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H 6112 마라도함에 대해 항모 지향 설계라고 지칭한 제목을 보고 거부감을 느낀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거부감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은 되지만 잠시 제 설명을 들어봐 주셨으면 합니다.
KKMD 290화 『우리가 몰랐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의 강력한 숨은 기능? MASOC(메이삭)을 알아보자!』 편을 먼저 보고 오시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은데요. 독도급 2번함 마라도함은 1번함 독도함에 비해 훨씬 더 항모 지향적인 설계를 갖추고 있는 강습상륙’지휘함’입니다.
마라도함의 항모 지향적 설계를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부분이 바로 3차원 다기능 AESA 대공 레이더 EL/M-2248 MF-STAR 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마라도함에 쓰이고 있는 이 대공 레이더는 인도 해군이 건조하고 있는 만재 배수량 4만 톤급 경항모 비크란트(Vikrant)에 쓰이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시청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한반도 주변의 좁은 해역에서 치열한 공중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좁은 공역에서 아군 항공기와 적군 항공기가 뒤섞이고 여기에 각종 미사일이 음속을 넘나드는 속도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는 모습일 것입니다. 아군 비행기끼리 충돌하는 사고는 물론이요 잘못하면 아군 미사일에 격추당하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고를 예방하고 아군 항공기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바로 해상항공지원 작전본부(Maritime Air Support Operations Center) MASOC 입니다. 함재기를 운용하는 항모가 가져야 할 핵심 기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메이삭(MASOC)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시간으로 각 항공기들의 정확한 3차원 위치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며 따라서 3차원 대공 레이더의 성능이 뛰어날수록 고도분리작업을 오차 없이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처리해낼 수 있게 됩니다.
인도의 비크란트(Vikrant)급 항모들이 대한민국 마라도함과 동일한 EL/M-2248 MF-STAR 3차원 다기능 AESA 대공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부터 마라도함이 비록 상륙작전을 주목적으로 하는 강습상륙함인 동시에 휘하 함대를 지휘하는 ‘지휘함’으로 만들어졌지만 유사시 항모처럼 주변 공역을 통제하는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첨언하면 마라도함이 보유하고 있는 해상항공지원 작전본부 메이삭(MASOC) 기능은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 보유하고 있는 AN/SPY-1D(V) 다기능 비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의 지원을 통해 그 위력이 몇 배나 더 증가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 해역처럼 좁은 전장에서는 다수 항공기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이 보유하고 있는 AN/SPY-1D(V)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의 성능을 따라올 물건이 없다는 뜻이죠. 사실 이러한 해상항공지원 작전본부(MASOC) 지원능력 때문에 대한민국 해군이 이지스 구축함을 간절히 원했었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이 MASOC 기능을 전적으로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 의존했었기 때문이죠.
따라서 림팩(RIMPAC)훈련에 17년째 참여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만재 배수량 2만 톤에 가까운 대형 강습상륙’지휘함’ 마라도함을 참여시킨 것은 나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국적 연합해군 속에서 마라도함이 가진 지휘함으로써의 능력을 훈련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동시에 국제 무대에 대한민국이 만든 미니 항모급 강습상륙함이 본격적으로 데뷔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2022년 5월 20일 저명한 해외 군사전문지 Naval News가 보도한 기사 “South Korea To Deploy Its Largest Vessel To RIMPAC 2022 (대한민국 해군, 자신들이 보유한 가장 거대한 전투함을 RIMPAC 2022에 투입하다)를 번역해 본 뒤 나머지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
대한민국 해군(ROKN)은 오는 6월 말 시작되는 환태평양 해군 합동훈련 림팩(RIMPAC) 2022에 역대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상륙'지휘함' 마라도함과 214형 잠수함인 신돌석함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림팩(RIMPAC)에 대한민국 해군(ROKN)이 미니 항모급 크기의 전투함을 참가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하 배수량이 1만 5,000톤, 만재 배수량은 1만 9,000톤에 달하는 ROKS 마라도(Marado)는 대한민국 해군(ROKN)이 건조한 두 번째 독도급 강습상륙함이다. 마라도함은 2021년에 취역했으며 약 330명의 승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해군에 따르면 마라도함은 림팩(RIMPAC) 2022에서 실시되는 강습상륙 훈련에 참가하게 되며 이로써 대한민국 해군은 다국적 연합군 차원에서 처음으로 강습상륙 훈련에 참가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었다.
수중 배수량 1,800톤의 214급 잠수함 신돌석함 역시 대한민국 해군이 지금까지 림팩(RIMPAC) 훈련에 파견했던 잠수함들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해군은 수중 배수량 1,400톤인 209급 잠수함만 림팩 훈련에 파견했었다.
림팩(RIMPAC)은 1977년부터 격년제로 미 해군이 주최하고 있는 다국적 해상합동훈련이다. 가장 최근에 실시되었던 2020년 림팩 훈련에는 10개 나라에서 총 23척의 전투함이 참가했다. 대한민국은 1988년에 참관인(observer) 자격으로 처음 참가했고 1990년에야 비로소 완벽한 참가 자격을 갖춘 국가가 되었다. 2022년은 대한민국이 림팩(RIMPAC) 훈련에 참가한 지 17년째 되는 해이다.
대한민국의 최신 강습상륙 지휘함 ‘마라도함’
대한민국 전투함 '마라도'는 720명의 해병대와 주력전차 6대, 한국형 강습상륙장갑차(KAAV7) 7대, 공기부양 상륙주정 2척과 헬기 12대를 탑재할 수 있다. 강습상륙 지휘함인 마라도함의 주요 임무는 상륙부대의 공격작전을 지원하는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함유도탄 방어미사일 '해궁'을 발사할 수 있는 한국형 수직발사대(KVLS)로 무장하고 있다. 총 4개의 KVLS로 무장하고 있는 마라도함은 한번에 16발의 대함유도탄 방어미사일 '해궁'을 발사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전투함(ROKS) 마라도함은 자매함인 독도함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비행갑판의 재질을 강화시켰기 때문에 미 해병대가 사용하는 수직이착륙기 V-22 오스프리도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비행 관제탑이 아일랜드 앞쪽에 있었던 독도함과는 달리 마라도함의 비행 관제탑은 아일랜드 뒤쪽으로 이동되어 항공기 관제를 보다 유연하게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유사시 한꺼번에 많은 수의 유도탄과 항공기를 통제해야 하는 해상항공지원 작전본부(MASOC)로써 마라도함이 독도함보다 더 강력한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마라도함의 또 다른 개량사항으로는 보강된 사이드 램프(side ramp)를 들 수 있다. 독도함의 사이드 램프가 지탱할 수 있는 최대중량은 25톤에 불과했었지만 마라도함은 이보다 2배 이상 무거운 최대 60톤 무게의 주력전차 탑승도 견딜 수 있는 사이드 램프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폭도 4.5미터로 독도함 사이드 램프의 3.5미터에 비해 1미터 이상 넓어졌다. 덕분에 K9썬더 자주포와 K2흑표가 자력으로 편리하게 마라도함에 승선 및 하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마라도함에는 신형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인 SAQ-600K와 대한민국 자체 기술로 개발한 SPS-550K 탐색 레이더 및 이스라엘제 MF-STAR 3차원 대공 레이더가 탑재되었다. 독도함에 장착된 SMART-L 레이더보다 최대 탐지거리는 약간 줄어들었지만,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미사일과 적 항공기의 숫자는 오히려 훨씬 더 늘어났다.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도 독도함의 골키퍼에서 팰렁스(Phalanx) 블록 1B로 교체되었다.
_____________________
지금까지 2022년 5월 20일 저명한 해외 군사전문지 Naval News가 보도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은 향후 제7기동함대를 창설하면 예하에 3개의 기동전대를 만들어 독도함과 마라도함 그리고 한때 백령도함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한국형 항모에게 기동전대의 지휘함 역할을 각각 맡기려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형 항모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죠.
게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벌어진 전쟁 또한 한국형 항모 프로젝트에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금까지 러시아가 자주 활용해 왔던 외교/군사전략 중 하나가 바로 보유하고 있는 거대 첨단 군사력을 상대방에게 과시함으로써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군사력의 현시(顯示)적’ 활용이었는데요. 미 정보기관 CIA마저 사흘이면 함락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러시아가 석 달째 졸전을 이어가면서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현시적 군사력’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병력과 첨단무기 보유 숫자에서 월등하게 앞서는 러시아를 애먹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의 전략 및 전술을 통해 ‘대외에 과시할 수 있는 현시(顯示)적 군대’ 보다 주어진 전투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군대가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는 중입니다.
항모는 그야말로 ‘현시(顯示)적 군사 수단’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새 정부는 항모를 보유하는 일보다 해군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전투함 승조원 숫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탄약과 정밀유도무기 비축량을 보강하며 전투함들의 정박 기간 등을 재조정해 전투 효율성을 높이는데 우선 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국형 항모와 한국형 원자력 추진 잠수함(K-SSN)에 대해 Naval News가 아주 긴 장문의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는데요. 기회 닿는 대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라도함이 보다 항모 지향적인 설계로 건조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함재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우리 해군은 내열성, 선체구조 강도, 격납 및 승강기 이송 능력 부족 등의 사유로 대대적인 재개장을 거치지 않는 한 독도함이나 마라도함에서 F-35B를 운용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마라도함이 비행 갑판을 보강한 것은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수직 이착륙기 V-22 오스프리를 염두에 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F-35B의 직접적인 운용은 불가능하지만 비상시 긴급 착함을 염두에 두고 비행 갑판을 강화시켰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어쨌든 현재 독도함이든 마라도함이든 주력 함재기는 헬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10일 미국의 군사 전문지 War Zone은 제너럴 아토믹스(GA)가MQ-9 리퍼의 단거리 수직 이착륙(STOL) 버전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내놓았습니다. MQ-9B 시 가디언(Sea Guardian)의 파생형인 이 무인기는 작전고도 7,500미터 이상 높이에서 ISR 작전 시 30시간 이상 체공이 가능합니다.
기존 MQ-9B 시 가디언에 STOL 키트를 장착하기만 하면 캐터펄트가 장착되어 있지 않아 조기경보통제기 E-2D를 운용할 수 없는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에서도 운용할 수 있게 되는데요. War Zone의 기사에 따르면 미 해병대는 MQ-9B 시 가디언에 조기경보기 기능을 통합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제너럴 아토믹 역시 그에 부응하여 다기능 AESA 레이더를 MQ-9B에 탑재한 후 여러 종류의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 해병대는 F-35B와 장거리 전략 정보 감시 및 정찰(ISR)이 가능한 MQ-9B를 묶어 자체적인 해군 대공통합 화력통제 NIFC-CA를 실현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현재 마라도함에서 F-35B는 운용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MQ-9B 시 가디언의 운용은 충분히 가능하죠. 게다가 제너럴 아토믹이 배포한 홍보 자료에 따르면 AGM-114 헬파이어와 AIM-9 사이드와인더를 장착한 MQ-9B STOL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장착하는 포드의 종류에 따라 대잠전과 전자전도 가능해집니다. 원래 MQ-9B의 무장 탑재력이 1.7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장거리 전략 ISR외에 상당한 공격력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뜻이 되죠. 뿐만 아니라 MQ-9B STOL은 스텔스 설계가 적용되어 레이더에 좀처럼 탐지되지 않고 최대 상승고도가 1만 5,000미터에 달해 웬만한 방공 무기로는 격추가 어렵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단거리 이착륙 버전의 MQ-9B를 ISR용과 타격용으로 조합해서 사용한다면 실질적인 의미의 무인드론 항모를 구성할 수 있게 되겠죠.
미 해병대가 구상하고 있는 스텔스 전투기 F-35B와 역시 스텔스 기체인 MQ-9B STOL 조기경보기의 조합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Naval News는 2022년 5월 10일 기사를 통해 한국형 항모도 MQ-9B STOL의 잠재적 고객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항모 지향적 설계를 갖춘 마라도함도 충분히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무인드론 항모로 진화한 마라도함을 보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지금 현재로써는 어디까지나 상상 속의 이야기지만요.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p-6O6MTJC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