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 K-디펜스에 대해 가장 많은 기사를 작성해내고 있는 나라는 바로 폴란드입니다. 덕분에 저도 Defence24나 폴스카 즈브로이나 같은 폴란드 군사매체들과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폴란드 군사매체들 역시 대한민국 언론이 전하고 있는 밀리터리 뉴스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폴란드 군사매체 Defence24는 2022년 9월 19일 『대한민국 전투기와 주력전차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슬로바키아』 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9월 17일 한국 언론 문화일보가 게재한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국제방산전시회 DX KOREA 2022에 대규모 사절단을 보낸 슬로바키아의 동향을 분석한 이 기사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KKMD 454화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 24 심층분석: 한국산 경전투기 FA-50 PL, 유럽 정복 가능할까?』 편에서도 언급되었지만 Defence 24가 폴란드 다음으로 FA-50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유럽 국가로 지목한 나라가 바로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였습니다. Defence 24가 그렇게 분석한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첫째. 한때 구 소련의 지배를 받았고 지금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지금까지 운용하고 있던 MiG 전투기 같은 러시아제 무기에서 탈피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고 마침 이들의 수명주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
둘째.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 같은 동유럽 국가들이 선호하고 실제로 주문까지 해놓은 서방 기체는 F-16의 최신버전인 블록 70/72인데 러시아제 전투기에서 F-16으로 기종을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훈련기로 FA-50 이상의 기체는 없다는 사실을 폴란드가 이미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는 점.
셋째.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가 주문한 F-16 블록 70/72의 숫자는 10대 내외로써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영공 순찰 및 방어, 기타 여러 임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F-16 블록 50/52를 48대 운용하고 있는 폴란드 공군도 F-16이 혹사당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하물며 10대 내외의 F-16을 운용하게 될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가 겪어야 할 어려움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러나 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공대공 전투 능력을 보강한 블록 20 사양의 FA-50이라면 F-16V가 담당해야 할 임무 70% 이상을 대신 수행해 줄 수 있고 사용하는 부품마저도 70% 이상 동일해 군수지원 측면에서도 많은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 등에서도 FA-50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폴란드 군사 전문지 Defence24는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DX KOREA 국제방산전시회에 슬로바키아 정부가 역대 최고 규모의 사절단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경남 사천에 있는 KAI 공장과 창원에 있는 현대로템 공장을 방문하여 FA-50 및 K2 흑표 생산 모습을 직접 시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Defence24의 분석이 그냥 분석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Defence24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가 최근 긴밀한 ‘방위협력’ 협정을 맺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폴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슬로바키아 역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데요. Defence24는 슬로바키아가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군사 장비들, 예를 들어 FA-50이나 K2 흑표 주력전차를 대규모로 도입하게 된다면 운용 및 유지보수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개발한 군사장비들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데 있어서도 광범위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폴란드도 DX KOREA 2022에 대규모 사절단을 보낸 슬로바키아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럼 2022년 9월 19일 폴란드 군사매체 Defence24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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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일간지 문화일보에 따르면, 9월 21일부터 시작되는 DX 코리아 2022 방위산업 전시회에 야로슬라프 나드(Jaroslav Naď)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슬로바키아 전력증강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슬로바키아 대표단은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되는 역동적인 화력시범에 참관한 뒤 DX 코리아 방위산업전시회를 관람하고 이어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 FA-50 생산공장과 창원 현대로템의 K2흑표 현지 생산공장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은 2035년까지 자국 군대를 현대화시키겠다는 슬로바키아 국방부 계획과 관련이 있으며 여기에는 공군 훈련기뿐만 아니라 다수의 주력전차 및 장갑차 구매 계획 등이 포함된다. 슬로바키아 대표단은 국방부 및 군의 고위 인사들 그리고 방산업계 실무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세기 편으로 20일 대한민국에 입국할 예정이다.
흥미롭게도, 대한민국 현지 언론이 인용한 국방부 소식통에 따르면 슬로바키아는 대한민국에게 무기 수출을 요청한 나라들 중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유럽 국가였다. 대한민국 정부와 슬로바키아 정부는 작년부터 계속 무기수출 관련 회담을 이어오고 있으며 Defence24는 이미 이 소식을 다루었던 적이 있다.
2021년 11월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는 슬로바키아 국영기업인 레체츠케오프라보브니에 트렌친(LOTN)과 FA-50 경전투기 수출에 대한 산업협력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정은 슬로바키아가 신형 훈련기이자 전투기로 쓰일 수 있는 FA-50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준비 과정의 일환이었다.
폴란드의 경우처럼 FA-50 경전투기는 슬로바키아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슬로바키아는 2018년 미국 록히드 마틴의 F-16 블록 72 다목적 전투기를 14대 구매했고 원래대로라면 2022년부터 인도가 시작되어 2024년에 마무리되어야 했다.
하지만 늘어난 주문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생산시설 및 속도 때문에 록히드 마틴은 슬로바키아에게 F-16 블록 72를 예정대로 인도해 주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고 통보했고 이는 곧 슬로바키아 영공 방어를 위한 전투기 전력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폴란드 및 체코 공군 전투기들이 슬로바키아 영공을 대신 지켜줘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슬로바키아는 여전히 F-16 블록 72 전투기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는 곧 F-16 전투기 조종사를 훈련시키는데 필요한 고등훈련기가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현재 체코 아에로(Aero)가 개발한 L-39 알바트로스가 훈련기로 사용되고 있지만 4.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는 F-16 블록 72를 조종해야 할 파일럿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기기에는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기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슬로바키아 정부는 현대로템이 만든 K2 주력전차가 구형 T-72를 대체할 수 있는 옵션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한동안 분석해왔다. 만약 슬로바키아 정부가 T-72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대신 그 대가로 독일로부터 중고 레오파드 2A4를 인도받을 수 있게 된다면 신형 주력전차를 인수한다는 계획에 다소의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형 주력전차를 인수한다는 계획이 원천적으로 중단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무려 30여 명에 이르는 사절단의 규모는 대한민국과의 방산 협력에 대한 슬로바키아 정부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이다.
슬로바키아의 이러한 결정은 폴란드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편으로는 폴란드 정부가 대한민국에서 FA-50과 K2 주력전차 등을 포함한 많은 양의 군사 장비들을 구입했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폴란드가 슬로바키아와 긴밀한 방위협력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이 개발 및 생산한 군사 장비들의 운용과 유지보수 심지어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양국은 광범위한 협력의 장을 열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며 따라서 우리(폴란드)는 슬로바키아 사절단이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동안 상황의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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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9월 19일 폴란드 군사매체 Defence24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문화일보는 9월 17일 기사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중부 유럽의 루마니아도 장관 및 차관급을 보낸다. 뒤늦게 참가자를 늘리겠다며 개막식장의 VIP석을 요구하는 국제전화가 DX코리아 조직위원회로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DX코리아 측은 수출 대박 등 최대 성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미 말씀 드렸던 이유로 DX KOREA에 깊은 관심을 표하는 나라들 중에 루마니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데요.
또한 문화일보는 1~2주 내로 말레이시아 경전투기(LCA) 수주전에서 KAI FA-50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말레이시아 군사 전문지 Defense Security Asia 이하 DSA가 FA-50의 선정이 거의 확정된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인도 언론들이 FA-50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며 테자스(Tejas)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고 ‘불쾌하다’는 뉘앙스의 기사를 실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알고 지내는 한 현직 군 관계자도 이 기사 내용에 대해 “인도의 정신 승리가 참으로 오지다”고 한 마디 했는데요. 대국이 대국다워야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실리는 법인데 중국이나 인도 최근에는 러시아까지 대국다운 풍모를 보여주는 사례가 드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포스팅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https://youtu.be/hbbsyTLlVF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