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네시아’ 이 다섯 글자만 보아도 울화통이 치밀고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반응을 보이는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많습니다. 거기 더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방산수출에 성공한 폴란드마저 과도한 ‘수출금융지원’을 요구한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도 많이 보이고요.
먼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지금 대한민국이 걸어가고 있는 길은, 예전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이라는 사실입니다.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 내리막길이 있을지 오르막길이 나타날지 예측을 할 수 없다는 뜻이죠.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은 다양한 분야의 해외수출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에 그런 경험을 살려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가는데 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그래도 실수를 통해 배움을 얻는 과정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북대서양 조약기구 NATO와 러시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독자적 노선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나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세계 방산시장에서 대한민국 K-방산이 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국제 지정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죠.
그런데 이러한 국제 지정학적 흐름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나라가 한 곳 더 있습니다. 라팔(Rafale)로 대표되는 공중 플랫폼과 핵추진 항모 및 잠수함으로 대표되는 해상 플랫폼을 자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프랑스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사실상 미중러를 제외한다면 최첨단 육해공 플랫폼을 자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러시아, 중국 그리고 미국이라는 초강대국들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대한민국이 궁극적으로 추종해야 할 모델은 바로 프랑스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물론 미국을 뒷배로 삼는 모델도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 내릴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요.
하지만 이런 프랑스도 2000년대 후반, 인도라는 초절정 진상 고객을 만나 속을 까맣게 태웠던 적이 있습니다. 개발분담금 8,000억을 미납하며 버티고 있는 인도네시아도 10년 넘게 판을 차렸다 뒤엎기를 반복한 인도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귀여운’ 수준인데요. ‘하늘의 아준 전차’라고 불리는 인도산 전투기 Tejas가 얽혀있는 이야기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인도 언론 Financial Express에 게재된 내용 일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인도 공군(IAF)은 2007년 외국으로부터 126대의 새로운 전투기를 조달하여 국내에서 면허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중형 다목적 전투기(MMRCA) 1차 입찰을 실시했다. 인도 공군의 노후화된 전술기들을 대체하기 위해 계획된 토착 전투기 LCA 테자스(Tejas)의 성능과 강도를 목표로 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기에 1차 MMRCA가 제안되었던 것이다.
2012년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다쏘 라팔이 1차 MMRCA 최종 후보자로 떠올랐고 결국 라팔(Rafale)이 해당 사업 입찰을 따냈지만, 계약 보장을 둘러싼 특정 조항과 현지 생산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인해 프로그램 시작이 차일피일 연기되다가 2015년 결국 인도 정부가 MMRCA 프로그램 자체를 취소시켜버렸다.
그러나 전술기 부족으로 인도 공군이 작전 능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자 인도 정부는 프랑스 기업 다쏘로부터 36대의 라팔(Rafale)을 직도입 하기로 결정했으며 신속한 조달과 실전 배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정부 대 정부(GtoG) 계약으로 공식화되었다.』
Financial Express가 인도 언론이기 때문에 많이 순화되어 표현되어 있지만 2007년 시작된 1차 MMRCA를 통해 선정된 라팔 36대 중 6대가 실제 인도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13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2007년 당시 판매가 극히 부진했던 라팔은 생산라인 폐쇄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도 MMRCA를 통해 126대의 라팔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프랑스와 다쏘 항공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Financial Express 기사 내용 중에 “계약 보장을 둘러싼 특정 조항과 현지 생산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는 언급이 있는데요.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기가 찹니다. 인도 정부가 국내 생산을 담당한 힌두스탄 항공유한공사(HAL)가 아닌 프랑스 다쏘 항공에게 인도 현지에서 생산되는 라팔에 대한 납품 기일 엄수와 품질 보증을 요구했던 것이죠.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PTDI에 의해 생산되는 KF-21 보라매에 대한 납품 기일 엄수와 품질 보증을 한국항공우주산업 KAI에게 요구했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KAI에게는 PTDI를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다쏘 항공 역시 힌두스탄 항공유한공사(HAL)를 통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한데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가 억지를 부리며 생떼를 쓴 것이죠. 테자스(Tejas) 개발과정을 통해 보여준 HAL의 형편없는 사업관리능력에 극도로 실망한 인도 정부의 고육지책이라고는 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황당한 요구였습니다.
다쏘 항공도 무리한 인도 정부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며 버티었고 결국 사업 시작 7년째인 2015년, 인도 정부는 해외 전투기 면허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MMRCA 사업을 전면 취소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대신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36대의 라팔을 직도입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죠. 2007년 126대로 시작했던 사업을 8년이나 질질 끌다가 36대로 종결시켜버렸으니 프랑스 밀리터리 매니아들이나 다쏘 항공 입장에서는 한동안 ‘인도’라는 소리만 들어도 이가 갈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배경은 이해되셨을 테니 미국의 군사전문지 Breaking Defense가 2023년 7월 18일 게재한 기사를 번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랑스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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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인도가 라팔(Rafale) 전투기 추가 도입 및 잠수함 구매를 통해 국방협력 관계를 강화시키고 있다.
프랑스는 인도에 다쏘(Dassault) 라팔(Rafale) 전투기 26대를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며 Naval Group이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 스코르펜(Scorpene)급 3척을 추가로 건조하는 계약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 계약을 모두 합치면 100억 달러, 한화 12조 8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가 된다.
이 뉴스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7월 14일 바스티유의 날(Bastille Day) 기념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하기 위해 이틀간 파리를 방문한 이후 나온 것이다. 모디 총리의 프랑스 방문의 일환으로 프랑스-인도 양국은 "Horizon 2047"이라고 이름 붙여진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성명은 국방 문제를 포함한 양국의 미래 협력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두 거래 모두 인도 방위사업위원회(IDAC)의 승인을 받고 인도 국방장관이 발표하기는 했지만 방산업체들간의 실제 계약은 2024년 중반 이후에나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네이벌 그룹(Naval Group)과 뭄바이에 본사를 둔 마자곤 독(Mazagon Dock) 조선소가 스코르펜급 잠수함 건조 계약의 주요 당사자가 될 예정이라고 성급하게 보도한 언론들도 일부 있지만 네이벌 그룹 대변인이 Breaking Defense에게 전달한 내용에 따르면 양측은 아직 양해각서(MOU)에도 서명하지 않았으며, 이는 계약에 대한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네이버 그룹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인도 해군이 보유한 전투함들의 성능을 발전시키기 위한 보다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동시에 인도-프랑스 사이의 협력관계를 계속 확장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드러낸" 양국 정부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짤막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마자곤 독 조선소는 2005년에 체결된 P75 기술 이전 프로그램에 따라 프랑스 Naval Group 그룹과 함께 인도 해군 최초의 스코르펜급, 일명 칼바리(Kalvari)급 잠수함 6척을 건조했다. 5척의 스코르펜급 잠수함이 이미 취역했고, 마지막 6번함은 현재 해상 시험 중이며 2024년 초 인도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Naval Group과 인도 가든 리치(Garden Reach)조선소 그리고 산하 엔지니어들 사이에 체결된 새로운 양해각서(MOU)에는 인도가 Naval Group이 설계한 고윈드(Gowind) 계열 잠수함을 자유롭게 건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프랑스와 인도 모두에게 우호적인 제3국이라면 판매까지도 가능하다는 내용의 기술 이전 계약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파격적인 계약은 인도 국내 조선 산업이 향후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뿐만 아니라 향후 Naval Group이 자사 제품을 마케팅 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보여준다. Naval Group과 가든 리치 두 회사는 얼마 전 2014년부터 2020년 사이에 실전 배치된 대잠용 초계함 카모르타(Kamorta)급 4척을 공동 건조한 바 있다.
함재기 버전으로 개량된 26대의 라팔(Rafale)들은 양국 지도자들의 마지막 성명서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다쏘 항공의 발표는 거침이 없었다.
"인도 정부가 주관한 함재기 국제 수주전이 시작된 이후, 현지에서 실시된 각종 테스트에서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결과 라팔M이 선정되었다. 테스트 기간 동안 해군형 라팔(라팔M)은 인도 해군의 작전요구사항을 완벽하게 충족시켰고 인도 항모 사양에도 완벽하게 부합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도 해군이 보유하게 될 26대의 라팔M은 이미 취역하여 인도 공군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선물하고 있는 36대의 공군형 라팔과 합류하게 될 것이다."
다쏘 항공의 성명서는 인도가 공중 그리고 해상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립하기 위해 공군형, 해군형 라팔 모두를 운용하겠다는 결정을 함으로써 프랑스와 동일한 군사적 선택을 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인도의 라팔(Rafale) 조달은 악명 높은 지연 사태로 점철되어 있는데, 무려 십 수년 전인 2000년대 후반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살펴봐야 할 정도로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였다.
Horizon 2047 문서는 대략적으로 “프랑스-인도 양국은 방위산업협력 로드맵을 채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인도가 프랑스와의 방위산업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파리 주재 인도 대사관에 국방연구개발기구(DRDO) 기술사무소를 설치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다가 인도와 프랑스는 인도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AMCA에 탑재할 110킬로뉴턴 엔진을 공동으로 설계, 개발, 테스트, 판정, 인증,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프랑스 항공엔진 제조업체 사프란(Safran)과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DRDO)가 올해 말까지 해당 사업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다.
Times of India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산 전투기 Tejas Mark-2 전투기에 동력을 공급할 98킬로뉴턴 추력 등급의 GE F-414 제트엔진 공동생산을 위해 미국이 80% 수준의 기술이전(ToT)에 동의했다면 프랑스는 보다 강력한 엔진을 위한 100% 수준의 기술이전(ToT)을 제안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와 인도는 또한 인도 다목적 헬기(IMRH) 프로그램에 따른 중(重)화물수송헬기에 탑재될 엔진 개발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Horizon 2047 문서는 "인도 다목적 헬기(IMRH) 프로그램이 보다 원활하게 진척될 수 있도록 인도 힌두스탄 항공유한공사와 프랑스 사프란 헬리콥터 엔진 사이에 신형 엔진 개발을 위한 주주 협정이 체결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2047년은 인도와 프랑스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지 50년이 되는 해일 뿐만 아니라 인도의 독립 100주년이자 양국 정부 수교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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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의 군사전문지 Breaking Defense가 2023년 7월 18일 게재한 기사 “India, France increase defense ties with new Rafale jet and submarine buys (인도와 프랑스, 라팔 및 잠수함 추가 구매를 통해 국방 협력을 확대해 나가다)”를 번역해 보았습니다.
최근 외신을 읽다 보면 프랑스가 인도뿐만 아니라 동남 아시아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스코르펜급 잠수함과 라팔(Rafale)을 도입한 인도네시아가 그 대표적 사례이고 대한민국 방산업체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필리핀 해군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필리핀 주요 군사매체 Max Defense Philippines는 7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프랑스 Naval Group이 마닐라에 사무실을 열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요. 프랑스는 필리핀에게 스코르펜급 설계에 기반을 둔 디젤-전기추진 공격 잠수함 2척을 제안하고 있으며 잠수함 기지는 물론 훈련 및 정비 시설까지 건설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도 새롭게 창설되는 필리핀 잠수함 부대를 위해 1400톤급 디젤-전기추진 잠수함 2척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의 움직임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가 인도에게 라팔M 26대와 스코르펜급 잠수함을 추가로 판매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확실한 품질’과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끈기’ 그리고 ‘시장 선점 효과’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외신을 살펴보면 2020년 라팔(Rafale)을 인도 받아 실제로 운용해 본 인도 공군이 이전에 운용하던 러시아제 Su-30MKI보다 고장이 적고, 가동률도 높아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는 내용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요. 오늘 번역한 Breaking Defense 기사에서도 역시 언급되는 내용입니다. 그만큼 라팔(Rafale)의 신뢰성이 우수하다는 의미이며 품질이 뛰어나면 진상고객도 결국 저자세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프랑스는 인도 정부와 그야말로 ‘밀고 당기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으며, 불리할 때는 숙이고 유리할 때는 치고 나가는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인도 정부가 2015년 MMRCA 판을 뒤엎고 라팔(Rafale) 36대만 직도입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프랑스 정부 역시 라팔(Rafale) 36대 가격을 120억 달러, 한화 15조 3천억으로 높여 불렀던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영국 BBC 뉴스가 2012년 1월 31일 게재한 기사를 살펴보면 프랑스가 1차 MMRCA 당시 입찰한 금액은 라팔(Rafale) 126대에 100억 달러였는데요. 어떻게 2016년에는 1/3 정도에 불과한 36대의 라팔(Rafale)에 120억 달러라는 금액을 부르는 것이 가능했을까요?
사실 2012년 프랑스가 제시했던 입찰가는 순수 도입가, 즉 유닛 코스트였지만 2016년에 제시한 가격은 부수적 비용을 모두 포함한 프로그램 비용이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36대에 120억 달러면 대당 가격이 한화 4,200억이 넘는 가격이니 인도가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깜짝 놀란 인도 정부가 다시 판을 뒤엎을 수 있다고 프랑스를 위협하며 가격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국 88억 달러, 한화 11조 2천억 선에서 마무리 짓게 됩니다. 11조 2천억을 36대로 나눠보면 대당 가격이 3,100억 정도로 계산이 되는데요. 만약 인도가 2012년 1차 MMRCA에서 제시된 라팔(Rafale) 126대에 100억 달러라는 조건을 수락했다면, 기타 비용이 붙더라도 훨씬 더 저렴한 금액으로 라팔(Rafale)을 도입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진상 고객에 대해서는 더 인상된 가격으로 대응하겠다고 프랑스도 인도에게 경고한 셈이죠.
만약 프랑스 정부가 믿을 수 없는 인도와는 두 번 다시 거래하지 않겠다며 연결 고리를 끊었다면 프랑스 국민들의 가슴에 통쾌함은 가득했겠지만 오늘 Breaking Defense를 통해 읽을 수 있었던 기사는 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즉, 프랑스 정부는 감정적인 통쾌함보다는 군사적, 경제적 실리를 추구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해외 방산시장을 뚫을 수 있었던 주요 무기 중의 하나가 관대한 기술이전 및 현지 생산 정책이었는데요. 요즘 Breaking Defense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을 읽어보면 프랑스도 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프랑스 정부는 인도에게 “강력한 엔진을 만드는데 필요한 100% 수준의 기술이전(ToT)을 제안하고 있는 중”이라고 Breaking Defense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순한 립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프랑스 정부의 단호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관대한 기술이전 및 현지 생산 정책』은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만의 무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 선점 효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요. 인도가 해군형 라팔M 26대를 추가 주문하게 된 배경에는 ‘기존 공군형 라팔이 워낙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데다 라팔에 맞춘 물류지원체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습니다. T-50을 써본 나라들이 FA-50을 추가 주문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며 FA-50을 도입한 나라들이 KF-21 보라매를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가 KF-21 보라매를 운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는 향후 양국간 방산협력 관계에서 엄청난 차이를 불러오게 되겠죠. 물론 인도네시아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라팔(Rafale)만 운용해 본 인도네시아라면 주변국에게 KF-21 보라매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테니까요.
‘인도네시아’라는 다섯 글자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고 분노를 품을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미운 오리새끼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프랑스가 몸소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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