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인도네시아 퇴출 준비~! 인니분 KF-21 전투기 넘기지 않는다』
모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제목입니다. 지인 중 한 명이 정말 사실이냐고 물어오는 바람에 알게 된 내용이고요.
몇몇 시청자들은 7월 8일 공개된 KF-21 지상 활주 영상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인도네시아 국기를 보고 매우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분명 인도네시아가 불신을 안길만한 원인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목표 달성을 위해 불신은 숨기고 신뢰는 내보여야 하는 때가 있는 법입니다.
현장에서 KF-21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실무 팀에게 있어 인도네시아는 할 수 있다면 끝까지 함께 가야 할 파트너입니다. 나중에 소개해 드릴 필리핀 밀덕들이 KF-21 지상 활주 영상에 대해 보인 반응에서도 알 수 있지만 자국 공군이 아닌 『다른 나라 공군에도 수출된 기체』 라는 타이틀은 수출시장에서 엄청난 프리미엄을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필리핀 국방부가 해외에서 방산물품을 도입할 때 적용되는 중요 법률이 있는데요. 생산하는 나라의 자국 군대만 운용하는 방산물품은 도입할 수 없으며 최소 하나 이상의 국가에 수출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입니다. FA-50의 경우에도 인도네시아에 T-50 12대, TA-50 4대가 수출되면서 필리핀에 수출할 수 있었는데요.
필리핀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군사 블로거 Max Defense도 인도네시아가 KF-21 블록 1을 최소 50대 이상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덕분에 필리핀도 2026년 이후 KF-21을 곧바로 도입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방산물품의 경우 해외 수출 실적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며 그런 의미에서 인도네시아가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팅에서 다뤄 볼 예정이고요.
어쨌든 인도네시아 덕분에 대한민국 공군만 도입할 때보다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어 규모의 경제를 좀 더 용이하게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KF-21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실무진들에게 있어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죠. 게다가 인도네시아와는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기로 되어 있는 잠수함 문제도 함께 걸려 있습니다. 여러 모로 조심스러운 문제들이 얽혀 있는데 잊을만하면 일부 국내 언론과 유튜버들에 의해 인도네시아 이슈가 재조명되고 발목을 잡으니 실무진들로서도 참 답답한 심정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KF-21과 관련하여 정통한 소식통에게 『방사청이 인도네시아 퇴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니분 KF-21 전투기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유튜브 영상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소식통은 해당 유튜브 영상 내용에 대해 “보라매 개발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너무 과대 포장된 이야기”라며 지난 7월 8일에 있었던 KF-21 지상활주 언론 공개 행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2022년 7월 8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가 지상을 활주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되었는데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질문을 받았던 사람은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 체계총괄팀장을 맡고 있는 노지만 공군 대령이었습니다.
국내언론 파이낸셜 뉴스에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어 잠깐 인용해 보겠습니다.
『KF-21 공동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측은 총 8조 8000억의 개발 비용 중 1조 6000억 상당을 분담하지만, 자국의 경제난 등을 이유로 분담금 가운데 30%가량인 약 4800억 상당을 현물로 내고 싶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의에 노지만 팀장은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이 현재 계획대로 납부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시제기 제공 시점은 합의된 대로 2026년 이후가 될 것이다. 분담금 납부가 제대로 안 되면 당연히 시제기 제공은 안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내용에도 나와 있듯이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납부해야 할 마감 시한인 동시에 KF-21 시제 5호기를 인도네시아에게 넘겨줘야 할 시점은 2026년입니다. 분담금 납부가 지연되어 시제기를 주느냐 마느냐를 논하기에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노지만 팀장은 분명히 그런 취지로 이야기를 했지만 일부 언론과 유튜버가 마치 방사청이 금방이라도 인도네시아를 KF-21 프로그램에서 퇴출시키고 시제기마저 인도하지 않을 것처럼 보도를 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노지만 팀장이 좀 덜 직선적인 노련한 화법을 구사했으면 좋았겠다 라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슈를 만드는데 목말라 있는 언론과 유튜버들에게 있어 적절한 요리 재료를 던져준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가 되었으니 말이죠.
현재 다수의 인도네시아 기술진들이 2명의 인도네시아 공군 파일럿들과 함께 사천에 와서 교육을 받고 있을 만큼 KF-21 프로젝트에 있어 인도네시아와의 협력 관계는 여전히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소식통은 알려왔습니다.
KF-21 보라매의 중요 기술들이 인도네시아로 유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부 네티즌들에 대해서도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인도네시아 기술진들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KF-21을 조립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생산직 엔지니어’들에게 전수하고 있을 뿐 정작 KF-21에 적용된 중요한 핵심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연구직 엔지니어’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KKMD 437화 『록히드 마틴이 KAI와 새로운 협정을 맺은 이유: 록히드는 왜 FA 50을 밀어줄 수 밖에 없었을까?』 편에서 잠깐 언급이 되었지만 FA-50의 경우 부품들이 2개의 컨테이너에 나뉘어 선적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최소한의 장소에서 최대한의 효율로 다시 조립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KF-21도 핵심 기술들이 적용된 중요 부품들은 대한민국에서 미리 제작을 한 뒤 선적해서 배로 보내고 현지에서는 전체적인 조립만 하면 되는 방식으로 수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추론에 불과하지만 KF-21에 적용되어 있는 핵심 기술들 중 일부는 미국 정부가 특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출하는 대한민국도 보안에 상당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엔진 역시 미국제인 GE F-414-400K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KF-21이 미국의 수출 통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주장 역시 일부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게 일정 부분 통제가 가능한 KF-21이기 때문에 미국이 핵심 4대 기술을 제외한 나머지 20개 정도의 기술을 기꺼이 대한민국에게 전수해 준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방사청이 KF-21 프로그램에서 인도네시아를 퇴출시키려 한다는 주장은 팩트와는 거리가 멀고 설득력도 없습니다. 이미 말씀 드렸다시피 현 상황에서 인도네시아를 KF-21 프로그램에서 배제시킨다고 해도 우리에게 하등 득 될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돈을 제때 갚지 않는 채무자에게 기분 내키는 대로 꼴도 보기 싫으니 꺼지라고 말하는 채권자가 현명할까요 아니면 머리 꼭지가 돌고 복장이 터질 것 같아도 끝까지 달래가며 받아야 할 돈을 다 받아내는 채권자가 현명할까요? 그것도 받아야 할 돈이 1,000~2,000만원도 아닌 “조” 단위의 돈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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