡빡한 일정” 이라고 지적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서구 항공 선진국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정말 부족해 보이는 8조라는 비용으로 4.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부분도 실현 가능성이 극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요. 직접적으로 말은 안 해도 “저러다 흐지부지 끝나고 말겠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기사들을 많이 봤고 일부는 제가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일부 군사 전문가와 언론에서는 이런 외신을 인용하며 KF-21 개발을 반대하는 논거로 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제기가 등장하고 이제 엔진 테스트마저 성공리에 마치고 나니 “한국 얘네들이 진짜로 사고 하나 치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만도 합니다.
시제기 출고식 이후 중앙일보 기자 3명이 사천 공장을 방문했다가 모종의 이유로 “시제기가 출고식 이후 형편 없는 수준으로 분해되었으며 KF-21 시제기는 날지도 못하는 실물 모형”이라는 뉘앙스의 기사를 실어 국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전 세계 언론들 역시 이를 대서특필했던 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던 일본 언론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던 기사이기도 했죠.
하지만 중국 언론들 중 일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출고식에 선보인 시제기를 해체했다는 사실보다 한 달 만에 다시 원래대로 조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거의 두 달 만에 시제기를 일정 수준으로 해체했다가 다시 조립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인데요. 전투기 생산 및 정비 분야에서 그 정도 기술력을 가진 나라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었습니다.
전투기는 30만개가 넘는 초정밀 부품과 민감한 전자 제품들로 구성되는 가장 높은 난이도의 생산 라인과 숙련된 인원들을 요구하는 물건입니다. 중앙일보 기자들의 주장대로 KF-21 시제 1호기가 높은 수준으로 분해가 되었다면 한 달 만에 멀쩡하게 복구가 되기가 어려운 일이고 만에 하나 높은 수준으로 분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두 달 안에 전투기를 해체했다가 다시 멀쩡하게 조립해 놓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서 KAI 엔지니어들의 숙련도와 생산 라인의 수준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를 알 수 있다는 뜻이죠. 이런 놀라운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인디언 디펜스 뉴스가 소개한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가 통합된 스마트 공장’의 존재입니다.
실제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고정익 동에 가보면 스스로 생산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로봇 위에 얹혀져 조립되고 있는 TA-50과 KF-21 시제기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손으로 할라치면 힘들고 어려운 결합 작업들도 로봇들이 대신해 주고 있어서 효율성도 높아지고 정확도 또한 올라간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 공장’의 또 다른 위력을 보여주는 존재가 바로 산청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에어버스 A320의 주익입니다. 이 공장은 완전 자동화되어 단 몇 명의 관리 인원으로 전체 공장이 최적의 효율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KAI도 스마트 공장을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많은 시행 착오를 겪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기업 비밀로 가득 차 있는 곳이어서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공장이라는 말도 함께 들었습니다.
얼마나 뛰어난 효율성을 발휘하는지 보잉 관계자가 에어버스에서 소문을 듣고 자기네들 제품도 같이 생산해주면 안되냐고 사정해 왔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보잉의 요청을 거절했다는 이야기에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물량이 어느 정도 규모가 되지 않으면 받아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보잉은 물량 규모가 크지 않아 튕기고 말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고 수준의 항공우주강국으로 발돋움 하는 것은 결코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리호 발사 성공과 더불어 2030년대에는 달로 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역시 같은 2030년대에 국내 항공우주 기술의 결정체인 KF-21 보라매 블록 2가 양산되어 실전 배치가 끝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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