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포(self-propelled artillery)와 주력전차(Main Battle Tank)가 헷갈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탱크가 있는데 왜 자주포가 필요한지 이해하지를 못했던 때가 있었던 것이죠.
제 경우를 비추어보자면 고대 전쟁에서 자주포와 주력전차가 맡았던 역할을 대입시켜 보면 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공성전을 책임졌던 투석기나 궁병의 역할을 맡은 것이 자주포이고 기동력과 돌파력을 활용하여 적의 진형을 유린했던 중장갑 기병의 역할을 계승한 것이 주력전차라고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주력전차들이 사용하는 전차포는 강력한 운동 에너지를 무기로 하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 약칭 ‘날탄’을 사용하여 적 전차를 무력화 시키는 전술을 사용합니다. 대신 사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죠. 최근에는 사거리를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탄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10km를 넘기기는 어렵습니다.
그에 비해 자주포의 포탄들은 전차포의 그것보다 훨씬 더 긴 사거리를 지닙니다.
오늘 함께 살펴 볼 외신 기사에 나오는 영국 자주포 AS90 통상탄의 사정거리가 30km로 알려져 있는데 K9 썬더의 경우에는 통상탄의 사정거리가 40km에 달합니다. 게다가 2020년 12월 K9 썬더를 위한 54km의 사정거리를 지닌 신형 사거리 연장탄(K315) 개발도 완료되었죠. 통상탄의 사정거리에서도 AS90과 비교 불가일 정도로 K9은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020년 2월, 시리아 이들립(Idlib) 지역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터키 사이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시리아 정부군의 대규모 기계화 부대를 맞이한 터키 군이 무인 드론(UAV)과 K9 썬더의 기술을 수입하여 만든 T-155 프르트나 자주포를 조합하여 엄청난 전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죠. 이 이들립(Idlib) 전투에 대해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정리해서 영상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K9 계열의 제품군들이 인도와 터키 등에서 실전경험을 축적하며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준 덕분에 자주포가 지닌 효용성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한화 디펜스의 K9 썬더가 자주포 종주국 영국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2021년 6월 2일, Defense News에 게재된 기사를 번역해 본 뒤 제 생각을 간단하게 말씀 드리고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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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방산기업 한화디펜스는 AS90을 대체할 신형 자주포를 조달하기 위한 영국의 Mobile Fires Platform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영국 현지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지난 수요일 밝혔다.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의 'Made in the UK' 파생형을 준비하기 위해 영국 현지 파트너들과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K9 자주포의 성능은 이미 실전에서 입증되었으며 한화 디펜스는 영국군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포병 능력을 제공하기 위해 MFP(Mobile Fires Platform)프로그램에 K9 자주포를 제안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화디펜스는 MFP 프로그램의 핵심 요구사항인 완전 자동화 포탄 장전 시스템을 탑재한 K9 자주포의 최신 개량형 K9A2를 제공할 계획이다. 영국은 MFP 프로그램을 통해 116대의 자주포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안 요구서(RFP)는 2022년 발행될 예정이며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시기는 2025년으로 계획되어 있다.
영국 내에서의 무기 판매를 성사시키려는 이 한국 방산업체의 노력은 한영 양국이 무기 협력을 통해 서로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영국 해군의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Elizabeth)가 올해 인도-태평양 지역 배치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8월 말 한국을 방문할 때 이 신형 항모는 정부 고위관리와 재계 인사 그리고 군 수뇌부로 구성되는 회의, 일명 태평양 미래포럼(Pacific Future Forum)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한영(韓英) 양국은 예전에도 함께 사업을 한 적이 있는데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대한민국이 영국 해군의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영국 왕립 지원함대(Royal Fleet Auxiliary)를 위해 4대의 대형 군수지원함을 건조했던 때였다.
그러나 K9은 개발된 지 약 30년이 지나 노후화가 심각해진 영국 육군의 AS90 자주포를 대체할 수 있는 여러 경쟁 차종들 중 하나이다.
8륜 구동 보병수송장갑차(APC) 복서 (Boxer)를 자주포로 변형시킨 파생형을 보유하고 있는 라인메탈과 트럭 탑재형 자주포 시스템 아처(Archer)를 보유하고 있는 BAE 시스템즈 또한 영국의 차기 자주포에 관한 요구사항들을 충족시킬 수 있다며 관심을 표명한 회사들 중 하나다.
일부에서는 AS90을 개량하는 방안도 고려해 봤지만 이는 그다지 큰 매력이 없는 옵션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최근 발간된 '통합 국방 및 안보 리뷰(integrated defense and security review)'에서 러시아 같은 경쟁국들보다 한참 뒤처져 있는 포병 능력을 재건하기 위해 10억 달러, 한화 1조 1,500억 정도의 예산을 따로 책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신형 자주포 조달 프로그램이 2020년대 말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영국 의회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토바이어스 엘우드(Tobias Ellwood) 는 최근 국방부에 "현재의 포병 전력 격차를 좁히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명백하게 부족"하다며 우려를 표명하는 서신을 전달했다.
한화 디펜스가 제안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번에 제안되고 있는 K9 썬더의 영국 버전에는 무인포탑과 지뢰방호키트 그리고 복합소재로 만들어진 고무궤도 등 첨단 기술이 탑재될 것"이라고 대한민국 지상무기체계 생산업체 한화 디펜스는 밝혔다.
이 업체는 "거기 더해서 한화가 개발한 자동화된 K10 탄약 보급 장갑차를 활용한 자동 재장전 기능도 도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에 따르면 최대 사격 속도, 자동 포탄 장전 기능 같은 자주포 핵심 능력 향상을 목표로 개량된 버전, 일명 K9A2의 시험과 평가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화디펜스 대변인인 제프 성(Jeff Sung)은 Defense News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은 최신형 자주포 K9A2가 처음 공개되는 국제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우리가 이번 차기 자주포 사업 수주에 성공한다면, 영국 산업계는 다른 나라에 수출되어 있는 K9 자주포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제프 성 대변인은 록히드 마틴 UK, 피어슨 엔지니어링(Pearson Engineering), 호스트먼(Horstman) 등 영국 산업 파트너들과 이미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합성 고무 궤도 시스템을 제조하는 캐나다의 수시 디펜스 또한 한화 디펜스의 영국 MFP 수주전에 함께 참여하는 글로벌 공급업체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최근 영국 정부가 워리어(Warrior) 보병전투장갑차(IFV) 개량사업을 포기하면서 큰 손실을 입은 채 회복할 기회를 노리고 있던 록히드마틴 UK는 한화 디펜스 K9A2 라인업에 한 자리를 꿰어 차기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영국 육군은 지난 3월 발간된 '통합 국방 및 안보 리뷰'의 일환으로 록히드마틴 UK와의 계약을 취소했으며, 이로 인해 영국 남부 앰트힐(Ampthill)에 위치해 있는 우수 포탑설계 및 제조센터(turret design and manufacture center of excellence)에서 158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 사건이 있었다.
한화는 영국의 방위산업을 활성시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국군이 사용하게 될 K9 자주포의 최대 가치가 영국 내에서 달성될 것이며 관련 기술과 노하우도 영국 현지 파트너 업체들에게 이전될 것이라고 굳게 약속했다.
이 한국 방산업체는 또한 만약 영국 육군이 자신들을 선택한다면 K9 자주포를 장기적으로 개발, 제작, 정비 및 지원하는데 필요한 전문적 훈련과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155mm에 52 구경장을 지닌 K9 썬더는 1998년 대한민국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 디펜스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약 2,400대 달하는 K9 자주포 및 K10 탄약보급 장갑차 제품군이 전 세계에서 활약 중이다. K9 자주포 플랫폼과 핵심 기술은 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여러 나라로 수출되었다.
호주도 2020년 9월 Land 8116 프로그램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한화 디펜스의 K9을 선정한 바 있다. Land 8116 phase 1은 AS9 자주포 30대와 AS10 탄약보급 장갑차 15대를 현지 생산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2022년 초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전구(戰區) 전역에 걸쳐 효과적이면서도 강력한 화력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K9은 급속사격 모드에서는 15초 이내에 3발을 발사할 수 있으며, 지속사격 모드에서는 분당 6발에서 8발을 발사할 수 있다. 무인 자동화 포탑을 탑재한 K9A2는 분당 9발에서10발을 발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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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1년 6월 2일, Defense News에 게재된 “S. Korea’s Hanwha pitches K9 howitzer for British mobile fires program. (대한민국 한화 디펜스의 K9 자주포, 영국 MFP 사업에 도전한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이번 영국 차기 자주포 사업에서 마주치는 경쟁 차종에는 독일 KMW사의 PzH2000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해외 군사 전문잡지들이 종종 게재하는 최고의 자주포 Top 10에서 거의 항상 1등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PzH2000입니다. 2등을 도맡아 하고 있는 차종이 바로 대한민국의 K9 썬더죠.
독일의 PzH2000에 대한 K9 썬더의 최대 강점은 가성비에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여기 더해 독일의 PzH2000은 실전 배치된 1996년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400대도 되지 않는 저조한 생산량과 독일 정부의 엄청난 군축 정책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높았던 가격이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고 적절한 업그레이드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가격 경쟁력에서 이제 K9 썬더를 도저히 따라 잡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에 비해 K9 썬더는 A2 버전으로의 업그레이드가 목전으로 다가와 있고 완전 무인화된 A3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까지 이미 잡혀져 있는 상태입니다. 기술적, 성능적 측면에서도 K9 썬더에 추월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뜻이죠. 사실 이번 영국 차기 자주포 사업에 출품할 K9A2 버전으로 독일 PzH2000과의 실질적인 격차는 사라졌다고 말하는 군사 전문가도 있을 정도입니다.
K9A2 업그레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고반응 화포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포탄 장전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포탑을 전기로 구동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자주포 운용 인원을 5명에서 3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유압식으로 작동되던 포탄 장전 시스템을 전기로 구동되는 시스템으로 바꾸면 적 포탄에 피격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화재의 위험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비와 유지도 한결 간편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뢰방호키트는 대테러전이나 시가전 등에서 보편화된 급조폭발물(IED)에 대응하는 차원이며 AS-21 레드백에도 적용된 복합소재 고무궤도를 영국에 제안하게 될 K9A2 개량형에 적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현재 영국 육군이 사용하는 Ajax (에이잭스/아약스)장갑차가 엄청난 진동과 소음을 발생시키고 있어 운용 인원들이 이에 대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K9은 K2 흑표나 AS-21처럼 유압식 현수장치를 쓰고 있어 승차감이 좋은 편이라고 하는데 고무궤도까지 쓰면 확실히 소음과 진동 분야에선 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무인 공격기(UAV)와 장거리 포격이 가능한 자주포의 조합이 지상전의 새로운 치트 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완벽한 전략전술이란 존재하지 않고 이 조합에도 문제점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앞으로 K9 자주포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무인 드론과 자주포 조합이 실제로 적용된 시리아 이들립(Idlib) 전투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신기사 링크 주소]
[유튜브 영상으로 내용 보기] https://youtu.be/tbMeaiW8k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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