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개발하고 있는 소형 무장헬기 LAH는 올해 2022년 8월까지 ‘전투용 적합판정’을 획득하고 연말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 내년 2023년부터 전력화 과정에 돌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개발완료가 얼마 남지 않은 무장헬기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LAH에 대해 알려지고 있는 내용들이 얼마 없습니다. LAH가 북극권과 인접한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극저온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내용도 외신을 통해서나 알 수 있을 정도로요. 심지어 LAH를 인도받게 될 육군항공대는 이렇다 할 제식 명칭도 부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시제기가 등장하면서 KF-21이라는 제식 명칭을 부여 받으며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KF-X에 비한다면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자료들을 통해 살펴보면 우리 육군항공대는 LAH에 대해 애증(?) 섞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육군항공대 내부적으로 숙원인 AH-64E 아파치 가디언을 추가 도입하기 위해 212대 정도로 알려져 있는 LAH 도입 수량을 20~30대 정도 줄이자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육군이 도입한 AH-64E 아파치 가디언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LAH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모순적인 사실도 자료 조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좀 더 자세한 내용은 2022년 2월 21일 세계적인 항공 전문지 Flight Global이 게재한 기사를 번역한 뒤에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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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만든 소형 무장헬기 LAH가 캐나다 북부에서 일련의 혹한기 테스트를 끝마쳤다.
이번 혹한기 테스트는 2021년 12월부터 캐나다 북부에 위치한 옐로나이프(Yellowknife) 타운에서 진행되었으며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는 온도 속에서 헬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관계자가 밝혔다.
강력한 외부 스트레스를 통해 시스템의 한계를 시험하는 소킹 테스트(soaking test)가 LAH를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영하 32도의 혹한에 12시간 동안 노출되기도 했다. LAH는 총 40회의 비행을 소화해냈으며 165개의 항목이 테스트되었다.
KAI 측은 "극저온에 장기간 노출된 상태에서 비행 성능, 진동, 기체에 가해지는 부담 같은 항공기 기동 특성을 점검한 결과 소형 무장헬기 LAH는 저온 환경에서도 우수한 비행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외에도 대한민국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다른 기관들이 이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대한민국의 소형 무장헬기 LAH와 민수용 파생 헬기 LCH는 모두 4.5톤 무게의 에어버스 헬리콥터 H155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소형 무장헬기 LAH는 노후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대한민국 육군의 벨(Bell) AH-1S 코브라(Cobra)와 맥도넬 더글라스가 제작한 MD500 디펜더(Defender)를 대체하기 위해 계획되었다. LAH는 정찰 및 공대지 공격임무를 맡게 될 것이며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소형 무장헬기 LAH의 해외 판매를 희망하고 있다.
2021년 4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20㎜ 3연장 기관포와 레이저 유도형 70㎜ 로켓을 LAH에 통합시키는 작업이 완료되어 두 무기 모두 LAH의 표적획득지시장비(TADS)에 동기화 되었다고 밝혔다. KAI는 또한 2022년 상반기까지 공대지 미사일 천검(天劍)에 대한 시스템 실험이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또한 LAH가 유무인 복합체계(MUM-T)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 한국형 무인기와 '체공형 공격무기(loitering munitions)'를 함께 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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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2월 21일 세계적인 항공전문지 Flight Global이 게재한 기사” KAI’s Light Armed Helicopter in cold weather tests. (혹한기 테스트를 거치고 있는 KAI의 소형 무장헬기 LAH)”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Flight Global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의 LAH는 현재는 단종된 에어버스의 민수용 헬기 H155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개발 완료가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시점에서 보면 무의미한 논쟁이지만 한동안 이 부분을 두고 군사 전문가들과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LAH를 개발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회전익 엔지니어와 직접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던 적도 있었는데요. 개발자들도 어떤 점에서 LAH가 비판 받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고 그런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먼저 제가 서두에 말씀 드렸던 우리 육군항공대가 AH-64E 아파치 가디언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LAH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를 좀 더 상세하게 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파치 가디언이 보유하고 있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당시, 수도 바그다드로 진격하고 있던 제5군단 사령관은 제11아파치 공격연대에게 바그다드의 관문인 카르발라 지역을 공격하라고 명령했습니다. AH-64D를 운용하고 있던 제11아파치 공격연대는 단숨에 종심을 제압한다는 작전을 세우고 단독 침투했지만 이라크 군의 노련한 게릴라 전법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물러나게 됩니다. 이라크 군의 매복에 당한 제11공격연대 소속 30대의 아파치들 중 29대가 평균 15~20발의 총탄을 맞고 겨우 귀환할 수 있었는데요. 나머지 1대는 너무 많은 총탄을 맞았고 결국 불시착하여 조종사들이 포로로 잡히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이 사건을 통해 큰 교훈을 얻은 미 육군은 AH-64 아파치를 활용하는 전술 자체를 바꾸게 됩니다. 미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 무인기 MQ-1C 그레이이글과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구성하여 미리 전장에 무인기를 보낸 후 정찰을 시도하고 필요하다면 그레이이글에 장착된 헬파이어 미사일로 매복진지를 공격하여 위험도를 낮추는 전술을 채택한 것입니다. 실제 MQ-1C 그레이이글을 함께 사용한 이후 아파치 공격연대의 작전 성공률과 생존성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미 육군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대한민국 육군도 당연히 AH-64E 아파치 가디언과 MQ-1C 그레이이글의 멈티(MUM-T)에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게다가 카르발라 지역에서 이라크 군의 매복작전에 당한 30대의 AH-64D 아파치가 엄청난 공격을 받았음에도 29대가 무사 귀환했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아파치의 무시무시한 생존력에 대한민국 육군항공대의 아파치 사랑은 아마도 더욱 깊어졌을 것입니다.
문제는 대한민국 육군항공대에 도입되어 있는 AH-64E 아파치 가디언에 멈티(MUM-T)를 접목시키려면 MQ-1C 그레이이글을 도입해야 하는데 대당 가격이 300억에 육박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국내 도입된 AH-64E 아파치 가디언 대당 가격이 450~500억대임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이죠. 더구나 MQ-1C 그레이이글은 기체 4대와 지상 통제센터가 하나의 유닛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유닛 하나당 1,200억+α라는 예산이 통으로 투입되어야 합니다.
고민이 깊어진 육군항공대는 MQ-1C 그레이이글에 대응되는 국산 중고도 무인기 KUS-FS가 이미 개발이 되어 있다는 사실도 떠올렸겠지만 미국이 아파치에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 KUS-FS를 통합시켜줄 리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북한을 상대하는 일이 생긴다면 전면전보다는 게릴라전의 성격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은 육군항공대도 잘 인식하고 있고 게릴라전으로 간다면 이라크 군의 전술을 북한이 모방할 것이라는 사실도 자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인기를 통해 적진을 정찰하고 필요하다면 적의 대공 방어진지를 무인기로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로 새롭게 재평가 받고 있는 존재가 바로 소형 무장헬기 LAH인 것입니다.
국산 플랫폼이기 때문에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 KUS-FS나 군단급 무인기와 자유롭게 연동시킬 수 있고 심지어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 IAI는 정찰이 가능하면서 자폭드론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체공형 공격무기(loitering munitions)인 미니 하피(Mini HARPY)를 LAH에 연동시키는 것은 물론 국내 면허생산을 허용할 의향까지 제안해 왔습니다.
KF-21 보라매의 개발을 통해서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사실이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국산 플랫폼이 있어야 각종 부수 무장을 자력으로 개발할 수 있고 장기적인 운용 유지비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됩니다.
신뢰성 높은 세계적 군사 전문지 Janes는 2021년 3월 3일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와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 IAI가 체공형 공격무기(loitering munitions)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보도했으니 LAH에 미니 하피(Mini HARPY)가 통합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화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육군항공대가 AH-64E 아파치 가디언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으로 LAH가 떠오른 것입니다. LAH를 로우급, AH-64E 아파치 가디언을 하이급으로 사용하려 했던 육군의 원래 의도에도 부합되는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LAH를 운용하게 될 주체인 육군항공대에서 LAH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민수용 헬기에 바탕을 둔 무장헬기이다 보니 아파치 같은 공격헬기에 비해 생존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육군, 방사청,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LAH의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LAH는 미사일 경보레이더(MWR), 미사일 발사탐지장치(MILDS), 레이더 경보수신기(RWR) 등을 장착하여 생존성 향상에 많은 신경을 썼으며 2020년대에 등장하는 무장헬기인 만큼 조종사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며 목표물을 즉각적으로 사격할 수 있게 해주는 표적획득지시장비(TADS), 유사시 비행은 컴퓨터에게 맡기고 임무수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동비행조종 시스템(Automatic Flight Control System: AFCS) 또한 탑재하고 있어 역시 생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민수용 헬기에서 출발한 LAH이다 보니 아파치 같은 공격헬기보다 맷집이 약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고 되도록 가까이 접근하지 않고 멀리서 공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물건이 바로 사정거리 8km의 천검(天劍) 공대지 미사일과 레이저 유도형 70㎜ 로켓 그리고 20㎜ 3연장 기관포입니다.
천검 미사일이 광섬유로 유도되는 유선 데이터 링크 방식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무선 유도 방식보다 사거리가 짧아질 수 밖에 없고 장애물 등이 존재한다면 선이 끊어질 우려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도 숨어 있는 사연이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천검 미사일도 적외선 유도 및 반능동 레이저 유도 그리고 무선 데이터 링크를 혼합하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우수한 성능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 속속 등장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게릴라들이 보여준 전술을 생각하면 LAH는 탁 트인 공간이 아니라 산악 지형 같은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숨어서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습니다.
광섬유 기술을 사용한 유선 유도방식을 채택하게 되면서 LAH는 산악지형 같은 지형지물 뒤에 숨어서 중간 및 종말 유도가 가능해지게 됩니다. 무선 데이터 링크 유도방식은 중간 및 종말 유도를 위해 탁 트인 공간에서 상당시간 노출되어야 한다는 위험부담이 있었던 것이죠. 광섬유는 굉장히 가벼워서 포물선을 그리는 미사일 비행 패턴에 따라 적절하게 방출되어 선이 끊어지는 일은 거의 없으며 혹시 만에 하나 끊어지더라도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방식으로 자동 유도되게 됩니다. LAH 조종사가 중간/종말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광섬유 선을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군사전문지 밀리터리 리뷰는 2019년 육군사관학교 산하 무기시스템공학과에서 내놓은 흥미로운 워 게임(War game) 결과를 인용하고 있는데요. 지상무기 효과분석 모델(AWAM)을 활용하여 AH-64E 아파치와 AH-1S 코브라 그리고 LAH의 대보병 전투효과와 대전차 공격효과를 비교 분석한 내용이었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산악 지형을 이용하여 완전히 엄폐된 상태에서 천검(天劍)을 운용하는 LAH의 대전차 공격능력은 AH-1S 코브라를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천검(天劍) 공대지 미사일은 가격이나 폭발력 측면에서 함부로 사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고 이에 따라 핀셋처럼 정확한 핀 포인트 공격과 비용 절감을 위해 레이저로 유도되는 70㎜ 로켓도 함께 개발되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육군항공대의 강력한 요구로 장착되게 된 무장 시스템이 바로 20㎜ 3연장 기관포인데요. 대보병 전투에 유효한 수단이 바로 기관포입니다. AH-1S에 장착되어 있는 3연장 기관포와 동일한 무장을 갖춤으로써 2,500미터 거리에서도 대보병 화력지원이 가능해졌고 포신이 하나인 모델보다 과열 현상이 두드러지게 완화되어 집탄성이 높아지고 그 결과 장거리 표적제압이 손쉬워졌습니다. 비록 이 3연장 기관포가 상당한 전투중량을 잡아먹긴 했지만 LAH의 공격력과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자들이 얼마나 고민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무기체계는 30년 이상 사용할 각오를 하고 도입해야 합니다. LAH의 공격력과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취해졌지만 육군항공대, 군사 전문가 그리고 밀리터리 매니아들 중에는 여전히 LAH에 대한 의구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LAH와 LCH에 동시 장착되는 Turbomeca Arriel 2L2 터보샤프트 엔진은 민수용 LCH의 엔진으로 충분할지는 모르지만 무장헬기로 사용될 LAH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엔진 출력으로 LAH가 감당할 수 있는 페이로드(무장 탑재량)에는 200kg의 여유 밖에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방어조치를 취하거나 멈티(MUM-T)를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미니 하피(Mini HARPY)의 추가 탑재가 어렵다는 지적이죠.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2022년 2월 25일 LAH의 엔진 업그레이드에 대한 브리핑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좋은 소식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개발해냈던 무기체계들의 상당수가 LAH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하거나 국내에서 면허 생산하면서 기반 기술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 도입되어 있는 해외 무기체계들을 개량해 나가는 동시에 해외업체들과 공동으로 무기를 개발하여 기술 축적도를 더 높이고 최종적으로 자체 설계 및 개발을 진행해 나가는 방식 말입니다. 실패한 케이스도 있지만 실전 배치되었을 때 욕 먹었다가 나중에 칭찬 듣는 국산 무기체계들 또한 많았다는 점도 이를 방증해 줍니다.
국산 무장헬기 LAH의 실전배치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장점과 단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며 칭찬이나 비난을 듣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이 모든 과정들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언젠가 제대로 된 국산 공격헬기의 등장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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