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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세계는 지금?

폴란드 방위산업 부흥? 한국 아니면 답이 없다(Korea or Nothing) Defence24의 고백 (제2부)

by KKMD Kevin 202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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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로 수출된 K9 자주포

 

(제 1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한편, 대한민국의 방위 산업은 거대한 자국 육군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 아래 구축되었기 때문에 생산 능력에 충분한 여유가 있다. 폴란드 방산업계가 크라프(Krab) 자주포(의 차체를 K9 자주포에서 차용해) 면허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미 맛보았던 한국 특유의 노동 문화도 경이로울 정도로 빨랐던 (K2 주력전차 및 K9 자주포의) 배송을 뒷받침 하고 있다.

 

어쨌든 대한민국 방산업계는 (유럽 지역에서) 파트너 국가를 구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해당 파트너 국가는 방산 장비들의 수명주기(life cycle)동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지원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향후 거래가 이루어지게 될 유럽 지역에 지리적으로 보다 가깝게 위치해 건실한 유럽 공급망을 형성해 줄 수 있는 나라여야 한다. 유럽 지역에 공급망을 확보하는 사안은 (대한민국에게) 점점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향후 둘 이상의 유럽 국가들과 방산 계약에 성공한다면 현지 공급망 설립을 통한 가용 잠재력 확장이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럽 지역 파트너 국가) 역할에는 우리 폴란드가 안성맞춤이다. 또한 우리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환경도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만약의 사태를 맞이했을 때 한국 정부는 (폴란드 같은) 해외 파트너 국가로부터 필요한 장비들을 상당수 조달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과 폴란드 사이에 산업협력 관계가 구축된 배경에는 상호의존적인 산업단지들이 두 나라에 각각 조성된다면 필요할 때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assumption)이 버티고 있다. 마치에이 야블론스키(Maciej Jabłoński) 육군 소장은 Defence24와의 인터뷰에서 K2PL 주력전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적이 있다.

 

"2026년부터 폴란드에서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K2PL 주력전차는 K2 블랙팬서의 차기 버전과 매우 유사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추정의 배경에는 양측 생산시설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손실된 장비들을 신속하게 회복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경우 멀리 떨어진 두 지역에 위치한 생산시설들이 서로를 전략적으로 지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생산되는 장비들, 예를 들어 K2 주력전차의 버전이 동일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폴란드 방산업계가 대한민국 방산기업들의 파트너 역할을 하면서 또한 자체적으로 종합 솔루션을 개발하고 생산해 낼 수 있는 역량을 얻게 될 것이라는 가정이다. 폴란드 국내에서 생산된 장비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만약 폴란드 역시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과 관련하여 일련의 매력적인 수출 조건을 협상하는 데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이전된 기술들이 폴란드 방위산업의 핵심 추진 동력이 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폴란드 경제 전반에 활력을 주는 훌륭한 경기 부양책이 될지도 모른다. 비록 노르웨이, 루마니아를 비롯한 이 지역 다른 국가들도 이와 비슷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실패했던 과거의 뼈아픈 경험에서 배워야만 하는 것들

 

그러나 우리는 한때 폴란드 국내 방산업계가 방위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 이전 프로그램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차륜형 장갑차 로소막(Rosomak) 프로그램은 세계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장갑차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어이없는 실패작이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폴란드 방산업계는 제조 공정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양보하지 않은 채 이 병력수송장갑차들을 폴란드 육군에게 인도하고 있다. 로소막과 관련하여 지적되는 문제점들 중 일부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을 때 채택된 예상 성능들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며 로소막의 정찰 파생형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방금 언급된 문제점들의 대부분은 해외 파트너가 취하고 있는 강경한 입장에 의해 유발되었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여러 단계에서 폴란드 측이 저지른 실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결과다.

(로소막 병력수송장갑차는 폴란드 육군이 핀란드 파트리아Patria 장갑차 기술을 도입해서 개발하려 했던 병력수송장갑차입니다. Defence24가 기사를 통해 로소막에 문제를 유발시킨 원인 중의 하나로써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해외 파트너라고 지목한 곳이 바로 핀란드의 ‘파트리아 자동차 유한회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역주)

https://youtu.be/C7taVtXvT4E

로소막 보병전투장갑차 Spike 대전차 미사일 발사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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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실패 사례는 그 외에도 여럿 찾아볼 수 있는데 또 다른 최근의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레오파드(Leopard) 2PL 프로그램이다. 이미 지적했듯이 우리는 레오파드(Leopard) 2PL 프로그램의 완료를 보기 위해 6년 이상의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군사 원조 계획의 일환으로 미국으로부터 이미 공여 받은 100대의 에이브람스에 더해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추가적으로 인도 받게 될 400대 이상의 에이브람스 및 K2 주력전차와 함께 폴란드가 지금까지 오랜 세월 운용해온 142대의 주력전차와 연계된 레오파드(Leopard) 2PL 프로그램은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더욱이 레오파드(Leopard) 2PL 프로그램에 관련해 (독일과 맺었던) 계약은 작업에 대한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었고 지금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목격되고 있는 지연 현상의 여러 이유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과 기술 이전 협약을 맺을 경우,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을까? 본 기자는 몇 가지 긍정적인 요소를 짚어 보고자 한다. 분명히 한국인들은 유럽 시장을 함께 헤쳐나갈 파트너와 유럽 현지에 뿌리내린 제2의 생산 중심지를 찾아야 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심지어 폴란드가 대한민국으로부터 조달 받기로 계약한 방산 장비들의 규모 또한 일찍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준이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폴란드에게 강력한 이점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국인들은 또한 폴란드 역내에서 비록 일부 영역이기는 하지만 미국 방산업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미국 방산업체들은 국방과 안보 영역에서 폴란드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므로 세계 무기 시장을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동시에 (미국 정부라는 뒷배를 두고 있는 미국 방산업체들보다 협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방산업체들은 다른 분야, 즉 산업적 협력 제안에 더 큰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본 기자가 이미 언급했듯이,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는 않았다. 대한민국과의 협력 수준을 단순한 무기 조달이나 유지보수의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역량 창출까지 포괄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하려면 몇 가지 조건들이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협력 계약서 작성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대한민국으로부터 이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폴란드만의 독점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제3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뿐 아니라 폴란드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역량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해지는 제한은 미래의 비용과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폴란드 산업은 대한민국으로부터 이전되는 기술을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이는 곧 적절한 투자와 인력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과 직결된다. 조달 일정이 빡빡하고 주어진 시간도 부족하지만 향후 조달되는 장비들이 (한국에서 직도입 하는 경우처럼) 폴란드 방산업계가 개입할 여지가 아예 없거나 제한적인 개입만 가능한 상황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셋째, PGZ 그룹이 더 깊숙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방금 언급했던 첫째, 둘째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필요성을 생각해 본다면 PGZ 그룹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명령'에 가깝다. PGZ 그룹은 이번 한국과의 산업 협력에 관한 폴란드 입장에서 시행하기 쉬우면서도 산업 이익을 가능한 최대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일관된 비전과 성과 전략을 창출해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폴란드 양국간 산업 협력에 대한 아이디어와 성과는 주로 대한민국 방산기업들에 의해 입안되고 추진되어왔다. PGZ 그룹을 구성하는 개별 회사들이 특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들이 이번 산업 협력 시나리오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적 전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마지막으로 한국-폴란드간 협력 관계가 단순한 무기 조달 수준을 넘어 전방위적인 관계로 확대될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경우 이 협력 관계는 반드시 상호이익에 기반해야 한다.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한국인들이 제공하는 무기 조달 패키지에 폴란드가 생산한 장비를 융합시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이탈리아 사이에서도 이러한 융합 사례가 종종 관찰된다.

(Defence24가 이야기하는 폴란드 장비가 융합된 대한민국 무기체계 사례로서 떠올릴 수 있는 물건이 바로 폴란드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무인 포탑 ZSSW-30을 탑재한 AS-21 레드백이었습니다. ZSSW-30 무인 포탑은 30㎜ 기관포를 기본 장착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40㎜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고 부무장으로 7.62㎜ 기관총 1정을 장착하고 있죠. 이스라엘 스파이크Spike 대전차미사일도 2발 탑재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ZSSW-30 무인 포탑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어쨌든 폴란드가 이야기하는 폴란드 장비가 융합된 대한민국 무기체계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주)

 

그러나 현재 폴란드 방위산업이 지니고 있는 제한적인 잠재력을 고려해 봤을 때 충분한 규모의 장비들을 제때 조달하기가 어렵고 결과적으로 한국인들이 제공하는 무기 조달 패키지에 폴란드가 만든 장비를 융합시킨다는 아이디어는 현 시점에서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카시에비츠(Łukasiewicz)-PIAP 폭탄 처리 로봇 같은 일부 폴란드 제품들은 이미 한국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산 방산제품들을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협의들도 여기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른다. 폴란드는 나토(NATO) 동맹국에 조달된 군 장비들을 생산하고 유지 보수하기에 적합한 지리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이 나토(NATO) 동맹국들은 조만간 한국산 솔루션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폴란드를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들도 대한민국의 방산업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협력 관계에 대한 폴란드 정부의 의사결정이 보다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필요가 있다. 폴란드에게 있어 이번 기회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귀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재 폴란드에는 역사상 다시 보기 힘들 정도로 강한 "한국산 장비 사들이기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산 장비들을 조달했던 경우와는 별개로 친다고 해도 확실히 엄청난 규모의 방산 쇼핑이다. 현재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는) 폴란드의 상황은 동시에 폴란드에게 방위 산업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누가 알겠는가? 군사 장비 조달과 수명주기관리(LCC)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고려해 봤을 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폴란드의 방위산업을 강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기회'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순한 현지 장비 공급 국가수준이 아닌 대한민국과 대등한 파트너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Leopard 2PL 개량 프로그램에서 배웠던 교훈들의 완전한 이행, 무엇보다도 폴란드 방산업계에 존재하는 암적인 메커니즘의 제거, 현재 계약의 이행과 진행 중인 회담 모두를 방해하는 노동조합의 유해 활동 차단 같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PGZ의 전문성을 강화시키고 협상 팀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폴란드인들은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비전을 개발하여 시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한국인들의 빠른 일 처리 속도는 물론 주변 상황이 흘러가는 맥락도 따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PGZ 그룹 차원에서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그룹 내에 모여 있는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 조정 및 투자에 참여해야만 한다. 이러한 종류의 투자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폭 넓게 이루어지는 기술 이전을 흡수하고 수용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잠재력을 창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PGZ는 아시아 동료들, 즉 한국인들이 주최하는 사업 설명회에 수동적으로 참석만 하는 수준에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PGZ는 개별 자회사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대한민국과의 산업 협력은 다시 없을 거대한 기회다. 두 번 다시 없을 이런 좋은 기회를 허공으로 날려버리고 싶지 않다면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PGZ 그룹이 이러한 조치를 취해야 할 주체라고 본다.

 

만약 대한민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폴란드 방위산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려는 노력이 최종적인 실패로 돌아간다면 이는 폴란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하거나 몇 년 안에 빠르게 유럽 안보 상황이 안정된다면 우리는 퇴행적 과정을 경험하게 될 위험성도 있다. 추진력 있는 행동의 결여는 폴란드 방위산업으로 하여금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무기 조달 프로그램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시킬 것이다.

 

그럴 듯한 개연성이 있는,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 중 하나로 폴란드 국방부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무기 조달 프로그램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도 있는데 만약 그런 상황이 현실이 된다면 폴란드 방위산업은 '침체(stagnation)'가 아니라 '쇠퇴(decline)'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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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129일 폴란드 군사 전문 매체 Defence24가 게재한 칼럼 “Korea or Nothing. The Only and Last Chance to Boost the Polish Industry (한국 아니면 답이 없다. 폴란드 산업을 부흥시킬 유일하고도 마지막인 기회)”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번역해 본 Defence24 칼럼 내용을 한번에 훑어 볼 수 있도록 요약해 보겠습니다.

 

폴란드는 K-디펜스가 유럽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주요 산업 협력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대한민국의 산업 협력 중심지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방위산업에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

 

폴란드 국방부는 일정을 너무 촉박하게 잡으면서 폴란드 방산업계를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만들었고 한국과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수출 경제에 잔뼈가 굵은 한국인들은 협상 테이블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타날 것이며 따라서 한국과의 협상에 임하는 폴란드 팀들 역시 매우 강력하면서도 뛰어난 경쟁력을 지녀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폴란드의 가장 약한 고리는 바로 PGZ 그룹이다. 대한민국의 유럽 허브(hub)로 폴란드가 아닌 체코 공화국이나 노르웨이 혹은 슬로바키아가 선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폴란드 PGZ 그룹은 혁신에 필요한 산업 구조적 변화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방산업계는 유럽 지역에서 파트너 국가를 구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방산 장비들의 수명주기(life cycle)동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지원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향후 거래가 이루어지게 될 유럽 지역에 지리적으로 보다 가깝게 위치해 건실한 유럽 공급망을 형성해 줄 수 있는 파트너 국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환경도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 정부는 동일한 생산시설을 갖춘 폴란드로부터 필요한 장비들을 상당수 신속하게 조달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폴란드는 레오파드(Leopard) 2PL 주력전차 개량 프로그램을 위해 독일과 로소막(Rosomak) 보병수송장갑차 개발을 위해 핀란드와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지만 모두 좋지 못한 결과를 맺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과 기술 이전 및 산업 협력 계약을 맺을 경우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을까?

 

대한민국과 협력하는 경우 몇 가지 긍정적인 요소를 생각할 수 있다. 먼저 폴란드가 대한민국으로부터 조달 받기로 계약한 방산 장비들의 규모가 전례 없을 정도로 막대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폴란드가 슈퍼 을()이 된다는 점에서 이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둘째, 한국인들은 또한 폴란드 역내에서 미국 방산업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라는 뒷배를 두고 있는 미국 방산업체들보다 협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 방산업체들은 다른 분야, 즉 산업적 협력 제안에 더 큰 주안점을 둘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과의 협력 관계가 단순한 무기 조달이나 유지보수의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역량 창출까지 포괄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되려면 몇 가지 조건들이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

 

조건 첫 번째. 대한민국으로부터 이전된 기술을 바탕으로 폴란드만의 독점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제3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며 더불어 폴란드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역량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조건 두 번째. 폴란드 산업은 대한민국으로부터 이전되는 기술을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이는 곧 적절한 투자와 인력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과 직결된다.

 

조건 세 번째. 폴란드 최대 방산기업인 PGZ 그룹이 대한민국과의 협업 관계 형성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조건 네 번째. 한국-폴란드 협력 관계는 반드시 상호이익에 기반해야 한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한국인들이 제공하는 무기 조달 패키지에 폴란드가 생산한 장비를 융합시키는 것이다. 현재 폴란드 방산업계의 제한된 잠재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우카시에비츠(Łukasiewicz)-PIAP 폭탄 처리 로봇처럼 한국에게 인정받은 제품들도 있다.

 

현재 폴란드에는 역사상 다시 보기 힘들 정도로 강한 "한국산 장비 사들이기 열풍"이 불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는 폴란드의 상황은 방위 산업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어쩌면 폴란드에게 있어 이번 기회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만약 대한민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폴란드 방위산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려는 노력이 최종적인 실패로 돌아간다면 이는 폴란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말 그런 상황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폴란드 방위산업은 '침체(stagnation)'가 아니라 '쇠퇴(decline)'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2부에 걸친 폴란드 군사 전문 매체 Defence24 칼럼 “Korea or Nothing. The Only and Last Chance to Boost the Polish Industry (한국 아니면 답이 없다. 폴란드 산업을 부흥시킬 유일하고도 마지막인 기회)” 번역이 끝났습니다. 구독자 여러분들의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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