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9일 연합뉴스는 일본이 2023 회계연도 방위비로 65조원을 책정하면서 현재 세계 9위였던 일본의 방위비 예산 순위가 세계 4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일본 정부는 5년 뒤인 2027년부터 국내총생산 GDP 1% 이내 수준으로 책정했던 방위비를 2%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는데요. 그렇게 되면 90조원을 방위비로 책정한 일본은 1,100조원대의 미국, 290조원대의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방위비 지출 국가로 떠오르게 됩니다. 한발 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유사시 자위대의 반격 능력 보유를 명문화시켰습니다. 반격 능력의 보유와 세계 3위 수준의 방위비. 이제 “일본 평화헌법의 전수방위 원칙은 깨졌다”고 볼 수도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일본에 기반을 둔 국제정세 전문지 The Diplomat은 2022년 12월 9일 “Why Japan Chose Britain and Italy for Its F-X Fighter Program (왜 일본은 차세대 전투기 F-X 프로그램의 파트너로 미국이 아닌 영국과 이탈리아를 선택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 The Diplomat은 일본 방위성 관계자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5가지 이유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본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실전배치 시기인 2035년까지 F-3 ‘고질라’ 개발일정이 너무나 촉박하다.
2. 섬나라인 일본이 F-3 '고질라'에 요구하고 있는 성능은 역시 같은 섬나라인 영국이 개발하고 있는 미래 전투기 템페스트(Tempest)에 요구하고 있는 성능과 일치한다.
3. 단독 개발보다는 여러 나라들이 협력하여 개발하는 쪽이 비용 절감 및 리스크 관리에 유리할 것이다.
4. 미쯔비시 F-2 개발 당시 미국으로부터 핵심 소스 코드(source code)를 이전 받지 못했던 일본은 F-2 개량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 이를 교훈 삼아 향후 F-3 ‘고질라’의 자유로운 개량을 위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보다 영국이 유리할 것이다.
5. 영국과 보다 대등한 파트너 관계를 형성한다면 큰 제약 없이 아시아 시장에 F-3 ‘고질라’를 수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일단 2022년 12월 9일 The Diplomat이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번역 도중 역주로 제 생각을 말씀 드리고 번역이 끝나면 간단하게 정리 및 요약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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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쓰시마 해전에서 러시아 함대를 격파한 일본 함선들 대부분은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건조된 것들이었다. 그때로부터 100년하고도 17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지금까지 논의되어 왔던 미국이 아닌) 이 두 유럽 국가들과 함께 스텔스 능력을 갖춘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제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12월 9일에 공동 성명으로 발표된 정부 입장문에서 일본, 영국, 그리고 이탈리아의 총리는 신형 글로벌 전투기 프로그램(Global Combat Air Program: GCAP)의 출범을 선언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F-3 차세대 전투기 프로그램과 영국, 이탈리아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템페스트(Tempest) 미래 전투기 프로그램을 통합하여 2035년까지 6세대 전투기를 실전 배치한다는데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긴밀했던 미일 동맹관계를 고려해 봤을 때 일본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와 협력해 이처럼 중대한 방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따라서 ‘글로벌 전투기 프로그램’ 이하 GCAP는 일본에게 있어 새로운 역사적 협력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일본은 미국 대신 영국과 이탈리아를 선택한 것일까? 지난 12월 8일 일본 방위성 산하 '획득, 기술 및 군수방산청’(이하 ATLA)의 방위사업 담당자에 의해 개최된 사전 기자회견 내용과 다른 국방 및 외교 담당자들로부터 얻은 정보에 기반하여 추론해 본다면 크게 다섯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1. 촉박한 타임라인(Timeline)
먼저 ATLA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F-3 '고질라' 프로그램과 템페스트(Tempest) 프로그램의 개발 기간이 서로 일치한다는 사실 때문에 미국 록히드 마틴 대신 영국 BAE 시스템즈를 협력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F-3와 템페스트는 서로 같은 일정을 공유하고 있어 일본, 영국, 이탈리아 세 나라 사이의 협력 관계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편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의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일본에서 F-3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은 미쯔비시중공업(MIHI)이 단독 주 계약업체로써 주도하고 있으며 IHI, 가와사키중공업(KHI), 스바루, 도시바, NEC, 후지쯔 그리고 미쯔비시전기 등 7개 하청업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미래형 전투기 F-3는 일본 항공자위대(JASDF) 소속의 MHI F-2 다목적 전투기 91대를 2035년까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쪽에서는 무인 전투기(UAV) 비행대와 협력하여 운용될 미래 전투기 시스템의 일부로써 템페스트(Tempest) 차세대 전투기가 개발되고 있다. 템페스트 개발 프로그램은 BAE 시스템즈, 레오나르도(Leonardo), 롤스-로이스(Rolls-Royce) 그리고 MBDA 등 4곳의 주요 산업 파트너들에 의해 착수되었다. BAE 시스템즈는 영국 측 개발을 주도하고 있고 이탈리아 측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레오나르도(Leonardo)이다.
2. F-3 '고질라'에 요구되는 성능 문제
일본, 영국 그리고 이탈리아 세 나라는 미래 전투기에 대한 공통된 전술적 요구사항을 공유하고 있다. 섬나라인 일본과 영국 모두 해양국가로서의 제공권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우수한 무장 탑재 능력을 지닌 대형 쌍발엔진 기체이면서도 항속거리가 긴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를 조달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ATLA에서 일하는 방위성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글로벌 전투기 프로그램(GCAP)을 통해 "보다 더 저렴한 비용과 효율적인 방식으로 좀 더 우수한 전투기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방위성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 F-35와 유럽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성능을 능가하는 전투기를 만들 계획이며 이 신형 전투기는 특히 센서 및 네트워킹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F-35 및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에 응한 일본 방위성 관계자의 포부를 들으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첫째. F-35와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센서 및 네트워킹 능력을 대등하다고 볼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F-35는 명백한 5세대 전투기로써 AESA 레이더, 전자광학 추적장비 EOTS, 분산개구 적외선 시스템 DAS 같은 센서들이 수집한 정보를 취합, 분석하여 조종사의 상황인식능력을 극대화시킨 기체입니다. 이에 비해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경우 AESA 레이더의 장착이 예정되었던 트렌치 3버전까지 개량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대부분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여전히 트렌치 1,2에 머물러 있는 실정입니다. 트렌치 3로 풀 업그레이드된 유로파이터도 4.5세대 기체로써 F-35와는 한참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입니다. 즉, F-3가 센서 및 네트워킹 능력에서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능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지만 F-35의 센서 및 네트워킹 능력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향후 13년 안에? 라는 주장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네요.
둘째. 일본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 F-3 ‘고질라’의 등장 시기가 2035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미 말씀 드렸다시피 향후 불과 13년이라는 시간밖에 남질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3 ‘고질라’는 아직 구체적인 개발 단계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KF-21 보라매가 페이퍼 전투기에서부터 초도 비행에 성공한 기체가 되기까지 20년의 시간이 필요했고 공대공, 공대지, 공대함 전투 능력을 모두 갖춘 블록 2로 양산 및 실전배치 되기까지 앞으로 10년 이상의 기간이 더 필요한 실정입니다. 1996년 개발이 시작된 F-35 역시 20년이 지난 2016년부터 실전배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속속 드러나는 오류들을 수정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개량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F-3 ‘고질라’가 F-35의 센서 및 네트워킹 능력을 능가하는 성능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니 예상 개발기간을 20년보다 더 길게 잡아도 모자랄 상황입니다.
3. 비용 절감 및 리스크 관리의 용이성
실질적으로 강대국은 아니지만 분쟁을 중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중간 국가(middle powers)로 평가 받는 일본, 영국, 이탈리아가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협력함으로써 비용과 기술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신형 전투기 개발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단일 국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템페스트(Tempest) 외에도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3개국이 이미 미래 전투기 시스템(FCAS) 프로젝트의 핵심을 이루는 New Generation Fighter(NGF)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영국은 유럽 국경을 한참 넘은 먼 곳, 동아시아에 위치한 일본을 파트너로 지목했다. 어쩌면 영국은 일본으로부터 충분한 개발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먼저 부정적인 면을 짚고 넘어간다면 유로파이터 타이푼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 같은 유럽국가들이 보여주었던 개발 과정의 난맥상입니다. 사업을 해 보신 분들은 ‘동업’을 결코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충고를 많이 접해보셨을 줄로 압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도 괜히 생긴 말이 아니죠.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갔던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202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정이 어느 정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비싼 도입비와 사악할 정도로 높은 운용 유지비를 자랑하는 기체가 되었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 F-15, F-16, F-22, F-35. 프랑스 미라주와 라팔. 러시아 미그(MiG) 및 수호이(Sukhoi) 시리즈처럼 시대를 풍미한 전투기들은 모두 개발 주체가 하나로 일원화되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F-3 ‘고질라’ 개발을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진행시키기로 한 일본의 결정에 도움이 될만한 긍정적인 부분을 생각해 본다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진 유럽에서도 새롭게 군비 확장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에서 영국과 이탈리아 역시 향후 세계 3위 수준으로 상승된 방위 예산을 내세운 일본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역주)
4. 향후 F-3 ‘고질라’의 자유로운 개량을 위한 권리 확보 문제
미국 정부와 록히드 마틴은 소스 코드(source code)처럼 중요한 기밀 기술정보를 일본과 공유할 수 없다고 거부했고 그 결과 일본 정부는 영국과의 공동 개발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항공자위대(JASDF)가 일본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F-3 '고질라'에 대한 개량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신형 전투기의 소스 코드(source code)에 대한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소스 코드를 얻을 수 없다면 일본항공자위대(JASDF)가 F-3 '고질라'에 대해 원하는 대로 개량 사업을 자유롭게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 정부는 F-2 다목적 전투기 개발 사업과 F-15J 도입 사업을 통해 이 쓰디쓴 교훈을 배울 수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은 엔진과 레이더를 일본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기본 설계에 협력하겠다고 제안했다. 전투기 엔진과 레이더, 이 두 분야는 일본이 F-2 전투기를 설계하고 개발할 당시 너무나도 큰 제약을 받았던 분야였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방위성 내부에서는 영국을 선택한다면 미국을 선택하는 경우보다 훨씬 더 대등한 자격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5. 해외 수출의 용이성 문제
마지막으로 일본, 영국 그리고 이탈리아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공동개발을 통해 생산대수를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 생산 단가를 절감하며 향후 그들의 전투기를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유럽 시장을 타겟으로 삼고 반면 일본은 동남아 같은 아시아 시장을 목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F-3 '고질라' 전투기 개발과 연계해 일본 방산물품 수출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의 '방산장비 및 방산관련 기술이전에 대한 3원칙'에 따르면 일본과 무기를 공동으로 개발하지 않은 국가에 대한 방산 수출은 구조, 수송, 경고, 감시, 지뢰 제거 임무에 필요한 장비들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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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2년 12월 9일 The Diplomat이 게재한 기사 “Why Japan Chose Britain and Italy for Its F-X Fighter Program (왜 일본은 차세대 전투기 F-X 프로그램의 파트너로 미국이 아닌 영국과 이탈리아를 선택했을까)”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BAE 시스템즈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과 레오나르도를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항공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며 일본이 이들과 협력하게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유형 무형의 이점들은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나 KKMD 391화 『6세대 전투기를 향한 유럽의 험난한 여정: 다쏘(Dassault)와 에어버스(Airbus) 합의실패로 FCAS 프로그램 무기한 중단되다』 편에서도 언급되고 있듯이 국가간 협력 협정이 성사되었다고 해도 실제 협력 사업을 진행시키는 기업간 협력의 성사는 또 다른 이야기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다국적 개발 프로그램의 일정을 지연시킬 수 있는 복병들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사례들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항공전자 분야에서 일본이 원하는 기술을 시기 적절하게 이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요 기술 이전의 경우 계약성립 자체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성립되면 미국 기업들이 훨씬 성실한 자세로 임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퍼져 있습니다. 그에 비해 유럽이나 이스라엘 쪽 기업들은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는 ‘Yes man’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퍼져 있더군요.
사실 일본은 F-2 전투기를 개발했을 당시만 해도 우수한 항공 우주분야 개발인력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F-2 생산 종료 후 정부의 무관심과 지속적인 수주 실패로 항공우주 관련 기업들 상당수가 도산하거나 방위산업에서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활약했던 개발인력들은 이제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들이 되어 은퇴한지 오래되었고 결국 일본의 항공 우주분야 개발인력들의 명맥이 끊기게 되었죠. 그래서 지금 일본은 F-3 ‘고질라’ 개발에 있어 해외 기업들의 도움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1995년 F-2 초도 비행 성공 이후 양산 단계에서 생산물량이 원래 계획에서 47대나 줄어든 94대로 최종 결정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KF-21 보라매를 할 수 있다면 꾸준하게 해외로 수출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단순한 경제적 수익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항공우주 전문개발인력과 생산 라인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도 FA-50과 KF-21 보라매의 수출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2035년까지 F-3 ‘고질라’를 실전 배치하겠다는 일본의 타임라인은 두 가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본이 원하는 성능에 최대한 가까운 F-3를 개발하되 예정보다 훨씬 더 늘어난 비용과 개발 기간을 필요로 하게 될 가능성이고 두 번째는 발표된 타임 라인을 지키되 F-3에 요구되는 성능 수준을 상당 부분 떨어트릴 가능성입니다. 현재 주어진 조건으로 분석해 봤을 때 일본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상황이 되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봅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아시아 시장에서 F-3 ‘고질라’를 판매해 보겠다는 일본의 주장도 얼핏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최소 5.5세대 전투기를 표방하는 F-3에는 영국과 이탈리아의 중요 항전기술이 적용될 것이고 그 결과 F-3의 가격은 현재 5세대 전투기인 F-35보다 결코 낮아질 수가 없고 해외 판매 시 생각보다 많은 장애물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자신들이 만든 5세대 전투기 F-22를 해외에 판매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이유로 과연 6세대를 표방하는 F-3를 동남아에 판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인건비가 비싼 유럽의 방산제품들은 비슷한 성능의 다른 나라 제품들보다 가격이 비싼 것으로 유명합니다. 비록 일본, 영국, 이탈리아 3나라가 공동 개발, 공동 생산해서 비용을 절감시킨다고는 해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뜻이죠. 실제로 현재 템페스트나 F-3가 어느 정도 선에서 가격이 형성될지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엄청나게 비싼 전투기가 될 것’이라는 정도는 누구라도 예측하고 있죠.
아시아 지역에서 F-3 ‘고질라’급 전투기를 어느 정도 숫자로 도입하고 운용할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닌 나라는 얼핏 생각해봐도 대한민국을 제외하면 그나마 호주 정도 밖에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동남 아시아를 운운하고 있는데 이는 비전문가인 제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입니다. 5세대 전투기인 F-35를 구매하고 운용하기에도 벅찬 나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돈을 마련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지만요.
그리고 일본이 타겟으로 언급한 동남 아시아 국가들에게 있어 가장 현실적인 군사적 위협은 남중국해를 사이에 둔 중국으로부터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동남아 국가들이 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전투기는 도입비와 운용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F-16을 능가하는 뛰어난 운동학적 성능과 AESA 레이더로 대표되는 우수한 항전장치를 갖추고 있어 높은 생존성과 효율적인 공대함, 공대지, 공대공 전투를 보장하는 4.5세대 전투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스텔시한 설계가 적용되어 향후 5세대로의 개량도 기대할 수 있고 만족스러운 애프터 서비스 및 군수지원 그리고 기술 이전에도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전투기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전투기는 일본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뼈아픈 현실이 되겠지만요.
제가 이 정도만 말씀 드려도 동남 아시아에 F-3 ‘고질라’를 판매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포부가 왜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는지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시장 분석 자체가 잘못 된거죠. 이 정도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