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3월 13일 미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필리핀 클라크 공군 기지에 등장했습니다. 6세대 전투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공중우세기일 것이라는 사실에 이론을 제기할 사람이 없는 F-22의 등장이었기에 필리핀 언론과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필리핀에 머무른 이틀 동안 F-22 랩터는 필리핀 공군 소속 FA-50PH와 합동 훈련을 실시했는데요. 훈련이 끝난 뒤 참가했던 F-22 파일럿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미 공군(USAF)이 기사를 작성하여 자체 홈페이지에 실었습니다. 오늘 번역해서 살펴볼 기사가 바로 이것입니다.
필리핀 공군이 보유한 전술기들 중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기종은 FA-50PH 뿐입니다. 따라서 F-22 랩터와 함께 훈련에 참가한 FA-50에 대해 “다른 선택지가 없지 않았느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는 식의 저렴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훈련에 참가했던 F-22 파일럿들은 FA-50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요?
기사를 살펴보면 필리핀에 도착한 첫날인 3월 13일 F-22와 FA-50PH 그리고 KC-130 공중급유기가 활주로에 고정 전시되었고 미국과 필리핀 전투기 파일럿들이 서로의 기체들을 상세하게 살펴보았다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세계 최고의 전투기를 직접 살펴볼 기회를 가진 필리핀 공군 파일럿들의 기쁨이 훨씬 더 컸겠지만 처음 보는 FA-50PH를 향한 미 공군 파일럿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도 없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최근 미 공군은 ‘기민한 전투 태세(Agile Combat Employment)’ 약칭 ACE를 강조하고 있고 해당 기사 역시 이번 필리핀 공군과의 합동 훈련이 가지는 주요 목적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기민한 전투 태세(ACE)’ 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민한 전투 태세(ACE)’의 개념을 찾아보면 이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한 필수 조건 중의 하나가 바로 필리핀 공군의 FA-50PH라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 F-22 랩터 파일럿들도 FA-50이라는 기종에 대한 자료를 받아 공부를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사를 작성한 USAF(미 공군)는 FA-50에 대해 “빠른 속도와 뛰어난 민첩성으로 유명한 경전투기”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랩터(Raptor) 파일럿 조 바우만(Joe Baumann) 대위는 "FA-50이 지니고 있는 정밀 타격 능력과 랩터의 제공권 장악 능력이 결합된다면 다양한 임무 환경에서 서로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치명적인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죠.
동남 아시아에서 발간되는 인터넷 군사 매체 몇 곳을 살펴보면 FA-50에 대한 미 공군의 평가와 조 바우만 대위의 발언을 강조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빠르고 민첩하며 치명적”이라는 것이죠.
T-50, TA-50 사양만을 가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및 FA-50만 보유하고 있는 필리핀 측 언론들은 최근 말레이시아가 구매한 FA-50은 AESA 레이더와 AIM-120 암람을 탑재한 블록 20 사양이라는 말도 함께 덧붙여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더 치명적인 기체가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3월 18일 미 공군(USAF)이 게재한 기사 “5th-gen fighters debut in Philippines during bilateral integration (필리핀-미국 합동 훈련을 통해 필리핀에 처음으로 데뷔한 5세대 전투기들)”를 읽으시면서 주의 깊게 보셔야 할 부분은 ‘기민한 전투 태세(ACE)’의 개념임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이에 대해서는 번역이 끝난 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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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3월 13일부터 14일까지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Elmendorf–Richardson) 합동기지에 주둔하고 있던 제525 전투비행단 소속 미 공군(USAF) F-22A 랩터 전투기들이 필리핀 클라크 공군기지로 이동하여 필리핀 공군 소속 제5 전투비행단과 합류,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알래스카에서 필리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F-22A 전투기들은 일본 가데나(Kadena) 공군기지에서 출동한 제909 공중급유비행대대 소속 KC-135 스트라토탱커(Stratotanker) 공중급유기의 지원을 받았다.
"F-22 혹은 다른 5세대 전투기가 필리핀 기지에 착륙해서 작전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제525 전투비행단 F-22 랩터 조종사 칼 슈뢰더 대위가 말했다. "지역 동맹인 필리핀과 함께한 이번 이정표적 훈련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및 안정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F-22 전투비행대대의 필리핀 클라크 공군 기지로의 이동은 소규모 항공 팀의 지원을 받아 최소한의 인원과 장비를 대동한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며, 미 공군이 주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주요 관심사인 ‘기민한 전투 태세(ACE)’를 연습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첫날은 필리핀 공군 대원들이 미 공군 항공 팀에게 다양한 필리핀 전통 음식을 소개하는 오찬으로 시작되었다. 전통 음식으로 차려진 식사를 마친 뒤에는 주제 전문가(subject matter expert)들이 나서서 훈련에 참가한 미국-필리핀 양국 전투기 각각의 역량에 대한 세부적 지식을 교류하는 행사를 가졌고,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F-22 랩터와 KC-135 스트라토탱커 그리고 필리핀 FA-50PH 다목적 전투기 등을 상세하게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 F-22 여러 대와 두 대의 FA-50은 사전에 계획된 비행 중 통합(in-flight integration) 훈련에 참가하고 각각의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클라크 공군 기지에서 이륙했다.
(록히드 마틴의 스컹크 웍스가 개발한) F-22 랩터는 고도의 기동성을 지닌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애프터 버너의 도움 없이 초음속 순항이 가능한 슈퍼 크루즈 기능들을 포함해 매우 진보된 성능을 지니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KAI가 제작한 FA-50은 빠른 속도와 뛰어난 민첩성으로 유명한 경전투기이다.
미 공군 제525 전투비행단 소속 랩터(Raptor) 파일럿 조 바우만(Joe Baumann) 대위는 "어떤 작전이 되었든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항상 다양한 역할과 책임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FA-50이 지니고 있는 정밀 타격 능력과 랩터의 제공권 장악 능력이 결합된다면 다양한 임무 환경에서 서로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치명적인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Joe Baumann 대위)
FA-50과 함께한 F-22 비행의 첫 번째 단계는 저공 비행을 하며 필리핀의 지형을 살피는 것이었다. 덕분에 랩터 조종사들은 여러 필리핀 공군 기지의 위치뿐만 아니라 주요 지형지물의 배치 상태를 알 수 있게 되었는데 필리핀 영공과 그 아래 위치한 지형지물에 익숙해지기 위해 실시한 F-22의 저고도 비행은 향후 (발생할 지도 모르는 사태를 대비한) 전투력 증강 및 전력 통합을 고려한 것이다.
비행 두 번째 단계에서 필리핀 FA-50 전투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 공군 F-22 랩터들은 흔히 도그파이팅(Dogfighting)이라고 불리는 근접 공중전 기동을 선보였다. 이후 편대 비행을 실시하여 남중국해 상공으로 이동한 F-22들은 KC-135 스트라토탱커와 함께 공중급유 과정을 시연했다.
"이번 훈련은 공중에서 연료를 보급 받은 우리 기체들이 전투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모습을 통해 공중급유능력이 지니고 있는 위력과 중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전투기 교전에서 F-22 랩터가 얼마나 우수한 역량과 기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도 보여주는 독특한 기회가 되었다"고 칼 슈뢰더 대위는 설명했다.
필리핀에 착륙한 직후 느꼈던 따뜻한 환대에서부터 전문적인 브리핑과 기획 그리고 전력 통합에 이르기까지 클라크 공군 기지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더할 나위 없었다고 랩터 조종사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바우만 대위 역시 소중한 감정을 마음에 담은 채 합동 훈련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전투기 조종사로서의 임무는 어디서든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멈추지 않고 계속 배워서 스스로의 역량을 개선하고 싶다는 갈망은 항상 존재하며 이런 갈망들이 우리(랩터 파일럿)들을 공중에서 치명적인 위력을 지닌 기계를 손발처럼 조종하는 사람들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바우만 대위는 말한다.
태평양 공군 사령부와 필리핀 공군은 상호 운용성을 증진하기 위해 연합 훈련을 개최하고 주제 전문가 교류를 통해 협력하고 있다. 이로써 상호방위조약 체결로 맺어진 미국-필리핀 동맹을 공고히 하고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정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바우만 대위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이번 훈련은 필리핀 군과 맺은 협력 관계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미 공군)가 다국적 목표를 지원하는 동시에 전 세계 어디에서나 안전하고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번처럼 동맹국들과 통합 전력을 구축해 나가는 기회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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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2023년 3월 18일 미 공군(USAF)이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합동 훈련 첫날 F-22들이 FA-50PH와 함께 필리핀을 저고도 비행하며 각 공군 기지의 위치와 지형지물을 숙지했다는 내용과 남중국해 상공에서 공중급유를 시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얼핏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과 함께 강조되기 시작한 ‘기민한 전투 태세(ACE)’ 이론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새롭게 읽히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기민한 전투 태세(ACE)’ 이론이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미 공군이 운영하는 Air University가 2021년 8월 30일에 게재한 기사에 따르면 ‘기민한 전투 태세(ACE)’는 공중 전력을 해외로 투사하기 위한 허브(hub) 역할을 전통적으로 대규모 해외 기지에만 맡겨 왔던 미 공군이 이제 해외 기지에 대한 의존 정도를 줄여나가고 대신 동맹국과 협력하여 분산된 전방 작전 위치에서 전투기를 발진, 회수 및 유지 보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미 해군은 움직이는 공군 기지인 항공모함을 사용하여 안전하고 자유롭게 공중 전력을 투사하지만 해군과 앙숙인 미 공군은 전통적으로 해외 공군 기지를 활용하여 공중 전력을 투사해왔다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미 공군은 해외 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각개 분산된 장소에서 전투기를 운용하는 개념의 ‘기민한 전투 태세(ACE)’를 강조하게 되었을까요?
바로 미국의 주적이라 할 수 있는 중국, 러시아의 정찰 및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의 발전으로 인해 그 동안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었던 해외 공군 기지도 더 이상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Air University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해외 공군 기지라는 중앙집중식 인프라에서 벗어나 분산된 소규모 네트워크로 운영을 전환하면 적의 입장에서는 타격 대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므로 작전계획 수립이 어려워지게 되고 아군 합동 부대 지휘관에게는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2021년 8월 30일에 이 기사가 게재될 당시만 해도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10개월 후 2022년 6월 8일 웨스트 포인트 미 육군 사관학교에 게재될 때는 실제 사례들이 등장하며 한층 더 힘을 받게 됩니다. 바로 우크라이나가 ‘기민한 전투 태세(ACE)’를 활용하여 러시아 공군을 효과적으로 저지시켰기 때문입니다.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 공군은 보유하고 있던 MiG-29들을 소규모 네트워크로 분산시켜 전력의 상당 부분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었고 이후 지상기반 방공시스템과 미국, 나토(NATO) 정찰 자산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의 제공권 장악을 저지시켰습니다. 미 공군이 주창해 오던 ACE의 실제 성공 사례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웨스트 포인트 미 육군 사관학교에서 게재한 기사는 ACE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미 육군이 주창하는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이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우크라이나 사례가 보여주었듯이 고도의 정찰 기능과 지상기반 방공시스템 그리고 하이마스(HIMARS)나 K9 자주포 같은 육군이 운용하는 정밀타격자산이 제대로 작동해야 공군이 운용하는 분산된 네트워크를 지켜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기민한 전투 태세(ACE)’가 유지되어야 지상군도 공군의 적절한 근접항공지원(CAS)을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기민한 전투 태세(ACE)’는 결국 육군과 공군의 합동군(joint forces)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자료들은 미 육군이 주창하는 ‘다영역 작전(Multi-domain operation)’이 합동군으로 가는 중간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다시 FA-50으로 되돌려 보겠습니다. F-22 파일럿이 FA-50과 함께 치명적인 조합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도 ACE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합니다.
미 공군의 Air University도 지적하고 있지만 F-22같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들은 보급 및 정비가 쉽지 않습니다. 5세대 전투기들은 분산된 소규모 네트워크로 운용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충분한 지상 설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중장기적 운용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또한 F-22는 제공권 장악에 특화되어 있는 공중우세전투기입니다. 내부 무장창을 장착한 스텔스 형상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F-15EX 같은 4.5세대 전투기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공대지 공격능력과 항속거리 및 전투행동반경도 부족합니다.
따라서 이론상 최대 5.4톤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으면서도 F-16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운용 유지비와 상대적으로 간단한 정비소요를 지니고 있는 FA-50은 더 많은 소티(sortie)를 소화해 낼 수 있어 ‘기민한 전투 태세(ACE)’ 유지에 있어 F-22가 받는 부담의 상당 부분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기지를 방어하는 지상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CAS)도 FA-50의 몫이 될 것이고요.
FA-50은 사거리 100㎞의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F-22가 제공권을 장악해 준다면 원거리 정밀 타격도 가능한 기체입니다. 스나이퍼 타게팅 포드가 통합되어있어 기타 정밀 유도 무기의 운용도 가능하죠. 여기에 최대 마하 1.5+에 달하는 최고 속도와 F-16을 연상시키는 민첩성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조 바우만(Joe Baumann) 대위가 “치명적인 조합”이라 묘사한 것이 단순한 인사치레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기사를 읽다 보니 FA-50의 장점을 살리려면 KGGB 이외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국내 뉴스를 검색해보니 2022년 12월 13일 기사로 KF-21 보라매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초음속 공대함, 공대지 미사일이 2,000파운드 이하 무게여서 FA-50에 장착하여 테스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A-50에도 탑재가 가능하다는 뜻이죠. 더구나 향후 중거리 공대지 유도탄(중공지) 장착사업도 추진될 예정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FA-50 관련 뉴스는 끊이질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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