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49화를 통해 튀르키예, 터키가 개발 중인 차세대 국가 전투기(NCA)에 대해 공개된 내용과 그로부터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을 미국의 군사 전문지 War Zone 기사 및 국내 전투기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살펴 볼 이야기는 대한민국 육군의 주력전차 K2 흑표를 1,000대 가까이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폴란드의 군사 전문지 Defence24가 K2 흑표의 배다른 형제라고 할 수 있는 터키 알타이(Altay) 개발 역사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폴란드형 K2, 일명 K2PL이라고 불리는 파생형을 제작하게 될 폴란드 입장에서 충분히 궁금해 할만하고 동시에 참고할 것도 많은 내용일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새로운 현상 중의 하나가 바로 ‘군비 경쟁의 심화’ 입니다. 한때 미소 냉전이 종식되면서 군축이 당연시되었던 유럽이지만 설마설마했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그 동안 등한시했던 군비 증강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급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기갑부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러시아 육군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폴란드 같은 동유럽 국가들은 우수한 성능의 기갑 차량들이 대거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됩니다.
전차의 심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파워팩 문제 때문에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던 『국가 전차 생산 프로젝트(MİTüP)』는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난 2022년까지 완료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한국형 파워팩을 도입하면서 양산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한국형 파워팩 도입 과정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11월 4일 미국의 군사 전문지 Defense News를 번역한 KKMD 335화 『방사청, 한국형 파워팩 터키 수출 최종 승인! 한국 파워팩 기술의 현주소와 파워팩 원천기술의 터키 유출을 막아라!』 편을 통해 터키가 한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아 한국형 파워팩을 터키 현지에서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미국 정부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는 내용을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K2 흑표나 K2PL 같은 파생형이 해외로 수출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스러운 일인 동시에 장려해야 할 일이지만 ‘한국형 파워팩’ 기술 그 자체를 이전해 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335화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그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는데요.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두산 인프라코어가 개발한 DV27K 디젤 엔진과 SNT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EST15K 변속기로 구성된 한국형 파워팩을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인력이 투자되었습니다. 심지어 아직까지 소요군인 대한민국 육군이 OK를 외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개발되지도 못했습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 대한민국이 이 정도로 고생해서 개발해야 하는 기술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누릴 수 있어야 본전을 건지는 것이겠죠.
먼저 2023년 4월 2일 폴란드 군사 전문지 Defence24가 분석한 K2 흑표의 배다른 형제, 알타이(Altay) 주력전차 분석기사부터 번역한 뒤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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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 주력전차는 터키가 자국 지상군이 사용하는 동시에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개발한 새로운 관점의 설계를 지니고 있다. 흥미롭기 그지 없는 이 전투기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알타이(Altay) 창세기 1장 1절: 대한민국의 도움으로 국산 주력전차를 창조하다
알타이는 터키 정부가 1990년대 중반에 출범시킨 『국가 전차 생산 프로젝트(MİTüP)』의 일환으로 시작되었고 개발 초기에는 외국의 주력전차들을 면허 생산하는 방안이 고려되었다. 가스 터빈 엔진 대신 MT883 디젤 엔진을 장착한 버전의 M1A2 에이브럼스(미국)와 레오파드 2A5/A6(독일), 개량된 포탑을 탑재한 르클레르(프랑스) 및 T-84-120(러시아) 등이 그 대상이었다.
일련의 테스트가 수행되었고 해외 기업들의 제안과 터키 국내 상황을 분석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해외 설계안을 그대로 구매하는 것보다는 터키가 자체적으로 주력전차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판매할 의향이 있는 경험 많은 파트너를 찾는 편이 더 낫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국가 전차 생산 프로젝트(MİTüP)』의 취지를 비추어 봤을 때 이는 매우 중요한 맥락의 문제였다.
결국 터키는 당시 K2 흑표 주력전차를 개발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현대로템과 협력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터키는 K2 흑표의 파생형을 면허 생산하는 방식이 아닌 K2 흑표를 개발한 대한민국 엔지니어들로부터 기술적 도움을 받아 완전히 새로운 주력전차를 설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개발 총괄 업체인 오토카르(Otokar)는 알타이의 설계 및 연구개발 작업을, 아셀산(Aselsan)은 사격통제시스템과 다른 하위 시스템을, 로케산(Roketsan)은 복합장갑과 폭발성 반응장갑 모듈을, MKEK는 주포를 담당한다. 대한민국 측에서는 현대 로템 외에도 주포 관련 기술이전을 담당한 현대 WIA와 전차 장갑 관련 기술이전을 담당한 삼양 컴텍 등이 터키의 알타이 주력전차 개발에 관여하게 되었다.
주행 기어와 구동 장치를 테스트하기 위해 Mobility Test Rig, MTR이라고 불리는 실험용 차량 플랫폼이 여러 대 제작되었으며 이 차량들의 상단에는 나중에 탑재될 포탑의 모양과 치수 그리고 실제 무게에 대응하는 모형(mock-up) 포탑이 실려 있었다.
화력 테스트 차량(Firepower Test Rig: FTR)도 제작되었는데 MTR보다는 약간 더 발전된 실험 플랫폼으로 주포 및 사격통제시스템과 함께 포탑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테스트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FTR은 알타이 시제품에 근접한 차량들이었는데 PV-1과 PV-2로 지정되었다.
알타이(Altay) 주력전차, 어떤 성능을 지니고 있나?
차체의 세로 축을 따라 앞부분에 조종부, 중간에 포탑을 포함한 전투부 그리고 뒷부분에 구동부가 있는 알타이는 매우 전형적인 주력전차(MBT) 구조를 취하고 있다.
알타이를 보호하고 있는 장갑(armor)부터 살펴보자면, 차체 전면은 중(重)복합장갑 모듈로 둘러싸여 있으며 포탑과 거치 기관총 보호대 그리고 승무원실과 같은 높이의 측면 역시 같은 종류의 중(重)복합장갑으로 보호하고 있다.
또한, 차체 측면은 스커트(skirt)를 장착하여 궤도와 현수 장치를 추가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여기에 폭발성 반응장갑 모듈을 추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포탑 상부는 자탄(submunition)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강화되었는데 그리스 레오파드 2HEL처럼 개량된 레오파드 2 모델에 사용된 것과 매우 유사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알타이 주력전차는 수동 광전자센서와 레이더 안테나로 구성된 아코르(Akko) 능동방어시스템과 연동하여 즉각 사용 가능한 대응탄을 두 발씩 장전해 놓고 있는 발사대를 2문 장착하고 있어 한국형 능동방어체계 KAPS나 이스라엘제 아이언피스트(Iron Fist)와 매우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알타이의 주포는 대한민국 위아(WIA) 120 CN08/55 구경장을 터키 식으로 개량한 버전으로, PMT-76으로 알려져 있는 FN MAG 58 기관총의 면허생산버전 7.62㎜ 기관총과 결합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알타이 포탑에는 또한 12.7㎜ 중기관총이 장착된 원격사격통제시스템(RCWS)이 탑재되어 있는데 카닉(Canik) M2QCB로 명명된 M2HB 기관총의 면허생산버전이 사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롭게도, 알타이에 적재할 수 있는 무장별 탄약의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주포에 쓰이는 120㎜ 전차 포탄은 40발 정도가 적재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셀산(Aselsan)에서 개발한 사격통제시스템은 레오파드 1, M48 또는 M60 같은 구형 전차를 현대적으로 개수하는데 사용된 볼칸(Volcan) 사격통제시스템을 기반으로 이를 개량시킨 버전으로 추정된다.
알타이의 기동성에 관해서 살펴 보자면 현대적 유기압 현수장치(HSU)가 장착되어 있어 높낮이와 차체 경사 정도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K2 흑표에 적용된 유기압 현수장치는 알타이에 적용된 HSU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암arm내장형 유기압 현수장치, ISU라고 불리는 시스템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알타이에 적용된 HSU는 주행 시 승차감을 높이고 주포 사격 때 발생하는 반동을 제어할 목적으로 설계되는 것들이 일반적입니다. 그에 반해 보기륜의 유압까지 조절할 수 있는 K2 흑표의 ISU 현수장치는 승차감과 주포 반동 제어는 물론 무릎을 꿇거나 차체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것 같은 자세 제어 행동을 취할 수 있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알타이 사진들 중 무릎 꿇기kneeling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터키 밀덕들이 업로드 시킨 십 수개의 동영상들을 체크해 본 결과 자세 제어 행동을 보여주는 영상은 없었습니다. 가능했다면 터키 밀덕들이 결코 놓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역주)
문제는 파워팩인데, 처음에는 MTU MT883 디젤 엔진과 RENK 변속기를 장착한 독일제 파워팩이 사용되었지만 다른 NATO 국가들과 터키 사이에 발생한 정치적 분쟁으로 인해 결국 독일은 터키에 대한 군사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제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국가의 파워팩에 대한 탐색이 시작되었고 대한민국이 제안한 해결책을 선택하는 것으로 최종 마무리되었다. 알타이 전차의 1차 생산분에는 K2 흑표를 위해 개발된 한국형 파워팩, 즉 두산 인프라코어가 개발한 DV27K 디젤 엔진과 SNT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EST15K 변속기를 장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국내에서 개발한 12기통 V형 엔진과 크로스 드라이브 변속기를 사용하는 BATU 파워팩을 최종적으로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 버전의 알타이(Altay)가 개발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본형인 T1 버전은 대략 100대 정도가 생산될 예정이고 그 뒤를 이어 등장할 T2 버전을 대규모로 양산할 계획이다. T2 버전은 시리아 북부에서 얻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T1을 개량시킨 버전이다.
T1 기본형의 근본적인 변화 중 하나는 포탑의 뒤쪽 공간에 배기 플랩이 설치된 격리 탄약고를 마련하여 보다 안전하게 탄약을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조종실 양쪽 공간에는 격리되지 않은 일반 탄약고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알타이 T2 버전부터는 조종실 양쪽 공간에도 배기 플랩이 설치된 격리 탄약고를 가지게 된다. 다른 업그레이드 사항으로는 향상된 장갑, 차체 하단에 만들어진 탈출용 해치와 주포에서 타녹(Tanok) 유도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기능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장기적인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알타이 주력전차의 최종 형태는 T3 버전이다. 알타이 T3는 이전 버전에서 사용되어 오던 솔루션들을 대부분 계승하지만 차체 앞쪽에 위치한 두터운 장갑으로 보호되고 있는 구역으로 조종실이 이동되어 있다. 반면 포탑 시스템은 120㎜ 구경 이상의 주포를 설치할 수 있도록 개량되고 무인화도 적용될 예정이다.
(120㎜ 이상의 대구경 포탄을 사용하려면) 알타이 T3의 무인 포탑에는 당연히 자동화된 탄약 매거진과 자동장전시스템의 탑재가 필요하게 되는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알타이 T3 무인 포탑의 구조적 형태는 러시아 최신예 T-14 아르마타나 다른 차세대 주력전차(MBT) 설계에 사용되는 것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알타이 T3는 여전히 먼 미래의 가능성으로 존재할 뿐이며 개발이 실패할 위험성 또한 매우 높기 때문에 현재 터키 입장으로서는 알타이 T2 버전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 이야기의 요약
알타이(Altay)는 일관되고 장기적인 개발 프로그램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알타이는 또한 파워팩과 관련된 이슈처럼 프로그램 전체를 실패로 몰고 갈 수 있는 역경과 싸워야만 했던 위험성 높은(high-risk)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동시에 터키 알타이(Altay) 개발사는 엔진과 변속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산업적 능력'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국내 제조업체의 빈약한 생산능력이나 해외 업체의 간섭을 피할 수 없는 면허 생산으로부터 유발되는 여러 제한을 신경 쓰지 않고 독자적인 군용 차량을 생산할 수 있으려면 자체 기술로 만든 엔진과 변속기의 존재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디젤 엔진과 군용 차량용 변속기를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터키의 정책 방향은 올바르다고 볼 수 있으며, 폴란드 역시 터키 알타이(Altay) 개발 사례로부터 군용 차량 엔진과 변속기를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도록 투자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이러한 엔진 및 변속기 개발 프로그램들에 대한 투자를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5년이나 10년 정도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20년 혹은 그 이상의 관점에서 지켜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우리 폴란드가 자체 기술로 군용 차량을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한다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엔진, 변속기, 전자공학, 무장 등 핵심 부품의 산업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유형의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 분야는 차량을 용접하고 포탄 탄피를 만드는 분야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아 쉽게 습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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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3년 4월 2일 폴란드 군사 전문지 Defence24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2023년 4월 21일, 이 기사의 후속편이라고 봐도 좋을 만한 내용이 다시 Defence24 기사로 등장합니다. 폴란드가 사용하게 될 장갑차나 크라프(Krab) 같은 기갑차량들의 파워팩을 어떻게 국산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는 기사인데요. 우크라이나와의 협력도 논의되고 있지만 당연히 대한민국과의 협력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몇 차례나 강조하고 있죠.
파워팩을 국산화시키는 과정에서 K2 흑표는 정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고 또 그 비판에 대한 재비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소요군이 제시하고 있는 기준을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하는 수준이지만 해외에서 “믿고 써보자!”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한국형 파워팩의 해외 진출을 환영하면서 우리 기술진들이 머지 않은 미래에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성능과 신뢰성을 지닌 한국형 파워팩을 만들어 낼 것이라 믿어 봅니다. 물론 한국형 파워팩에 대한 기술이전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져야 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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