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펴볼 이야기는 바로 미국의 보수적 성향의 국방매체 National Interest가 지난 9월 17일에 게재한 기사 내용입니다.
공산권 국가 북한이 아니라 자유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이 러시아의 T-80 전차를 실전에 배치하여 운용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다루고 있는 기사인데요.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꽤나 호기심을 돋게 만드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해외 외신들이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다루는 빈도가 확실히 올라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요. 공산권 국가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이 한때 공산권 국가의 종주국이었던 러시아의 주력 전차를 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재미없을 리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서도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KKMD를 시작하기 전 밀알못(밀리터리를 알지 못했던) 시절에는 몰랐던 사실이니까요.
먼저 네이버 지식백과에 ‘불곰사업’을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1991년 러시아(당시 소련)와의 경제협력을 증진하기 위하여 한국 정부가 소련에 경협차관 3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총 14억 7000만 달러를 제공하였으나, 1991년 말 소비에트연방의 해체로 잔여분 지급을 중단하였다. 이미 지급한 러시아 경제협력 차관은 당초 1999년까지 모두 돌려받기로 하였으나 러시아 측이 자국 사정으로 상환을 미루는 바람에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협상을 벌여 1993년까지 만기가 도래한 4억 5000만 달러를 1998년까지 돌려받기 위하여 현물상환에 합의하였고 이때 상환방식으로 러시아 무기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일명 '불곰사업'이다.』
1995년에서 1998년 사이에 진행된 1차 사업기간 동안 문제의 T-80U 주력 전차를 비롯한 보병전투용장갑차 BMP-3, 휴대용 대전차 유도탄 METIS-M, 휴대용 대공미사일(IGLA) 등이 도입되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 때 도입된 무기들을 통한 러시아 방산 기술 흡수를 통해 다양한 국산 무기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T-80U는 K-2 Black Panther의 개발에 큰 영향을 끼쳤고 천궁 같은 공대공 미사일의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T-80U와 K-2 의 관계는 National Interest 기사 본문에서도 언급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럼 기사 내용을 먼저 살펴 본 뒤에 추가적인 내용을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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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의 군사적 균형의 가장 큰 모순 중 하나는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더 진보된 러시아 전차를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은 1990년대에 소련이 패망한 이후 러시아가 대한민국에 15억 달러의 부채를 상환해야 할 채무를 승계하게 되면서 발생했다.
채무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해결되었다. 대한민국이 러시아 부채의 50%를 탕감해 주는 대가로 당시 러시아의 최고급 군사 장비들을 상당수 제공받게 된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거래에 T-80U 러시아 주력 전차가 포함되어 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러시아 T-80U와 K-1, K-2라는 자체 토종 전차까지 포함하여 세 종류의 "현대식" 주력 전차를 현장에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탱크를 운용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탱크 승무원들은 보다 서구적인 철학으로 설계된 대한민국 고유 전차와 그렇지 않은 러시아 전차 T-80U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순수하게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교해 볼 때 T-80U는 K1A1 탱크와 K-2 탱크에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K1A1과 K-2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체에 의해서 꾸준하게 업그레이드 되어 왔지만, T-80U는 상대적으로 출고 되었을 당시의 구성 그대로 계속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T-80U는 PNK-4S 주야간 전차장 조준경을 장착하고 있는 반면, K1A1과 K-2 Black Panther 주력 전차는 모두 열 감지 전차장 조준경을 장착하고 있다.
대한민국 방산업계는 K1A1과 K-2 Black Panther의 120mm 주포를 위해 현대식 M279 APFSDS (Armor-Piercing, Fin-Stabilized Discarding Sabot: 날개 안정식 분리철갑탄)을 생산해 냈지만 T-80U는 여전히 러시아에서 수입한 포탄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최신 주력 전차들 중 하나인 K-2 Black Panther는 그 외에도 러시아제 T-80U가 가지고 있지 못한 많은 특징들을 보유하고 있다.
T-80U는 신뢰도 측면에서도 역시 대한민국 육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비록 보병 전투장갑차(IFV)인 BMP-3보다는 믿을만하기는 하지만, T-80U의 신뢰도 역시 최고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무한 궤도 등 T-80U의 일부 부품은 대한민국에서도 생산되지만, 대부분의 중요 부품은 해외에서 주문해야만 한다.
러시아에서 교체 부품을 주문하는 비용이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는데 심지어 일부 부품의 교체 비용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2배에서 3배까지 불어났을 정도이다. 그런 이유로 대한민국 정부 내에서는 T-80U를 도태시켜 유지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인사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 T-80U를 운용해 본 한국의 탱크 승무원들은 K1A1과 K-2 Black Panther 같은 국내 탱크에 비해 T-80U가 더 우수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T-80U의 가스터빈 엔진은 그 특성상 가속 성능이 우수하고 T-80U는 대한민국 국내에서 제작된 탱크보다 중량이 적게 나가는 특징이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가속 성능이 우수하고 가볍다는 특징은 연비가 나빠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국내에서 제작된 전차보다 중량이 줄어 들었기 때문에 산악 지형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민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T-80U에 탑승해 본 경험이 있는 병사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K1A1과 K-2 Black Panther에 비해 좁디 좁은 내부 디자인은 폐쇄 공포증을 불러 일으킬 만큼 답답함을 줄 수 있으며, 탱크 주포 발사 테스트에 있어서도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재장전 속도 등 대부분의 측면에서 대한민국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탱크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무작정 T-80U를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판하기 이전에 T-80U가 제작된 시점과 병사들의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던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부정적인 발언을 한 병사들의 대부분은 1990년대에 만들어진 T-80U를 2001년에야 도입되기 시작한 K1A1에 비교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당시 상황으로 볼 때 러시아의 T-80U는 대한민국 국내 최고 수준 전차였던 오리지널 K1 전차에 비해 훨씬 뛰어난 첨단 기술로 무장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당시 K1 전차는 105mm 주포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반해 T-80U는 125mm 주포를 장착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보다 발전된 첨단 장갑 기술도 보유하고 있었다.
러시아제 T-80U 전차가 처음 한반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한반도에서 가장 진보된 전차였다.
하지만 탱크 부품을 해외에서 구입해야만 한다는 부품의 특성상 시대에 걸맞은 현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어려웠고 해외에서 설계된 전차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국내화" 의지의 결여로 인해 T-80U는 한국군 전력에 완전히 통합되지는 못했다.
그 결과, 오늘날 대한민국의 탱크 승무원들은 T-80U에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 않으며 구닥다리 유물 취급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T-80U가 한국군에 기여한 바는 결코 적지 않다.
심지어 T-80U는 K-2 black Panther 개발 프로젝트 초창기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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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National Interest가 2019년 9월 17일 게재한 기사 내용이었습니다.
이 불곰 사업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합니다.
우선 부정적인 시각입니다.
미군 무기가 기반이 되는 우리나라 군사무기 체계에서 러시아 무기는 본질적으로 이질적인 무기 체계일 수 밖에 없으며 후속 군수지원 및 정비와 업그레이드라는 측면에서도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시각입니다.
실제로 기사 본문에서도 나왔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운용 비용 때문에 T-80을 운용하던 제3 기갑여단의 전차 대대는 이미 해체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T-80U 주력 전차와 보병전투장갑차 BMP-3를 각각 33대씩 도입을 했습니다만 이 정도 수로는 본격적인 전력화가 어렵습니다. 피아 식별 문제도 발생을 하고요.
그렇다고 연구용으로 도입한다고 하기에는 또 너무 많은 수량이었습니다. 구 소련이 붕괴하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억지로 떠 맡았다는 시각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1998년에 우리나라에 IMF가 터졌습니다. 당시 무기가 아닌 현금인 달러로 돈을 받아냈더라면 IMF 충격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럼 나머지 하나의 시각을 살펴 볼까요?
원래 미국이나 러시아는 타국으로 무기를 수출할 때 다운그레이드를 시켜서 판매하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그런데 1차 불곰 사업으로 러시아의 주력전차 T-80U을 받아왔을 때 우리나라 기술자들이 탱크를 열어 보고는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고 하죠. 구 소련이 붕괴된 이후 러시아의 경제적 혼란 때문에 러시아군이 쓰는 사양 그대로 바다를 건너 한반도로 배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당시 최첨단 기술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보물과도 같은 전차들이었습니다.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면 T-80U 탱크를 분해할 때 미국 쪽 장성들과 기술자들도 입회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실제로 T-80U 탱크를 뜯어 보고는 예상보다 뛰어난 성능에 한국 측 장성들과 기술진 그리고 미군 측 장성들과 기술진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후일담도 함께 나와 있죠.
강력하면서도 조용한 (하지만 연비는 무지막지하게 나쁜) 가스터빈 엔진에 125mm 주포가 장착된 T-80U 전차는 1987년 첫 생산 배치된 K-1 전차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기술을 고스란히 흡수한 우리나라 기술진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미국 쪽 기술과 융합하여 세계적인 명품 전차 K-2 Black Panther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기초 과학 분야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응용 기술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새게 되지만 KKMD 커뮤니티 게시판에 최우성님이 소개해 주신 일화에 따르면 불곰 사업으로 들어온 T-80U 전차의 분해와 연구로 인해 전자제품과 방산제품 생산기술에 적용된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진위를 확인할 만한 문서 근거를 찾지는 못했습니다만 재미 삼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확인된 팩트는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사례 1. 삼성 전자는 자사의 김치 냉장고를 소형화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김치 냉장고 뒷부분에 달려 있는 여압기의 큰 부피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는데 T-80에 냉방에 사용되던 열 전달 소재를 활용하여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례 2. 러시아군의 통신장비와 레이더 관련 부품에서 불필요한 잡음 제거 기술을 활용하여 휴대폰 통화 잡음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 또한 습득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처럼 기초 과학이 발달한 러시아의 원천 기술이 불곰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생산기술에 적용되어 발전한 사례들이 꽤 많다고 하는데 확인할 길이 없어 아쉽긴 합니다. 저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계신 분들의 도움이 있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러시아와의 불곰 사업은 우리나라 방산 기술 발전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잠수함 건조에 필수적인 연료용 전지 기술도 불곰 사업을 통해 들어왔고 대공 미사일 천궁도 러시아의 기술 협조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T-80U는 K-2 Black Panther로, BMP-3는 K-21 보병전투장갑차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미국의 기술과 합쳐져서 더욱 강력해진 형태로 말이죠.
유용원의 군사세계 게시판의 내용을 살펴보면 불곰 사업을 통해 항공기 엔진 설계 기술을 들여오려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전투기를 그대로 베껴서 전투기를 만들어낸 중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못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사실 1차 불곰 사업을 통해 MIG 29같은 전투기의 도입도 러시아에 요청했었지만 러시아가 이를 거절했습니다. 중국처럼 대량으로 도입하는 것도 아니고 몇 대 찔끔 구매하려는 의도 자체가 결국은 원천기술이 목적임을 러시아도 모를 리가 없었던 것이죠.
원래 우리나라 정부는 1차 불곰 사업 때 러시아에 56가지 종류의 무기를 현물로 요청했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는 러시아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원천 기술을 이전 받기는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2013년 제 3차 불곰 사업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미군의 무기체계를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으로써는 러시아 무기를 현물로 도입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지만 현물이 아닌 원천 기술 도입 상대국으로써 러시아를 염두에 두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1차 불곰 사업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나라는 다름아닌 북한이었으니까요.
그전까지 대한민국과 껄끄럽기 짝이 없었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좁히고 반대로 러시아와 북한과의 거리를 넓어지게 만든 계기가 된 것도 다름아닌 1990년대의 불곰 사업이었다는 점도 잊으면 안되겠습니다.
외신링크 https://nationalinterest.org/blog/buzz/yes-south-koreas-army-still-uses-old-russian-t-80-tanks-81421
[유튜브로 내용보기] https://youtu.be/cyt-HE5tzG8
'대한민국 육군 무기체계 > 지상의 왕자! 기갑 전력'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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