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2일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는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세계 수출시장을 노리는 폴란드산 K2 주력전차’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최근 선거를 통해 교체된 호주 정부에 의해 한화 AS-21 레드백이 도전하던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이 거의 1/4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방산제품 해외 수출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 인프라를 요구하는 방산제품의 경우, 계약부터 실제 인도까지 2~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사이 호주처럼 정부가 교체되고 새로운 정부가 이전 정부와 반대되는 국방 정책을 표방한다면 기존의 사업이 축소되거나 심한 경우 아예 취소되어버리는 변수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하기에 앞서서 몇 가지 미리 생각하고 고려해 봐야 할 요소들이 있어 오늘 포스팅에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023년 5월 12일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현대로템 서준모 상무를 취재한 내용을 먼저 번역해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청의 편의를 위해 Defence24의 인터뷰 질문 내용은 노란색 글자로, 현대로템 서준모 상무의 답변 내용은 파란색 글자로 표시해 봤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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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현대로템)는 유럽 국가들 중 상당수가 도입 가능한 신형 주력전차 옵션의 하나로 K2 흑표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는 Defence24와의 인터뷰에 응하며 한마디 덧붙였다. "현대로템은 K2PL 컨소시엄을 통해 확립된 PGZ 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Defence24: 현대로템은 최근 폴란드 국영방산업체 PGZ와 그 산하기업 WZM과 K2PL 주력전차 생산을 위한 컨소시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왜 중요하며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 현대로템, PGZ 그리고 WZM은 2월 23일 텀시트(Term Sheet) 계약에 서명한 뒤 이어 3월 31일 컨소시엄 협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협약들은 컨소시엄 구성원 간 협력의 기본적인 틀을 규정하는 동시에 설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K2PL 프로그램을 실제 진행하는데 있어 각 구성원이 맡게 될 역할 또한 설명하고 있다.
해당 컨소시엄이 설립됨으로써 K2PL 프로그램 이행 계약과 관련된 내용들을 폴란드 군비청(Armament Agency)과 협상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한 해당 컨소시엄 설립 합의를 통해 현대로템과 PGZ 그룹은 상호간의 공통 목표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의 성격에 대한 이해를 공유할 수 있다.
현대로템과 PGZ가 맺은 컨소시엄 협약의 핵심 요소로는 각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 제품 생산과 납품에 대한 각자의 역할과 책임, 의사결정 절차, 기술이전 분야에서의 협력 그리고 상호간 이루어진 재정적 합의 등을 들 수 있다.
Defence24: 폴란드에서 생산 혹은 조립된 K2PL 주력전차는 언제 만나볼 수 있는 것인가? 작년에 공시된 정보에 따르면 폴란드와 대한민국이 서로 나누어 K2PL을 생산하기로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폴란드 현지에서 몇 대 정도나 생산할 계획인가?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 지난해 7월 27일 체결된 기본 합의서에 따르면 폴란드에서 500대, 대한민국에서 320대의 K2PL 주력전차가 생산되며 K2PL 주력전차의 첫 납품 기일은 2026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컨소시엄 구성원들이 납품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협력이 매우 효율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Defence24: 현대로템은 K2PL 생산에 필요한 기술 이전에 있어 폴란드 방산업계의 준비 태세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고 있는가? 폴란드 현지에서 K2PL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의 범위는 합의되었는가? 폴란드에 새로운 공장 건설을 위한 신규 투자를 하는 방안과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고 있는가?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 현대로템은 폴란드 방산업계가 주력전차(MBT) 관련 기술이전 작업을 성공적으로 처리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PGZ와 자회사들이 (주력전차 개발 및 생산에 관련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정해진 기간 안에 성공적인 기술이전과 K2PL 주력전차 500대 현지 생산을 보장할 수 있도록 폴란드 방산업계를 지원할 것이다.
현대로템 직원들은 폴란드 방산기업들의 생산능력을 점검했을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K2PL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투자에 대해서도 PGZ와 논의했다. K2PL 프로그램에게 주어진 빡빡한 일정을 감안할 때 폴란드의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하여 시간을 절약하는 방안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현지에서 K2PL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생산시설들이 추가 설치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생산공장 투자를 위한 최상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다.
Defence24: K2PL 주력전차의 설계는 언제 완료될 예정인가? 현재 시점에서 K2PL 설계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며 갭필러(GF)로 인수된 K2 주력전차와 어느 정도 성능 차이가 있는가?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 K2PL 주력전차의 설계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폴란드 군비청에 있는데 K2PL 주력전차 생산에 대한 이행 계약이 체결되기 이전이나 이행 계약 협상 도중에 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K2PL 상세 설계와 관련된 기술적 문제들을 폴란드 군비청과 이미 논의한 바 있다. 원격제어무장모듈(ZSMU)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능동 보호 시스템(APS)에 기반하여 적의 공격으로부터 승무원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켜줄 수 있는 보호 수단의 강화에 대한 이야기들도 해당 논의에 포함되어 있다.
Defence24: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각종 장갑차량 사업을 염두에 둔 컨소시엄 합의를 맺었다. 유럽 시장, 나아가 전 세계 시장에서 이 합의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현대로템은 유럽 시장에서도 K2 주력전차가 팔릴 수 있다는 구체적인 가능성을 찾은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폴란드는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한 K2 주력전차 생산에 어느 정도까지 참여할 수 있을까?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 유럽에는 신형으로 교체되어야만 할 구형 주력전차(MBT)가 너무나도 많다. 현대로템은 K2 주력전차를 유럽 국가들에게 전달하여 유럽의 평화 유지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현대로템은 K2PL 컨소시엄을 통해 구축된 파트너십을 통해 유럽 주력전차 시장에서 PGZ 그룹과 협력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현대로템은 PGZ와 공동으로 K2 주력전차를 생산하여 이를 유럽의 제3국에 수출할 의향이 있다는 뜻이며 현대로템과 PGZ는 수리, 유지 보수 및 운영 이른바 MRO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그들에게 필요한 신형 주력전차의 유력한 후보로서 K2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Defence24: 부쿠레슈티(Bucharest: 루마니아의 수도)가 신형 주력전차의 필요성에 대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 K2 주력전차를 루마니아에 판매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며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 루마니아는 오래된 구형 주력전차들을 사용해 왔으며, 그 중 일부는 최근 우크라이나로 전달되었다. 현대로템은 루마니아가 미국으로부터 M1A2를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K2 주력전차 조달에 관한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PGZ와 함께 협력하여 K2 유럽 수출 기회를 타진할 것이다.
(보충 설명을 하자면 일찍이 폴란드도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했던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사업 MGCS에서 퇴출된 뒤 미국 M1A2 에이브람스와 대한민국 K2흑표를 사이에 두고 저울질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KKMD도 이에 대한 외신들을 많이 다루었죠. 하지만 폴란드 정부가 M1A2 에이브람스를 250여대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K2흑표 도입은 물 건너 갔다고 추측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연합의 지원아래 구형 주력전차들을 대거 우크라이나로 전달할 수 있게 된 폴란드는 신형 주력전차들을 조달하는 동시에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을 통해 침체기에 빠져있던 자국 방위산업 역량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됩니다.
이전 협력국이었던 독일은 기술이전에 굉장히 인색한 편이었고 차세대 주력전차개발사업 MGCS에서 독일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폴란드 정부가 새롭게 낙점한 파트너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었습니다. 결국 폴란드는 800여대의 K2 주력전차를 추가로 도입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이번 인터뷰 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듯이 대한민국에서 320여대, 폴란드 현지에서 500여대의 K2PL이 생산될 예정입니다.
현재 외신들을 살펴보면 DX Korea 국제방산전시회에 참가하여 K2 흑표에 큰 관심을 보였던 루마니아 정부가 미국 M1A2 에이브람스를 도입할 것이라는 뉴스들이 많이 게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해외 수출용 M1A2 에이브람스는 ‘열화[감손] 우라늄’의 부재로 대표되는 다운그레이드 작업으로 인해 미군이 사용하는 사양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산과 늪이 많은 유럽 지형에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K2 흑표보다 생산능력 또한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루마니아가 원하는 시기에 제대로 인도받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죠. 즉 루마니아도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M1A2 에이브람스를 일부 도입하고 K2 흑표를 추가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역주)
Defence24: 현대로템은 UAE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IDEX 2023에서 중동 고객을 위해 특별하게 설계된 K2 주력전차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세계 시장에서 K2 주력전차가 맞이할 수 있는 기회와 IDEX 2023이 개최되는 동안 달성했던 성과들에 대해 설명해 주셨으면 한다.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 중동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전히 구형 주력전차들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들을 새로운 주력전차로 대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IDEX 2023이 개최되는 동안 몇몇 중동 국가들은 K2 흑표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최근 대한민국 방산기업들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써 대한민국 기업들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엔진과 변속기, 즉 파워팩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우리 현대로템은 향후 중동 시장에서 K2 주력전차를 마케팅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efence24: 노르웨이 정부가 주관했던 차기 주력전차 수주전에서 K2와 치열하게 경쟁을 펼쳤던 독일제 레오파드 2A7이 K2를 누르고 선택되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노르웨이 정부의 선택은 정치적인 이유가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이는 노르웨이 국방부가 K2 흑표와 레오파드 2A7 모두 우수한 성능을 지닌 주력전차라고 공식적으로 매우 높이 평가한 데서도 드러난다. 현대로템은 성능이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레오파드 2A7이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수주전을 통해 무엇을 배웠다고 생각하는가?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 현대로템은 노르웨이 정부가 주관한 주력전차 수주전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고 있다. 현대로템과 산하 회사들은 이번 수주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K2 흑표가 제공하는 성능이 레오파드 2A7에 조금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은 철저한 테스트와 평가를 거쳐 노르웨이 국방부에 K2 흑표를 인수하는 편이 좋다고 권고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동성과 세계 다른 주력 전차들을 능가하는 디지털화된 첨단 전투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 K2 흑표의 성능은 세계적 수준이다. 게다가, 현대로템은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에게 레오파드 2A7보다 더 나은 가격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 정부는 독일제 레오파드 2A7을 조달하기로 결정했고 현대로템은 노르웨이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노르웨이 수주전을 통해 현대로템은 K2 주력전차의 우수한 성능과 역량을 전 세계에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Defence24: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노르웨이도 현대로템으로부터 24대의 K2 흑표를 갭필러(GF)로 신속하게 납품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이 24대의 K2흑표 갭필러(GF)들은 폴란드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도 배송이 가능한 것인가?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 해당 K2 흑표 갭필러(GF)들은 대한민국 육군용으로 생산되고 있던 것들이었으며 현대로템은 지금 K2 주력전차 생산능력을 끌어 올리고 있는 중이다. 현대로템은 언제라도 K2 흑표 주력전차를 갭필러로 해외 국가에 공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
Defence24: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대한민국 육군은 K2 주력전차 개량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특히 K2 주력전차 3차 양산분의 일부가 갭필러(GF)로 폴란드에 납품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주문을 받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한국형 K2 흑표는 어떻게 개량될 것이며 폴란드에 수출되는 K2PL과 얼마나 유사한가?
서준모 현대로템 상무: 2014년 이후 현대로템은 200대 이상의 K2 주력전차를 생산하여 대한민국 육군에 납품하고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 육군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많은 수의 구형 주력전차를 향후 수백 대의 K2 흑표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로템은 체계적으로 꾸준하게 K2 주력전차의 성능을 개선하고 있으며 특히 승무원의 안전을 위한 방어력과 적을 격파하기 위한 공격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 육군이 사용하는 K2 흑표에 적용되는 개량 내용들은 K2PL에도 역시 표준 사양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차세대 한국형 능동보호시스템(APS)과 원격제어무장모듈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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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3년 5월 12일 폴란드 군사전문지 Defence24가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이야기지만 호주 보병전투장갑차 수주전에서 발생한 일이 폴란드에서도 재연되지 않을까? 라는 주제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바다로 둘러싸인 호주의 경우 접경하고 있는 적성국이 없다는 지형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호주를 위협할 수 있는 적성국가 중국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아주 멀리 떨어져 있죠. 그에 비해 폴란드는 적성국 러시아와 광대한 영토 위에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발사한 미사일이 잘못 떨어져 인명 피해가 발생할 만큼 가깝죠. 폴란드 국민이 느끼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은 그만큼 현실적이라는 뜻입니다.
처음 KKMD를 시작했을 무렵, 폴란드 정부의 방산계약 태도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는 그야말로 “우유부단과 태평스러움의 극치를 달린다”는 쪽이 많았습니다. 폴란드 밀매들이 답답해 죽으려고 할 정도로요.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폴란드는 “우리 아이가 변했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신속하고 과단성 있는 결정을 연달아 내리고 있습니다. 폴란드에서 호주 보병전투장갑차 상황이 재연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 근거가 바로 호주와 폴란드는 처해있는 지정학적 상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 근거는 호주 보병전투장갑차 수주전은 아직도 진행형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지도 않은 상황이며 구체적인 계약서도 작성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폴란드와 맺은 K2PL 조달 계약은 마무리 단계인 이행 계약이 성립되기 직전이라는 점입니다. 2025년까지 임기가 확정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대한민국과의 파트너십이 이어질 수 있도록 계약을 완벽하게 성립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잠깐 설명 드린 적이 있지만 러시아와 접경하고 있는 폴란드 동부 지역 주민들에 권력 기반을 두고 있는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강력한 국방’을 내세워 표심을 얻고 있고 대한민국의 K-방산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반면 독일과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서부 지역 주민들에 권력 기반을 두고 있는 반대파들은 러시아의 침략에 대비한 국방력 강화에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멀고 먼 아시아의 대한민국보다는 가까이 있는 독일 방산업계와 연계하는 쪽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정치 노선을 같이하는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도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강조하며 다음 선거에서도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속해 있는 『법과 정의』당을 향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제가 폴란드 군사전문지 ‘폴스카 즈브로이나’에서 읽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만 어쩌면 부총리도 겸하고 있는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국방부 장관이 ‘대권’에 뜻을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정치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자리겠지만요.
정리해보면 『1. 호주와 폴란드는 지정학적 조건 자체가 다르다 2. 호주와는 계약이 성립되기 이전 단계였지만 폴란드와는 계약 성립 마무리 단계에 있다』 정도로 요약되겠네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폴란드에서 K-방산의 미래를 점치기 위해서는 폴란드의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해나가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국내 매체보다는 폴란드 현지 매체가 훨씬 더 정확하면서도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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